[관가] 국립울진해양과학관, 지역사회 ‘모두’의 과학관이 되다 : 월간조선

과학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다만 그 문턱이 높지 않도록,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어 함께 낮춰야 한다. 국립울진해양과학관(관장 김외철)은 그 일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시작해 왔다.

국립울진해양과학관은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2026년도 배리어프리(Barrier-free) 확충사업을 위한 예산 1억 원을 개관 이후 처음으로 확보했다.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까지—누구나 과학관을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신규 사업 예산 확보, 지난한 과정 거쳐

배리어프리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뜻하지 않는다. 휠체어가 멈추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길, 설명이 들리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과학의 이야기가 닿는 방식, 체험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약 없이 이어지는 경험을 포함한다. 과학관은 이를 ‘배려’가 아닌 ‘기본’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이 같은 변화의 출발에는 오랜 노력 필요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규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기관장을 비롯해 구성원 모두가 현장을 오가며 의견을 듣고, 필요성을 설명하고, 수차례 자료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특히 기존 예산 틀에 없던 신규 사업일수록 그 문턱은 더욱 높다. 배리어프리 확충사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국립울진해양과학관 관계자들이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울진지회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울진군지회를 찾아 배리어프리 과학관 조성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전시실의 작은 단차, 관람 동선의 불편까지 기록

울진국립해양과학관은 2024년부터 지역 내 장애인 관련 기관과 단체, 사회취약계층 지원기관을 꾸준히 찾아가 과학관 이용 과정에서의 불편과 개선점을 들었다. 전시실의 작은 단차, 관람 동선의 불편, 정보 접근의 한계까지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지점들이 하나둘 기록됐다. 이 과정은 문제를 지적받는 시간이 아니라, 더 나은 과학관을 함께 상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는 국회와 중앙부처를 설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과학관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당초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배리어프리 사업의 필요성을 끈질기게 설명했고, 그 결과 예산 1억 원이 반영됐다. 숫자로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긴 시간 축적된 신뢰와 공감, 그리고 행정의 무게가 담겨 있다.

2026년부터 본격 추진될 배리어프리 확충사업은 도움벨 시스템 구축을 시작으로, 관람 동선 내 물리적 장애요소 제거, 전시·교육시설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동휠체어 등 장애 유형별 편의장비 확충과 함께, 수어 해설 영상, 촉각·음성·자막을 활용한 다중 감각형 콘텐츠도 도입된다. 과학은 더 많은 감각으로, 더 부드럽게 관람객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2월 12일에는 경북농아인협회 울진군지회, 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 울진지회, 경북지체장애인협회 울진군지회, 울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 등 지역 장애인 단체를 찾아 소통을 이어갔다. 울진군장애인종합복지관 손정일 관장은 “해양과학문화를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외철 관장은 “이번 배리어프리 확충사업은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이동과 안전, 정보 접근, 체험 프로그램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까지 모든 방문객이 과학관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ESG 가치를 실천하며, 실제 이용자 관점에서 필요한 변화가 현장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