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인 유엔평화유지군 UNIFIL이 활동 중단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UNIFIL의 작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8일 보도했다. 

UNIFIL은 197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의 충돌 속에 레바논을 침공한 이후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설치됐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역에 배치되었으며 현재 48개국에서 파견된 약 1만여 명의 병력과 민간 인력이 주둔하고 있다.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는 인도네시아로 1250여 명이 파견돼 있다. 한국도 270여 명을 파병하여 치안 유지와 의료 지원 문화 교류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

UNIFIL의 임기는 매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연장되어 왔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합의를 실행할 경우 UNIFIL은 1978년 창설 이후 약 47년 만에 철수하게 된다. 

UNIFIL의 주요 임무는 이스라엘의 철수를 감시하고 레바논 정부가 국경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 후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 1701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철수와 함께 리타니 강 이남 지역에 레바논군과 UNIFIL만이 주둔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UNIFIL은 적대 행위 감시와 민간인을 위한 인도적 지원 접근 보장을 임무로 하고 있으나 헤즈볼라 무장 해제에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벌였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의 중재로 지난해 11월 휴전이 성사되었고 UNIFIL은 다시 남부 레바논에 주둔하게 됐다 

올해 1월 조제프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헤즈볼라 철수를 약속했지만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한 상태다. 이처럼 UNIFIL이 철수하게 되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의 충돌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