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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덕 첫 시조집 《일따라 정따라》출간

가을날 낭송하고 싶은 시조 한 수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120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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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서출판 조은

40년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 후 시조 시인으로 등단한 정광덕의 첫 시집 《일따라 정따라》가 출간됐다. 


20일 도서출판 ‘조은’은 “성실하게 걸어온 삶의 궤적 위에서 맺고 스쳐간 인연들과 내면의 사유를 시조로 옮긴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시집은 대한민국 전후(戰後) 격동기를 거쳐 현대사회까지 한 세기를 건너온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도 돋보인다. 특히 카메라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처럼, 그가 응시한 삶의 풍경을 명징하게 빚어낸 시조를 음미하다 보면 시대의 자화상까지 어림 잡힌다. 시집에는 노인의 계절, 은행잎과 할머니, 시작과 끝, 자목련, 게으를 자유, 그 이름, 황태덕장, 엄마보다 애인 등 총 8부에 걸쳐 87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손주 사랑을 담은 ‘노인의 짝사랑’을 첫 시로 제1부를 열면, 노년 일상의 사색과 성찰이 낭만적인 시어로 압축돼 흐른다. “부채질하고 나니 가을은 다가오고 / 단풍잎 집었다 놓니 함박눈이 내려요 // 세월의 톱날에 잘려 나간 일기장 / 가만히 접고 펴니 노인이 되었어요(‘노인의 계절’ 중)”. 

 

파란 많던 시대를 돌아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동시대를 함께 헤치고 온 삶들에 대한 연민과 정감이 묻어난다. 중학교 모자 대신 안전모 눌러쓰고 무작정 상경한 10대 소년이 고향길 기차소리에 울고(‘무조건 상경시대’), 찬바람 이는 새벽, 억센 열정으로 앞치마를 두른 시장통 이웃들이 인정을 함께 보듬는다(‘시장통 친구’). ‘굳은 살 여기저기에 미로 속의 또 하루’를 보내고 온 아버지의 붕어빵 봉지에서는 부정이 모락모락 피어난다(‘일용직 막노동’).

 

시인이 만나고 헤어진 인연 중 정겹고 그리운 이름들도 시조 한 수로 호출된다. ‘시집간 누이’, 보자기 가방 메고 등교하던 ‘옛날 제자들’, 함박눈 비탈길에서 비닐 깔고 달리던 ‘궁뎅이 옛친구’ 그리고 마음속 심연에 자리한 그립고 그리운 ‘그 이름’까지 부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엄마라는 그 이름을 가만히 건드리면 / 아무 말 못하고서 무너지는 이 가슴 / 아픔이 곰삭더니만 내 심장이 녹는다” (‘그 이름’)

 

시조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원용우 해설가는 책 말미 작품 해설에서 “시조는 인생학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장르가 시조”라면서 인생의 향기와 긍정적 인생관을 담은 시인의 작품은 “꾸미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박하고 부드러워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고 호평했다. 

 

특히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바람에 이는 갈대숲을 책 읽는 소리로 은유한 ‘하늘 소리’를 수작으로 뽑았는데, 보통 사람이 못 보고 못 듣는 것을 새롭게 보고 들었다는 해설을 붙였다. “가을밤 달 밝은데 갈대숲이 옆에 있어 / 밤 깊도록 서걱이며 무슨 책을 읽는 건지 / 그 소리 너무 맑으니 하늘 책이 아닌가.” (‘하늘 소리’)

 

시조는 모두 3장 6구의 율격 안에서 한 수마다 45자 안팎으로 지어진 정격시조다. 탄력 있는 운율에 실린 농익은 삶의 미학이 가을날 낭송하기에도 좋다. 충남 금산군에서 출생한 시인은 교직생활 정년 퇴임 후 2019년 한국작가 시조 부분에 등단하고 2020년 한국작가 수필부분 신인상을 수상했다. 경기 광주시 광주문학회, 글수레 등 문학 단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글=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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