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는 최단시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고의 성장을 이룬 인물”(조갑제)
⊙ “박정희의 성공비결은 관료조직을 도덕적 가치로 무장하게 한 것”(류석춘)
⊙ “철없던 시절에 그분(박정희)을 증오했지만, 그분은 민족의 영웅”(이동호)
⊙ “박정희의 성공비결은 관료조직을 도덕적 가치로 무장하게 한 것”(류석춘)
⊙ “철없던 시절에 그분(박정희)을 증오했지만, 그분은 민족의 영웅”(이동호)
- 지난 11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회 ‘박정희대통령탄생100주년 기념 박정희시민강좌’가 열렸다. 본 행사는 앞으로 1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내년(2017년)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월간조선》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사장 좌승희)이 공동으로 기획한 ‘박정희시민강좌’ 첫 행사가 11월 8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쌀쌀한 날씨에도 450명이 넘는 이들이 참석해 3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강연장의 열기를 더했다.
‘박정희대통령탄생100주년 기념 : 근대화의 국부(國父) 박정희를 다시 본다’라는 주제로 앞으로 1년 동안 매월 개최될 박정희 시민강좌의 시작은 박정희 연구의 선구자인 조갑제(趙甲濟) 전 월간조선 대표(현 조갑제닷컴 대표)가 맡았다. 조 대표는 ‘21세기에 왜 다시 박정희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부이사장인 류석춘(柳錫春)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전 전대협연대사업국장을 지냈던 이동호(李東湖) 캠페인전략연구소장의 토론이 진행됐다.
첫 강연자로 나선 조갑제 대표는 “오늘 우리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고, 돌아가신 지 37년이나 지난 분을 다시 논하는 것은 그분의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과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며, 나아가 한민족과 인류공영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떤 민족이 어떤 인물을 기리느냐를 보면 그 민족과 국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며 “박정희는 ‘민주주의 건설자인가, 파괴자인가’라는 좁은 논쟁의 협곡에 가두어 놓기에는 너무나 크고 아까운 존재”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류석춘 연세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공무원들이 개인이 아닌, 사회와 국가를 위해 도덕적 가치를 견지하면서 능률과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중점 분석했다. 386 주사파 운동권 출신인 이동호 소장은 박정희를 반대하고 심지어 모욕까지 했던 ‘골수’ 운동권 출신이 어떻게 박정희를 존경하게 되었는지 자신의 경험을 설명해 참석자들의 많은 공감과 박수를 받았다.
박정희의 한국식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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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시민강좌가 열린 국제회의장 입구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게 관련 사진을 전시했다. |
주제 강연을 한 조갑제 대표는 강연을 시작하기 전 “6·25전쟁 참전용사가 계시면 손을 한번 들어 보라”고 했다. 20~30명의 참석자가 손을 들었다. 조 대표는 다시 “이 가운데 8사단 출신이 있는지” 물었다. 몇몇이 손을 들자 조 대표는 “8사단은 6·25 때 가장 많은 전사자(1만8000명)를 배출한 사단”이라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20세기에 벌어진 4대 전쟁(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한국전) 가운데 2개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은 미국을 제외하면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청중과 함께 참전자(參戰者)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대표는 “오늘 이곳에 참석한 이들 한분 한분이 박정희 시대 때 가장 열심히 일하셨던 주역”이라며 “이곳은 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과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과 거리에서 싸웠던 또 따른 전사(戰士)들이 함께 모인 자리”라고 말했다.
토론회 마지막에 참석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서로 질문을 하려고 나서는 바람에 사회자가 행사를 종료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질문 시간에 기독교 전도 관련 발언을 해서 장내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한 질문자가 “한국식 민주주의가 필요한가?”라고 묻자, 조갑제 대표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박정희의 위대성 중의 하나가 한국식 민주주의를 제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민주주의는 하느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시기는 민주주의가 도입된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링컨이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을 했다고 해도 이승만이나 박정희보다 더 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민주주의는 박정희가 말한 한국식 민주주의로는 안 된다. 모든 면에서 그 시절보다 더 발전했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면적 개헌(改憲)을 제안했으니, 개헌을 통해 국가개조를 한번 해야 할 시점이다. 21세기형 한국식 민주주의를 위해서 많은 창의적 토론과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강좌가 끝난 후 참석한 이들 중 몇 명을 만나 보았다. 서울 종로에서 왔다는 조인숙(65·여)씨는 “비록 살림하는 가정주부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 공부를 하고 싶어 참석했다”며 “그동안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 박 대통령이 남긴 훌륭한 유산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많은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失政)과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업적을 계승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서거 37년이 지났지만, 서민들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의 한마디…
서정갑(徐貞甲) 국민행동본부장
오늘 행사를 통해, 그리고 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박정희 대통령이 더욱 그리웠다. 유신(維新)이란 비판은 있지만 한국형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한강의 기적을 이루신 분이 아닌가. 여야(與野) 정치인 모두 지금이라도 박정희 정신을 배웠으면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니 안타까움이 배가됐다. 아스팔트 우파들이 힘을 모아, 좌경화하고 부패한 좌파 종북(從北) 정권을 무너뜨렸는데 차기 정권을 또다시 김대중·노무현 세력에 넘긴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거국내각이 아닌 구국(救國)내각을 구성하는 길만이 작금의 국가적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첩경이다. 비록 실수는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육영수 여사를 떠올려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오늘 행사가 한 달에 한 번 열려선 안 된다. 전국을 돌며 매일 열렸으면 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오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이강호(李江湖) 문화비평가
오늘 행사를 보며 이승만·박정희 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先) 경제 발전, 후(後) 민주화 전략을 추진한 박정희의 선택이 올바른 길이었다. 당시 유신을 포함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당위성은 불가피했다. 현재 시국이 어수선하고 여당이 와해될 분위기다. 박정희·이승만 정신을 이어받을 정당 건설이 간절하다. 야당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지만, 헌정(憲政)의 안정성은 국민을 위한 것이다. 하야를 외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정적 안정성을 해치는 자해 행위다. 오늘 행사를 통해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 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성희(柳盛熙)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 전직 교장
나라가 어지러워 마음이 무겁다. 몇날 며칠 안타까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오늘 박정희 행사를 한다기에 멀리 용인에서 왔다. 3시간여 강연과 토론을 통해 꽉 막힌 마음이 풀리는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이 없었다면 이 나라가 김정일 세력에게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박정희를 회고하는 자리에 영애(令愛)인 박근혜 대통령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정희를 기억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규억(丁奎億) 전 주이탈리아 대사관 참사관
평소 조갑제 강좌를 열심히 듣고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에 찾아왔다. 많은 이로 행사장이 가득 찼으나 젊은이들의 모습이 드물어 무척 안타까웠다. 지난 4년간 대북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이 잘했다고 본다. 대북압박 제재가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을 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정책이 뒤죽박죽 돼선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나라를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실책은 있었지만 헌법과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려 이 난국을 극복하길 바란다.
오늘 주제인 ‘왜 지금 다시 박정희인가’라는 말은 이 시민강좌의 방향을 암시한다. 어떤 민족이 어떤 인물을 기리느냐를 보면 그 민족 혹은 국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역사적 인물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리는 것은 우리의 국격(國格)을 높이고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미래를 개척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정희는 우상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처럼 우상화의 대상으로 기념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이승만이나 박정희는 장점과 단점을 다 노출해도 남는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단점을 상쇄하고도 70~80점을 다 받을 분들이다. 위대한 인물은 쟁점의 대상이 되어야지 숭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박정희는 20세기의 대(大)인물이다. 식민지와 큰 전쟁을 겪은 나라를 18년간 이끌면서 최단시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고의 성장을 이룩하여 선진 민주 복지국가로 가는 발판을 만들었다. 그는 교사, 군인, 혁명가, 경영자였다. 네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 국력(國力)을 조직화하고 능률을 극대화하였다. 업적의 규모와 질에 있어서 그는 이승만과 함께 20세기 10~15대 인물에 들어갈 만하다. 박정희는 싱가포르 지도자 리콴유(李光耀)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더 어려운 조건에서 더 큰 나라를 통치하였다.
교사, 군인, 혁명가, 경영자의 네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함에 있어서 기초가 된 것은 ‘교사적 소양’이었다. 그는 진정으로 어린이와 약자(弱者)를 사랑한 따뜻한 선생이었다. 이런 자세를 평생 유지하였다. 군인으로서도 교사였고 혁명가로서도 교사, 경영자로서도 교사였다. 교사로서 성공하려면 언어감각이 좋아야 한다. 박정희는 조어(造語)의 천재였다. ‘조국 근대화’ ‘민족중흥’ ‘한국적 민주주의’ ‘새마을 운동’ ‘잘살아 보세’ ‘성실한 사람이 잘사는 사회’ ‘올해는 일하는 해’ ‘올해는 더 일하는 해’ ‘수출 100억 불 소득 1000불’ ‘소득증대’ ‘국력의 조직화, 능률의 극대화’ ‘자조(自助), 협동(協同), 근면(勤勉)’ 등등. 이들 구호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연결되어 역사를 만들고 움직였다.
“민주주의는 하느님이 아니다”라고 말한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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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금 다시 박정희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 |
박정희가 1972년 10월 17일 비상계엄령을 펴고 국회를 해산시키는 제2의 쿠데타를 통하여 수립한 유신체제는 1963년에 밝힌 한국적 민주주의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민주주의를 재정의하고 권력구조와 국가시스템을 재구성한 점에서 일종의 혁명이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선거 중심으로 이해하려는 식자(識字)들을 비판하면서 생활 속의 민주적 절차를 강조한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박정희식 근대화 전략을 ‘선(先)경제, 후(後)민주 건설’이라고 부르는 것도 역사적 관점에선 부정확하다. 그 정도의 시차(時差)는 역사의 시간으론 동시(同時)라고 봐야 한다. 다만 경제 건설이 민주화의 선결 조건이란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된다. 부자(富者)나라가 아니면 민주(民主)국가가 될 수 없다는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을 부자나라로 만들고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마련한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규정하는 것도 무리다.
부자 나라가 아니면 민주주의 불가능
박정희 식 근대화 전략을 ‘선(先)경제, 후(後)민주 건설’이라고 부르는 것도 역사적 관점에선 부정확하다. 그 정도의 시차(時差)는 역사의 시간으론 동시(同時)라고 봐야 한다. 다만 경제 건설이 민주화의 선결 조건이란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된다. 부자(富者)나라가 아니면 민주(民主)국가가 될 수 없다는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도 되지 않았던 이승만(李承晩) 정부 시절에 왜 완벽한 민주주의를 하지 않았느냐고 욕하는 것은(이 대통령은 불완전한 민주주의는 했다), 세종대왕에게 왜 직선제로 왕이 되지 않았느냐고 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부자나라로 만들고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를 만든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규정하는 것도 무리다.
1972년 10월 17일부터 1979년 10월 26일까지 유신체제 기간 박정희 대통령이 한 일은 중화학공업 건설 등으로 한국을 선진국 진입 직전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류(一流)국가를 지향할 수 있게 된 저력은 이 기간에 축적되었다. 이 기간 국회와 언론, 그리고 선거의 자유는 부분적으로 제약되었으나 일부 성역(聖域: 대통령, 군대, 정보부)을 제외한 비판은 대체로 자유로웠다.
박정희를 쓰면서 나는 두 단어를 생각했다. 소박(素朴)과 자주(自主). 소박은 그의 인간됨이고 자주는 그의 정치사상이다. 박정희는 소박했기 때문에 자주혼(自主魂)을 지켜 갈 수 있었다. 1963년 박정희는 《국가와 혁명과 나》의 마지막 쪽에서 유언 같은 다짐을 했다.
“소박하고 근면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서민 사회가 바탕이 된, 자주독립된 한국의 창건, 그것이 본인의 소망의 전부다. 본인은 한마디로 말해서 서민 속에서 나고, 자라고, 일하고, 그리하여 그 서민의 인정 속에서 생이 끝나기를 염원한다.”
현재 정치권에는 박정희 이념이 없다. 자신의 정치 이념을 기초로 한 세력화를 이루지 못한 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드골이나,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같은 경우 그들의 이념과 정책을 따르는 정당이 있다. 한국 보수정치의 두 지도자인 이승만·박정희를 내걸지 않는 한국의 보수정당은 가짜다. 이 두 사람의 이념을 내세우는 정당과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박정희를 근대화의 국부(國父)라고 부른다. 다른 나라의 근대화 시도는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한 반면, 왜 우리나라는 유독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성공을 거두었는가? 박정희 통치 시절은 정부의 권한이 매우 강력했던 ‘강한 국가’였다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한다. 그렇다면 모든 나라가 이 조건이 맞으면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는가 하는 역질문이 가능하다. 강한 국가가 성공 요인이라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처럼 사회 전체가 국가 독주체제인 국가는 우리와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박정희의 강한 국가는 또한 시장을 활성화시켜서 중산층을 만들었다. 이렇게 활성화한 중산층이 1980년대의 민주주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강한 국가가 만든 정책적 판단, 수출주도의 산업화, 관세장벽, 정부보조금, 체계적인 의사결정구조 등이 경제발전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박정희 대통령의 근대화 성공을 논할 때는 단순히 강한 국가 측면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을 집행할 때 대통령에서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도덕적 가치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이들 공무원이 일을 추진하는 데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왜 박정희만 성공했는가?
박정희 시대에 정책을 집행한 관료들은 사심(私心) 없이 일을 했고, 이 정책이 성공하면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발전하며, 그것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일을 했다. 관료조직에 이런 도덕적 가치가 지배하게 환경을 만든 것이 바로 박정희다. 자신의 일이 국가를 위한다는 도덕적 가치가 지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일을 추진해도 사리사욕이 끼어들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여러 나라가 이 트랩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실패한 것이다. 박정희 정부의 성공 사례는 주어진 조건에서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에 사심 없이 전념하게 만드는 도덕적 추동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박정희 시대에 국가 관료의 내부적 통합을 가능하게 했던 도덕적 규범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박정희 정부 내부의 관료 집단이 공유하고 있던 ‘농촌 중간계급 지향성’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61년의 쿠데타는 한국 역사상 최초로 상층이 아닌 중간계급, 특히 농촌 중간계급 출신이 국가권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정희는 소규모 토지를 소유한 농민들의 자연스러운 부지런함과 규율적인 생활 태도를 당시 지주들이나 자본가들이 보여주고 있던 사치, 허영, 과소비, 부패를 대치할 수 있는 이상적인 가치로 여겼다. 농촌 중간계급은 근면하고, 자기 규율적이며, 자신의 소비를 자제할 뿐 아니라, 저축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생활 윤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설정한 규범적 지향은 국민 사이에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관료들은 스스로를 국가와 민족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서 규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료 집단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규율의 가장 큰 목적이 경제발전을 통해 국력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는 공통된 신념을 갖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 공동체 전체의 이익에 대한 헌신과 규율의 실천은 관료 각각의 개인과 가족에게도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모두 국가가 번영해야 개인도 번영한다는 국가주의적 입장을 공유한 셈이었다.
철없던 시절에는 그분(박정희)을 증오했지만, 그분은 민족의 영웅이었다. 내가 그분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이다. 대학에 들어가 선배들과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그분은 이제까지 내가 알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일본군 장교 출신이라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만난 그분은 독재의 화신(化神)이었다.
일제의 앞잡이였던 그는 미국의 앞잡이가 되어 우리 민중을 수탈하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무자비한 탄압을 일삼는 독재자의 전형이었다. 그가 이룩한 산업혁명은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발전을 왜곡시키고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적 수탈을 원활하게 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였고 미국의 식민지적 지배의 선봉에 선 사람이 다름 아닌 그였다. 그가 이룩한 대한민국은 점점 외국의 노예로 가는 길이었다. 종국에는 외국자본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최악의 나락으로 빠져갈 기가 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김일성을 알게 된 것도 그 시기였다. 북한의 김일성은 절세의 애국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조국 독립의 꿈을 안고 만주로 건너가 평생을 조국 광복을 위해서 무장투쟁을 전개하던 영웅이었다.
이미 중학생 정도의 나이에 ‘타도제국주의동맹’을 결성해서 조선 공산당의 효시가 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북한에 사회주의 조국을 건설한 것이다. 남쪽의 ‘식민지 나라’와 북쪽 ‘자주의 나라’를 더 이상 비교할 필요가 없었다. 단지 억울한 것은 6·25 민족해방전쟁이 미 제국주의자들의 개입으로 좌절된 일이었다.
남쪽에서도 민중이 주인 되는 이상사회를 건설할 절호의 기회가 좌절된 것이다. 이러한 내 생각은 그 후로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나에게 이데올로기는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가끔 사회주의에 대한 다른 증거가 제시되고 대한민국에 대한 긍정적 요소가 눈에 띄어도 이는 나의 철저하지 못한 혁명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회주의와 북한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였다. 소련이 무너지고 연이어서 동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졌다. 그것도 외부의 침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낙원에 살던 사람들에 의해서였다. 영원한 사회주의의 낙원이고 고향인 소련과 사회주의 나라는 우리가 꿈꾸었던 그런 사회가 아니었다.
다시 보게 된 박정희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졌다. 탈북자들의 증언은 사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아니 북한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는 ‘악의 나라’였다. 300만을 굶주려 죽이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그토록 소리 높여 외치던 인류의 낙원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경애하는 어버이 수령은 어디 가고 최악의 독재자가 그 자리에 있단 말인가.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했다. 그동안 내가 그토록 확신했던 사실을 확인해야만 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 만난 것은 그때였다. 그분에 대한 것을 다시 보아야만 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난 박정희 대통령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우선 그분이 이룩한 산업혁명을 다시 보았다. 분명히 사회주의를 동경하던 당시 책들과 선배들의 판단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수탈에 망해 있어야 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분이 이룩한 터전 위에 대한민국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진입해 있었다. 모든 제3세계 나라들의 선망의 대상이 대한민국이었다. 제3세계 나라가 산업혁명을 이루는 거의 유일한 성공 사례가 대한민국의 산업혁명이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구는 데 무엇 하나 기여한 적이 없는 이들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거짓 명분으로 돌아가신 대통령을 헐뜯고 있다. 그들은 답해야 한다.
당신들이 그토록 찬양하던 사회주의는 왜 실패했고 당신들이 꿈꾸던 나라는 어디에 있는지. 당신들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대한민국을 전복하여 최악의 독재자에게 오늘의 대한민국을 헌납하려 했던 자신이 이 사회에 끼쳤던 죄악을 참회하는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제2회 박정희시민강좌 안내 ‘박정희대통령탄생100주년 기념 시민강좌’는 앞으로 1년간 연속 개최되며, 제2회 강좌는 ‘박정희는 정말 핵을 개발하려 했나? - 자주국방과 핵개발 시도’라는 주제로 오는 12월 7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본격화한 북핵 문제가 5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이미 대형에서 중·소형 핵무기를 실전 배치 중이거나 이미 상당수는 배치되었을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판단이다. 국제적인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재래식 무기와 한미방위조약에 의존한 우리의 안보 현실은 점점 도전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의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면 미국도 동맹국을 방어할 수 없다”며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도 언급했다.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인식은 “한국은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그동안의 미국의 한반도 핵억제 정책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 핵위협의 현실화와 트럼프의 발언 등으로 자체 핵개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와 함께 자주국방을 종교적 신념처럼 생각한 인물이다. 그는 ‘백곰’이라는 한국형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핵무기 개발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 시해 배경의 하나로 핵무기 개발을 불용(不用)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퍼져 있다. 제2회 박정희시민강좌는 박 전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비화를 통해 자주국방 의지를 되돌아보고 엄중한 우리의 안보 현실을 점검하기 위해 기획됐다. 핵 전문가이자 정치학 박사인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주제 강연을 하고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박정희시민강좌는 현장에 오지 못한 사람들도 볼 수 있게 1회부터 《월간조선》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