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 (복거일 편저 | 에프케이아피 펴냄)

‘이념적 無賃승차자’이기를 거부한 지식인들의 干證

  •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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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자유주의는 그다지 인기 있는 상품이 아니다. 부(富)의 축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성리학의 유산, 집단 속에 어우러지는 삶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적 정서, 개발연대에 국가가 이룩한 성공에 대한 기억, 그리고 오랫동안 금기(禁忌)였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그 이유일 것이다. 근래에는 이른바 ‘신(新)자유주의’가 양극화(兩極化)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자유주의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 책은 그처럼 자유주의가 척박한 풍토 속에서 21명의 지식인들이 자기가 자유주의자가 된 이유를 고백하는 간증(干證)이다. 반공주의적 집안에서 태어나 독일 유학 시절 질서자유주의를 접하면서 확고한 자유주의자가 된 경우(민경국), 소극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로 살아오다가 딸이 선물해 준 자기개발서를 읽은 것을 계기로 거리의 운동가로 나서게 된 경우(김정호), 마르크스주의를 곁눈질하다가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을 번역하면서 자유주의자가 된 경우(신중섭) 등….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이들의 글에서는 이념적 무임승차자로 살아가는 편한 길 대신 굳이 사회적 소수로 살면서 나름의 지적·도덕적 성취를 달성한 지식인의 당당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경우다. 은사인 안병직 교수 등의 영향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세례를 받아 경제사 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실증적(實證的) 연구를 통해 그 허구성을 깨닫고 뒤늦게 하이에크와 애덤 스미스 등을 접하면서 자유주의자가 된 그의 이념적 궤적은 지난 반 세기 동안 이 나라 지식인들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의 자유주의가 발휘하는 문화적 헤게모니는 여전히 취약하다”면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은 문명사의 대전환을 이끄는 창조적 소수로서의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는 그의 말은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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