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주의의 큰 별이 졌다. 지난 9월 18일, 어빙 크리스톨이 향년 89세로 운명했다.
미국 보수진영 내에 팽배해 있던 고립주의 대외정책과 시장방임주의 국내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해서 新保守主義(신보수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크리스톨은 사상 최고의 左派(좌파) 정치 이론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再現(재현)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람시와 크리스톨은 세 가지 면에서 닮은꼴이다.
첫째, 두 사람은 轉向(전향)을 했다. 1891년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사르디니아섬에서 태어난 그람시는 튜린 대학을 다니던 중 사회당 당원이 됐다. 하지만 사회당과의 인연은 오래 못 갔다. 사회당의 온건 노선으로는 혁명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는 1921년 아마데오 보르디가 등과 함께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크리스톨의 전향은 반대방향으로 이뤄졌다. 뉴욕 시립대학 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세계혁명을 꿈꾸는 트로츠키주의자였던 그는 졸업 뒤 공산주의와 선을 그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리버럴 개혁 노선을 옹호하고 민주당 후보들에게 투표를 하면서도 공산주의를 경계하는 反共(반공)자유주의자가 됐다.
그는 1960년대 말에는 민주당과도 결별했다. 당이 급진주의에 휩쓸리고 있다는 이유였다. 1968년 大選(대선)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휴버트 험트리를 지지했던 크리스톨은 1972년 대선부터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
둘째, 두 사람 모두 언론인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좌파 성향의 언론매체에 활발하게 기고했던 그람시는 1916년 사회당 기관지인 <아방티!> 피에드몽트版(판)의 공동 편집장, 1년 뒤에는 <일 그리도 델 포폴로>의 편집장이 됐다. 1919년에는 팔미로 톨리아티와 함께 주간지인 <로디네 누오보>를 창간하고, 1924년에는 공산당 기관지인 <루니타>를 창간했다.
크리스톨은 <코멘터리>와 <리포터>, <월스트리트 저널> 등 많은 언론 매체를 위해 글을 썼을 뿐 아니라 시사 잡지들을 창간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정치 사상과 시사 문제를 다루는 잡지인 <인쿼리>를 창간했고 1953년에는 <인카운터>의 닻을 올렸다. 1965년에는 <퍼블릭 인터레스트>를, 20년 뒤에는 <내셔널 인터레스트>를 창간했다. <퍼블릭 인터레스트>가 각종 경제 및 사회 정책에 대해 보수주의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었다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대외 정책과 관련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 시도였다.
셋째, 두 사람 모두 독창적 이론가였다. 그람시는 진정한 사회 변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장기간에 걸쳐 이념과 문화를 변화시켜서 특권층의 文化的 覇權(문화적 패권)를 무너뜨릴 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크리스톨도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내이선 글레이저, 다니엘 벨, 제임스 Q. 윌슨 등과 함께 “가난의 문제는 단순히 복지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빈곤 계층을 자포자기에 빠지게 만드는 빈곤의 문화를 척결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감정적인 독설보다는 사회과학 방법론과 경험적 데이터에 대한 분석에 근거해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부 주도형 복지 정책은 親(친)서민적 의도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反(반)서민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미국 사회를 풍미하던 좌파의 이념적 패권을 뒤흔들었다.
‘보수주의 혁명’ 달성
이처럼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그람시는 자신의 이론이 실현되는 것을 못 봤다. 사회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貧農(빈농)과 노동자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론가들이 하나가 되는, ‘역사 블록 (historical bloc)’이라고 불리는 정치 연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1934년 獄苦(옥고) 끝에 죽음을 맞았다.
크리스톨은 달랐다. 그는 ‘보수주의 혁명’의 성공을 만끽했다. 그는 <내셔널 리뷰> 편집장인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와 <월스트리트 저널> 논설주간이었던 로버트 바틀리 등과 함께 ‘보수주의 선거동맹’을 만들어 냈다. 그는 減稅(감세)와 규제 완화를 중시하는 공급주의 경제학과 전통적인 사회 가치를 보전하고자 하는 가치 보수주의, 그리고 공산권에 대한 유화 정책을 반대하는 강경 외교 노선을 지향하는 유권자들을 엮어냈다. 크리스톨의 보수주의 선거 동맹은 로널드 레이건뿐 아니라 조지 H. W. 부시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크리스톨은 2002년에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미국 최고의 훈장인 자유훈장을 받았다. ⊙
미국 보수진영 내에 팽배해 있던 고립주의 대외정책과 시장방임주의 국내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고 해서 新保守主義(신보수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크리스톨은 사상 최고의 左派(좌파) 정치 이론가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再現(재현)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람시와 크리스톨은 세 가지 면에서 닮은꼴이다.
첫째, 두 사람은 轉向(전향)을 했다. 1891년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사르디니아섬에서 태어난 그람시는 튜린 대학을 다니던 중 사회당 당원이 됐다. 하지만 사회당과의 인연은 오래 못 갔다. 사회당의 온건 노선으로는 혁명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는 1921년 아마데오 보르디가 등과 함께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당했다.
크리스톨의 전향은 반대방향으로 이뤄졌다. 뉴욕 시립대학 학생 시절만 하더라도 세계혁명을 꿈꾸는 트로츠키주의자였던 그는 졸업 뒤 공산주의와 선을 그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리버럴 개혁 노선을 옹호하고 민주당 후보들에게 투표를 하면서도 공산주의를 경계하는 反共(반공)자유주의자가 됐다.
그는 1960년대 말에는 민주당과도 결별했다. 당이 급진주의에 휩쓸리고 있다는 이유였다. 1968년 大選(대선)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 휴버트 험트리를 지지했던 크리스톨은 1972년 대선부터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
둘째, 두 사람 모두 언론인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좌파 성향의 언론매체에 활발하게 기고했던 그람시는 1916년 사회당 기관지인 <아방티!> 피에드몽트版(판)의 공동 편집장, 1년 뒤에는 <일 그리도 델 포폴로>의 편집장이 됐다. 1919년에는 팔미로 톨리아티와 함께 주간지인 <로디네 누오보>를 창간하고, 1924년에는 공산당 기관지인 <루니타>를 창간했다.
크리스톨은 <코멘터리>와 <리포터>, <월스트리트 저널> 등 많은 언론 매체를 위해 글을 썼을 뿐 아니라 시사 잡지들을 창간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정치 사상과 시사 문제를 다루는 잡지인 <인쿼리>를 창간했고 1953년에는 <인카운터>의 닻을 올렸다. 1965년에는 <퍼블릭 인터레스트>를, 20년 뒤에는 <내셔널 인터레스트>를 창간했다. <퍼블릭 인터레스트>가 각종 경제 및 사회 정책에 대해 보수주의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었다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대외 정책과 관련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 시도였다.
셋째, 두 사람 모두 독창적 이론가였다. 그람시는 진정한 사회 변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간파했다. 장기간에 걸쳐 이념과 문화를 변화시켜서 특권층의 文化的 覇權(문화적 패권)를 무너뜨릴 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크리스톨도 문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는 내이선 글레이저, 다니엘 벨, 제임스 Q. 윌슨 등과 함께 “가난의 문제는 단순히 복지 예산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빈곤 계층을 자포자기에 빠지게 만드는 빈곤의 문화를 척결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감정적인 독설보다는 사회과학 방법론과 경험적 데이터에 대한 분석에 근거해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정부 주도형 복지 정책은 親(친)서민적 의도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反(반)서민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미국 사회를 풍미하던 좌파의 이념적 패권을 뒤흔들었다.
‘보수주의 혁명’ 달성
이처럼 많은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한 가지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그람시는 자신의 이론이 실현되는 것을 못 봤다. 사회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貧農(빈농)과 노동자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론가들이 하나가 되는, ‘역사 블록 (historical bloc)’이라고 불리는 정치 연맹을 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1934년 獄苦(옥고) 끝에 죽음을 맞았다.
크리스톨은 달랐다. 그는 ‘보수주의 혁명’의 성공을 만끽했다. 그는 <내셔널 리뷰> 편집장인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와 <월스트리트 저널> 논설주간이었던 로버트 바틀리 등과 함께 ‘보수주의 선거동맹’을 만들어 냈다. 그는 減稅(감세)와 규제 완화를 중시하는 공급주의 경제학과 전통적인 사회 가치를 보전하고자 하는 가치 보수주의, 그리고 공산권에 대한 유화 정책을 반대하는 강경 외교 노선을 지향하는 유권자들을 엮어냈다. 크리스톨의 보수주의 선거 동맹은 로널드 레이건뿐 아니라 조지 H. W. 부시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크리스톨은 2002년에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미국 최고의 훈장인 자유훈장을 받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