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9일 오후 6시30분 미국 3大 공중파 TV 저녁 뉴스 시간. 세 방송사의 저녁 뉴스 중 시청률이 꼴찌인 CBS 뉴스의 이날 시청률은 평소보다 약간 높았다. 24년간 저녁 뉴스 앵커였던 댄 래더가 어떤 표정으로 불명예 퇴진할까 하는 시청자들의 호기심 때문이었으리라.
필자도 그런 호기심으로 이날만은 CBS 뉴스를 보았다. 래더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뉴스를 진행하고는, 마지막으로 「한 기자의 노트」라는 코너를 시작했다. 이 코너는 1주일째 계속되어 온 것인데, 래더 자신의 방송기자 생활 43년의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는, 말하자면 자화자찬 코너였다.
마지막 코너에서 래더는 2001년 9·11 테러 발생 당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뉴욕 소방관들을 불러 그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을 향해 『지난 24년간 시청해 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의 의례적인 인사말을 하고 항상 하는 말 『지금까지 댄 래더가 보도하는 CBS 저녁 뉴스였습니다』로 끝을 맺었다. 나는 그가 맨 끝에 「마지막으로」를 덧붙일 줄 알았는데 끝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앵커 자리는 물러나되 주간 프로그램 「60분 II」는 당분간 계속 진행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931년 텍사스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댄 래더는 무명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19세에 AP통신 텍사스 주재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그는 곧 UPI통신 라디오 기자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가 1959년 28세 때 CBS TV 휴스턴 지국 기자가 된다. 그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현지 생중계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 이 방송사의 댈러스(텍사스) 지국장이 된다. 그는 베트남 戰場에서 마이크를 들고 종횡무진으로 활약,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1년 49세의 나이에 유명한 월터 크롱카이트를 계승하여 CBS 저녁 뉴스의 앵커가 된다.
그때만 해도 CBS 저녁 뉴스는 다른 두 방송사 뉴스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래더가 앵커가 되고 난 이후 CBS 뉴스 시청률은 완만하긴 하지만 계속 내리막길을 달렸다. 다른 두 방송사 앵커들―NBC의 톰 브로코와 ABC의 피터 제닝스―보다 나이가 7~8세 많은 래더는 초조함을 느꼈는지 차츰 저돌적인 앵커가 되어 갔다.
그는 살인적인 태풍 속으로 마이크를 들고 들어가기도 했고, 미국 앵커 중 유일하게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두 번이나 단독 인터뷰했으며, 부시 아버지가 부통령이었을 때는 생방송 인터뷰 중에 그와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끝없이 추락하는 시청률을 올려 보려는 안간힘의 소산이었다. 그는 부시 대통령 父子를 지독히 싫어했다. 그 증오와 시청률을 올려야겠다는 초조감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바로 작년 9월의 大誤報(대오보) 사건이었다. 래더는 케리 민주당 大選후보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때 역시 부시를 증오하는 텍사스 방위군 장교 출신 노인 한 명이 그에게 접근, 부시 대통령이 옛날 텍사스 항공방위군 장교로 복무할 때의 불미스런 기록이 담겼다는 서류를 보여 준다. 부시의 직속 상관이 타자기로 작성했다는 이 서류에는 부시의 근무 성적이 불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 부시(당시 하원의원)가 압력을 행사하여 무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래더는 『유레카』(우리말로 「심봤다」)를 외쳤다. 그 문서가 좀 이상하다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래더는 역시 그가 맡고 있는 「60분 II」(매주 수요일 방영)에서 특종보도를 내보냈고, 저녁 뉴스 시간에도 보도했다.
그러나 변호사인 한 블로거(Bloger)가 그 서류에 타자된 활자가 이상하다고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블로거는 1970년대 타자기로는 그렇게 깔끔하게 타자를 칠 수 없었다는 증거를 블로그(Blog)에 올렸다. 미국 방송계의 代父가 일개 블로거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골리앗이 다윗 소년에게 당하는 형국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再選을 막으려는 그의 야심은 위조서류 「특종」 사건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부시 지지자들은 「난 차라리 댄의 뉴스 방송을 안 볼래요!」라고 인쇄된 티셔츠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가뜩이나 저조한 CBS 뉴스 시청률은 바닥을 쳤다. 당연히 댄 래더 퇴진 압력이 거셌다. 그러나 CBS 방송사는 74세 노장의 체면을 조금은 세워 주기로 하고, 그의 앵커 취임 24주년 기념일인 지난 3월9일까지는 봐주기로 했다.
지난 3월9일 그를 위해 눈물을 보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자도 그런 호기심으로 이날만은 CBS 뉴스를 보았다. 래더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담담한 표정으로 뉴스를 진행하고는, 마지막으로 「한 기자의 노트」라는 코너를 시작했다. 이 코너는 1주일째 계속되어 온 것인데, 래더 자신의 방송기자 생활 43년의 하이라이트를 보여 주는, 말하자면 자화자찬 코너였다.
마지막 코너에서 래더는 2001년 9·11 테러 발생 당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뉴욕 소방관들을 불러 그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을 향해 『지난 24년간 시청해 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의 의례적인 인사말을 하고 항상 하는 말 『지금까지 댄 래더가 보도하는 CBS 저녁 뉴스였습니다』로 끝을 맺었다. 나는 그가 맨 끝에 「마지막으로」를 덧붙일 줄 알았는데 끝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앵커 자리는 물러나되 주간 프로그램 「60분 II」는 당분간 계속 진행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1931년 텍사스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댄 래더는 무명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19세에 AP통신 텍사스 주재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 놓는다. 그는 곧 UPI통신 라디오 기자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가 1959년 28세 때 CBS TV 휴스턴 지국 기자가 된다. 그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현지 생중계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 이 방송사의 댈러스(텍사스) 지국장이 된다. 그는 베트남 戰場에서 마이크를 들고 종횡무진으로 활약,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1년 49세의 나이에 유명한 월터 크롱카이트를 계승하여 CBS 저녁 뉴스의 앵커가 된다.
그때만 해도 CBS 저녁 뉴스는 다른 두 방송사 뉴스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래더가 앵커가 되고 난 이후 CBS 뉴스 시청률은 완만하긴 하지만 계속 내리막길을 달렸다. 다른 두 방송사 앵커들―NBC의 톰 브로코와 ABC의 피터 제닝스―보다 나이가 7~8세 많은 래더는 초조함을 느꼈는지 차츰 저돌적인 앵커가 되어 갔다.
그는 살인적인 태풍 속으로 마이크를 들고 들어가기도 했고, 미국 앵커 중 유일하게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두 번이나 단독 인터뷰했으며, 부시 아버지가 부통령이었을 때는 생방송 인터뷰 중에 그와 얼굴을 붉히며 언쟁을 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끝없이 추락하는 시청률을 올려 보려는 안간힘의 소산이었다. 그는 부시 대통령 父子를 지독히 싫어했다. 그 증오와 시청률을 올려야겠다는 초조감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 바로 작년 9월의 大誤報(대오보) 사건이었다. 래더는 케리 민주당 大選후보에게 승산이 있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때 역시 부시를 증오하는 텍사스 방위군 장교 출신 노인 한 명이 그에게 접근, 부시 대통령이 옛날 텍사스 항공방위군 장교로 복무할 때의 불미스런 기록이 담겼다는 서류를 보여 준다. 부시의 직속 상관이 타자기로 작성했다는 이 서류에는 부시의 근무 성적이 불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아버지 부시(당시 하원의원)가 압력을 행사하여 무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래더는 『유레카』(우리말로 「심봤다」)를 외쳤다. 그 문서가 좀 이상하다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래더는 역시 그가 맡고 있는 「60분 II」(매주 수요일 방영)에서 특종보도를 내보냈고, 저녁 뉴스 시간에도 보도했다.
그러나 변호사인 한 블로거(Bloger)가 그 서류에 타자된 활자가 이상하다고 글을 올렸고, 또 다른 블로거는 1970년대 타자기로는 그렇게 깔끔하게 타자를 칠 수 없었다는 증거를 블로그(Blog)에 올렸다. 미국 방송계의 代父가 일개 블로거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골리앗이 다윗 소년에게 당하는 형국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再選을 막으려는 그의 야심은 위조서류 「특종」 사건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부시 지지자들은 「난 차라리 댄의 뉴스 방송을 안 볼래요!」라고 인쇄된 티셔츠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가뜩이나 저조한 CBS 뉴스 시청률은 바닥을 쳤다. 당연히 댄 래더 퇴진 압력이 거셌다. 그러나 CBS 방송사는 74세 노장의 체면을 조금은 세워 주기로 하고, 그의 앵커 취임 24주년 기념일인 지난 3월9일까지는 봐주기로 했다.
지난 3월9일 그를 위해 눈물을 보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