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에 얽매이지 마라"… '천재(天才)의 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누구인가 : 월간조선

26일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같은 회사 김택진 대표의 장인인 윤모(68)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검거된 가운데, '천재 집안'으로 알려진 윤 사장의 생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윤 사장은 1975년 출생으로 양명초, 영일여중, 서울과학고, 카이스트를 모두 수석으로 졸업했다. 24세에 유학을 떠나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대학원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연소로 컴퓨터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맥킨지앤컴퍼티 서울사무소 매니저와 2001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에는 와이더덴닷컴 이사를 거쳐 2004년 당시 최태원 SK 회장에게 발탁돼 2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SK텔레콤 임원 자리에 올랐다. 2004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후 김택진 대표와 인연을 맺어 2007년 11월 결혼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엔씨소프트 글로벌 CSO(고객만족경영자)를 지냈고 2012년 엔씨웨스트홀딩스 CEO(최고경영자)를 거쳐 2015년부터 엔씨소프트 사장(CSO)으로 재직 중이다. 2008년부터 제4대 대검찰청 명예검사로도 활동 중이다. 2004년 아시아 월스트리트저널의 '주목할 만한 세계여성기업인 50명'에 선정됐고 2006년 세계경제포럼 차세대 지도자에 올랐다.

명예검사 활동에 정계입문 제의도

윤 사장의 천부적 재기(才氣)는 처음부터 남달랐다. 그는 4~5세 때 한글을 혼자 깨쳤다고 한다. 유년시절부터 과학자 위인전을 즐겨 읽었고 동화책 전집은 하루 만에 독파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방 안에 작은 실험실을 만들어 과학실험 등을 했다.

사진=조선DB

한번은 윤 사장이 초등학교 2학년 때 넘어져 무릎에서 피가 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그 피가 마를까 걱정돼 집으로 뛰어와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정도로 윤 사장의 호기심은 대단했다. 당시 윤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적혈구(赤血球)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은 과학 분야 외에도 예술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자 윤 사장의 모친은 딸이 예술중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사장 스스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저히 실험실 없는 학교에서 3년을 견딜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고 한다.

공학도의 길을 걸었으나 윤 사장의 예술적 활동은 대학시절에도 지속됐다.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악기는 물론 그림에도 능했다. 여유 시간에는 그림 동아리, 테니스 동아리 활동을 했다. 카이스트에 그림 동아리를 처음 만들기도 했다. 체임버 오케스트라에서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나섰다.

학창시절 윤 사장의 공부법은 '근면(勤勉), 다독(多讀), 왕성한 호기심, 철저한 시간관리' 등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 재학 중에는 한 학기 24학점을 따기 위해 하루 내내 7시간씩 강의에 참석할 정도로 공부에 열중했다. 책뿐만 아니라 신문에도 관심이 깊었다고 한다. 2007년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윤 사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조선일보》의 오랜 독자였다고 한다. 직장인이 되고서도 아침마다 《조선일보》를 읽는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글을 공개적으로 쓴 적도 있다.

"초등학교 때 숙제로 매일 사설을 읽고 하나의 문단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세로쓰기로 인쇄된 《조선일보》의 사설을 매일매일 조심스럽게 오려내, 종이가 울지 않게 펴서 공책 한쪽에 붙이고, 그 글이 한 문단으로 정리될 때까지 몇 번이고 읽기를 반복했다."

1999년 방송된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이나영이 극중에서 맡은 천재 공학도의 실제 모델이 바로 윤송이 사장이다. 사진=조선DB

천재의 길을 걸어온 윤 사장의 인생 스토리는 1999년 방송된 SBS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이나영이 맡은 천재 공학도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2004년 총선 전 당시 김문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그에게 전국구 1번 자리를 제의하며 정치권 입문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윤 사장이 최연소 SK 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던 2004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나이 문제로 대인관계에 걸림돌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 보니 그 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크게 불편을 겪었던 적은 없다."

온 집안이 천재 가족

윤 사장의 가족들 또한 천재로 불린다. 26일 숨진 윤 사장의 부친은 산업은행, 한국증권금융 등에 재직한 금융인이다. 경기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서강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윤 사장의 모친은 한글 서예가(書藝家)로 활동하며 국전(國展)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윤 사장의 모친은 성경 구절, 이해인 수녀의 시편, 조선조 정철의 '사미인곡', 자녀들에 대한 기도문 등을 주로 썼다고 한다.

윤 사장의 여동생 윤하얀씨도 언니와 마찬가지로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자연대를 수석 졸업했다. 학생시절 움직이는 로봇 개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국비장학생으로 하버드대학에 진학했고 분자세포 생물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11월 세계적 생물학 저널 《셀(Cell)》지(誌)에 동물의 페로몬 냄새 감지 경로를 새롭게 규명한 그녀의 연구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 하얀씨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당시 미국 내 다른 유학생들과 함께 파병 반대 서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윤송이(오른쪽), 하얀씨 자매. 사진=조선DB

2004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윤 사장은 아버지의 생전 가르침에 대해 "겸손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항상 바르게 살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밝혔다. 2003년 《동아일보》 칼럼에서도 윤 사장은 "갑자기 화가 나는 상황이 되면 아버지의 '기다려 봐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시는 말씀이 불쑥불쑥 떠올라 후회할 수도 있는 순간에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게 된다"고 술회했다.

이어 그는 칼럼에서 "누구나 다른 템포로, 그리고 다른 고민과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남이 나와 같지 않다는 답답함을 이야기함에 앞서 그냥 조용히 내 일을 하는 것.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세상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고 전했다.

2005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사장은 자신의 인생 계획과 삶의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매 순간 순간에 항상 자기 자신한테 떳떳한 게 좋아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하는 일이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선례에 얽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분야를 전공했으니까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든지, 이런 게 좋다니까 이렇게 해야 된다든지 얽매이지 말았으면 해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했다. 당시 윤 사장은 "(후배들이) 자기 스스로 되고 싶은 상대를 만들어서 독창적이고 관심 있는 분야를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니지 신화' 김택진 대표와의 결혼

윤 사장은 2007년 11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창업자 겸 대표와 결혼했다. 윤 사장과 김 대표는 2004년부터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 윤 사장이 최연소로 SK텔레콤 상무, 사외이사에 오르며 같은 회사에서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그 뒤 2년 후인 2006년 7월부터 두 사람의 연애설이 퍼졌다. 한참 연애설이 퍼질 즈음 윤 사장이 사외이사 보수로 1억여 원을 받으면서 결혼설까지 나왔지만 당시 두 사람은 부인했다. 그러다 2007년 결혼에 이른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조선DB

사실 초혼이었던 윤 사장과 달리 김 대표는 2005년 전(前) 부인 정모씨와 이혼한 상태였고 2007년 윤 사장과 재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재산분할 명목으로 엔씨소프트의 주식 35만 6461주(당시 약 306억 원)의 거액을 증여해 IT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 부인 정씨는 이혼 직후 두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사유는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당시 IT업계 추론에 따르면 김 대표가 리니지 성공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는 등 사업이 바빠 가정에 신경 쓰기가 다소 어려웠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추정(推定)이다.

김 대표는 1967년 출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사과정,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 창업자로 인기게임 '리니지'를 개발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대표 성공작 '리니지'만으로 2000억 원 이상까지 벌어들였다고 한다. 1997년 3월 엔씨소프트를 설립한 뒤 5년 만에 연매출 1200억 원을 달성하며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IT·벤처사업으로 성공한 만큼 본인 주식 보유액이 3000억 원에 이른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