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조선DB
‘부동산 불황’이 가속화하고 있다.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서울 강남·송파에서도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그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부동산시장(주택+토지)의 소비자심리지수는 90.7을 기록했다.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가격하락 및 거래감소를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95 미만으로 떨어지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의 부동산지수의 경우 93.9로 전월 대비 12.6포인트 떨어졌다.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7월(96.5)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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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국토연구원 캡처 |
전세 거래도 감소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1월 첫째 주·7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하락했다. 특히 강남 4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송파 헬리오시티 등 신규 입주 물량 증가 여파로 ▲강동구(0.3%) ▲강남구(0.29%) ▲서초구(0.28%) ▲송파구(0.25%) 등이 일제히 하락세를 이어갔다.
거래 물량이 없다 보니 당장 타격을 입는 쪽은 공인중개사들이다. 공인중개사들 중 ‘투잡’을 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예순이 훨씬 넘은 옆 가게 공인중개소 대표는 폐업 후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고 한 언론에 밝혔다.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부동산 시장의 찬바람, 그 원인은 무엇일까.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에 의하면 부동산시장 위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원이 시장 전문가 86명을 대상으로 '주요 부동산대책 효과성 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4.3점(5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3.7점),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지정(3.6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3.5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3.4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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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국토연구원 |
연구원은 일반 국민 2000가구를 대상으로 같은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3.5점)가 가장 영향력이 높은 변수로 꼽혔다. 이어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지역 지정, 주택담보대출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도 각각 3.3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부동산시장의 ‘냉각’은 지난해 9.13대책이 발표된 이후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가 주택공시가격 인상과 세제 강화, 대출규제를 한꺼번에 쏟아내고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은 급락했다. 부동산 상승세를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아 다주택 보유자가 집을 매도할 출구까지 사실상 봉쇄해 버렸다.
보유세를 인상하려면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거래세를 낮춰 세(稅)부담의 형평을 맞추고 매도가 원활해지도록 출구를 열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보유자를 일종의 ‘잠정적 투기세력’으로 몰아 과도한 세금 부과정책을 썼다. 이는 시장에 여파를 줬고, 매도·매수 심리 모두를 꽁꽁 얼어 붙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위축이 건설 경기는 물론 인테리어, 이사 업체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의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거래 두세 달 이후에 이뤄지는 인테리어 특성상 지금의 거래절벽은 적어도 1분기까지 인테리어 수요의 급감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거시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제결제은행(BIS)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94.8%로 43개국 중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1,514조 원에 달했으며 주요 증가 원인은 부동산 대출로 분석됐다.
은행 시스템 밖에서 중개가 이뤄지는 이른바 ‘그림자 금융’도 470조 원 규모로 이 중 80조 원가량이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책에 따른 장기 침체는 결국, 금융 시스템의 위기를 불러 거시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안길 수밖에 없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부동산시장 침체는 최소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급격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이 장기간에 거쳐 조정을 받을 것이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 여러 악재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센터장도 "세계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금리 인상 가능성, 입주 물량 증가, 9·13 대책에 따른 수요 억제, 3기 신도시 공급 등의 정책 여건을 고려하면 시장 약세에 방점이 찍힌다"고 전망했다.
경제부 기자 출신으로 <국민일보> 발행인·대표이사를 역임한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은 기명 칼럼에서 “주택시장을 때려 부숴야 할 증오의 대상으로 보아 세금폭탄 퍼붓고 각종 규제를 가하는 게 능사라면 집값을 잡지 못할 정부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성기 부회장은 “그러나 주택시장은 국민에게 주거안정을 제공할 뿐 아니라 금융과 실물경제의 큰 몫을 담당하는 기반이다. 따라서 세금과 규제 폭탄이 아니라 급등락을 오가는 시장을 안정화시킬 연착륙 방안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