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동포도 보수 타파 운동에"... 北 김영남이 건넨 '남한 보수 궤멸' 가이드라인?

북한 어용매체들 "南 보수 인사들은 특등 범죄자, 정치 망나니"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 업데이트 2018-10-07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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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0.4 공동선언 11주년 기념 행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남측 수행단에게 남한 내 '보수진영 궤멸'을 권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발언은 공교롭게도 장기 집권론과 보수 궤멸론을 주장해 온 이 대표 면전에서 나왔다.

김영남은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 휴게실에서 남측 방북단을 만나 "여러분 만나고 보니까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초석을 세웠던 2007년 10월 수뇌 상봉에 대한 감회가 새로워짐을 금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이 자리는)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변함없이 이어가려는 확고한 의지의 발현"이라며 "우리 민족이 살길도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고수하는 데 있고, 공동선언을 결사 관철 이행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번 행사가)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을 철저하게 더욱 속도감 있게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후 김영남과 이 대표의 대화 도중 나왔다. 화제가 대북 유화론자였던 고(故) 문익환 목사로 이어지자 김영남은 "미국에 사시는 (문 목사의 동생) 문동환 선생은 소식 모릅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금 서울에 계시는데 몸이 좀 편찮으시다"라며 "연세가 많으셔서, 김대중 선생이 오실 때도…"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남은 웃으며 "김대중 선생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서 통일 위업 성취에 남녘 동포도 힘을 합쳐서, 보수 타파 운동에…"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

김영남이 어떤 속내로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북한이 그동안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해 온 남한의 보수정권과 보수인사들에 대해 험담과 비난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김영남의 해당 발언 역시 우리 보수진영에 대한 반감의 발로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자주통일, 민족통일을 추구한다면서 한편으로는 반대편을 압살하려는 적의(敵意)를 내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달 21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북남관계 개선과 통일을 바라는 민의에 역행하며 동족대결을 고취하는 숱한 망발을 쏟아낸 자가 돌아왔다"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홍 전 대표는) 극악한 동족대결광으로 악명을 떨쳤고 특대형범죄인 박근혜와 한 짝이 되어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은 자유한국당이 민심의 준엄한 심판으로 파멸의 위기에 직면하자 징벌이 두려워 피난길에 올랐던 자"라며 "남조선 인민들로부터 버림과 배척을 받고 도피 생활을 하던 자가 정계에 복귀하겠다고 너덜대는 것을 보면 역시 홍준표는 권력욕에 환장한 정신병자"라고 폄하했다.

이 매체는 또 다른 논평에서 욕설과 비방으로 홍 전 대표를 힐난했다.

<이미 전에 감옥귀신이 되어버린 이명박, 박근혜 역도와 함께 홍준표도 역사와 민심의 준엄한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남조선 민심의 요구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지난 3일 한국당 내 계파갈등을 '개싸움'에 빗대며 조롱했다. 이 매체는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는 '홍준표패' '김무성패' '친(親) 박근혜패'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 계파들이 내세우는 인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특등범죄자인 이명박·박근혜의 공범들로서 민심의 적폐청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홍준표, 김무성, 황교안 등 총 세 명의 인사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1) 홍준표: "깡패적 기질을 체질화하고 가는 곳마다 상스럽고 몰상식한 언행으로 뭇사람의 비난을 받는 정치 망나니."

2) 김무성: "현재 당의 핵심요직을 차지한 자로 박근혜가 범죄자로 낙인되기 바쁘게 당을 뛰쳐나갔다. 바른정당에 있으면서 자유한국당을 공격한 전적이 있는 것으로 하여 배신자, 카멜레온으로 낙인되어 왔다."

3) 황교안: "지난 시기 총리를 해먹으면서 남조선 경제와 인민들의 생활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어놨고, 박근혜의 특등하수인이 되어 진보정당을 탄압하고 파쇼독재통치의 길잡이로 맹활약한 자."

이 매체는 "홍준표, 황교안, 김무성은 모두 능력과 자질이 결여되고 오직 권력 야심밖에는 모를 뿐 아니라 민심의 배격을 받는 적폐세력"이라면서 "이런 자들이 당권을 잡을 경우 자유한국당은 치유불능의 구태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게 남조선 각계의 일치된 주장"이라고 한꺼번에 깎아내렸다.

북한이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주자들을 벌써부터 견제하고, 여당 대표 면전에서 '보수 타파'를 운운하는 이유는 뭘까.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김정은 체제를 구해냈는지 모르나, 대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 같아요. (문재인과 김정은) 그들만의 유대가 오히려 우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명박·박근혜와 그 정부의 인사들은 감옥 보내고 작살내면서 왜 김정은에게만 따뜻한가,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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