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백 꿈꾼 '문재인의 입', 예상 못한 '불륜' 의혹에 결국 낙마 : 월간조선

여성당직자 특혜공천 의혹이 제기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충남지사 예비후보를 사퇴했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이 시간부로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은 “지난 3월 6일에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 마음을 굳혔으나 갑자기 저에게 제기된 악의적 의혹으로 상황의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러운 의혹을 덮어쓴 채로 사퇴하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싸울 시간이 필요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와 관련된 분의 명예도 지켜드려야 했다”고 사퇴를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변인은 “오늘 당 최고위원회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원회는 저의 소명을 모두 수용했다. 최고위원회의 수용으로 저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한다”며 “이제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죽을만큼 고통스러윘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 불륜설 휘말린 ‘문재인의 입’...박수현, 출마부터 사퇴까지

‘내연녀 공천’ 정면돌파 시도

문재인 정부 첫 대변인으로 발탁된 박 예비후보는 지난 1월 22일 청와대에서 물러나 6·13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2월 5일 출마 선언까지 했다. 그러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이 퍼지면서 정치적 동지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사퇴하는 ‘유탄’을 맞았다. ‘내연녀를 공천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안 전 지사의 얼굴을 빌어 홍보하던 플랫카드도 황급히 내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도리어 급소가 공격당한 것이다.

지난 5일 민주당은 검증위에서 박 예비후보에 대해 ‘적격’ 판정을 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불륜 의혹이 불거지고, 이에 맞서 박 예비후보 본인이 부정청탁을 거절당한 쪽의 보복성 허위사실 유포라고 응수함에 따라 재심사를 결정했었다.

박 예비후보는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그 문제는 지난 3번의 선거에서 단골처럼 불거졌던 메뉴”라며 “이번에 네 번째로 꺼내서 저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연녀 의혹에 휩싸인 공주시 비례의원인 김영미씨에 대해) 지역위원회의 운영위원과 여성국장이라는 힘든 일을 도맡아서 수년간 해 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례대표 출마 역시 아무도 한다는 사람이 없어 김영미 의원을 설득해서 공천을 한 것이다. 그래서 입후보자가 한 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천 당시에는 내연 관계가 아니었다”면서도 “김영미 시의원에 대해 지금은 좋은 감정이 있는 건 맞다”며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힘든 시기를 함께 겪으면서 이런 마음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의혹은 끊이질 않았다. 지난 11일 ‘일요신문’은 박 예비후보의 전 부인 ㄱ씨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ㄱ씨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제게 아픔을 준 사람이 김영미 씨를 포함해 4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박 후보 주변에 여자가 많았지만 정치하다보니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공주에 내려와 보니까 A씨라는 분과 남편이 깊은 관계라고 하더라. 지역에 계신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래서 저는 서울에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하고 다시 올라갔다. 여자 문제가 있다 보니까 그때부터는 박 후보 전화를 받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별거를 시작하게 됐다.>

사퇴 거부...밀려오는 역풍

이어서 박 예비후보는 지난 12일 TV조선 단독보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자신의 불륜 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민주당 당원을 회유하려 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TV조선이 단독 입수한 음성 녹음에는 그가 도지사 당선 이후 보상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 담겨 있었다.

이날 오전 박 예비후보는 불륜 의혹을 최초 폭로했던 민주당원 오영환씨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영환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이혼 원인은 불륜이 아니라 생활고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박 예비후보가 민주당에 제출하라며 오씨에게 써 준 글이었다.

(녹취 내용 중) “카톡으로 좀 형님 입장문을 당에 좀 비공식으로 제출해줄 입장문을 한 번 써봤어요 초안을. 카톡으로 보내드릴테니까."

박 전 대변인은 오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보상’을 암시하기도 했다.

(녹취 내용 중) “만약에 내가 이기고 도지사가 됐어. 그럴 때 나중에 형님이 저에게 어떻게 해주셨는지를. 나중에 이야길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당시 박 예비후보는 선의의 협의 시도를 위계에 의한 음모로 음해하려는 시도라며 회유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민주당 관계자는 “가정사 문제가 불거진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에 대해 후보 부적격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에 앞서 자진사퇴를 권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당 지도부인 우원식 원내대표, 안규백·윤관석 최고위원이 박 전대변인을 만나 용퇴 의사를 타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곧바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지사 선거운동 공식 재개를 선언하며 ‘자진사퇴’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네거티브 공작에 굴복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고 도민과 함께하겠다”며 “흔들리지 않는 '박수현의 진심'으로 충남도민만 바라보며 희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리=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박수현 예비후보의 사퇴의 변

존경하는 충남도민 여러분! 사랑하는 더불어민주당 당원동지 여러분!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간부로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직을 내려놓습니다.

지난 3월 6일에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 마음을 굳혔으나, 갑자기 저에게 제기된 악의적 의혹으로 상황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더러운 의혹을 덮어쓴 채로 사퇴하는 것은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싸울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와 관련된 분의 명예도 지켜드려야 했습니다.

오늘 당 최고위원회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원회는 저의 소명을 모두 수용했습니다.

최고위원회의 수용으로 저의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고 판단합니다. 이제 법의 심판으로 외부적 명예를 찾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죽을만큼 고통스러윘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정치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오염된 정치판에서도 옥석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희망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