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가 가까워지자 OCI 사옥(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1층 카페 ‘선더버드’ 주방이 분주해졌다. 이곳 종업원들은 OCI드림 소속 장애인 직원들이다. 이들은 청색 남방과 베이지색 헌팅캡 그리고 앞치마를 두른 채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주문받은 음식과 음료를 만드는 것도 이들 몫. 밀려드는 주문에도 이들은 척척 맡은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OCI드림은 2019년 8월에 설립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다. OCI내 사무지원과 자산관리 업무, 외식사업, 문화사업 등의 분야에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4월 26일 오후 OCI 사옥에서 이지현 OCI드림 대표이사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이 대표이사와 일문일답.

장애인의 날 자선행사 개최…“장애ㆍ비장애 경계 허물어졌으면”

-지난해 말 OCI드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OCI드림은 OCI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인데,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 사업장은 어떤 곳인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자회사에 고용한 장애인을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장애인 직원을 최소 10명 이상 고용하고 상시근로자 중 장애인이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사실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를 형식적으로 따르거나 아예 고용부담금으로 갈음하는 회사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OCI드림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서 나아가 장애인 직원들이 직접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OCI드림의 대표적인 사업엔 어떤 것이 있나. 그중 장애인 직원들이 맡은 업무는 무엇인가.

"외식 사업과 플라워 사업, 클래식 음악 앙상블, 자산관리 등 사무업무 등이 있다. 모든 사업 부문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최근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다 함께 드림'이라는 자선 행사를 개최했다. 플라워 클래스, 클래식 음악 공연 등이 열렸다.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사실 이렇게까지 큰 행사를 준비하려던 계획은 아니었다(웃음). 그런데 한 직원이 '이번 장애인의 날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획하게 됐다. 함께 부대끼고 일하다 보니 이들도 조금의 배려만 있다면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배웠다. 함께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장애 인식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취임 후 처음 맞는 장애인의 날일 텐데 감회가 어땠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을 알게 됐다. 총선 당시 투표장에 가는데 언덕을 올라가야 했다. 이전까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휠체어 타신 분들은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알아보니 사전 신청을 하면 지자체에서 이들의 이동을 도와준다고 하던데, 이 역시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직접 해야 한다더라.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하고 배려해야 하는 부분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달 18일 OCI 본사에서 열린 자선행사 ‘다 함께 드림’에서 이지현 OCI드림 대표(오른쪽)가 신연화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에게 기부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OCI드림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했으면”

-장애인 직원들의 직업 만족도는 어떤가.

"알아야 할 점은 이들도 비장애인 직원과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일이 안 맞으면 퇴사를 하고 더 좋은 기회가 생기면 이직도 한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 직원들이 회사를 만족스럽게 오래 다니는 것에 감사하다."

-구체적인 예가 있나.

"50대 초반 나이에 입사한 남자 직원인데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 나이와 증상을 고려했을 때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지금은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 이 직원은 '출퇴근할 수 있는 삶.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더라. 그 마음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사람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나. 모두가 귀하다. 우리 직원들이 비록 몸은 힘들지라도 마음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즐겁게 일하면서 뿌듯함을 갖고 퇴근했으면 한다. 그런 근무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나 역시 이들을 믿으며 돕고 있다.”

-앞으로 OCI드림이 나아갈 방향을 설명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사람들로부터 'OCI드림이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었어?'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라는 딱지 없이도 잘 운영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아직까진 외식 분야에서 적자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직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 노력이 모여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미술, 우리 사회 깨어 있도록 해줘” 

이 대표이사는 미술사학자이기도 하다. 한국외대 불어과 졸업 후 이화여대에서 미술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OCI미술관(서울 종로구 수송동 소재) 관장을 겸하고 있다. 매달 1번씩 《매일경제》에 미술 칼럼도 연재 중이다.

-'이지현의 미술래잡기'라는 미술 칼럼을 쓰고 있다. 어떤 내용을 칼럼 주제로 정하는지 궁금하다.

"세상 이야기와 미술 이야기를 재미나게 엮으려고 한다. 미술은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재하는 주가 되면 그 주 화제가 됐던 기사와 뉴스를 찾아 꼼꼼히 읽고 공부한다. 그 뒤 이에 맞는 미술 작품과 미술 이야기를 선정해 글을 쓴다. 마감 때면 마치 주간지 기자가 된 기분이 든다(웃음)."

-미술사학자로서 미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미술계에서 일하면서도 '미술은 작가나 미대생,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외출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미술관에 가는 것을 보니 '미술이 사회를 위로할 수 있구나' '미술관에서 사색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미술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괴상한 것을 예쁘다고, 예쁜 것을 추하다고 말할 수 있는 학문이다. 우리 사회가 늘 깨어 있도록 유지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