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이 울리면 식은땀이 흐른다. 전화를 걸 때도 마찬가지다. 심장이 뛴다. ‘대본’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전화 공포증(Phone Anxiety)’ 증상이다.

주로 젊은 세대에서 나타난다. 텍스트 위주의 대화에 더 익숙해서다. 실제로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소셜미디어가 더 편한 이들이 전화 공포증을 더 많이 호소한다. 

지난 2022년 6월 영국 전화서비스 업체 ‘페이스 포 비즈니스’가 사무직 근로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18∼24세 응답자 69%가 전화공포증이 있다고 답했다. 25∼34세 67%도 “지난 1년 동안 불안감 때문에 직장에서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취업포털 잡코라이가 국내 성인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1%가 전화 공포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도 그중 하나다. 그는 지난 4월 3일 유튜브 채널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내가 통화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 한다”며 “엄마랑 통화를 하더라도, 전화가 오면 조금 불편해진다. 사실 아무하고도 통화를 못한다”고 했다. 

미국에는 ‘전화하는 법’을 알려주는 회사도 있다. 지난 2006년 설립한 ‘폰레이디(Phone lady)’다. 주 고객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와 밀레니얼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다. 

창립자인 메리 제인 콥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블룸버그(Bloomberg)》와의 인터뷰에서 “설립 당시만 해도 전화 불안을 호소하는 이는 국민의 약 10%에 불과했지만, 오늘날엔 절반 이상에 이른다. 고객 중에는 전화를 받기 전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예전에는 집집마다 전화기가 있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전화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지금은 집 전화 자체가 사라졌고, 더군다나 팬데믹까지 겪으며 그 증상은 더욱 심각해졌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곳에서 컨설팅을 받은 이는 미국, 영국, 호주 등지의 1만5000명에 달한다. 일대일 코칭은 시간당 480달러(약 60만 원), 30분짜리 온라인 강의는 365달러(약 46만 원)이다. 

콥스 CEO는 “많은 젊은이가 누군가 전화로 물어볼 때 즉각 답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면서 “고객이 먼저 친구나 가족처럼 익숙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가상 역할극을 통해 통화하는 법을 연습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담이 시작되면 3일간은 그 누구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아선 안 된다”면서 “대신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연습을 시작한다”고 했다.  

찾아보니 최근 국내에도 이 같은 업체가 생겼다. 발음 교정부터 시작하는 이 업체의 강의료는 1회에 90분, 가격은 15만원이라고 한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