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여성가족부 존치’ 주장은 대외선전용 주장인걸까.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部)로 승격하고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을 설치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논란이 됐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행정안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제외됐다. 제외되지 않았다면 오늘(27일)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당의 공식입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신당동 스토킹 살인사건, 서산 가정폭력 살인사건 등의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차별 문제를 차관급 부서로 격하시키면, 부처간 교섭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성 차별 해소를 위해 독립부서로 (대응)하라는 건 UN 차원의 권고이며,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로 가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여가부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반대 논리 중엔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국회 밖과 국회 안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7월 민주당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태년 당시 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했고 민주당 의원 전원이 동참한 21대 국회 첫 당론 법안이었다. 여기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없애고, 문체위가 여가부까지 소관하기로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로 변경하고, 위원회 소관 사항에 여성가족부 소관 사항을 추가하며, 여성가족위원회는 폐지함(안 제37조제1항제10호)’

국회 상임위원회는 본회의에 안건을 부치기 전에 법안을 토론하기 위해 구성되는 위원회다. 국회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포함해 17개의 상임위원회가 돌아가고 있다. 이 중 여가위는 다른 위원회와 겸직하는 겸임위원회다.

민주당이 여가위를 없애자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 위원회 별로 월 4회 이상 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겸임 상임위인 여가위원들은 회의에 두 배로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가위가 폐지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회의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여가위를 없애자는 얘기다. 국회 여가위를 폐지하는 법안 발의에 여가위 위원장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동참했다.

권 의원은 지난해 9월 한겨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답은 여가부 ‘총괄 기능’ 강화다. (성평등 관련 여러 의제를)　총괄해 조정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이런 핵심을 놓치고 다른 기능들을 (여러 부처로) 나눈다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여가부의 총괄 기능을 강화하자면서 국회 안에서는 조용히 여가위를 없애려는 민주당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할까.

역시 여가위 소속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민주당이 여성가족부의 존립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가위를 단독 상임위로 격상하자고 주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회 여가위는 폐지하자고 주장하면서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민주당의 행태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자, ‘내로남불’이다. 여가위를 폐지하고 문체위에 여가부 업무를 추가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여가부를 폐지하고 복지부 등에 여가부 업무를 추가하는 정부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명 '젠더 갈등' 문제, 저출산 등 여러 문제들이 한국사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성과 가족에 관한 이슈를 진영 논리의 무기가 아니라 진지한 과제로 대했으면 한다. 

글=하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