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월간조선>과 대선 후 첫 단독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방향에 대해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정오께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배석자 없이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며 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회동이 끝난 후 안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간단히 답을 한 뒤 국민의당 당사로 돌아와 <월간조선>과 1시간여에 걸쳐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처음으로 가진 언론 인터뷰였다.

앞서 안 대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던 만큼 두 사람이 점심회동에서 나눈 얘기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안 대표가 2시 40분쯤 국민의힘 당사를 떠나 국민의당 당사로 돌아오는 10여분동안 언론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인수위원장 제안은 없었다” “윤석열-안철수 이상기류?”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안 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속시원한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한 보안 사항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안 대표는 “인수위원장을 맡게 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부인(否認)을 하지 않았고, “당선인과 전반적인 국정 방향에 대해 생각을 맞췄고 앞으로 수시로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인수위원장 논의는 이미 그 전에 끝났다는 뜻으로 들렸다. 기자들 앞에서도 “인사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했을 뿐이다. 여기서 ‘인사’는 인수위원 인선 및 추천에 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원장에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오늘 당선인이 인수위원장과 인수위원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인사(人事)가 아니라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새로운 정부의 방향을 잡는 게 인수위원회잖아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는지가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공동선언문에 보면 당선인과 저는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상까지 함께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지난 3일 함께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관련 문구는 다음과 같다.

“국민 여러분,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입니다. 협치와 협업의 원칙하에 국민께 약속드린 국정 파트너와 함께 국정운영을 함께 해 나가겠습니다.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입니다.“

      사진=국민의당 제공

-안 대표가 인수위에 직접 참여를 합니까, 아니면 위원 추천을 할 예정입니까.

“저는 (윤 당선인과) 공동운영을 한다, 이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방향이라고 했는데 꽤 긴 시간 대화가 이어진 것 같습니다.

“방향은 대체로 같은데 디테일에서 좀 차이가 있으니까요. 디지털정책이라던가 데이터산업, 국민연금 같은 거… 당선인이 데이터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런 구체적인 얘기들은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조율하기로 했습니다.”

안 대표는 “당선 확정이 된 지 36시간밖에 안 됐고 당선 후 오늘 처음 단둘이 만났다”라며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인수위원장 인선은 보안 사항임을 확인하고 원래 인터뷰의 목적이었던 단일화 후일담과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대선 사전투표 시작 전날(3월 3일) 급박하게 이뤄진 안 대표의 야권후보 단일화 결정은 보수진영에서 환영을 받았지만 안 대표 지지자들로부터는 원망이 나왔다. 단일화 전 이뤄진 거소자투표와 재외국민투표에서 안 대표를 찍은 표는 무효표가 됐다.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막판에 급히 단일화를 했습니다.

“지지자들로부터 원망의 목소리가 높았죠. 제가 이번 대선에 나서면서 저를 지지해주시는 분들께 약속드린 두 가지는 ‘정권교체’와 ‘완주’였습니다. 그런데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둘 다 지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둘 중에 하나라도 지켜야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완주를 기대했던 분들에겐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지난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1위와 2위의 격차가 예상보다 작았는데요. 단일화 효과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습니다. 단일화 시점이 너무 늦은게 아니었냐는 의견도 있고요.

“단일화 안 했으면 (윤석열 후보는) 졌을겁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나지 않는 ‘샤이 이재명’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단일화 시점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빨리 단일화를 했다면 여권도 단일화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단일화 시점은 상대방에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샤이 이재명’은 어떤 분들이라고 보십니까.

“대장동 의혹이 선거기간 내내, 특히 막판에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민주당 또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유권자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표는 찍은거죠,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를 찍은 국민이 1600만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협치가 아니면 이 정권은 성공할 수가 없어요. 당선인은 당선 직후 통합과 협치를 강조했는데, 제가 그 통합과 협치의 첫 단추가 될 예정입니다.”

안 대표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해 보였다. 지금 어떤 역할을 맡든 앞으로 정치를 그만두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정치권 밖에서 들어와 나처럼 오랜 기간 각종 선거를 지휘하며 활동해 온 정치인이 또 있느냐”며 “새로운 정치를 보여준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내가 추구하는 정치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일화 당시 후보직을 사퇴하는 대가에 대해 논의했습니까. 총리라던가, 당권이라던가, 광역단체장 후보라던가요.

“전혀요. 저는 명예나 자리가 아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단일화 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했는데요. 국민의힘 또는 통합당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건 좀 오해의 소지가 있어요. 국민의힘이 보수성향 정당이다보니 약자에 대한 배려,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닌가 해서 그 점을 지적하려고 했던 거지 그런 (당권도전) 뜻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닙니다.”

-그럼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입니까.

“일단 저의 대선공약이었던 과학기술강국 만들기에 앞장서 기여할 생각입니다. 그 외엔 크게 달라질 게 없습니다. 사실 저는 돈도, 명예도, 권력도 굳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정치는 '공익을 위한 봉사'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살리고, 엉뚱한데 세금 낭비하고 그런 정치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이유도 있고요. 제가 대선레이스 완주라는 제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목적보다 정권교체라는 국민과 나라를 위한 목적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지금은 일단 공동선언문의 정신에 입각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전념할 예정이고요. 그 다음 일은 천천히 생각하려 합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안철수 대표가 단일화 후일담과 향후 자신이 맡을 역할 및 협치 계획, 합당 일정, 제3정당의 의의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인터뷰 전체 내용은 3월 17일 발행 <월간조선> 4월호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