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 이야기는 제발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공약에 포함돼 있는 숫자를 믿지 마시라”
⊙ “용산·과천 개발은 20~30년째 반복되는 공약”
⊙ “GTX, B·C·D노선까지는 실현 가능성 있지만, 시간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어”
⊙ “지역 통합보다는 광역시 없애거나 서울이 특별시 지위를 포기하는 게 답”
⊙ “경기도 2차 철도망 계획, 경기도의 희망 사항일 뿐”
⊙ “용산·과천 개발은 20~30년째 반복되는 공약”
⊙ “GTX, B·C·D노선까지는 실현 가능성 있지만, 시간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어”
⊙ “지역 통합보다는 광역시 없애거나 서울이 특별시 지위를 포기하는 게 답”
⊙ “경기도 2차 철도망 계획, 경기도의 희망 사항일 뿐”

- 김시덕 도시문헌학자(前 서울대 규장각 HK 교수). 사진=조선DB
김시덕(金時德·50) 도시문헌학자(前 서울대 규장각 HK교수)가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경고를 내놨다.
흔히 병오년(丙午年)인 2026년을 ‘진실이 드러나는 해’라고 부른다. 천간(天干)의 병(丙)은 불의 기운과 붉은색, 지지(地支)의 오(午)는 십이지신 가운데 말[馬]에 해당한다. 불이 모든 것을 밝히듯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징을 반영하듯 김 전 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 도시 2026》의 부제 역시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다.
책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마다 반복되는 GTX, 지자체 통합, 행정구역 개편, 도로 지하화 등의 공약이 그의 시각에서 실제 가능한 대안인지 아니면 ‘정치적 공약’에 그치는지를 짚어 보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도시와 지역 정책을 둘러싼 화려한 약속들 속에서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를 그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짚어 낸다.
김 전 교수는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이번에도 속는다면 이제는 반성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공약이 거짓되지 않고 진실성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지방선거와 도시 정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봤다.
“李 정부 주택 공급 공약, 20년 전부터 나온 얘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촉진 국토부 주관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김 전 교수는 “원래 선거 때는 이유 없는 공약이 많이 나오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특히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2025년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정책 싸움을 하는 선거가 아니었죠. 그렇기 때문에 공약 검증 자체가 엉망이었습니다.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 산업단지 이전 주장 같은 게 말도 안 되는 주장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또 광주(光州)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합쳐 광주전남특별시를 만든다는 법안 발의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달라고 하는 상황이죠. 말도 안 되는 공약임에도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짚어 줘서 표만 챙기자는 겁니다. 이번 선거에는 이런 ‘소음’들이 과거 선거들보다 훨씬 심할 겁니다.”
― 이른바 ‘공약 재탕’도 심하겠지요?
“맞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1·29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용산과 과천 경마공원 등에 6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나왔던 부지 후보거든요.”
― 한 20년 전 공약을 계속해서 가져오는 것이네요.
“원래 공약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교통 정책, 도시 정책은 20~30년 주기로 반복됩니다. 이런 리듬을 몇 번 타다가 어느 시점에 실현되는 것이죠.”
―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공약은 현실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가능은 할 거라고 봅니다. 다만 과천시민들 입장에서는 난점이 많을 겁니다.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입지입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하겠다는 곳이 경마공원인데, 안 그래도 길이 막히는 지역에 인구가 더 늘어나면 집값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겠죠. 또 과천은 작은 도시라 그 많은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용산, 공원화보다 고밀도 개발 해야”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인근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 부지. 해당 장소는 이재명 정부가 1·29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한 부지다. 사진=김시덕 제공김시덕 전 교수와의 인터뷰 이후,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과천 경마공원 이전을 공식화한 데 대한 반발 움직임도 현실화됐다. 경기 과천시에서는 지난 2월 7일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측인 한국마사회 추산 약 1500명이 모여, 정부의 일방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 철회를 촉구했다. 김진웅 과천시의원은 “정부안대로 개발이 강행될 경우 과천은 교통지옥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비판했다.
― 이번 주택 공급 방안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곳은 서울 중심부에 있는 용산입니다. 용산은 현실성이 있다고 봅니까?
“저는 용산에 대해서는 고밀도 개발을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용산공원도 그렇고,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땅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급 계획에 포함된 부지를 고밀도로 개발하고, 용적률도 다양하게 적용해 복합적인 계급과 계층이 함께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서울이 가진 마지막 활로라고 봅니다.”
― 소셜 믹스(social mix)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도시든 계급과 계층이 단일화되면 그 도시는 빠르게 화석화됩니다. 저는 도시라는 공간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용산 일대를 공원화하는 것보다 차라리 해당 부지를 고밀도로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 서울 전역에 100개의 공원을 새로 만드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부지 공급 시점이 2028~30년으로 제시되면서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습니다.
“원래 건설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믿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의구심을 갖는 분들에게는 ‘이제 안 믿게 되셨군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文 정부 정책에 아직도 물려 있는 사람 많아”
한편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신설과 연장, 도심 구간 지하화가 표심을 겨냥한 핵심 공약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GTX 노선 확대와 철도 지하화를 도정(道政)의 핵심 과제로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현 지사 역시 기존 GTX A·B·C노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GTX 플러스(G·H 노선 신설)’ 구상을 내놓고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선거를 앞두고 가시적 성과 만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된다. 특히 GTX 신규 노선이나 지방 광역철도망 확충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집값 상승과 직결되는 초대형 호재(好材)로 받아들여진다. 2026년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지자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현재까지 접수된 노선만 250여 개, 총사업비는 400조원에 달한다. 국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상당수 노선이 탈락하거나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 전 교수는 “교통 이야기는 제발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공약에 포함돼 있는 숫자를 믿지 마시라”며 “늘 그것보다 예산이 많이 들고, 예정된 날짜보다 늦게 끝난다”고 지적했다.
“어쩌다 공사가 늦어지고 예산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게 본질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 계획에 맞춰서 인생 계획을 짜면 안 됩니다. 늘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개발 계획에 인생이나 재산을 올인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목동선은 실행 불가능”
― 소위 ‘몸테크’도 위험하다고 보시는 거죠?
“맞습니다. 정부의 정책을 믿었다가 지금도 계속 물려 있는 사례가 문재인 대통령 때 ‘1가구 1주택’을 내세우며 추진했던 ‘지산(지식산업센터) 정책’ 아닙니까.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건 이번에만 처음으로 정부를 못 믿게 된 문제가 아닙니다. 시민들은 중국의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라는 말처럼 정부 정책이 나오면 그에 대한 대책을 스스로 마련해야지, ‘정부가 말하니까 해 주겠지’ 하고 순진하게 믿으면 안 됩니다. 수인선이 수인분당선으로 완성되는 데도 22년이 걸렸습니다.”
― 그렇다면 GTX 노선은 어디까지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현재 A노선은 부분 개통한 상태고, B·C·D노선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 A·B·C·D노선의 연장 공약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될지 안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쉽지 않을 겁니다. A노선의 경우 천안·아산까지 연장된다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연장을 하는 거면 차라리 KTX 기차를 예매해서 앉아서 가는 것이 편하지요. 말도 안 되는 얘기에 가깝습니다. 부동산업자들이 실현이 어려운 내용을 주장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정치인들이 표가 되니 공약으로 거는 상황입니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공약 규제를요?
“네. 일본도 1980년대 고도성장기일 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내거는 상황이 반복되니 심각한 사회 문제가 촉발됐고, 결국 규제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어떠한 규제도 없습니다. 아직도 버블이 깨지지 않은 상태인 거지요.”
― 재건축 이슈와 함께 새롭게 거론되는 서울 목동선은 어떻습니까?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철도가 필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데 왜 서울 핵심 지역 주민들만을 위해 한국의 정책이 작동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목동선·강북횡단선·난곡선이 함께 평가를 받았는데, 목동선이 그중에서도 가장 실현 가능성이 적었습니다. 사업 가치도 없었고요. 그런데도 이번 선거 때는 무조건 공약으로 등장할 겁니다. 제가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정치인은 꿈을 주는 존재”
지하화 공약 역시 선거철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이는 단순히 도로와 철도를 지하로 옮기겠다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공간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대규모 사업에 가깝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하화 공약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부고속도로 서울 구간 지하화를 선언했고, 경부·경원·경인선 지하화 등을 둘러싸고 각 지역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수는 “여야 할 것 없이 지하화 공약을 던지는 상황”이라며, 한 정치인과 나누었던 대화를 소개했다.
“‘(지하화는) 실행 가능성이 낮지 않느냐’고 물으니, ‘저쪽에서 지하화 공약을 먼저 내걸어서 우리 쪽도 지하화 공약을 내건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정치인은 ‘정치인은 꿈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정치인들의 말에 몇십 년째 속고 있는 겁니다. 오히려 몇 번 속은 다음에야 ‘왜 자꾸 우리를 속이냐’고 말하고 있는 거죠. 이쯤 되면 유권자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반성이 필요합니까?
“유권자는 정보를 제대로 알고 요구를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실현 가능한지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평소엔 잘 모르다가, 부동산업자가 갑자기 펌프질을 하면서 ‘이게 되면 집값이 오른다’ ‘이게 되면 좋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부동산 카페에 글이 올라오면 처음에는 ‘우리 집값 오르겠네’ 하면서 따라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되는 겁니다.”
與野가 내놓은 수많은 ‘슬로건형’ 개발 공약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수백 건에 달하는 지역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양당의 시도별 공약집에도 실렸다. 그러나 대다수 공약이 구체적인 재정 계획이나 실행 전략 없이 반복 제시된 ‘재탕 공약’이거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이 결여된 ‘슬로건형 공약’에 그쳤다.
개발 공약은 지역의 토지 이용 구조를 변화시키는 토목건설 중심 사업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도로, 철도(전철), 공항, 항만, 지하화, 산업단지(클러스터) 등이 이에 속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 124건 중 개발 공약이 38건(30.65%)에 달했으며, 권역별로는 호남권이 21건 중 8건(38.1%), 수도권 29건 중 10건(34.48%), 충청권 26건 중 8건(30.77%), 영남권 34건 중 10건(29.41%), 강원·제주 14건 중 2건(14.2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서울(40.0%), 부산·광주·대전·충북·전북(42.86%) 등에서 개발 공약 비중이 특히 높았다. 민주당 개발 공약 38건 중 21건(55.26%)은 앞선 20대 대선에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제시됐던 재탕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공약 총 463건 중 155건(33.48%)이 개발 공약이었고, 권역별로 수도권 104건 중 44건(42.31%), 충청권 109건 중 40건(36.70%), 영남권 116건 중 34건(29.31%), 호남권 87건 중 24건(27.59%), 강원·제주 47건 중 13건(27.66%) 순이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62.86%), 충남(45.45%), 부산(43.48%), 세종(42.11%), 인천(42.5%) 등에서 개발 공약 비중이 높았다. 국민의힘 개발 공약 155건 중 27건(17.42%)이 재탕 공약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공약 대부분이 수조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각 공약별로 실행 가능성조차 정확하게 알아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철도 지하화는 사업비 25조원 이상이지만 예타조사 미실시, 재원 조달은 공사채와 개발이익 활용에 의존, 부산 경부선 지하화는 일부 구간(2.8km)만 착공하고 나머지 구간은 예산 확보 계획 미비, 인천 경인철도·인천대로 지하화는 철도 예타 탈락, 세종 CTX 건설은 예타 중단 후 민자 전환, 경기 GTX 확충은 일부 노선만 예타 통과, 경남 부울경 GTX는 총사업계획·주체·재원 모두 미정이며 일부만 예타 추진 중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개발 공약은 지역의 토지 이용 구조를 변화시키는 토목건설 중심 사업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지만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도로, 철도(전철), 공항, 항만, 지하화, 산업단지(클러스터) 등이 이에 속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공약 124건 중 개발 공약이 38건(30.65%)에 달했으며, 권역별로는 호남권이 21건 중 8건(38.1%), 수도권 29건 중 10건(34.48%), 충청권 26건 중 8건(30.77%), 영남권 34건 중 10건(29.41%), 강원·제주 14건 중 2건(14.29%)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시도별로는 서울(40.0%), 부산·광주·대전·충북·전북(42.86%) 등에서 개발 공약 비중이 특히 높았다. 민주당 개발 공약 38건 중 21건(55.26%)은 앞선 20대 대선에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제시됐던 재탕 공약이었다.
국민의힘은 공약 총 463건 중 155건(33.48%)이 개발 공약이었고, 권역별로 수도권 104건 중 44건(42.31%), 충청권 109건 중 40건(36.70%), 영남권 116건 중 34건(29.31%), 호남권 87건 중 24건(27.59%), 강원·제주 47건 중 13건(27.66%) 순이었다. 시도별로는 경기도(62.86%), 충남(45.45%), 부산(43.48%), 세종(42.11%), 인천(42.5%) 등에서 개발 공약 비중이 높았다. 국민의힘 개발 공약 155건 중 27건(17.42%)이 재탕 공약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공약 대부분이 수조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각 공약별로 실행 가능성조차 정확하게 알아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철도 지하화는 사업비 25조원 이상이지만 예타조사 미실시, 재원 조달은 공사채와 개발이익 활용에 의존, 부산 경부선 지하화는 일부 구간(2.8km)만 착공하고 나머지 구간은 예산 확보 계획 미비, 인천 경인철도·인천대로 지하화는 철도 예타 탈락, 세종 CTX 건설은 예타 중단 후 민자 전환, 경기 GTX 확충은 일부 노선만 예타 통과, 경남 부울경 GTX는 총사업계획·주체·재원 모두 미정이며 일부만 예타 추진 중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충남·충북대 통합했지만 1년 만에 쪼개져”
1월 12일 강기정(왼쪽에서 세 번째)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네 번째)가 전남 나주시 전남연구원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 협의체’ 첫 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시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급물살을 타는 공약도 있다. 이재명 정부의 핵심 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 구상과 맞물린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논의다.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통합 구상의 골자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인구 300만~400만 규모의 ‘메가시티’를 구축해 수도권 일극(一極) 체제에 맞서는 경제권을 만들고, 정부가 통합 지방정부에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와 조직 특례를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김 전 교수는 기자에게 “통합이 잘될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광역시 시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는 지역 통합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책에도 썼지만,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면 경기도 넓이의 두 배, 서울의 33배가 된다’며 찬성했지만, 면적으로 경쟁할 거면 베이징(北京)이 세계 최고의 도시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도시의 경쟁력은 면적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국가가 면적으로 경쟁하는 거라면 네덜란드가 어떻게 세계 최강국이 됐겠습니까? 대단히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 대전·충남을 한꺼번에 부르는 ‘충청도’라는 명칭도 이미 있지요.
“원활하게 통합하려면 대전·광주·대구 같은 도시들이 기존의 광역시 지위를 포기하면 됩니다.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 충청도 안의 대전시가 되는 거죠. 그런데 대전광역시 시민들이 그걸 좋아할까요? 광역시 지위는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지역 통합 공약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계산해 판을 뒤집어 보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과거 1962년 충남대와 충북대를 합쳐 국립충청대학교를 만들었지만, 총장은 대전 사람이고 부총장은 청주 사람이어서 1년 만에 다시 쪼개졌습니다. 지금 논의처럼 충남과 대전을 급하게 묶으면 언젠가 비슷한 문제가 터질 겁니다.”
“통합되더라도 지역 경쟁력 제고는 어려워”
― 그렇다면 지자체 통합 공약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 가야 할까요?
“답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광역시를 없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이 특별시 지위를 포기해 서울광역시가 되는 방식으로 모든 도시를 수평적으로 맞추는 겁니다. 아니면 서울까지 통합해 경기도 서울시로 만드는 방법도 있겠죠. 그런데 서울이 그걸 포기하지 못하니, 거꾸로 ‘모두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려는 겁니다. 다들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죠. 문제는 ‘이걸 해서 무슨 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못 한다는 겁니다.”
― 그럼에도 통합이 된다면, 지역 경쟁력 제고에는 도움이 될까요?
“안 될 거라고 봅니다. 설령 된다 해도 의미가 크지 않을 겁니다. 대구와 군위가 통합했지만 군위가 활성화됐습니까? 저는 군위에서 강연할 때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신공항을 만들기 위해 군위를 내주면 안 된다고요. 현재 지방 신도시들은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무작정 통합부터 하는 게 쉬운 일일까요? 도 단위로 가면 행정구역이 지나치게 넓어져 오히려 운영이 더 어려워질 겁니다.”
“국회의원 본인들부터 지방으로 움직여야”
― 국회 이전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말 필요 없이 국회를 먼저 옮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고 움직이라고 하지 말고 본인들부터 움직여야죠. 해양수산부(해수부)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본인들부터 내려가면 됩니다. 국회의원들은 강제하면 됩니다. 임기를 셋으로 나눠 1년 중 4개월은 지역구, 4개월은 세종, 4개월은 서울 여의도에서 생활하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회의원들이 집은 서울에 두고 지역구에서는 전월세로 지내면서 남들한테만 지방에 살라고 하죠. 그러면 누가 가겠습니까? 본인들도 안 가는데요.”
― 비슷한 맥락에서 지방 공항 유치 문제도 있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공항을 원하고 있지요.
“새만금국제공항이나 가덕도 신공항 모두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 버렸습니다.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에는 이미 김해공항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가덕도에 공항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위험하지 않으냐’는 답이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2025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왜 김해공항으로 들어온 겁니까? 위험한 공항에 내린 셈이 되잖아요. 이 논리는 그 순간 무너집니다. 차라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공항 유치 역시 정치 논리가 크게 작용하는 사안이군요.
“수도권에는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있는데 왜 부산은 두 개가 있으면 안 되느냐는 논리입니다. 무안공항도 사실은 여수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죠. 대단히 정치적이고, 지역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문제입니다.”
김시덕 전 교수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정보를 직접 얻어서 공약을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정치인들이 거의 ‘부동산 떴다방’ 식의 공약을 내세울 텐데, 그런 걸 잘 판단해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 말보다 ‘내 눈’을 믿으라”
GTX B 여의도역 공사 현장. GTX B노선은 인천대 입구에서 여의도, 용산, 서울역을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연결되는 82.8km의 동서 횡단 노선이다. 사진=김시덕 제공“일단 ‘철도를 새로 놓겠다’는 공약은 의미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경기도 2차 철도망 계획이 나왔는데, 다들 ‘됐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그건 단순히 경기도의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돼야 하는데, 거기에 포함되고도 아직 시작조차 못 한 사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단순히 ‘우리 하고 싶습니다’라는 수준의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건 걸러서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정보를 미리 알고 들어가는 것도 의미가 없고, 철도 같은 공사가 완료된 뒤에 들어가도 늦지 않습니다. GTX A노선만 봐도 삼성역은 6년째 역사(驛舍)를 다 만들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쯤 되면 정부의 계획을 순진하게 믿고 그에 맞춰 집을 사고 인생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몇십 년을 속아 오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좀 깨달아야죠. 속지 않는 방법은 국가철도망계획이 나오면 그동안 앞서 나왔던 계획들과 비교해 보는 겁니다. 정치인들 말을 믿지 말고, ‘내 눈’을 믿으세요. 좋은 정보는 나한테까지 오지 않습니다. 정치인들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땅이라면 자기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서 샀겠죠. 왜 나한테까지 말하겠습니까.”
― 아무튼 곧 지방선거 공약이 쏟아질 텐데요.
“이미 던져진 공약 중에도 황당한 것들이 많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부를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내용은 제발 좀 걸러 들으시라는 겁니다. 앞으로 지방선거까지 약 4개월 정도 남았는데, 말 그대로 가관(可觀)일 겁니다. 한국인의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