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을 얻는 자가 정권을 가진다’라는 말이 있다.

대선 때마다 충청권의 표심(票心)이 승패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발표한 이유다.

2002년 9월 30일, 노무현 민주당 후보 측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했다. 당시 반응은 시큰둥했는데,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당시 노 후보의 지지율은 10%대로 곤두박질 상태여서 당선 가능성 자체가 낮았다. 또 당선되더라도 엄청난 논란이 예상되는 초대형 사업을 실제 추진할 대통령이 있겠느냐는 판단이었다. 더구나 국회는 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선에서는 톡톡히 재미를 봤다. 2002년 16대 대선에 나선 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57만여 표 차로 이회창 후보를 따돌렸는데 충청권에서 더 얻은 36만 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1월 신행정수도건설 국정과제 회의에서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을 주제로 내가 지난 대선에서 좀 재미를 봤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됐던 행정수도 이전은 2004년 헌법재판소(헌재)의 '위헌(법률 등이 헌법에 위배됨)' 결정으로 좌절됐다. 당시 헌재는 "헌법에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고 적혀 있진 않지만,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간 형성된 관습 헌법"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국민이 서울을 수도로 인정해왔기 때문에 수도를 바꾸려면 국민투표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해묵은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청와대와 국회, 정부 부처가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행정부와 입법부 등 국가 주요 기관을 서울에서 세종으로 옮겨,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 변경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2004년 헌재 결정이 지고지순한 절대 가치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반영하면 헌재 결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헌재가 또다시 위헌으로 판결하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2004년의 법적 판단에 구속돼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재단해선 안 된다"고, 이낙연 의원이 "헌재 결정 당시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등 여권은 위기다. 집값 안정에 실패와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 시즌2를 시작한 것은  처음 이 공약을 내세운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처럼, 위기를 타개하고 재미를 보기 위해서 아닐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