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란 말은 없다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6-11-20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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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 거의 모든 일간지에 "5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런데 국내 대부분의 언론사가 이 기사를 보도하면서 '손주'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습니다.  
 
어느 케이블 뉴스 전문 방송은  "그렇다면 손주의 손주 그리고 그 손주의 손주까지 볼 수 있는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라고 보도했고, '손주 며느리', '증손주'라는 해괴한 말까지 사용한 신문도 있었습니다.  연합뉴스만은 손주 대신 '자손'이라고 썼습니다.
 
우리나라 말에 '손주'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손주'는 '손자'의 경기지역 사투리로, '삼촌'을 '삼춘'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특정지역의 발음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삼촌'은 '삼춘'이라고 해도 그 뜻이 변함이 없지만, 손주는 발음도 잘못된다가, 그 뜻까지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2003년에 이에 대해서 쓴 글입니다. 재수록 합니다. 잘못된 말은 바로 잡아야 합니다.
 
---------「손주」란 말은 없다(재수록)-----   

 글쓴 날짜: 2003년 2월25일

요즘 손주라는 단어를 손자ㆍ손녀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손주라는 말은 죽었다 깨어나도 손자ㆍ손녀란 말이 될 수 없습니다.
 
TV등에서 야금 야금 쓰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표준말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방송 등에서 친근감을 주기 위해 사용한 말이었는데 요즘엔 신문 등에서도 그대로 이 말을 받아 쓰고 있습니다.
 
한번은 모 방송의 어느 리포터가 『할아버지, 손주들이 참 많으시네요. 손주들 중에 손자와 손녀는 몇 명이나 되세요?』하고 질문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손주라는 말은 「손자」를 칭하는 경기지방 사투리입니다. 경기도라는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방송 등에서 비판 없이 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말의 뜻이 완전히 왜곡 되어 쓰인다는 것입니다.
 
일반 TV 출연자들이 「손자」를 「손주」라고 발음하는 것이야 당사자의 출신 지역과, 우리의 표준말이 서울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것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방송 등에서 이 말을 전혀 엉뚱한 뜻으로 쓰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 입니다. 이를 그냥 두면 「삼촌」이란 표준말은 얼마 가지 않아 「삼춘」이란 말로, 「했고요」는 「했구요」로, 「~하고」는 「~하구」등으로 바뀔 것입니다. 아울러 그 뜻도 엉뚱하게 바뀔 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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