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상류의 어느 풍경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업데이트 2006-10-0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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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군 풍천면 구담리 일대 
 

위 사진과 아래 사진 한장은 경북 안동군 풍천면 구담리에서 바라본 낙동강변의 채석장 모습입니다(2006년 7월). 우리 동네 바로 옆이기 때문에 제가 자주 가보는 곳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채석장은 제가 중학교때 생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근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어디 급하게 돌이 필요한가보다. 저렇게 몇년 파내다가 말겠지" 했는데, 요즘 보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안동군은 아마 강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산등성이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나 채석장 허가를 그만둘 작정인가 봅니다. 

이곳 채석장에서 몇 킬로미터 상류 쪽에 안동 하회마을이 있습니다.  저도 수많은 채석장을 보았지만, 강변과 마주 달리는 아름다운 산맥을 그것도 20년 간이나, 생 무식하게  잘라내는 모습은 처음봅니다.  이 채석장은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채석장 업자는 산을 깎아 돈을 벌겠지만, 산이 다 없어진 뒤에 안동군에서 어떻게 책임을 지겠습니까? 


원래 백사장으로 뒤덮혀 있는 낙동강 바닥은 그림에 보이는 것과 같이 현재 갈대가 우거진 습지로 변했습니다.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호를 건설한다며 강바닥의 모래를 싹 긁어 파내기 시작한 후 현재 처럼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량으로 모래를 채취한 곳은 안동 시내 앞을 가로지르는 낙동강변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래를 다 긁어낸 그곳은 서울 한강처럼 양쪽에 시멘트를 쳐서 반듯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곳에는 더 이상 상류에서 떠 내려올 모래가 없는지 백사장이 새로 형성되지 않고, 갈대와 수초가 우거진 습지가 수 킬로미터씩 이어집니다. 현재는 사진에 보이는 갈대밭 습지도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천군 선몽대와 내성천 일대
 
내성천은 낙동강의 주요 지류로서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 시내를 관통한 후, 다시 예천을 지나,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입니다. 강폭이 안동 쪽에서 흐르는 낙동강 본류보다 더 넓은 곳이 많고, 모래 사장이 끝없이 이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전국의 하천이 제대로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지만, 내성천은 아직까지 그나마 사람 손이 많이 닿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예천군 호명면을 흐르는 내성천 가에 있는 선몽대 솔밭의 모습입니다(2006년8월). 선몽대는 수백년 된 아름들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장관입니다. 선몽대가 있는 동네 이름이 '백송'인데, 우리식 이름으로는 '행소리'(즉 흰솔)라고 부릅니다. 
 
선몽대 일대의 풍광이 좋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지난 9월 나라에서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지'로 예고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정부에서 나서서 관리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나라에서 관리를 하면 아름다운 경관을 후대에 물려 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최근에는 타지에서도 선몽대를 알고 여름 휴가철 찾아 오는 사람이 많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지금은 폐교가 된 우리학교 학생들이 봄 가을로 소풍을 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일년내내 적막강산이나 다름없던 곳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은 폐교가 된 우리학교 봄 가을의 단골 소풍 장소였으니, 추억도 사연도 많은 곳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솔밭 바로 옆으로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이 흐르는 솔밭 아래 쪽은 원래는 백사장이 형성되어 있었던 곳입니다. 내성천의 백사장은 상류에서 시작해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지점까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그 가운데 특히 이곳 선몽대 일대의 모래밭 풍경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때인 1988년 경부터 이곳 일대의 모래를 퍼 내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풍경이 위 사진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휴가 나왔을 때도 모래를 계속 퍼냈으니, 10년 가까이 이곳 한 곳의 모래를 퍼낸 것입니다. 
 
보통 하천에 모래는 1~2년이면 바닥이 나는데, 사진에 보이는 일대에서만 10년 동안 모래를 퍼냈다니 얼마나 어마어마한 양의 모래가 있었는지 대강 짐작이 가실 겁니다. 강 바닥 진흙층이 나오자 모래 채취 작업은 중단되었고, 지금은 예전 백사장이었던 곳이 사진에서 처럼 갈대와 수초로 뒤덮혔습니다. 
 
그러나 내성천이 품고 있는 모래가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지금은 상류에서 밀려내려온 모래로 이 일대에 모래가 다시 쌓이고,  서서히 백사장이 형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위 사진에는 선몽대가 잘 보이지 않지만, 사진 찍은 곳에서 아래쪽으로 200 미터 정도 아래쪽 물길이 굽어 지는 곳에 위치합니다.    
                                                            


 
 
 
 
 
 
 
 
 
위 사진 두 장은 문화재청이 선몽대 국가 명승지 지정예고를 하면서 공개한 것인데, 왼쪽은 선몽대 일대의 백사장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선몽대 솔밭의 전경을 담은 것입니다.  상류에서 밀려온 모래로 인해 백사장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류쪽에는 지금도 해마다 엄청난 양의 모래를 퍼내고 있기 때문에 예전의 아름답던 모습을  완전하게 회복 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은 예천군청 홈페이지에 있는 선몽대 사진입니다. 선몽대 솔밭 앞에 백사장이 사라지고 물길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이 솔밭 앞은 일년 중 홍수 때 몇일을 제외하고는 물살이 흐르지 않던 곳입니다. 옛날에는 물길이 강 건너편 반대 쪽으로 나 있었습니다. 이 일대 모래를 다 긁어 냈기 때문에 현재는 물살이 솔밭이 있는 언덕 부분을 일년내내 직접 스치면서 흐릅니다.
 
솔밭이 있는 언덕의 유실을 막기 위해 돌그물을 설치해 놓았지만, 솔밭이 무척 위태위태 해 보입니다.  이 돌그물은 제가 중학교 다닐 무렵 공사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고등학교 다닐 무렵에 저 돌그물은 거의 모래 속에 파뭍혀 버려 잘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말씀이냐 하면, 옛날에는 홍수가 나서 솔밭 언덕 부근의 흙을 쓸어가도, 동시에 또 그 만큼의 모래와 흙이 상류에서 밀려와 언덕에 쌓였다는 소리입니다. 때문에 홍수로 인한 자연적인 언덕 유실 현상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일대 백사장을 없애 버렸기 때문에 홍수때 물이 솔밭으로 넘쳐(일년에 한 두번은 물이 소나무쪽으로 넘친다) 흘러 솔밭의 모래나 흙이 쓸려 내려가면, 그만큼 다시 보충되는 모래와 흙이 떠내려 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상류에서 모래가 떠내려 오지 않으면, 아무리 돌그물로 솔밭이 있는 언덕을 보호한다고 해서 언덕은 점점 손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또한 물이 넘쳐 현재 소나무가 서 있는 곳의 흙과 모래를 야금야금 쓸어 가버리면, 소나무 밑둥이 점점 드러나게 되고, 결국 소나무도 쓰러질지 모릅니다. 예천군은 지금이라도 이 일대에 백사장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도록 내성천 상류의 모래 채취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재청은 사진에 보이는 선몽대의 소나무가 수령 100년에서 200년 정도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소나무의 나이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소나무의 나이를 최소한 300년에서 500년까지 보고 있습니다.  일흔 살이 훨씬 넘은 우리 아버지가 국민학교 다닐 때도 이곳 소나무들은 현재와 똑 같은 아름드리 노송이었습니다. 이 소나무들은 그야말로 수백년 동안 수백번의 홍수를 맨몸으로 맞서며 생존해 온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죽어서 밑동이 베어진 나무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위 사진은 선몽대 상류쪽의 모래 파내는 모습입니다. 예천군에서 구간별로 나누어 모래 채취 허가를 주기 때문에 결국은 온 강의 모래를 다 퍼내는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상류 쪽의 모래마저 저렇게 다 퍼내면 머지않아 내성천의 아름다운 백사장은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강과 하천, 산맥은 국토의 근간입니다. 절대로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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