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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語·金剛經 국역본 낸 ‘속뜻풀이 한자 전문가’ 전광진 교수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한다”

글 : 백승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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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보듯 《논어》를 하룻밤에 읽을 수 있게 國譯
⊙ “한 번 읽으면 지식인 되고, 열 번 읽으면 지성인 되고, 백 번 읽으면 지도자 된다”
⊙ 한 시간 만에 《금강경》 전체 맥락 알 수 있는 길 1618년 만에 개척
⊙ 直譯·意譯·潤譯·創譯의 4차 번역 통해 침체된 인문학에 새로운 지평

全廣鎭
1955년생. 성의상고·성균관대 중문학과 졸업. 국립 대만사대(NTNU) 문학석사·문학박사 / 한국은행 근무. 경희대 중문학과 부교수, 성균관대 중문학과 교수·문과대학 학장 역임 / 現 성균관대 명예교수, 속뜻사전교육연구소장
사진=양수열
  전광진(全廣鎭·65)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1999년 3월 5일부터 2010년 8월 31일까지 12년 동안 3317회에 걸쳐 《조선일보》 ‘생활한자’를 장기(長期) 연재한 ‘속뜻풀이 한자 전문가’다. 해외에서는 ‘문자학’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2020년 8월 정년을 다한 그가 퇴임을 맞아 기념 논문집 대신 《논어》 《금강경》 국역본을 냈다. 《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속뜻사전교육출판사)은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어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에서 베스트셀러권에 진입했다. 그 흔한 정년 기념 문집을 내지 않고 국역 《논어》와 《금강경》을 출간한 사연은 뭘까.
 
  ― 정년 기념 문집 대신에 고전 국역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대학 교단을 떠나면서 대개는 논문집이나 문집을 내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기념 논문집은 심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100% 연구 성과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년 기념 논문집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지인이나 제자의 글을 모아 문집 내는 예는 간혹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할까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서 읽어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즉 이타(利他)가 중요할 것 같아 《금강경》과 《논어》를 번역하여 축하객 답례품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금강경》과 《논어》, 수없이 많은 번역본이 있는데, 또 하나의 번역본을 엮을 필요가 있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금강경》을 검색하면 600여 종, 《논어》를 검색하면 2000종 넘는 책이 나와요. 수없이 많은 책이 있지만 우리말로 줄줄 읽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논어》는 하루이틀 만에, 《금강경》은 한 시간 내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을 엮고 싶었습니다. 나의 해박한 지식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각종 편익을 제공하는, 즉 이타적인 책을 엮고 싶었던 게지요. 그리고 원문에 의존하지 않고 번역된 우리말 자체로 독립성이 있고, 생명력이 있는 그런 책을 엮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 중심, 독자 중심의 《논어》와 《금강경》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드라마처럼 엮은 《논어》
 
《우리말 속뜻 논어》
  ― 독창성을 매우 강조하시는군요. 《논어》는 드라마처럼 엮었다고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논어》를 탐독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우리말로 쉽고 재미있게 옮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년 전입니다. 한 자, 한 줄의 속뜻을 깊이 있게 파헤치며 전후 맥락을 생각해보다가 문득 ‘아! 드라마 대본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희곡 작품 가운데 무대 지시문(direction)이 가장 많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과 《유령》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인물·사건·배경이라는 대본의 3대 요소를 생각해가며 지시문을 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책 맨 앞에 등장인물, 즉 주연 공자, 조연1 제자, 조연2 정적들, 조연3 임금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지시문은 원문에는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괄호 안에 넣고 분간하기 쉽도록 빨간색으로 써놓았습니다.
 
  이를테면 ‘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을지를 걱정하라(不患無位 患所以立)’는 공자 말씀 앞에 ‘온통 취업 걱정만 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는 배경 설명 지시문을 넣었습니다(이인편 04-14). 이렇게 함으로써 젊은이들의 취업 걱정은 25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임을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또 현대인이 자신의 관심사를 대입시켜 《논어》를 실감 나게 읽을 수 있게 했지요.”
 
  ― ‘《논어》 국역 400년 역사상 첫 시도’란 표현을 쓴 것이 바로 그런 의미로군요.
 
  “‘전후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드라마 대본처럼 엮었다’는 점 외에도 세 가지가 더 있습니다. ‘처음 입문하는 분을 위하여 가급적 쉬운 우리말로 옮겼다’ ‘국역한 《논어》만 읽어도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을 위하여 원문을 찾기 쉽게 배치하였다’ 이상 세 가지도 초유의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책 맨 앞에 있는 ‘일러두기’에서 소상히 설명해놓았습니다. 《논어》 국역은 조선 선조 21년(1588)에 나온 《논어언해(論語諺解)》에서 비롯되니 줄잡아도 400년 역사를 지닙니다. 역사상 처음 하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배려가 이 책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우리말로 먼저 읽어라’
 
  ― 《논어》를 하룻밤 새 줄줄 읽을 수 있다니 가능할까요.
 
  “《논어》 하면 먼저 어려운 ‘한문’을 연상하는데 이제부터는 그런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논어》를 ‘우리말’로 먼저 읽을 수 있도록 왼쪽 페이지에 배치하였습니다. 그것만 죽죽 읽어 내려가다가 보면 《논어》 전체가 손에 잡히게 될 것입니다. 원문을 꼭 확인해보고 싶으면 오른쪽 페이지를 찾아보면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논어》라고 해도 쉬운 우리말을 먼저 연상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이 책으로 인하여 새롭게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책을 백 번 읽다 보면 뜻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독서백편 기의자현(讀書百遍 其義自見)’을 누구나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 한글 깨친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대학생까지 《논어》 입문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각종 배려와 장치를 다 해놓았으니까요.”
 
  ― ‘한문에 앞서 먼저 우리말로 읽어라’, 어떻게 그런 기발한 발상을 하였나요.
 
  “대학에서 ‘중국 명언과 한자의 이해’라는 과목을 강의할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복(福)은 쌍으로 이르지 아니하고, 화(禍)는 혼자서 다니지 아니한다’는 우리말을 먼저 제시한 다음 ‘福無雙至 禍不單行(복무쌍지 화불단행)’이라는 원문을 설명해주면 더 쉽게 더 빨리 이해하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논어》와 《금강경》에 적용해본 것일 뿐입니다.”
 

  ― 《논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데,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지겠군요.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각종 《논어》 해설서가 2000종이 넘습니다. 대부분 원문을 번역한 다음 각종 해설을 많이 덧붙여놓았기 때문에 볼륨이 커지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고는 다 읽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 책에서는 인물, 사건, 배경에 관한 약간의 팁을 제외하고 일체의 추가 해설은 일부러 배제하였습니다. 《논어》 전체를 줄줄 읽어가며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다정이 병’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그래서 《논어》를 ‘한 번 읽으면 지식인이 되고, 열 번 읽으면 지성인이 되고, 백 번 읽으면 지도자가 된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 책으로 인하여 지성인과 지도자가 속속 출현하면 이보다 더 큰 기쁨은 없을 것입니다.”
 
 
  ‘빨간 논어’의 ‘새빨간 거짓말’
 
  ― ‘쉬운 《논어》’ ‘재미있는 《논어》’라는 특징에 대한 설명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빨간 《논어》’라는 별명이 있다면서요.
 
  “표지가 빨간색이고 각 편 앞에 빨간색 간지를 넣었으며, 본문도 빨간색과 검은색 2도로 편집돼 있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아요. 《논어》가 2500여 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요즘에도 많은 사람이 공감되는 내용은 물론 외관도 현대적 감각이 들도록 만들었죠.”
 
  ― 책에는 ‘새빨간 거짓말’도 많다면서요.
 
  “하하, 그렇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해놓았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무대 지시문에 해당하는 내용은 원문에 없는 거짓말(?)이기 때문에 괄호 안에다 빨간 글씨로 써놓았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거짓말(lie)이 아니라 허구(fiction)인 셈이죠. 그렇게 한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는 습관이 들도록 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합니다. 생각이 깊은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갑니다. 우리 《논어》 독자들은 반드시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될 겁니다.”
 
 
  가슴으로 읽는 독서
 
  ― 《논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팁을 한 가지 더 주신다면.
 
  “공자님 당시에도 강의할 때 쉽게 설명하려고 무척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2분법과 대비법을 자주 쓴 것이 그 단적인 예죠. ‘군자는 이렇고, 소인은 이렇다’는 설명이 총 23번이나 나옵니다. 예를 들면 위령공편(20-15)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군자는 [해결책을] 자기에게서 찾고(君子求諸己), 소인은 [해결책을] 남들에게서 찾는다(小人求諸人)’.
 
  이 부분을 읽을 때 군자는 ‘고수’로, 소인은 ‘하수’로 바꾸어서 이해하면 대단히 쉽고 재미있습니다. 즉 ‘가슴으로 읽는 독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해결책을 자기에서 찾으면 고수이고, 남에게서 찾으면 하수다’라고 말이지요. 직역(直譯), 의역(意譯), 윤역(潤譯), 창역(創譯)이란 4차 번역을 통해 쉬운 우리말로 옮기려고 무척 애를 쓴 결과이긴 하나 읽을 때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가슴으로 읽는 독서’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런데 직역, 의역은 알겠는데 윤역과 창역은 또 무슨 뜻인지요.
 
  “번역된 문장은 우리말로서 독립성과 생명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제가 대학 강단에서 강조한 지론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자면, 원문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1차 직역 작업, 우리말 어법과 구조에 맞도록 조정하는 2차 의역 단계에 그치지 않고, 우리말 표현의 관습에 맞도록 윤문하는 3차 윤역 단계, 원문에 숨겨진 내용을 속속들이 찾아내고 가감(加減)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4차 창역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우리말다운 우리말로 바뀌게 됩니다. ‘4차 번역론’을 개발해 《논어》와 《금강경》에 접목시킨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두렵습니다. 새롭게 엮고[新編] 새롭게 옮긴[新譯] 열매를 과연 독자들이 좋아할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치매예방 효과
 
《우리말 속뜻 금강경》
  ― 중문학자가 《금강경》을 번역·출간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데요.
 
  “《금강경》에 대해 입문한 것은 1980년의 일입니다. 우리말 《금강경》을 책으로 엮게 된 계기는 한 지인의 질문과 요청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죠. 2018년 6월 어느 날 《금강경》 독송회 모임에 갔다가 법원장 출신의 변호사 불자(佛子)가 제게 이런 부탁을 했어요. ‘《금강경》은 읽어도 뜻을 모르니 답답하다. 중문과 교수가 참여했으니 한자로 쓰인 원문을 쉽게 번역해주면 좋겠다’고요.
 
  직업이 직업인 만큼 그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죠. 그래서 그날 이후 매일 밤 《금강경》과 씨름하게 됐고, 그 결실이 이렇게 책으로 영글게 된 거죠. 《금강경》을 해독하다 보니, 《논어》 《맹자》 같은 일반 한문 고전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 예를 들어 《금강경》의 원문이 일반 한문과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종파를 초월하여 가장 널리 읽히는 《금강경》은 ‘구마라습본’입니다. 구마라습(鳩摩羅什· 344~413)은 인도 구자국(龜玆國) 태생의 승려로 중국 장안(長安)에 볼모로 잡혀 왔으나 불교에 워낙 해박하여 국사(國師)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가 중국어를 배워가며 중국인 제자들과 함께 산스크리트어를 5세기 입말중국어로 옮긴 거죠. 그래서 의문 어조사나 각종 어법 기능사들이 《논어》나 《맹자》에는 없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구마라습본 《금강경》을 번역하는 일은 한문은 물론 중국어도 잘 아는 사람에게 제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금강경》을 한문으로 읽는 전통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통 한문본 《금강경》은 어디까지가 수보리의 질문이고, 어디까지가 부처님 대답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비석의 문장처럼 뛰어쓰기를 하지 않고 쭉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책을 보고 읽으면 소리만 낼 뿐이지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질문과 대답을 구분해놓았고, 다시 의미에 따라 줄을 바꾸거나 들여쓰기 등의 장치를 통하여 의미 단락이 쉽게 구분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굳이 한문으로 독송하고 싶으면 독음이 달려 있는 이 책의 오른쪽 페이지만 보고 읽거나 아예 독음이 달려 있지 않은 부록편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자만 보고 읽으면 음을 스스로 생각해야 하니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경전 독송이 내용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본다면 뜻을 알기 쉬운 우리말로 읽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읽는 행위 그 자체보다 알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금강경》은 무작정 읽고 외우는 주문(呪文)이 아니라 읽고 뜻을 알고 감동하여 외우는 경문(經文)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싶습니다.”
 
 
  1시간 안에 읽는 《금강경》
 
  ― 알아야 깨우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우리말로 옮길 때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기존 《금강경》 책을 읽다 보면 의역하지 않고 음역(音譯)한 예가 무척 많습니다. 이를테면 ‘我相’을 ‘아상’으로, ‘人相’을 ‘인상’으로, ‘衆生相’을 ‘중생상’으로 옮긴 음역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 황당합니다. 그래서 我相은 ‘나만을 생각하는 망상’으로, 人相은 ‘나와 남을 차별하는 망상’으로, 衆生相은 ‘나를 중생이라 여기는 망상’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금강경》 전문(全文)에 ‘法’자가 무려 84회나 출현합니다. 이것이 독립 낱말로 쓰인 경우 앞뒤 문맥에 따라 ‘관념’ ‘실체’ ‘깨달음’ 등으로 나누어 옮겼습니다. 이러한 단음절 낱말의 번역이 특별히 어려웠습니다. 《금강경》에 쓰인 어려운 낱말과 용어 108개를 선정하여 소사전 형식으로 풀이하여 부록으로 실어놓았습니다. 독자들이 이 부분을 참 좋아하더군요.”
 
  ― 책 이름을 《우리말 속뜻 금강경》이라 한 까닭이 궁금합니다.
 
  “우리말로 속뜻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읽기 쉽게 정렬해놓았기에 《우리말 속뜻 금강경》이라 한 겁니다. 속뜻을 알고 보면 《금강경》은 결코 어려운 경전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쉬워요. 왼쪽 페이지에 배치해놓은 우리말 부분은 1시간 안에 다 읽고 다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말로 반복해서 독송하다 보면 《금강경》 전체 내용이 머리에 쏙 들어와요.”
 
  ― ‘한 시간 안에 《금강경》을 다 읽고 다 알 수 있는 길이 1618년 만에 열렸다’고 하셨는데, 무슨 뜻인지요.
 
  “《금강경》이 중국어로 번역된 것은 402년이고, 우리말로 옮겨진 것은 1464년입니다. 세조의 명령에 의하여 《금강경 언해(諺解)》가 나오기는 하였지만 줄줄 읽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460년 후인 1924년에 승려 용성(龍城)의 국역문이 나왔고, 1980년 8월 1일에는 광덕(光德) 승려의 《국역 독송 금강경》(佛光出版部)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조계종 표준 《금강반야바라밀경》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러나 1시간 내에 다 읽고 다 알 수 있기에는 걸림돌이 너무나 많습니다. 5세기 중국어 원문을 정확하게 옮기고, 앞에서 보았던 음역(音譯)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고, 읽기 편한 구어체로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한 시간 안에 《금강경》을 다 읽고 다 알 수 있는 길이 1618년 만에 열렸다’고 한 것이지요.”
 
 
  《금강경》 讀誦으로 無量功德 쌓을 수 있어
 
  ― 《금강경》을 독송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독송으로도 큰 공덕을 쌓을 수 있나요.
 
  “《금강경》을 읽고 외우는 독송(讀誦)으로 무량공덕을 성취할 수 있다고 부처님이 11번이나 직접 말씀하셨죠. 전국 각 사찰이나 신행 단체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는 모임이 특히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사실에 기인해요. 10만 독(讀) 발원을 해 정진하는 열혈 불자도 많다고 합니다. 《금강경》 독송으로 무량한 공덕을 짓자면 경전의 뜻을 아는 것이 첫걸음이자 지름길입니다.
 
  독송을 권장하는 부처님 말씀을 직접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제14분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능히 이 경을 받들어 독송한다면, 여래인 내가 부처의 지혜로 그 사람을 다 알고 그 사람을 다 보나니, 그들 모두 무량무변한 공덕을 성취하리라!’”
 
  ― 《금강경》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은 무엇입니까.
 
  “《금강경》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4구게입니다. 4구게는 ‘네[四] 구절[句]로 이루어진 게송[偈]’이라는 뜻입니다. 제5분, 제26분, 제32분에 나옵니다. 이 책에서는 찾기 쉽고 알기 쉽도록 박스 형태의 테두리를 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주요 내용, 즉 골자로 말하자면 ‘최상의 깨달음을 발심하면 바른 마음은 어디에 머물며, 삿된 마음은 어떻게 항복받아야 하겠습니까?’라는 수보리의 물음(제2분)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이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만연체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요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고, 보는 이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최상의 깨달음을 발심하면 ①사상(四相: 我相·人相·衆生相·壽者相)을 버릴 것, ②《금강경》을 열성적으로 독송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부처님께서 독송의 중요성을 11번이나 직접 언급하였습니다. 즉 ‘보살의 바른 마음을 일으켜 이 경전 전체를 지니거나 혹은 사구게 등을 받들어 독송하여 남에게 쉽게 풀이해준다면 그가 지닌 복덕이 [금은보화로 보시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쉽게 풀이해주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는 물음을 스스로 제시해 자답한 것이 바로 ‘不取於相 如如不動(불취어상 여여부동)’입니다. 이것을 ‘어떠한 모습에도 사로잡히지 말 것이며, 언제 어디에서도 흔들림이 없어야 할지니라’로 번역했어요. ①번과 ②번을 종합하면 바로 ‘不取於相 如如不動’이 아닐까 합니다.”
 
 
  精讀보다는 多讀 권해
 
  ― 마지막으로 《금강경》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불을 보듯 밝다는 뜻인 ‘명약관화(明若觀火)’란 성어가 있습니다. 《금강경》을 우리말로 읽으면 내용이 명약관화하여 속까지 시원해집니다.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듯’ 하는 답답함이 확 사라지게 되지요. 그렇게 하여 《금강경》 전체 뜻을 명확하게 알게 된 이상, 남의 의견과 해설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기 바랍니다. 자기 생각으로 자기 것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부처님께서 자신의 설법이 ‘강을 건넌 다음에는 버려야 하는 뗏목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도 이러한 취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금강경》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있기에 《금강경》이 비로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금강경》에서 ‘자기를 버리라’고 누차에 걸쳐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제가 생각하기로는 ‘거짓된 자기를 버리고 참된 자기를 찾아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참된 자기가 자기의 주인이 되고 우주의 주인공이 되라는 것’을 에둘러 말씀하신 것이 아닐까 싶네요. 다른 각도에서 말하자면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아(大我)가 되라는 뜻이라 여겨집니다.”
 
  전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합니다. 생각이 깊은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갑니다. 《논어》를 하루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다고 했더니, ‘저는 하룻밤에 다 읽었다’는 독자가 있었습니다. 정독을 해서 1번 완독하는 것보다는 속독에 가까운 통독으로 10번 읽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논어》나 《금강경》이나 우리말로 여러 차례 읽고 난 다음 원문도 꼭 알아두고 싶은 경우 오른쪽에 있는 원문에 줄을 긋으며 읽어보기 바랍니다.
 
  반 학생들에게 《논어》를 선정하여 슬로 리딩으로 독서 지도를 한다는 초등학교 선생님 독자, 지인 50명에게 《논어》와 《금강경》을 선물하였다는 독자, 노사(勞使) 상생문화 창달을 위하여 전 직원 300명과 더불어 《논어》 함께 읽기 캠페인을 한다는 회사 사장, 《금강경》을 단체로 구입하여 독송 정진을 한다는 불자 독자 등 독자 사연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엮은 《논어》와 《금강경》에는 가치 판단에 대한 제 의견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독자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단팥죽이 맛있다는 글을 제가 아무리 길게 잘 써놓아봤자 헛일입니다. 여러분이 직접 한 숟가락 먹어보는 것만 못합니다.
 
  이제 《논어》와 《금강경》은 제가 아니라 독자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저는 요리를 정성껏 해놓은 요리사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전광진 교수는?
 
  ‘암기’에서 ‘이해’ 중심의 교육 강조
 
  전광진 명예교수는 평생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한 ‘이해’ 중심의 교육을 강조해왔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학술상이 배출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평가한다. 그가 2007년에 출간한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과 2010년에 낸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은 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정년 기념으로 출간된 《우리말 속뜻 논어》 《우리말 속뜻 금강경》도 크게 보면 속뜻 시리즈의 연속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한글 전용 탓에 읽기는 잘하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을 몰라 공부를 스스로 포기하는 ‘공포자’가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속뜻’의 반대는 ‘겉음’이다”라며 “《논어》나 《금강경》 심지어 교과서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수박 속 먹기 식’으로 공부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며 “속뜻사전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우리말 속뜻 논어》와 《우리말 속뜻 금강경》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이 더욱 깊어지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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