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대 총선 출마 당시 홍종기 수원시 정 당협위원장.
지난 13일 홍종기 국민의힘 수원(시)정 당협위원장이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인 수원정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같은 날 ‘1호 인재’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수원정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 2022년 대선 때 국민의힘 대통령선거대책위 미디어법률단장을 지냈다. 당시 한 방송이 불법으로 녹음된 대통령 후보 배우자(김건희 여사)의 통화 내용을 방송할 때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사적 대화의 방송금지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홍종기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지역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그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수원정에 출마해 낙선했으나 4년여간 지역구를 관리해 온 유일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수원정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수원에서는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승리한 곳이다.
홍 위원장은 지난 13일 자기 페이스북에 “2020년 3월 삼성전자 변호사로 재직 중이던 저는 총선을 불과 1개월 남기고 우리 당 최대 험지 중 하나인 수원시(정)에서 싸워줄 수 있는지 30분 내에 답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법조인으로서 로펌과 삼성전자에서 안락한 삶을 살고 있던 제게 선거는 매우 낯설고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수원시(정)은 선거구가 생긴 후 20년 동안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지역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저는 아내와 불과 20분 동안 상의한 후 출마를 결정했다. 그 이유는 당시 조국 사태를 비롯한 정치 상황을 보면서 제 어린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험지에서 당선되려는 목적보다는 우리나라와 당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출마 결단 사흘 뒤 당시 2‧5살이었던 아이들과 함께 수원시 매탄동으로 이사했다. 예상대로 낙선이었지만 수원에 남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원지방법원 앞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한 뒤 지역구 활동과 대선에서도 활약했다.
홍 위원장은 “제가 총선에 출마할 때 단 1명이었던 시‧도의원이 지금은 시의원 5명, 도의원 2명 등 총 7명으로 늘었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년 총선을 희망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지하철 3호선 연장, 학군 분리, 수원 삼성고 유치 등 제가 추진하는 정책은 지역에서 큰 이슈가 됐다. 2020년 21대 총선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민주당의 일방적 승리가 아닌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면서도 “우리 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수원시) 5개 선거구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수원을 탈환하려면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종기 위원장은 “저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우리 당이 승리하길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다시 후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제가 처음 정치권에 들어온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4년 전 수원에 왔을 때 이 지역에서 기존부터 활동하시던 분의 극렬한 반대를 경험했고 (이 분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시는 모습도 봤다. 저는 그런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 접전 지역에서의 분열은 필패와 동의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은 “저는 제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당이 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다른 누구라도 수원시(정)에서 국회의원이 되어 우리 당 의석수를 하나 더 올려 주시기 바란다”며 “저는 불출마를 명분으로 당으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않는다. 향후 제가 가는 새로운 길은 당과 무관하게 제 능력으로 개척해 나가는 것임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밝혔다.
변호사인 홍종기 위원장은 청주외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법무법인 충정과 삼성전자 법무실에서 근무했다. 삼성전자 근무 시절에는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도록 법률 지식을 발휘한 바 있다.
2015년 세계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3위 업체 도쿄 일렉트론이 합병을 시도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거대 공룡 반도체 장비 업체가 탄생하면 다른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미국 공정위원회가 반독점을 우려해 반대했고 두 공룡 업체의 합병은 전격 취소됐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홍종기 변호사다. 홍 위원장은 “합병이 성사된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유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았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합병이 혁신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입증하고, 이를 근거로 미국 법무부·중국 상무부·한국 공정위 등 각국 경쟁기관을 설득해 결국 미국 정부로부터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