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제주 살인범’ 고유정의 전(前) 남편 강모씨 유해(遺骸)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8일 경기 김포시 소재의 한 소각장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40여점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1~2㎝ 이하 크기로 발견된 유해는 소각장에서 500~600도 고열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유해와 관련한 신원을 파악 중이다.
경찰은 당초 고유정이 지난달 31일 부친 명의의 경기 김포시 아파트 내 쓰레기 분리수거함에 흰색 종량제 봉투를 버리는 모습을 포착하고 수사를 집중해왔다. 이 봉투에 강씨 시신이 담긴 것으로 보고 추적, 봉투 속 물체가 김포 소각장에서 처리된 후 인천시 서구 소재의 한 재활용업체로 유입된 것을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 5일 이 소각장에서 뼛조각을 확보해 감정을 맡겼지만 ‘동물 뼈’라는 결과가 나왔다. 9일 뒤에는 재활용업체에서 라면박스 2개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추가로 수거해 감정을 맡겼다. 그 다음날 소각장에서 다시 강씨 유해로 추정되는 뼈들을 발견한 것이다.
고유정 사건에는 총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고유정, 전 남편 강씨, 현 남편 홍모씨, 강씨와 고유정 사이의 아들 A군, 홍씨와 전 부인 사이의 아들 B군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 화학과를 다닌 고유정은 대학 시절 동갑내기인 강씨를 만나 6년 연애 끝에 2013년 결혼했다. 이듬해 아들 A군을 낳은 고유정은 점차 난폭한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씨 친동생 증언에 따르면, 고유정은 아이 앞에서 흉기를 들고 폭력적인 언행을 했고 강씨가 휴대폰으로 맞아 피부가 찢어지기도 했다. 폭력에 시달린 강씨는 협의 이혼을 요구했고, 2017년 고유정과 헤어졌다. 고유정은 그해 11월 제주 출신의 공무원인 현 남편 홍씨와 재혼했다. 재혼 후 A군은 친정에 맡기고 홍씨와 함께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홍씨에게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B군이 한 명 있었다. 전 부인이 급작스레 목숨을 끊어 홍씨 노모가 제주에서 돌보고 있었다. 홍씨는 B군을 직접 키우기 위해 지난 2월 28일 청주로 데려왔다. B군은 청주에 온 지 이틀 만인 지난 3월 2일 오전 사망했다. 고유정은 B군이 숨질 당시 다른 방에서 혼자 자고 있었다며 아이의 사인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강씨는 지난달 9일 아들에 대한 면접교섭일 지정을 받아 같은 달 제주로 내려왔다. 고유정은 그달 17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수면제 성분이 있는 약물 ‘졸피뎀’을 처방받아 약국에서 구매한 후 A군과 함께 이튿날 제주에 도착했다. 이날 고유정은 강씨, A군과 함께 제주의 한 놀이방을 찾아 방명록에 A군 성씨를 ‘강’이 아닌 현 남편 성씨인 ‘홍’으로 적었다. 4일 뒤인 22일 고유정은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 1점, 표백제, 청소용 솔, 고무장갑, 종량제 봉투, 베이킹파우더, 먼지 제거 테이프 등 범행 도구를 샀다.
25일 고유정은 제주의 한 무인(無人) 펜션에서 강씨를 살해했다. 27일 퇴실하기까지 3일 동안 강씨 시신을 훼손하고 방 청소를 했다. 이날 강씨 친동생이 경찰에 강씨 실종 신고를 했다. 고유정은 28일 제주를 빠져나와 완도행 여객선에서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이튿날 부친 명의의 경기 김포시 아파트로 이동해 시신을 2차 훼손한 뒤 31일 쓰레기 분류함에 유기했다.
지난 1일 긴급 체포된 고유정은 4일 뒤 신상 공개가 결정됐고, 지난 12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송치됐다. 다음날 홍씨는 B군을 죽인 혐의로 고유정을 고소했다. 고유정은 현재 강씨 살해, 사체 손괴, 사체 유기, 사체 은닉 혐의와 B군 살해 혐의를 받고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