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 보면 무슨 의미인지 금방 와 닿지 않는 제목이 수없이 발견된다. 이런 현상은 주로 同音異義語(동음이의어)를 한글로만 표기했을 때 많이 나타난다. 이런 同音語(동음어) 단어를 만나면 앞뒤 단어와 연결한 후 그 뜻을 유추하거나, 그래도 무슨 뜻인지 모를 경우에는 기사의 본문을 읽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신문 제목에 ‘동화’라는 단어가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면, 이 단어의 뜻은 同化, 童話, 動畵, 同和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양한 뜻을 지닌 단어를 한글로만 적어 놓으면 우리는 이 단어를 볼 때마다 이 말의 앞뒤에 위치하는 말과 문장을 함께 살펴보고 해당 단어의 뜻을 類推(유추)하는 노력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100% 정확하게 뜻을 잡아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문제는 우리 國語(국어)에 이런 동음어 단어가 너무나 많다는 데 있다. 웬만한 한자어 단어는 두 개 이상의 뜻을 가졌다고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글자로 표기된 어떤 단어가 스스로 뜻을 드러내지 못하고 매번 함께 있는 다른 단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이것만큼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문자생활은 없을 것이다.

동음어라도 일상대화나 정식 문장 속에서 존재할 때는 그 뜻을 파악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책을 읽는 중에는 문맥상 동음어의 의미가 비교적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화에는 일정한 주제가 있어 동음어가 나오더라도 금방 그 뜻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음어가 신문 제목으로 뽑혀 나왔을 경우에는 상당한 혼란을 일으킨다. 뉴스의 제목은 주로 함축적이고, 압축된 단어가 사용된다. 문장도 名詞(명사) 위주로 간결하게 구성된다. 따라서 신문 제목의 단어는 하나하나가 힘을 가지면서 스스로 그 뜻을 강하게 드러내려는 속성을 지니게 된다.

고심해서 붙인 신문 제목이 도리어 의미파악이 안되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은 뉴스 제목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여기에 더해 영어와 영어+우리말 造語(조어)까지 넘쳐나 요즘 신문 제목은 암호문 경진대회를 보는 듯하다.

이런 혼란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동음이의어를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다. 실제로 단어에서 동음어가 우리보다 더 많은 일본은 한자를 사용함으로써 이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나 혼란을 겪지 않고 있다.

한자는 한글과 더불어 국어의 또 다른 중요한 표기 수단이다. 국어에서 한자를 배척하면 할 수록 우리는 지금보다 더 원시적이고, 혼란한 언어생활을 해야 한다. 실제로 200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가입국 22개국의 ‘실질문맹률’ 비교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서 해독능력이 꼴찌로 나타났다.

국민의 75% 이상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 문서 해독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단계’에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그 뜻을 모르는 사실상의 文盲(문맹)국가란 소리다.

아래는 국내 유명 일간지의 인터넷 신문 제목 중 뜻이 모호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사례를 모아본 것이다. 정식으로 수집하면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겠지만, 며칠 사이에 눈에 띄는 것만 모아 보았다.

◆ 의사 신불자 속출… 은행 ‘비상’
이처럼 동음이의어가 신문 제목 맨 앞에 나오는 경우 그 뜻을 곧바로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필자는 ‘의사 신불자’를 ‘가짜 새(新) 불교신자’라고 이해했다. 그 순간 뒤에 나오는 ‘은행’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신불자’가 ‘신용불량자’의 줄임말인 ‘信不者(신불자)’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단어 자체를 보고 뜻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앞뒤 단어를 보면서 뜻을 추측하는 비정상적인 독해 과정을 거친 것이다.

◆ 성적 살인, 살인 자체에 목적 두고 7명 살해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때 ‘성적 살인’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살인행위를 많이 하면 살인 成績(성적)이 좋아진다는 소리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기사가 연쇄살인범에 대한 기사였기 때문에 ‘性的(성적)으로 관련된 살인행위가 아니겠는가’ 하는 추측을 했다.

◆ 내수 진작 추경 조기 편성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명사 나열형 제목인데, 한글로만 표기해 놓으니 불교의 般若心經(반야심경) 문구처럼 느껴지고, 의미 전달이 금방 되지 않는다.

◆ 영등위, 제한상영가 등급 유지 추진한다
무슨 단체나 협회, 조직을 줄여 표현할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아닐 경우 일반인은 그 뜻을 금방 알기 어렵다. 이 기사 제목도 ‘영등위’라는 줄임말을 쓰면서 한자 표기를 하지 않아 순간적으로 헷갈린 경우다. 또 ‘제한상영가’란 말은 제한상영 價(가격), 제한상영 可(가능), 제한상영 ‘가(가나다라) 등급’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래는 조금 지난 인터넷 신문 기사의 제목 중에 뜻이 금방 통하지 않은 몇 개를 모아 본 것이다.

◆ 평생 관료에 당했던 ‘을의 추억’ 있었다
제목에 主語(주어)가 없어서 무슨 기사인지 짐작도 못했을 뿐더러, ‘을의 추억’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클릭해 보고 나서야 제목의 ‘을’이 계약서의 ‘甲(갑)과 乙(을)’을 지칭할 때 쓰는 ‘乙’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기업인이었던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기업 사장으로 있을 때 관료들에게 乙(을)의 입장에서 많이 당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제목이다.

◆ 中 돼지도 선물거래 계획
中國(중국)이 物價(물가) 상승의 주범의 하나인 돼지고기 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조만간 돼지고기를 先物(선물)거래할 계획이라는 기사였는데, 중국에서는 앞으로 돼지를 膳物(선물)로 주고 받겠다는 것으로 잠시 착각했다.

◆ 분당설 솔솔… 이명박·박근혜 ‘믿음 없는 동반자’
이 기사 제목은 分黨(분당)이란 단어를 문장 앞에 두면서 한자를 쓰지 않아 지명인 경기도 ‘분당’과 혼동이 된 경우다.

◆ ‘푸하하’ 문지애 아나 뉴스 하차… 하지은 아나로 교체
무슨 기사 제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기사를 읽어 보았다. 순간 ‘아나’란 말이 ‘아나운서’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고 황당했다. 이처럼 아이들 세계에서나 통용될 법한 영어 줄임말을 인터넷 신문의 기사 제목으로 달아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 알바생이 손님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바로…
이 기사 제목에서 ‘알바생’은 ‘아르바이트 학생’의 俗語(속어)다. 언론에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왕따, 짝퉁, 알바, 프리터족, 남친, 여친 같은 속어나 新造語(신조어), 일본식 조어를 남용하는 사례가 흔하다.

◆ ‘브로크백 마운틴’ 에니스역 ‘히스 레저’ 숨진 채 발견
이 기사 제목은 문장 뒤쪽에 ‘숨진 채 발견’이란 단어가 나오기 전까지 온통 외국어가 이어져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이 뭔지, ‘에니스역’이 뭔지, ‘히스레저’가 뭔지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영어가 쭉 이어지니 解讀(해독)이 불가능했다. 기사를 클릭해 보니 ‘에니스역’에서 ‘역’은 ‘배우의 역할’을 뜻하는 役(역)이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