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새 청사를 짓기 위해 일제시대 지어진 현재 서울시청 건물 뒷편에 돌출되어 있는 태평홀을 허는 작업을 벌이자, 문화재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시청 건물이 무슨 등록문화재이기 때문에 함부로 헐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조선 건국과 함께 지어진 우리나라 국보 1호 남대문를 불태워 먹은 문화재청이 요즘 엄청 할일이 없나 봅니다. 시청 건물은 일제시대 총독부 건물과 함께 나라의 얼굴을 짓밟고, 왕실의 권위를 누르고, 지배자의 힘과 오만함을 나타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장소를 골라 세운 건물입니다.
 
궁궐 내에 지어 이 나라를 지배하던 건물로 쓰였던 舊 총독부 건물과 달리 시청 건물은 건축학적이나 역사적으로도 별 의미가 없을 뿐더러, 그 위치가 남대문과 광화문을 잇는 중심축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의 100년 앞을 내다볼 때 반드시 사라져야 할 건물입니다. 
 
정면 외에는 원형도 거의 사라져 기이한 모습을 한 저 볼품없는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해 놓고 보호하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 500년이 가도, 남대문과 광화문을 잇는 서울의 중심 거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입니다.
 
현재의 서울시청 건물은 고종 황제께서 새 나라를 선포하면서 세운 환구단을 가로막고, 경운궁(덕수궁)을 가로막고, 경복궁을 가로막고, 남대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울의 가장 중요한 곳을 동서남북으로 가로막아 서울의 기를 짓누르고, 도시를 기형적으로 만드는 주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청 건물이 다른 곳에 서 있다면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건물이 서울의 워낙 중요한 곳을 가로막은 채 버티고 있기에 바라볼 때마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 껄끄럽고, 도무지 소화가 되지 않고, 그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괴롭기가 한량이 없습니다. 그렇게 보존하고 싶으면 차라리 다른 곳에 옮겨도 됩니다. 그럴 가치도 없지만...
 
문화재청은 원형이 이미 훼손되어 미관도 엉망이고, 위치도 기분나쁘고, 역사적으로 건축학적으로 별 보존 가치 없는 서울시청 건물 보호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시골 구석구석 다니면서 셀수도 없이 널려있으면서 방치되어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 초가집, 기와집을 찾아서 목록을 만드는 작업이나 먼저 하기 바랍니다. 

서울시도 제발 현재 위치에 꼴불견 新청사 지을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멋있는 건물을 새로 채택하기 바랍니다. 남대문 이북에서 광화문 노상에 있는 현재의 관공서들은 앞으로 새로 지을 때 전통 건축 양식을 따라야 도시가 주변 궁궐과 어울리고, 품위 있고 아름다워 진다고 봅니다. 그저 층계만 올리는 콘크리트 빌딩은 강남이나, 다른 곳에서 봐도 충분합니다. 
 
후기:
남대문 이북과 경운궁, 경복궁, 경희궁 일대의 일정 지역을 '서울 전통 도심 조성을 위한 특별권역'으로 묶어 이 일대에 새로 들어설 건물에 대해서 전통 양식을 기반으로 디자인 하도록 엄격히 관리하면 앞으로 200년이 안가서 아주 고풍스럽고 새로운 모습의 서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재의 건물 수명이 다한 뒤에 지금처럼 건물주들이 각자 디자인한 빌딩을 지으면 서울은 500년이 지나도 지금과 별 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래는 금년 초 서울시가 새 청사를 현재 서울 시청 자리에 짓는다고 발표한 후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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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불견 건축물 역사에 남을 서울 청사
 
글쓴 날짜: 2008년 2월 19일
 


오늘 연합뉴스에 새로운 서울시 시청 건물의 최종 모습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우리 전통 건물의 처마 곡선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잘 형상화 한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꼴불견도 저런 꼴불견 건물이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옛날 건물 뒤에 최신 건물을 한 공간에 저렇게 이질 적으로 배치해 놓은 이상한 건물은 처음 봅니다. 
 
해당 건물 자체가 볼품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제시대에 지은 서울 구청사를 그대로 두고, 그 자리에 새 청사를 지으려고 하니 자꾸 기형아 같은 건물이 탄생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별 보존 가치도 없는 구 서울시 청사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디자이너로 모셔온다고 해도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앞으로 100년을 서울의 상징으로 남을 새 서울 청사를 굳이 저 자리에 지을 이유가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서울 시청 위치는 남대문과 경운궁, 경복궁을 잇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입니다. 이 자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서울의 얼굴이 달라지고, 우리의 자부심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자리가 일제 36년, 해방 60년을 거쳐 이제서야 우리의 의지대로 우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저런 요상한 신식 건물과 일제시대 구닥다리 건물에게 터를 내주기에는 저 자리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근본부터 차근차근 따져들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복궁 안에 지워놓은 민속박물관도 딴에는 당시 전문가들이 한국의 미를 살린 수준급의 건물이라고 평가를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 민속박물관은 오늘날 경복궁을 결정적으로 망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헐어버려야 하는 '꼴불견 1위 건물'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속박물관은 맨 하단 부분은 경복궁 근정전 난간을, 상단은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을, 앞 면은 경주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를 뒤 섞여 놓은 디자인입니다. 이런 우악스런 짬뽕 건물을 당대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한국의 미를 살렸다면서 최고의 디자인으로 선정했던 것입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애써 지은 서울시 청사가 옛날 건물과 새 건물이 균형이 맞지 않은 채 기형적으로 서 있게 되면 새 시청 건물도 50년도 안 가서 헐어버리자는 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여론을 모은 후 신청사 설립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한번 더 말씀 드리면 구 서울 청사 건물은 보존해야 할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별로 없는 건물입니다.
 
관련 글참조: 독일 드레스덴과 서울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