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올리브 나무의 날이다. 2019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레바논과 튀니지가 제안해 채택했다. 올리브나무가 지닌 평화·지혜·조화의 상징성과 사회·문화·경제·환경적 가치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올리브는 인류 최초로 대량 재배한 과수다. 7000년 전부터 중동 초승달 지대에서 재배가 시작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도시 수호신을 정할 때 아테나가 포세이돈에게 이긴 비결이 올리브나무 선물이었다. 성경에서는 대홍수 뒤 노아가 보낸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와 신의 분노가 풀렸음을 알렸다.

올리브 가지는 유엔기와 미국 국새에 새겨진 평화의 상징이다. 국제올리브협의회는 1959년 설립돼 회원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4%를 차지한다.

전 세계엔 올리브나무 약 8억 그루가 자란다. 이 중 98%가 지중해 연안에 분포한다. 그리스 크레타 섬 부베스의 올리브나무는 수령이 3000년이 넘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꼽힌다. 평균 수명은 500년이다.

스페인이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2024~2025 시장연도 기준 스페인 올리브오일 생산량은 전 세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탈리아, 그리스, 튀르키예, 튀니지가 뒤를 잇는다. 미국 농무부는 2024~2025년 세계 올리브오일 생산량을 310만 톤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27% 증가한 수치다.

올리브 재배면적은 1000만 헥타르다. 유럽이 64.8%, 아프리카가 17.4%, 아시아가 10%를 차지한다.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이 올리브오일 제조에 쓰인다.

올리브는 전체 무게의 11~15%가 지방이다. 대부분 단일불포화지방인 올레산이다. 올레산은 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인다. 혈압 감소 효과도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9만2000명을 28년간 추적 조사했다. 올리브오일을 하루 반 스푼(7g) 이상 섭취한 사람은 치매 사망 위험이 28% 낮았다. 뇌졸중 발생 확률도 40% 이상 떨어졌다. 미국심장학회지는 올리브오일을 매일 2스푼씩 섭취하면 심혈관·폐·신경퇴행성 질환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고 밝혔다.

폴리페놀은 DNA 손상과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비타민E, 식물스테롤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염증을 억제하고 질병을 예방한다. 올레오칸탈 성분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암 효과가 있다. 특히 유방암 재발 가능성을 줄인다.

칼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에 좋다. 소화기관 윤활제 역할을 해 변비 완화에 효과적이다. 리놀레산은 지방 세포 비대를 막고 근육 생성을 돕는다.

올리브오일은 산도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압착·원심분리 등 기계적 방법으로만 추출한 버진 오일 중 산도가 0.8% 이하이고 고유의 맛을 지닌 것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다. 그리스는 전체 생산량의 75% 이상이 엑스트라 버진이다.

냉압착 방식이 영양 성분을 온전히 보존한다. 발연점이 낮아 가열보다는 샐러드나 빵에 찍어 먹는 게 좋다. 공복에 한두 스푼 섭취하면 위 보호, 소화 개선, 장내 미생물총 조절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