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의 뿌리와 미래를 잇는 무대가 열린다.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은 오는 12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작과 명작을 함께 선보이는 〈거장의 숨결〉을 공연한다.
이번 무대는 국립무용단의 역대 단장을 역임한 조흥동·배정혜·김현자·국수호 등 네 명의 거장이 만든 대표작을 더블빌(Double Bill)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한국 창작무용의 기틀을 세운 이들의 안무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오랜 세월 쌓인 예술혼과 한국 춤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긴다.
■ 전통과 실험이 만나는 두 개의 장
〈거장의 숨결 Ⅰ〉(12월 17~18일)에서는 배정혜의 ‘Soul, 해바라기’와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이 공연된다. ‘Soul, 해바라기’는 2006년 초연 이후 독일·네덜란드·벨기에 등 유럽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창작무용의 세계화를 이끈 작품이다. 전통춤 ‘살풀이’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인간의 슬픔과 그리움을 시적으로 형상화했다.
국수호의 ‘티벳의 하늘’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작품으로, 1998년 초연 이후 2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젊은 세대 무용수 이태웅·이승연이 새롭게 주역을 맡아 세대 간 감각의 변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거장의 숨결 Ⅱ〉(12월 20~21일)에서는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의 신작 ‘바람의 시간’이 이어진다. ‘매화를 바라보다’는 오직 움직임과 호흡만으로 완성된 작품으로, 달빛과 매화의 정서를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선율에 맞춰 담백하게 표현한다.
‘바람의 시간’은 선비정신을 주제로 한 남성춤의 신작이다. 조흥동 안무가가 직접 출연해 절제된 동작과 깊은 호흡으로 군자의 길을 형상화하며, 연출·시노그라피는 디자이너 정구호가 맡았다.
공연에 앞서 12월 2일, 국립무용단 전 단원이 참여하는 오픈리허설이 열린다.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설명과 함께 리허설 장면을 직접 보고 작품의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12월 19일 국립극장 별별실감극장에서는 ‘세계 속의 국립무용단, 미래를 향한 창작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무용인류학자 최해리와 평론가 김예림이 발제자로 나서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논의한다.
■ "한국무용의 근간을 되돌아보는 무대”
김종덕 예술감독은 “〈거장의 숨결〉은 국립무용단의 역사이자 한국무용의 근간을 되돌아보는 무대”라며 “세대와 시대를 잇는 춤의 흐름을 통해 한국무용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국립무용단은 1962년 창단 이후 전통춤의 계승과 창작을 병행하며 한국무용의 현대화를 이끌어왔다. 대표작으로 〈코리아 환타지〉, 〈묵향〉, 〈향연〉, 〈시간의 나이〉 등이 있으며, 이번 〈거장의 숨결〉을 통해 한국무용의 정체성과 확장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