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윤석열 정부를 따라다닌 가장 기이한 이름 하나가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  그는 한때 대통령 부부의 주변에 있었고, 무속·인사·언론·종교를 잇는 논란의 축에 서 있었다. 국회에서 시작된 의혹은 이제 법정으로 옮겨 갔다.

그 과정에서 근거 없는 풍문은 걸러졌고, 남은 것은 법이 다루는 ‘혐의의 실체’다.

◇ 송곳 같은 주장들 — 국회, 언론, 법정으로 번진 ‘비선 논란’

2025년 8월 4일, 국회 본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단상에 섰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 배후에는 김건희–건진법사–통일교 삼각 고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속인과 종교 세력이 언론 인수 로비를 벌이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건진법사 사건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국정농단의 또 다른 형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달 뒤인 11월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건진의 이름은 다시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비서실이 가짜 학력의 역술인을 행정관으로 채용해 점을 보게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 박상혁 의원도 “대선 당시 건진법사가 출입한 ‘복조리 캠프’라는 비공식 조직이 있었다”고 했다. “복조리 캠프가 단순한 선거지원팀이 아니라, 무속과 정치가 결합된 공간이었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복조리 캠프’의 구체적 실체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곳이 실제로 정책이나 인사라인을 형성했는지, 혹은 단순한 선거운동 지원조직이었는지는 현재까지 어느 기관에서도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백승아 의원은 이어 “비위 면직자를 재채용하고, 권익위 고발을 무시한 채 정호성 전 비서관까지 재기용한 것은 공직윤리 붕괴”라며, “무속 네트워크가 대통령실 인사에 침투했다”고 비판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불법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두 장면은 올해 국회의 ‘건진법사 시즌2’를 열었다. 이름 없는 역술인, 확인되지 않은 캠프, 대통령 부부의 주변. 발언의 수위는 날카로웠지만, 제시된 증거는 여전히 간접적이었다.

◇법정으로 옮겨간 그림자, “정신적 멘토였다”는 증언 나와(《조선일보》 2025년 11월 12일자)

11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전성배씨의 알선수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선 한 사업가 김모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전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했고, 정신적으로 이끌어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전성배가 “사표를 내지 말라, 귀인을 만나 대통령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 당선 후, 전성배 부부가 서초동 사저를 방문했을 때 ‘큰절’을 두고 다툼이 있었고, 그 이후 관계가 멀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김씨는 “대선 전후로 인사 청탁을 시도했지만 실제 반영된 것은 없었다”고 했다.

이 법정 증언에 따르면, 건진법사는 검찰시절~대선 전후까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심리적 지지자에 가까운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건진법사와의 관계를 사실상 끊은 것으로 보인다. 건진법사가 윤 대통령 부부를 어떻게 지렛대로 삼았는지는 아직 없다.

◇금품 전달 의혹 — 윤영호의 ‘중개자 역할’과 김건희 측의 부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건진법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그라프 목걸이 등 고가의 물품을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여사 측은 “그런 물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악의적 허위”라고 일축했다.

수사기관 역시 윤영호가 실제 금품을 건넸다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윤영호씨는 현재 건진법사와 별개 혐의(업무상 횡령 및 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된 상태지만, 그가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혐의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건진법사, 구속 상태에서 재판 중

전성배씨는 현재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전씨는 윤영호로부터 물품이나 금전을 받고, 이를 자신이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인사·사업 관련 청탁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혐의가 바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특가법 제4조)에 해당한다. 즉, 공직자에게 직접 청탁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처럼 하며 금품을 수수한 경우” 에 성립할 수 있는 범죄다.

김건희 여사 측은 윤영호–건진법사 라인을 통한 명품 전달설을 전면 부인했다. “물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는 악의적 허위 보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검 역시 현재까지 김 여사에게 물품이 실제 전달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상태다.

물론 법원이 구속했다는 것은 의혹이 단순한 추측 수준을 넘어 일정 부분 신빙성이 입증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유죄 확정이 아니라, 수사상 필요에 따른 조치다. 즉, 혐의는 일정 부분 인정됐지만 실체 전모는 여전히 재판정 안에서 해명 중이다.

◇실체의 경계는 남았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국회의 질의와 법정의 증언, 그리고 구속으로 이어진 권력 주변의 실존 인물이 됐다. 그의 이름은 한때 ‘무속 정치’의 상징처럼 불렸지만, 지금 드러난 사실들은 그를 권력의 내부가 아닌 주변의 조력자로 자리매김시킨다.

법원이 그를 구속하며 혐의의 신빙성이 인정되지만, 그의 국정 개입 여부와 영향력의 범위는 여전히 규명 중이다. 아직은 여백으로 남았다.

결국 전씨는 국정을 흔든 실존 인물이기보다는, 권력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상징한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실체를 두고 여전히 여백이 많지만, 그 여백이 보여주는 것은 한 가지다.

공식 라인이 막히면, 비선은 다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