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210mm, 세로 297mm인 A4 용지. 왜 하필 그 크기가 21cm, 29.7cm일까.  

A4 용지의 숫자 ‘4’는 용지를 4번 잘랐다는 의미다. 1922년 독일 표준화 기관 DIN(Deutsches Institut für Normung)에서 처음 도입한 A 시리즈다. 나중에는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당시 독일 엔지니어들은 종이를 자를 때 버려지는 부분을 줄이면서 어떻게 표준화할지를 고민했다. 이 고민은 수학적 방식으로 해결했다. 

A 시리즈는 1:√2(약 1.414)의 비율을 사용한다. 덕분에 A 시리즈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같은 비율이 유지된다. A4를 반으로 접으면 A5가 되는데, A5도 1:√2 비율을 유지한다. A4를 반으로 접으면 A5가 되고, 한 번 더 접으면 A6이 된다. 비율이 변하지 않으므로 디자인 축소와 확대가 매끄럽다.

이 같은 특성 덕에 여러 장의 용지를 조합해도 시각적 통일성이 유지된다. 포스터를 A3 두 장으로 만들어도, A4 네 장으로 축소해도 같은 비율이므로 배율 조정이 간단하다.

A4 용지는 전지인 A0 용지를 반으로 자르는 것을 네 번 반복했다. A0는 넓이가 1제곱미터고,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841mm, 1189mm다.

B4, A3.5 크기에 해당

B 시리즈는 다르게 설계됐다. B형은 A형 종이 크기 각 단계의 사이에 들어가는 중간 크기를 제공한다. 이 크기는 같은 번호의 A 시리즈와 그 이전 번호 A 시리즈 크기의 기하평균(geometric mean)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B4는 A4와 A3의 기하평균 값이다.

B 시리즈는 A 시리즈보다 가로세로가 약간 더 크다. B형은 A형을 기준으로 변형된 크기로 종이 비율은 A형과 같다. B0의 한 모서리는 1미터로 설정됐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효율성 때문이다. 정각형이나 임의의 크기로 규격화했다면 반으로 자를 때마다 비율이 달라진다. 하지만 √2 비율 시스템은 모든 크기에서 같은 비율을 유지하므로 인쇄, 복사, 스캔할 때 왜곡이 없다.

A 시리즈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용도에 따라 약간 더 큰 크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봉투, 팸플릿, 신문 등은 A 시리즈의 중간 크기가 실용적이다. B4는 그런 틈새를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