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12월 개항 예정이던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치고 공항 없는 곳이 없기 때문에 부산이 꿈꾸는 신공항은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었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의 우선 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이 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해 부산시민과 지역 정치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민심을 자극하기 위한 정치적 고려로 인해 신공항 사업이 활기를 띄었지만 현실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추진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사흘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수주1위 현대건설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이상 공항 건설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고 폐지되거나 무작정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1일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현대건설이) 네 번의 유찰 끝에 마침내 사업자가 정해지려는 순간에 컨소시엄에서 빠졌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을 바라는 부산 시민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가덕도신공항이 정치적인 판단을 고려해 신속히 추진된 만큼 부산 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은 활주로를 포함해 총 길이가 4.2㎞이다. 산봉우리(국수봉)를 완전히 깎아 그 위에 마련하는 육상 구간(1.6㎞),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닦는 해상 구간(2.6㎞)으로 나뉜다. 해상이 한 60%, 육상 40% 정도. 부지 조성 공사에만 10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경우 산을 절개한 내륙 활주로 구간과 연약 지반 위의 활주로 침하 속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어 ‘부등침하’(不等沈下)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 이상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더라도 활주로 길이나 조류 탐지와 공사 난도(難度) 같은 가덕도신공항의 안전성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대항 선착장의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30일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하다”며 공항 건설 포기의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현대차그룹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질 수밖에 없는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온전히 새 정부의 책임이 된 셈”이라면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고, 신속하게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둔 시기를 고려해서인지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 수주 1위 건설사의 포기로 국토교통부는 새로운 건설 파트너를 찾아야할 상황이다. 4번의 거듭된 유찰을 떠올린다면 향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 설계 업체 관계자는 “2021년 9월 가덕도 특별법 시행 이후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획재정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등 정치적 고려로 급속히 추진됐지만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며 "공항의 안전성을 고려하다면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