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종이 한 장으로 부활한 멸종위기 새들… 이재혁, 사비나미술관서 생명과 예술을 잇다 : 월간조선

사라져가는 생명의 형상을 종이로 되살리는 작가가 있다. 5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페이퍼아트로 만나는 멸종위기 새들의 초상》은 신진작가 이재혁이 2018년부터 진행해온 멸종위기 조류 프로젝트의 집대성이다. 이번 전시는 ‘사라지는 생명을 기록하다’는 주제 아래, 총 37점의 정교한 페이퍼아트 작품을 통해 예술과 환경 보호의 접점을 새롭게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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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기록된 새의 생애

이재혁 작가는 종이라는 평범한 재료에 주목한다. 그는 종이가 지닌 ‘기록의 매체’로서의 본질을 확장시켜, 시각예술로서의 페이퍼 아트에 생물학적, 생태학적, 철학적 의미를 덧입힌다. 인터넷 자료와 외국 서적, 자연사박물관 실측, 그리고 직접 탐조 활동까지 포함된 치밀한 리서치 과정을 거쳐 한 마리의 새를 종이로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작가는 새의 해부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골격부터 재현한 뒤, 깃털의 위치와 밀도에 따라 수백, 수천 개의 깃털 도안을 종이에 그려 하나하나 자르고 입체적으로 붙여 나간다. 참새 크기의 작품은 3일~1주, 대형 조류는 한 달 이상 소요될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장인정신이 요구된다. 하나의 새를 구성하기 위해 5종 이상의 다양한 평량과 질감의 종이가 사용되며, 색은 직접 채색하는 대신 색종이를 겹겹이 붙여 자연스러운 색감과 무늬를 구현한다.

이 작가는 “종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닌 생명의 감각을 담는 구조체로 사용한다”며, “채색보다 중요한 것은 종이 고유의 질감과 결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단지 조형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 서사이며, 인간의 손끝으로 다시 쓰는 자연사의 장면들이다.

사비나미술관의 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 환경 예술의 새로운 장

이번 전시는 사비나미술관이 매년 진행하는 ‘신진예술가 창작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관장 이명옥은 “이재혁 작가의 프로젝트는 예술의 창의성과 환경 교육의 공공성이 결합된 모델”이라며, “사라져가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마주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다시 사유하게 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작품에는 멸종된 도도새부터 아마존 열대우림의 희귀종, 우리나라의 조류 충돌 피해를 입은 철새들까지 다채로운 종이 생명체가 등장한다. 특히 일부 작품은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문제를 시각화한 작업으로, 도시개발과 야생동물 사이의 갈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사비나미술관은 전시 외에도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어린이·청소년 대상 종이 깃털 만들기, 조류 생태 워크숍, 환경 해설 도슨트 투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있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단순 감상을 넘어 예술을 통한 생태 감수성과 실천적 공감에까지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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