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은 아직도 파리에 있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팀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전 종목을 석권하고 금메달 5개를 포함해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휩쓸며 대한민국 스포츠의 새로운 신화를 썼다. 양궁에서 5개 종목을 석권한 것은 사상 최초다. 양궁 국가 대표팀은 7월28일(현지시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고, 지난 7월4일 마지막 남자 개인전까지 최정상에 올랐다.
양궁 대표팀 못지 않게 눈길을 끈 건은 지난 40년 동안 한국 양궁을 후원해온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자주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정 회장은 양궁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현지에 머물며 선수들을 지원했다.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양궁협회 관계자, 프랑스 현지 교민들과 선수들을 직접 응원한 것.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연패를 달성한 시상식에서는 선수등 한 명 한 명에게 부상을 수여했다.
정의선 회장은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인 프랑스로 정해지자 긴장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결승전을 위해 이동 중인 선수들과 마추진 정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주눅들지 말고 하던대로 하자"고 선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정 회장은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별도로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의 '양궁 찐사랑'은 여러 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2021년 도쿄 대회 떄는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양궁 응원을 위해 곧바로 일본을 찾았고,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 금메달 획득 순간에도 현지에 함께 있었다. 2016년 리우대회 떄에도 정 회장은 대표단의 출국 전날 직접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의 대회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2012년 런던대회 때에는 경기장과 숙소가 한 시간 이상 떨어져있어 이동이 불편하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기장 인근의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고, 끼니때마다 선수들이 원하는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양궁협회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파리 현지 상황을 사전에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이번 파리 대회 개막식 전에 현지에 미리 도착해 우리 선수들의 훈련장과 휴게공간, 식사, 컨디션 준비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고, 양궁 경기 기간 내내 현지에 체류했다.
한국 양궁을 40년간 후원해온 현대차그룹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개발해 지원했다. 이미 최고의 양궁 실력을 갖췄지만, 이를 더 완벽하게 펼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 R&D 기술을 활용했다.
현대차그룹은 도쿄대회 직후부터 프로젝트에 착수해 양궁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중 선수들이 가장 필요로하고, 현대차그룹 기술력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진했음. 기존 제공 기술들도 선수들 훈련에 최적화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지원했다. 또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파리대회 준비 과정과 실전 경기에서 양궁 대표팀과 코치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고,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양궁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대한양궁협회장을 연임하고 있다.
글=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