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전초등학교 전경
<1> “순간의 여정을 긴 동행으로!”
최성원 녹전초 선생님(교무부장)
산솔면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
1936년 10월 개교해 총 308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녹전초등학교는 폐교를 맞은 직동초, 내리초, 조제초 등을 통합하며 현재 산솔면에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 1일 기준, 영월 내 13개 초등학교 중 학생 수 50명 이하의 학교가 8곳이나 된다.
“녹전초는 2017~2022년 6년 동안 5학급의 복식학급으로 운영됐습니다. 학생 수가 가장 적은 2개 학년이 함께 수업받는 형태죠. 올해 다시 6학급을 회복했지만 내년에 당장 5학급 이하로 내려간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학교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마을 분들이 지난해 산솔지역교육협의회를 만들어 농촌유학 유치에 첫 의견을 모아주셨습니다.”
최성원 선생님은 전교생이 28명이었던 학교에 6가구, 총 8명의 서울 학생이 농촌유학을 왔고, 함께 따라온 유치원생 형제자매 2명이 더해져 녹전초 병설 유치원생 수도 총 4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제는 농촌유학을 통해 6학급을 유지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녹전초의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농춘유학 준비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학기 초 학생들의 관계형성’이었다. 보통 전학생이 오더라도 한 학기에 1~2명 정도인데 많은 학생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녹전초는 ‘학생 어울림 한마당’을 열어 학생들 간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학년 구분 없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팀을 짜고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면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 산솔지역교육협의회는 농촌유학 학부모와 재학생 학부모 간 친구맺기 프로젝트인 ‘영월투어’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학부모들은 하루 동안 영월 곳곳을 여행하며 친분을 쌓았다.
산솔면사무소의 역할도 중요했다. 농촌유학생 가족이 머물 생활시설 확보 및 시설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관내 경찰, 소방 관계자와 생활시설을 돌아보며 유학생 가족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
매일매일 즐거운 학교생활
‘특별 주문 케이크’를 읽은 후 직접 만들고 싶은 케이크 레시피를 적는 아이들.
녹전초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유치하며 독서교육을 통한 학생 문해력 향상을 목표로 잡았다. ‘녹전애(愛)서(書), 함께 읽자!’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독서교육 전담 인력 2명을 채용하고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후 교육과정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크게 생태·환경과 농촌유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분한 ‘푸른 자갈밭 지킴이’도 자랑할 만하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생태, 환경 프로그램은 기존과 동일하게 영월의 마을선생님, 박물관 교육 연계를 통해 학년별 교육과정 운영 계획 하에 움직인다. 농촌유학 체험프로그램은 월 1회 진행하는데 9월에는 예밀포도마을에서 영월 특산품인 포도 따기를 체험했고, 10월에는 산솔면 적벽산장에서 직접 수확한 식용꽃으로 천연염색을 하고, 밤을 구워 먹는 등 즐거운 체험을 이어가고 있다. 체험뿐만 아니라 화상영어, 골프, 피아노, 컴퓨터 수업 등 다양한 수업이 아이들의 지·덕·체 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영월군이 녹전초와 옥동초에 각각 지원한 연간 1억여 원에 달하는 교육경비 덕에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교육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게 최성원 선생님의 설명이다.
사실 녹전초는 1년에 전·입학이 1명 이하일 정도로 학생 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8명의 친구가 늘면서 기존 학생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성비 불균형 문제도 완화됐다. 남학생이 1명이던 3학년에 남자 유학생이 왔고, 여학생이 1명이던 4학년에 여자 유학생이 왔다. 그래서인지 3~4학년 아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전체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합동체육 시간에 더 활기찬 경기 진행도 가능해졌다. 학년군별로 묶어 수업하던 방과후 시간을 학년별 분반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최성원 선생님은 농촌유학을 유치하기 전 교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학교 교육과정에 농촌유학프로그램이 스며들 수 있게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촌유학을 통해 지역 아이들은 다양한 성향을 가진 또래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고 유학생은 시골학교에서 소규모의 집중된 배움 활동과 학교 밖 마을 체험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얻습니다. 유학생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갔을 때, 재학생들이 친구의 빈자리를 너무 크게 느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녹전초의 학교 생활과 영월 생활에 만족해 더 머물고 싶은 유학생 가족이 늘어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래서 녹전초의 농촌유학 목표인 ‘순간의 여정을 긴 동행으로 엮어가는 녹전 이야기’의 주인공에 기존 재학생과 유학생 모두가 지속해 등장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행복한 꿈을 키우는 학교”
최남희 옥동초 선생님(교무부장)
교직원 100% 찬성으로 일궈낸 농촌유학 유치
아래로는 옥동천이 뒤로는 덕가산 자락이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옥동초등학교는 1925년 10월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총 215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2년 뒤에는 개교 100년을 맞는 유서 깊은 학교이자, 김삿갓면에 있는 유일한 초등학교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문제는 옥동초도 피해 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2023학년도 예비 신입생 수가 학급을 유지할 수 있는 인원보다 미달이었다. 학급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 2명의 신입생이 더 필요한 상황. 이에 교장선생님이 발 벗고 나서 예비 학부모들을 적극 만나러 다녔고, 옥동초의 장점을 어필했다. 다행히 신입생 2명이 더 채워지면서 2023년 학급수는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2024학년도 1학년 신입생 또한 급격히 줄어 6학급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옥동초는 영월군이 지역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사업 대상인 신천초(한반도면 신천길 4 소재)의 경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경기, 부산 등지에서 학생들이 유학을 와 학생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했거든요. 신천초 사례를 보고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하고 있던 차에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농촌유학 시범학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2023년 3월 옥동초 교원 대표, 학부모 대표, 김삿갓면사무소 관계자, 주민자치회 등 학교와 지역 유관 단체가 농촌유학 추진을 위한 지역협의회를 구성했어요.”
머뭇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옥동초는 거짓말처럼 교직원 100%의 동의를 얻어 농촌유학을 신청했다. 그 후로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남희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주는 것처럼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유학생 가족 숙소는 학교와 가까운 예밀포도마을과 용담체험마을로 정해졌다.
“농촌유학 유치가 정말 간절했어요. 사실 이 사업은 어느 한 사람의 의지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영월에 와서 6개월을 머물러야 하는 유학생 가족을 위해 주거시설도 찾아야 하는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았어요. 교육청, 면사무소, 학교, 마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제 역할을 해준 덕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작은학교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렴
원어민 교사와 영어수업 중인 옥동초 학생들.
옥동초에는 그렇게 총 8가구 10명의 서울 학생들이 유학을 왔다. 유학생은 10명이었지만 부모가 1인 이상 동행해야 하는 가족체류형이라 부부가 함께 온 1가구를 포함 9명의 학부모, 형제자매를 따라온 유치원생 4명까지 총 23명이 김삿갓면의 새 식구가 됐다.
학생 수 부족으로 마음 졸였던 선생님들에게도, 친구가 부족했던 학생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학생 수가 부족했던 1학년에 3명, 2학년에 5명, 5학년에 2명의 유학생이 왔고, 2명이었던 옥동초 병설 유치원생 수도 6명으로 늘었다. 특히 유학생들이 오기 전 남학생, 여학생 각 1명뿐이었던 2학년이 유난히 시끌벅적해지며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옥동초는 ‘느림, 울림, 드림’을 농촌유학 시범운영의 큰 목표로 잡았다. 느림의 미학을 통해 모든 학생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의지,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 소통,
성장의 울림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하는 마음, 소중한 아이들에게 학생 맞춤형 교육활동으로 좋은 교육과 행복한 꿈을 주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옥동초 아이들은 옥동천에서 마을 이장님이 잡은 물고기를 관찰하고, 학교에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다. 자전거가 조금 익숙해지면 선생님을 따라 마을 구석구석을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논두렁, 밭두렁을 달리고 언덕에서 서로의 자전거를 밀어주며 학교로 돌아오는 모습이 한 편의 동화 같다.
옥동초의 농촌유학 특화 프로그램은 ‘영어’다. 농촌유학 시범학교로 선정된 후, 영월군의 지원을 받아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원어민 교사의 영어수업을 더욱 심화하는 데 집중했다. 2학기부터 한국인 영어교사 3명을 추가로 채용, 방과후에 아이들이 소인수 맞춤형으로 일대일 수업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마을에 상주할 원어민 교사 채용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스스럼없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학업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도서관, 미디어센터, 지능형 과학실 구축으로 풍성한 교육 인프라 안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인 교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유학 시범학교로서 유학생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다는 옥동초 선생님들은 기존에 학교에서 해왔던 영어교육이나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심화하고 확대하는 것이 맞겠다는 확신을 얻었다.
“선생님들이 모여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유학생을 영입하기 위한 영어교육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누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게 맞다는 확신이었죠. 천혜의 자연환경, 작은 학교가 가진 장점을 보고 영월에 머물고, 영월에 온다면 그것이 체류 인구든, 관계 인구든 어떠한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이 끝났다고 해서 지금의 소중한 인연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인연의 시작을 농촌유학이 만들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