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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안동 산책 ②] 안동에 빠지다 – 안동국시, 안동갈비, 냉우동

서명수 여행작가의 《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 리뷰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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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국시. 사진=서고 제공

안동다운음식을 먹고 싶다.

 

안동에선 국수는 국시가 된다. ‘국시는 봉지에 담긴 밀가루가 아닌 봉다리에 든 밀가리로 만들어야 진정한 국시가 된다는 사투리 때문만은 아니다. 안동국시는 다른 국수가 흉내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안동국시의 두 가지 버전 중에서 우리가 요즘 먹는 건, ‘누른 국시'. ’건진 국시는 양반가 제사 때나 볼 수 있었지만 손이 너무 가서 요즘은 거의 구경하기 어렵다

 

안동갈비골목은 옛 안동역(안동역은 202012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건너편 안동갈비골이라고 적혀있는 긴 굴뚝이 보이는 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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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고 제공

 

한우는 오천년 우리 민족과 함께 하며 살아 온 민족문화의 상징자산이다.

 

안동갈비식당들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기 시작한 것은 이곳에 자리잡은 섬유공장이 옮겨간 1980년대다.

우리가 한우를 먹는 방식이나 부위는 단순하다. 숯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찜과 수육으로도 먹고 스테이크로도 먹는다. 다만 등심과 안심은 기본, 갈비살과 살치살, 눈꽃살, 부채살, 치마살 등 구워먹는 한우 부위도 다양하다.

 

갈비골목에서는 이런 다양한 한우 부위는 무시해도 좋다. 여기에선 수입산은 취급하지 않는다. 안동갈비골목에서는 수입산이 아예 없다.

 

한가위를 맞아 출판사와 저자의 도움으로 3회에 걸쳐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을 소개한다.

다음은 서명수 여행작가의 글과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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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국시와 안동갈비, 냉우동

 

 

안동에선 국수는 국시가 된다. ‘국시는 봉지에 담긴 밀가루가 아닌 봉다리에 든 밀가리로 만들어야 진정한 국시가 된다는 사투리 때문만은 아니다. 안동국시는 다른 국수가 흉내낼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일단 안동국시와 칼국수와의 차이점은 콩가루를 쓰느냐 여부다. 밀 가루로 반죽하는 국수에 콩가루를 넣으면 면발이 한결 부드럽고 고소해진다. 지나치게 많이 넣게 되면 콩가루 냄새가 나거나 면발이 쉽게 끊어진다. 적정량은 식당마다 다르지만 대개 30%~40%안팎이다. 대신 다른 첨가물은 일체 넣지 않는다. 서양 국수를 반죽할 때 쓰는 계란이 나 다른 첨가물은 서울에 있는 국숫집에서 쓰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면이 반질반질해지지만 안동국시다운 투박한 맛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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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국시의 두 가지 버전 중에서 우리가 요즘 먹는 건, ‘누른 국시'. '건진 국시'는 양반가 제사 때나 볼 수 있었지만 손이 너무 가서 요즘은 거의 구경하기 어렵다. 건진국시 육수는 밀가루가 귀했던 조선시대에는 말린 은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은 은어 대신 닭육수와 양지육수를 섞고 말린 표고와 청양고추 등을 넣어서 맛을 배가시킨다.

 

식당에서는 주로 멸치를 기본 베이스로 무와 다시마, 청양고추 등으로 기본 육수를 낸다. 가정집에서는 맹물에 조선간장 넣은 기본 육수를 팔팔 끓이다가 홍두깨로 밀고 칼로 송송 썰어낸 면발을 푸성귀와 애호박 채썰어 다진 쇠고기를 얹으면 최고다.

 

서울에서 먹는 안동국시들은 양지육수나 소뼈 육수 등을 섞어 고기 맛을 내지만 정작 안동에서는 그런 방식의 육수는 쓰지 않는다.

국수 한 그릇을 내놓더라도 안동에서는 정갈한 반찬 몇 가지와 조밥 한 그릇을 같이 내놓는다. 그것이 안동국시의 법도다.국시는 아무리 양을 많이 먹더라도 한나절이 지나면 배가 꺼지게 마련이다. 길 떠나는 나그네 심정을 헤아려, 국수에 조밥 한 그릇 더 주면 배가 든든해진다. 거기에 쌈 채소와 꽁치조림을 꼭 함께 내놓는다

 

사실 안동국시는 육수 자체가 담백하고 슴슴하기 때문에 정작 화룡점정의 국수 맛을 내는 것은 집집마다 내놓는 간장에 달려있다. 기성품으로 파는 간장이 아니라 집마다 다른 조선간장을 베이스로 거친 게 빵은 입자의 고춧가루, 파 등을 베이스로 만들어내는 숙성 간장이 그것이다.

안동에서 맛보는 안동국시맛집으로는 고향묵집과 옥동손국수, 무주무손국수, 골목안손국수, 병산손국수 등이 유명하다.

 

그 국수들이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달래주는힐링푸드였다. ‘안동국시는 그런 대량제면 시대를 거쳐 다시 직접 반죽을 하고 면발을 썰어내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아내는 국수를 대표한다. 청와대에 칼국수를 도입한 한 전직 대통령이 사랑한 국수도 안동국 시였다.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그 손맛을 기억하게 하는 그리운 엄마표 국수’, 혹은 그 옛날 양반가에서 해먹던 국수를 안동국시는 되살려 내고 있다.

 

안동에선 무엇을 먹지? 늘 고민한다.

 

점심이야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걱정돼도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찾아서 먹으면 되지만 저녁 만찬으로는 근사한음식다운 음식을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멀리서 귀한 손님들이 안동을 찾아오면 더 더욱 안동다운음식을 먹이고 싶다.

 

안동에 사는 우리는 그저 별 생각 없이 먹는 안동음식이지만 어쩌다 안동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는 별미처럼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음식들이 안동에는 꽤 있다.

맛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모두 서울에 몰려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전국 8도의 이름난 웬만한 음식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특색 있는 식당들이 시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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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찜닭. 사진=서고

 

햇살이 좋은 날이든, 바람 불어 좋은 그런 날이든, 아니면 첫눈이 소복이 내려 일찍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안동우체국 건너 오래된 골목길 모퉁이 고향묵집에 가곤 한다. 구석 골방에 들어가서 파전에 막걸리 한 병 뚝딱 들이키면 바깥 세상은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렇게 몇 잔 들이키다 보면 묵집의 기본 찬이기도 한 탱탱한 메밀묵 한 접시와 문어숙회, 수육 등이 차례차례 상에 올라오고 푸짐한 안주를 보면 안동소주의 독한 누룩향기도 맡아보고 싶어질 것이다.

 

안동출신 한 시인의 안동소주란 시에서는 그런 정취가 묻어나는 주막집 풍경이 엿보인다.

 

안동소주

 

-안상학

 

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

첫머리재, 한티재, 솔티재, 혹은 보나루

그 어딘가에 있었던 주막이 그립다.

뒤란 구석진 곳에 소줏고리 엎어놓고

장작불로 짜낸 홧홧한 안동소주

미추룸한 호리병에 묵 한 사발

소반 받쳐 들고 나오는 주모가 그립다.

팔도 장돌뱅이와 어울려 투전판도 기웃거리다가

심샘해지면 동네 청상과 보리밭으로 들어가

기역도 없는 긴 이별을 나누고 싶다.

까무룩 안동소주에 취한 두어 시간 잠에서 깨어나

머리 한 번 흔들고 짚세기 고쳐 매고

길 떠나는 등짐장수를 따라나서고 싶다.

컹컹 짇어 개목다리 건너

말 몰았다. 마뜰 지나 한 되 두 되 선어대

어덕더덕 대푸벼리 해 돋았다. 불거리

들락날락 내 팡을 돌아 침 뱉었다 가래재.

등짐장수의 노래가 멎는 주막에 들러

안동소주 한 두루미에 한 사흘쯤 취해

돌아갈 길 까마득히 잊고 마는

나는 요즘 그런 주막이 그립다.

 

이런 식당은 곰삭은 안동음식의 향기와 느낌을 제대로 맛볼 수 있게 해주면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숨겨둔 비밀의 식당이다. 신시장 건너편 실내포차 동털이나 호박터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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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갈비골목

 

소는 우리에게 남다른 정서로 다가온다. 요즘이야 먹고사는 형편이 옛날보다 좋아져서 숯불에 부위별로 구워먹고 스테이크로도 먹고 하지만 예전에는 소는 농사의 근본이었고 한 집안의 대들보같은 든든한 존재 그 이상이었다. 다큐영화 <워낭소리>를 보지 않았더라도 소는 평생 주인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래서 주인은 소가 늙어 죽어도 고기를 탐하지 않고 고이 묻어주지 않았던가. 소 한 마리만 있으면 농사는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든든했고 때로는 달구지를 끌기고 했고, 집안에 대소사가 있더라도 다 치를 수 있었고 심지어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다.

 

안동갈비골목은 어느 식당을 찾더라도 맛은 대동소이하게 괜찮다. 경상도에서 괜찮다는 맛의 표현은 맛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안동갈비골목은 옛 안동역(안동역은 202012월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건너편 안동갈비골이라고 적혀있는 긴 굴뚝이 보이는 곳에서 시작된다.

 

한우는 오천년 우리 민족과 함께 하며 살아 온 민족문화의 상징자산이다. 소의 큰 눈망울을 지긋이 바라보면 우리 민족의 정서가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소를 키우는 농민들은 한우는 우리 민족의 영혼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옆길로 샜지만 한우는 수입 쇠고기가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하고 고유의 맛을 내서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경상북도는 우리나라에서 한우가 가장 많이 사육하는 지방이다. 그 중에서도 안동은 경주 상주와 더불어 경북의 3대 한우산지로 유명하다. 원래 한우가 약간 추운 한대성가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동한우는 최적의 환경에서 자라는 셈이다.

 

의외로 안동에는 안동이라는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먹거리와 농·식품이 꽤 많다.

안동국시야 지리적 표시인증을 받고 말고 할 거리가 아니지만 안동한우와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안동소주는 누구나 알 정도로 워낙 유명하다. 안동포(삼베)와 안동콩, 안동생강, 안동산약(), 안동사과도 지리적 표시인증을 받았다. 콩과 생강 산약은 안동이 국내 최대산지다.


안동갈비식당들이 하나둘씩 터전을 잡기 시작한 것은 이곳에 자리잡은 섬유공장이 옮겨간 1980년대다.

우리가 한우를 먹는 방식이나 부위는 단순하다. 숯불에 구워먹기도 하고 찜과 수육으로도 먹고 스테이크로도 먹는다. 다만 등심과 안심은 기본, 갈비살과 살치살, 눈꽃살, 부채살, 치마살 등 구워먹는 한우 부위도 다양하다

 

갈비골목에서는 이런 다양한 한우 부위는 무시해도 좋다. 여기에선 수입산은 취급하지 않는다. 안동갈비골목에서는 수입산이 아예 없다.

갈비 외의 다른 부위도 없다. 오로지 갈비다. 그리고 생갈비와 양념 갈비 두 종류만 내놓는다. 생갈비라고 해서 숙성시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선간장으로 가볍게 버무려 내놓는 방식이 독특하다. 양념갈비도 양념이 그리 강하지 않고 마늘을 넣어 버무린 정도의 가벼운 느낌의 마늘양념갈비가 인기다.

 

가격은 어느 식당이나 차이가 없다. (2020)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 급 이후 쇠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갈비가격이 그 직후 1인분 (200g) 28,000원으로 3,000원씩 올랐고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또 올랐다. 어느 식당을 찾더라도 안동갈비 맛은 대동소이하다. 식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3인분 이상을 먹으면 살이 조금 붙어있는 갈빗대를 넣어 끓여주는 갈비찜과 된장찌개를 서비스로 준다.

가볍게 해장하러 갔다가 갈비 맛에 한 잔하는 주당도 꽤 자주 보는 풍경이다.

수요미식회등의 TV프로그램이나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발길도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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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간고등어. 사진=서고

 

 

신선식당 냉우동

 

 

안동에서 갈비가 아닌 다른 방식의 해장을 하고 싶을 때 나는 안동 신시장에 있는 신선식당이나 우동에 가서 냉우동을 먹는다.

우동이야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 유명한 우동집들이 워낙 많이 있어서 시골 우동집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얼핏 봐서는 앗 이게 냉우동인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신선식당 냉우동은 비주얼이 특별하다.

시원한 멸치육수에 면을 넣고 그 위에 고명으로 노란 단무지채와 김가루 삶은 계란을 올린 것이 전부다. 면발이 일반 우동면보다 가늘다. 그래선지 면발이 주는 식감이 탱글탱글하고 함께 씹히는 단무지채의 시원한 맛이 어우러진 덕에 상큼한 맛이 배가된다.단무지를 고명으로 쓴 비법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맛을 내는 다른 비법은 멸치육수를 낼 때 멸치를 통으로 끓여내는 데에 있다. 얼음까지 동동 띄운 차가운 육수 덕에 멸치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단무지가 키 포인트다. 해장하기 좋은 냉우동 식당이다. 메뉴판에는 비빔우동과 짜장면도 있으나 주로 냉우동을 먹는다. 가격은 5,000~6,000.

 

1981년에 개업했으니 올해로 40년이 훨씬 지난 노포(老鋪). 옥동에 장수우동이라는 상호로 신선식당과 비슷한 형태의 냉우동을 내놓는 식당이 있다. 비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계속)

입력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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