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말 덕포지구 전경. 상대적으로 낙후된 영월읍 덕포리 일대 11만5700㎡가 도시개발 및 재생 사업을 통해 새롭게 변모할 예정이다.
주거·상업·문화 어우러진 소도시 조성 총력
영월읍 덕포리 강변은 한때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로 넘쳐났다. 동강 물줄기를 따라 뗏목이 드나들던 커다란 포구가 있었고, 물건을 싣고 한양을 오가는 뗏목이 줄지어 섰다. 조선시대 뱃길 교역의 중심지이자 강원 남부 상업 중심지로 손꼽혔다. 1965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준공되면서 지역 경제가 활황을 맞았다. 1980년대까지 영월역은 강원 지역 45개 광산에서 생산된 석탄과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 10%의 운송을 책임지는 물류 중심지였다. 덕포리엔 사람이 모여 들었고, 강원 남부 행정·경제·물류·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석탄 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 영월엔 정주 인구만 13만 명, 유동 인구는 4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영광의 세월은 곧 저물었다. 석탄 광산과 화력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덕포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공공시설과 상점가 등 영월의 중심축이 영흥리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덕포리는 영월 중심가와는 동강으로, 반대편은 철길로 단절된 지역이 됐다. 생활 기반 시설이 줄고 건물은 낡아갔다. 추억으로 남은 과거의 영광마저 희미해졌다.
이런 덕포리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영월군은 2028년까지 지속될 덕포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총면적 7만3000여 ㎡에 달하는 영월읍 덕포리 862번지 일대의 전반적 도시 성장을 꾀한다. 지난 2021년 시작된 덕포지구 도시개발사업은 그간 관련 행정 절차 및 주민 공청회, 실시 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올해 사업자 지정 및 토지 매입에 착수하면서 본격 가시화될 전망이다. 기본 개발 계획의 핵심은 직주근접의 소도시 건설이다. 공동주택 400여 가구와 단독주택 50여 가구 등 주거 시설에 상업 및 문화 시설이 어우러진 도시개발로 덕포지구의 도약 발판을 마련하고 관련 사업과 연계해 ‘영월의 강남’으로 성장시켜 간다는 계획이다.
조선시대 덕포 포구는 뗏목이 줄지어 드나들던 뱃길 교역의 중심지였다. 사진은 동강뗏목축제에서 재현한 전통
뗏목과 뗏꾼들.
연말 ‘덕포도시공원’ ‘다슬기 코워킹 센터’ 준공
덕포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19년 국토교통부 공모 사업에 선정된 덕포지구 도시재생사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도시재생사업 대상 지역까지 감안하면 덕포지구의 개발 면적은 7만3000여 ㎡에서 11만5700㎡로 크게 늘어난다.
도시재생사업은 말 그대로 도시 기능의 ‘재생’에 초점을 맞췄다. 덕포지구 내 낡고 방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길과 공원, 문화시설을 조성해 주민들의 삶의질을 높이는 한편 영월역을 중심으로 한 관광 거점 역할을 더해 도시 활성화를꾀한다.
세부 사업 계획을 들여다보면 먼저 올봄 덕포지구에는 연말 준공을 목표로 ‘덕포도시공원’과 ‘다슬기 코워킹 센터’ 조성 사업이 첫 삽을 뜬다. 덕포도시공원은 조합놀이대 등 놀이 시설과 녹지로 구성된 어린이 공원으로 조성된다. 다슬기 코워킹 센터는 기존 CJ 대한통운 집하장을 매입, 리모델링해 만든다. 영월 동강이 청정 다슬기 채집 명소인 점에서 착안, 다슬기 양식 및 다슬기 양식에 쓰인 양식수(養殖水)를 이용한 농산물 수경 재배 시설 등을 조성해 학생 또는 관광객이 다슬기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보고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로컬 푸드 및 특산물 매장을 함께 조성, 지역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슬기 코워팅 센터가 들어설 곳 인근에는 이미 다슬기를 식재료로 한 음식점이 다수 성업 중이어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슬기 코워킹 센터’ 내부 예상 이미지. 영월 동강의 명물 다슬기의 생태를 관찰하고 체험할수 있는 공간이다.
‘여행자 라운지’ 등 영월역 주변 관광 거점화 추진
기존 영광교회 건물과 부지를 매입, 리모델링해 조성하는 ‘영월드 어울림 센터’도 올여름쯤 완성된 모습을 보게 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 착공에 들어가 이미 일부 공간에서 목공 교실 등 강좌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완공 후에는 창업 등 주민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문화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주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기존 노후 숙박시설인 원주여인숙을 새단장해 만드는 ‘영월애(愛) 여행 라운지’는 영월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다. 6개 객실에 공용 공간 및 부대시설이 들어서며 올해 10~11월경 오픈 예정이다.
새로 마련될 여행자를 위한 공간은 더 있다. 영월역 맞은편, 구 진달래장의사 건물을 리모델링 해 2021년 문 연 복합 문화 공간인 ‘진달래장’에는 ‘여행자 라운지’가 들어선다. 진달래장은 청년 장터와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한편 영월문화도시 지원센터와 관광두레 PD 사무실 등으로 쓰였는데 이 중 일부 공간을 여행자 라운지로 꾸민다. 여행자 라운지는 영월을 찾은 관광객이 짐을 보관하거나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스마트 기기 충전, 공용 와이파이(Wi-Fi) 및 셀프 커피 바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월 관광 택시 ‘영택시’를 이용하는 관광객을 위한 대기 공간 또는 만남의 장소 역할도 하게 된다. ‘영택시’는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하는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영월의 명소 곳곳을 돌아볼 수 있는 영월의 특화 관광 상품이다. 공공 주차장을 확충하고 불법 주차가 만연한 도로는 보행자 중심의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쾌적한 도시 환경을 조성할 계획도 세웠다. 배드민턴장과 탁구장, 편의시설 등을 갖춘 ‘어울림 체육관’도 들어선다.
‘영월 덕포 행복(청년)주택’ 조감도. 청년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 공급될 공공 임대주택으로 2025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