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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Room Exclusive

이대준씨 피살 사건 관련해서 북한은 어떤 '사과'를 했나?

"북남 사이 관계에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미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미안"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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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호-윤건영 등 민주당 인사들, 북한 '사과' 강조
◉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 "김정은 동지가....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
◉ 문재인 정권,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일본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요구
2020년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유족들은 지난 6월 17일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하나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살해·소각당한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가 헐렁하게 대응했으면 그렇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 의원은 6월 27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안전이 남북 관계보다 우선이라는 차원으로 북한에 대해 강력한 규탄을 했다”면서 “그래서 예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입장이 표명됐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6월 17일, 이대준씨 피살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정부가 항의해서 사과를 받은 것으로 마무리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살살 기었다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싶은 모양인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아주 강력하게 우리 국민 희생에 대해 북한에 항의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사과까지 받았다”며 “오히려 북한을 굴복시킨 일인데 해당 공무원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라고 주장했다.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6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 재개보다 저희한테는 국민 안전이 훨씬 더 중요했다”며 “북한이 과거 그런 적도 없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대남사과통지문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하면서 사과해왔다”고 주장했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을까?

북한은 2020년 9월 25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이름으로 ‘김정은의 사과’를 담은 통지문이라는 것을 보내왔다.

‘청와대 앞’이라고 시작되는 이 통지문은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령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말로 시작, 사건의 경위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한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다.”

이어서 소위  ‘사과’에 해당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북한의 통지문은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이어 통지문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가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했다. 


북한의 ‘통지문’ 어디에도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대준씨와 유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해 귀측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가 가뜩이나 악성비루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했을 뿐이다. 즉 이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게 된 데 대한 사과만이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북한은 당초 우리 국방부의 발표에 대해 적반하장격인 비난까지 했다.“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관계자들은 북한이 이런 통지문에 환호작약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북측 통지문을 수령하자 곧바로 이를 들고 직접 청와대에 달려갔고,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두 차례나 브리핑을 열었다. 서훈 실장은 ‘서 실장은 통지문을 공개하면서 “우리가 북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사항에 신속하게 답신을 보내온 것으로서, 사태 발생 경위에 대한 북측의 설명, 우리 국민에 대한 사과와 유감 표명, 재발 방지 내용 등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신속하게, 또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처럼 빠르고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며 사과한 사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낙연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대준씨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고 주장하며 “희소식”이라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북한 최고 통치자의 신속하고 공개적인 사과는 이례적이고 놀랍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신뢰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정권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것을 주장했었다. 예컨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작년 삼일절 기념사에서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합니다”라면서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은 또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서 ‘국민정서’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착실한 이행’을 강조하자,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그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받아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15경축사에서는 ‘피해자 중심주의’ ‘국민적 합의(국민정서)’에 더해 ‘인류 보편적 가치’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까지 요구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의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보내온 사과문이라는 것을 보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이 주장해온 요건들, 즉 피해자 중심주의, 국민적 합의(국민정서), 인류 보편적 가치,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가운데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에 사과로서의 최소한의 요건, 즉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위로조차 없었다.

그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가지고 문재인 정권은 그렇게 환호작약했고, 지금도 민주당 인사들은 그게 ‘사과’였다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우상호씨나 윤건영씨에게 묻고 싶다. 누군가 그들의 가족을 죽이고 그 시신을 소각했는데 사과랍시고 “나는 당신과 나 사이의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한다면, 그걸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 말이다.


입력 : 202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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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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