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은 山이요-金槿原의 山 사진 세계 : 월간조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화두를 남김 성철스님의 말씀대로 산은 이름일 뿐이다. 우리 각자가 이름을 하나씩 갖고 있듯이 단순히 부르는 이름이다.

山이란 이름은 산의 본체를 다 말해주는 대명사가 아니다. 사진작가 金槿原(1922-2000)의 흑백 산 사진들을 들여다 보면 끊임없이 변모하는 산줄기와 숲과 언덕과 골짜기등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교향곡처럼 장엄하게 들려온다.

“나의 어린 시절 고향인 진주에서 언뜻언뜻 보였던 지리산은 늘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겨울철 하얗게 보이던 지리산은 신령한 산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고향인 진주에서 태어나 평생을 카메라를 메고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산 사진을 찍어왔던 탓에 말년에는 무릎이 아파서 잘 걷지도 못했던 김근원은 ‘한국의 명산(1987)’등 5권의 사진집과 ‘울릉도, 독도 보고회(1956, 한국산악회), 북한산(1976)등 20回의 개인 산 사진전을 열었다.

최근에 출간된 김근원의 ‘산, 그리고 숭고한 아름다움(2005, 도서출판 바움)’ 이라는 산 사진집의 머릿말에 소설가 송영은 다음과 같이 그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그가 컬러시대를 거부하고 시종 흑백을 고수한 것은 산의 본질적 형태를 드러내는 데 컬러가 별다른 도움을 이 되지 않을뿐더러 경우에 따라 컬러는 본질을 훼손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색채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흑과 백의 조화의 아름다움에 철저히 의존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눈과 구름도 이런 흑백의 조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본다. 흑백사진으로 신비감이나 어떤 위엄을 드러내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분명하다. 김근원은 카메라의 렌즈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화가 중에서도 구상화가 보다는 추상화가에 더 가깝다.”

산사진가들은 사진가가 되기 이전에 산악인이 되어야 한다. 그도 6.25전쟁 직후 한국산악회에 가입하여 나름대로 알피니즘에 대해 익히면서 본격적인 산악 사진가로 활동을 하게 됐다. 1969년 1월말 쯤 눈이 온 다음 날, 영하 20도에 가까운 강추위가 몰아치던 설악산 대청봉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 같이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다.

깡마르고 자그마한 체구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검은 색 파커를 입고 계셨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의 장남인 김상훈(중앙大 사진 아카데미 전임교수)이 代를 이어 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는 김근원 선생이 생전에 다 발표를 하지 못한 산 사진들을 모아 책으로 내는가 하면 전문 등산잡지에 간간이 그의 유작들을 발표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