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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대의 ‘되짚기’】 대선 폭로전은 ‘진실게임’ 아니다... 의혹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

서봉대  정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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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25일 검찰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음폐가 없었음을 밝히자 정대철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정 위원장은 “검찰의 병역 수사 발표는 최악의 수사결과”라고 주장했다. 사진=조선일보DB

이번 대선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유력 후보를 겨냥한 폭로, 혹은 X파일 공세가 정치권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때처럼 폭로전의 초입에 들어선 형국이다. ‘한 방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의혹내용이 심각할수록 반박-재반박의 공방만 길어졌을 뿐 선거판에선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다. 의혹이 거짓이라고 한들, 법원판결은 대선이 끝난 후에나 내려졌기에 판세엔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폭로전을 부추길 수밖에 없었다.

 

# 1997년과 2002년 대선이 그랬다. 허위 의혹이 대선 판세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19977월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자 여론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등 대세론을 탔으나 잠시였을 뿐이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등 야권이 이 후보 두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체중을 고의적으로 줄여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는 병역문제를 고의로 기피했다는 폭로이니 그 파장은 엄청났다. 게다가 이 후보의 대세론을 지탱했던 게 대쪽원칙주의자 이미지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여론지지율이 졸지에 반토막났을 정도였다.

 

이 후보는 선거전 막판까지 김대중 후보를 추격, 접전으로 치달았으나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선거 당시 이 후보는 위법사안이 아니었던 만큼 문제 될 게 없다고 자신했으나, 병역문제에 대한 국민정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기에 대응전략이 부실했던 것이다.

 

아들 병역의혹은 2002년 대선에서 또 터졌다. 이 후보의 대세론이 1997년 당시보다 더욱 견고했을 때였다. 군병원 부사관 출신의 김대업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병무청 간부 간에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다는 의혹을 폭로했고, 여론지지율은 폭락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5년 전과 달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고 여론 지지율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으나, 일반 국민들의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투표일 한 달을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에 밀리다 접전 끝에 패했다.

 

이 후보 아들 병역비리의혹은 나중에 대법원 판결을 통해 허위임이 드러났으나 대선을 치른 지 3년이나 지난 때였다. 두 차례 대선 모두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이 후보로선 억울했을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겨냥,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로 공격한 인터넷 댓글이 판세를 흔들었다. 선거전 막판까지 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이 문제가 부각되면서 지지율 하락세로 돌아섰고 문 후보와 맞섰던 호남권에서도 곤두박질쳤던 것. 개표결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밀린 3위로 뒤쳐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MB 아바타라고 인터넷 댓글로 공격했던 실체가 드러났다. 민주당 권리당원 3명이 주축이었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다. 하루 수백 건씩 댓글을 올려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MB 아바타란 프레임에서는 벗어나게 됐으나 대선은 이미 끝나버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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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월 22일 오후 바른미래당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와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불법댓글공작 천막농성장을 찾아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여야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의혹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야권 유력 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된 X파일의 존재가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정치 공작”, 야권은 “(허위 의혹으로 판세를 뒤집은) 김대업 시즌 2”라고 반격에 나섰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X파일도 거론됐다.

 

이 지사와 연인관계였다는 영화배우 김부선은 최근 페이스북에 이재명이 인간이라면 윤석열 X파일을 언급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내게도 이재명과 그 일가 X파일이 있다고 주장했고, 이 지사는 아직 대응을 하지않고 있다.

 

또 다른 여권 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도 친여성향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 TV’에 의해 조국 전 장관을 내친 사람이란 의혹을 받고 있고, 이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이 이낙연은 조국을 친 사람이다. 이낙연은 나한테 고맙다고 연락한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녹취를 이 방송이 공개했던 것. 조 전 장관 딸은 이 대학에서 받은 총장 표창장과 관련, 위조 의혹에 휩싸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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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일보DB


# 대선 주자에게는 의혹 공세를 받는다는 게 통과의례였다. 대권에 더 가까운 유력 주자일수록 공세는 더 커졌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명하는 것도,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은 진실게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을 기다리기엔 대선 기간이 너무 짧았다. 공방전의 승패는 어느 쪽 주장이 유권자들, 특히 중도층의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갈렸을 뿐이다.

 

후보들이 의혹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는 지가 대선정국의 관전 포인트인 것이다. 의혹 제기는 단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반박하기 위해선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권에서 멀어진다는 걸 역대 대선은 보여줬다.

입력 :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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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대의 되짚기

jisang3@daum.net 경북 청송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국민일보에 입사한 이후 2020년 뉴스 1 부국장을 마지막으로 30년 언론인생활을 마무리했다. 정치부장, 정치선임기자 등으로 여의도 정치권과 청와대, 총리실 등을 취재하고 후배 기사를 데스킹하는 데 20여년을 보냈다. 현재 민간연구원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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