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단독] 라임 이종필-증권사 관계자 녹취록 입수, 펀드 설계에 文 청와대 개입 정황

“인터불스는 애매하네, 저쪽에서 한 거니까”…이종필이 말한 ‘저쪽’은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텍스트는 지난 2020년 1월 17일 금융감독원 문답일지 중 일부. ‘문’은 금감원이고 ‘답’은 A씨다. 이종필이 언급한 ‘저쪽’의 의미를 묻고 있다.

라임 사태가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는 가운데, 펀드 설계 당시 청와대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발견됐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증권사 직원 A씨의 대화 녹취록에서다. 이 증권사는 라임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던 곳으로, 이종필과 공모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A씨는 라임 자금의 흐름을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다.

 

지난 2019년 10월 13일, 라임이 환매 지연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기 하루 전 A씨는 자신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이종필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뒀다. A씨는 이종필을 ‘형님’이라 부르며 금감원 조사에서 받았던 질문 내용을 공유했다. 약 40페이지에 달하는 녹취록 중 일부다. 

 

A씨: “나는 앞단 상황을 모르고 TRS를 한 건데 (금감원에서) 자꾸 앞단 사건을 물으니까…. (중략) 우리가 TRS를 하고 있는 건이 에스모 머티리얼즈 CB(전환사채)하고, 그 다음에 인터불스죠. 에스모 머티리얼즈 같은 경우는 딜(딜 소싱‧타깃기업을 찾은 후 투자후보를 선별하는 작업)을 김◯◯(에스모 이인광 회장의 수하)가 갖고 온 거죠?”

 

이종필: “아니지.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에스모 머티리얼은 김 대표가 갖고 왔다고 하기도 되게 애매해. 강◯◯(리드 김정수 회장의 수하) 쪽이 가져온 거지.”

 

(중략) 

 

A씨: “인터불스도 물어보던데, 그건 (딜) 소싱을 어떻게 했다고 해야 할까요?”

 

이종필: “그건 우리가 했다고 해, 우리가 했다고…. 아, 인터불스는 애매하다. 그건 저쪽에서 한 거니까. 애매하네. 뭐라 그래야 돼, 진짜? 내가 회의 끝나고 좀 생각을 해보고 전화 줄게.” 


인터불스는 스타모빌리티의 전신으로, 김봉현 회장이 실질 사주로 있던 곳이다. 김봉현은 검찰 수사에서 당시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가 2020년 10월 ‘옥중 입장문’에서 이를 번복했다. 이 입장문은 수사팀 교체의 결정적 계기가 됐고, 김씨는 약 7개월 후 전자보석을 허가받았다.

 

A씨와 이종필의 녹취록은 금융감독원 조사에도 제출됐다. 지난 2020년 1월 17일 금감원 문답일지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사에서 A씨에게 ‘‘저쪽’의 의미’를 몇 차례 물었지만, A씨는 ‘모른다’고 답했다. 

 

금감원: “(이종필이) 저쪽에서 한 건데 애매하네, 이런 식으로 답변을 또 하잖아요? 여기서 저쪽이라고 하는 건 어디를 지칭하는 거예요?”

 

A씨: “그때 당시에 그 의미를 생각을 안 해봤고, 본인이 했다고 하여 저는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금감원: “그러면 이제 좀 생각할 시간을 드릴게요. 저쪽은 어디를 얘기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씨: “이종필이 직접 딜을 소싱했을 경우도 있을 것이고, 다른 소싱 채널이 있을 수도 있어 그것을 지칭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금감원: “잘 모르시겠다고 기재하겠습니다.”


A씨는 이후 2021년 중반 무렵 본인의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종필이 말한 ‘저쪽’은 청와대를 의미한다”며 “(추미애가) 어떻게든 육탄방어를 했지만, 라임의 돈이 (문재인 정부 당시) 여권으로 흘러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 지인과의 녹취록 중 일부다. 


“이종필이 말한 ‘저쪽’이 어딘지 금감원 조사에서도 캐묻던데, 그땐 말을 안했죠. 근데 ‘저쪽’은 BH(청와대)를 뜻하는 거예요. 금감원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알고 있으면 나한테 덮어씌우려고 했던 거고. 그래서 이종필이 말 털면 큰일 나는 거예요. 그런데 감형 받을 생각인건지 뭔지, 왜 입을 안 털까…. (중략) 제가 걱정되는 건, (추미애가) 어떻게든 육탄방어를 했지만, 라임 돈이 여권으로도 갔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대신증권, 신금투, 이종필 등등 금융권 인사는 다 잡아 넣었으니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텐데….”

 

실제로 당시 라임 수사는 한동안 답보 상태였다. 누군가 거액을 빼돌려 썼는데, 유용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부당이득을 본 이들 중 극히 일부만 처벌받았다. 이 판을 누가 설계했고, ‘길’을 누가 터줬으며, 이 돈이 결국 어디에 쓰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자금추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글=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3.09.18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talktome@chosun.com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