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지도자 격변… 北, 김주애 우상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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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 참석차 주북한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한 김정은 김주애 부녀를 맞이하는 마체고라 대사. 마체고라 대사는 김주애에 대한 스스럼없는 태도로 유명했다. 사진=뉴시스, 조선중앙통신

세계 각국에서 지도자 교체와 권력 재편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뜻밖의 ‘미래형 서사’가 부상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둘러싼 우상화 조짐이다. 군사 현장 동행, 격상된 호칭, ‘핵무력 건설 동참’이라는 상징어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가족 노출을 넘어선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와 내부 전언을 종합하면, 김주애는 최근 ‘존귀한 자제분’ 등 지도자급 존칭으로 불리며 공개 석상에 등장해 왔다. 


2022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 동행 이후에도 핵·미사일 관련 행사에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첫 무대부터 핵 현장을 택한 점 자체가 상징”이라고 해석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사의 성격이다. 김정은을 ‘어린 시절부터 무력을 체화한 청년 대장’으로 묘사해온 기존 선전과 달리, 김주애에게는 ‘과학·기술’ 이미지가 덧입혀진다. ‘컴퓨터 천재’, ‘샛별 여장군’ 같은 표현이 거론되며 핵무력을 ‘총과 근육’의 영역에서 ‘알고리즘과 계산’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구도다. 핵 노선을 다음 세대의 필연으로 자연화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배경에는 역시 체제 관리라는 냉정한 계산이 깔려 있다. 김정은의 건강설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후계 구도의 불확실성은 북한 권력 엘리트에게 가장 불편한 변수다. 이때 김주애를 전면에 세우는 건 “아직 공석은 아니다”라는 신호를 미리 꽂아 두는 효과가 있다. 후계가 확정됐다는 선언은 아니지만, 대안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만으로도 내부 동요는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 더구나 여성 후계자라는 잠재적 저항 요인은 ‘능력’과 ‘천재’라는 서사로 덮는다. 혈통만이 아니라 실력까지 갖췄다는 이야기다.


대외 메시지는 더 직설적이다. 북한은 핵무력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렸다가 내려놓을 카드로 보지 않는다. 김주애를 앞세운 서사는 핵을 ‘세대 계승형 국가 자산’으로 고정하려는 선언에 가깝다. 미국과 한국을 향해 보내는 신호는 단순하다. 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지도자가 사라져도, 다음 이름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뜻이다. “핵은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계속 이어진다는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를 곧바로 후계 확정으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르다. 지금은 임명장이 아니라 무대 장치를 설치하는 단계에 가깝다. 상징을 쌓고, 이름을 익히고, 시선을 길들이는 시간이다. 북한이 언제,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 서사를 제도화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우상화의 파편들이 점점 하나의 그림을 향해 정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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