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만난 것은 조기대선을 앞두고 당내 통합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1시간 30분 가까이 차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의 예방에는 전현희·한준호·이언주·송순호 최고위원과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 수행실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통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통합·포용 행보의 중요성을 당부했고, 이 대표도 이에 공감하며 의지를 내비쳤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차담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내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포용하려는 행보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잘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0.7% 포인트 차이로 졌으니 이번 대선에선 이 대표에 대해 거리를 두는 분들도 다 포용해서 꼭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잘 포용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다른 대선주자들도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은 "TK(대구·경북)에는 김부겸도 있고 PK(부산·경남)에는 김경수도 있다"며 "다들 역할이 있으니 궁극적으로 통합해야 이길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김경수 전 지사 등 비명계의 이 대표 비판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밖에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민주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 추경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하며 대화를 나눴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단기간에 합의를 이루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길게 보면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만 개헌은 정치 주체들이 합의해야 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헌 논의를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이 대표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9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후 넉 달 만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