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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철수 前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총리는 꼭 하고 싶은 자리 아니었다”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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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은 ‘대장동’의 大將”
⊙ “지지자들에게 정권 교체와 大選 完走 약속… 두 가지 약속 다 지키는 것 불가능해 정권 교체 선택”
⊙ “후보 단일화 때 말한 ‘행정적 업무를 할 만한 기회’ ‘실행력 증명’은 인수위원장 맡겠다는 의미였다”
⊙ “성남시장·경기지사 지낸 사람이 전혀 연고가 없는 곳으로 달아난 것은 옳지 않아… 그렇게 피하는 사람은 다음에 대통령 후보 못 될 것”
⊙ “정치보복과 ‘법은 萬人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
  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안철수(安哲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하루 종일 바빴다. 오전에는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국민의힘 분당갑(甲)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면접을 봤다. 오후 5시부터는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축하연회에 참석했다. 두 번째 일정과 세 번째 일정 사이에 기자는 안 전 위원장을 인터뷰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대선 이후 지난 50여 일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직(職)을 수행한 소회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때 말씀드린 대로 됐잖아요?”
 
  ―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서 느낌이 어땠습니까.
 
  “저는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던 2020년 1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권 교체의 불을 붙였습니다. 그다음에 대선(大選)에 직접 뛰어들었고,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켜 정권 교체를 만들어냈습니다. 오늘은 그 긴 여정이 끝나고, 정권 교체라는 바람이 현실화된 날이었습니다.”
 
  ‘감개무량’이니 하는 상투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정권 교체와 윤석열 정권 창출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기자는 지난 1년 사이에 안철수 전 위원장을 두 번 인터뷰했다. 작년 6월과 금년 1월이었다. 안 전 위원장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10%를 넘어섰던 금년 1월 12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역설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려 할 때 그는 ‘이건 알아달라’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저의 정권 교체 열망은 진심입니다!”
 
  그때의 일을 상기시키자 안철수 전 위원장은 “그때 말씀드린 대로 됐잖아요?”라면서 씩 웃었다.
 
  “원래 대선에 나설 때 저는 지지자들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어요. 하나는 ‘꼭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완주(完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보니 두 가지 약속을 다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겠더라고요. 정권 교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완주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완주를 바라던 분들에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 단일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언제였습니까.
 
  “제가 주장한 경선(競選)을 윤석열 후보 측이 거부했을 때였습니다. 사실 경선을 하면 윤 후보가 이기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후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지층을 위해서였습니다. 경선 과정은 지지층이 승복을 하게 만드는 기제(機制)였거든요. 경선을 해서 후보를 결정해야 두 후보의 표가 합쳐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바깥 문제를 가지고 아내와 이야기하지 않아”
 
2018년 4월 29일 ‘서울 하프 마라톤’에서 안철수(오른쪽) 전 위원장은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10km 코스를 달렸다. 사진=조선DB
  ― 후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국정원이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통해 정치공작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었죠.
 
  안철수 전 위원장은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엑스파일이니 뭐니 하던데 순 거짓말이죠. 제가 1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양쪽에서 공격당하면서 나올 거 다 나왔는데 뭐 새로 나올 게 있나요? 그리고 제 아내는 정치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요. 괜히 사람들이 그런 말을 지어내는 거죠.”
 
  ― 사모님이 자기주장이 강해서 안 대표님이 끌려다닌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저는 바깥 문제를 가지고 아내와 이야기하지 않아요. 처음 안랩을 시작했을 때, 하도 고민이 되어서 그 이야기를 집사람에게 했어요. 그런데 집사람은 답은 없고,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내가 고민하는 바깥 문제는 절대로 아내가 모르게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 그동안 정치적인 결단을 여러 번 했는데, 정말 부인과 의논 안 했습니까.
 
  “이야기를 해봐야 아내를 괴롭히는 것밖에 안 되니까요. 집사람은 정치 쪽으로는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안철수 전 위원장은 3월 3일 후보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난 10년간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가지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를 할 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오늘 제 결심에 실망한 분들께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해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많은 이가 비록 DJP(김대중-김종필)연대 때처럼 합의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안철수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고 새 정부에서 상당한 지분(持分)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안철수 전 위원장에게 국무총리를 제안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다. 뜻밖이었다.
 
  ― 왜 총리 제안을 거절했습니까.
 
  “국무총리가 꼭 제가 하고 싶은 자리는 아니더라고요. 우리나라 제도가 완전한 미국식 대통령제도 아니고, 내각책임제도 아니다 보니, 국무총리의 역할이 불명확하잖아요? 총리가 부처 간 조정(調整) 역할을 한다지만 그것도 결국은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이죠. 그걸 남에게 맡기면 대통령은 뭘 하나요?”
 
  ― 혹시 총리직을 거절한 것이 윤석열 정부가 출발부터 불안해 보여서 ‘거리 두기’를 한 것은 아닙니까.
 
  “그건 아닙니다.”
 
 
  “인수위원장 맡을 생각이었다”
 
3월 10일 새벽 대통령 당선 확정 직후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 사진=조선DB
  ― 추천한 분들이 등용되지 않아서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죠.
 
  “그래서 제가 하루 동안 위원장 일을 보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오래 끌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날 윤 대통령과 만나서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조각(組閣)은 개각(改閣)과 달리 무(無)에서 처음부터 팀워크를 만드는 건데 윤 대통령은 그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는 그것을 존중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후보자가 낙마(落馬)하는 경우, 또는 제가 전문성을 가진 보건복지, 과학기술, 교육, 문화, 이런 부문의 인사에 대해서는 제가 계속 추천을 하기로 했습니다.”
 
  ― 그런 정도는 안 전 위원장님의 의향이 반영되어도 좋을 텐데요.
 
  “결국 인사권자가 책임도 같이 지는 것이지요.”
 
  ― 혹시 앞으로 윤 대통령 임기 중에 개각이 있을 경우, 입각(入閣) 제안이 들어오면 응할 생각이 있습니까.
 
  “아직 그런 생각을 안 해봤어요. 그때의 상황이 어떨지, 어떤 역할일지, 제가 당(黨)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 선거가 얼마 남았을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 후보 단일화 합의문에서 그동안 ‘행정적 업무를 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하면서, ‘제 실행력을 증명하겠다’고 하기에 국무총리로 윤석열 정부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맡고자 한 것은 국무총리가 아니라 인수위원장이었어요. 저는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제 행정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요? 엘리트 공무원들을 이끌고 리더십 발휘해서 아무 잡음 없이 성과물들을 만들어냈잖아요?”
 
  ― 왜 인수위원장을 맡겠다고 한 것입니까.
 
  “정권이 시작되는 처음에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인수위의 성공이 정부의 성공이고,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성공이라고 믿기 때문에 인수위원장은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7가지 시대정신
 
  ― 인수위 활동을 자평(自評)한다면?
 
  “인수위는 일단 시대정신 내지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적인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어요. 모두 7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정의(正義)와 공정(公正), 민주주의와 법치(法治)를 다시 살리는 일입니다.
 
  두 번째, 미래 먹거리, 일자리 만드는 일입니다.
 
  세 번째, 지역균형발전입니다. 저는 저출산(低出産) 고령화(高齡化)의 근본 원인은 지역불균형발전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 왜 그렇습니까.
 
  “예를 들어 부산이나 경남에서 매년 수만 명씩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그 지역은 고령화됩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직장이나 집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서, 결혼을 하지 못하거나 만혼(晩婚)을 하게 됩니다. 결국은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 인수위의 나머지 과제들은 무엇입니까.
 
  “네 번째, 지속가능성입니다. 연금(年金), 탄소중립 같은 문제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섯 번째, 국민통합입니다. 국민통합을 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한 나라는 이 세상에서 없었으니까요.
 
  여섯 번째, 자강안보(自彊安保), 즉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전력(戰力)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이 55조원인데 과연 우리가 꼭 필요한 전략(戰略)무기를 전략적으로 구매해서 배치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일곱 번째, 글로벌 선도(先導)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나라가 되고,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곱 가지가 다음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5월 3일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사진=인수위 사진기자단
  ― 5월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가 그 결과물이군요.
 
  “그렇죠. 그런데 이 110대 국정과제를 안 본 분들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그 안에 사이버안보가 있는 것을 아세요? 거기에 보면 국방, 미래 먹거리, 디지털 플랫폼 등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내용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습니다.”
 
  정책, 특히 미래 먹거리나 디지털 플랫폼 등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자 안철수 전 위원장의 목소리에서 신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110대 국정과제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을 훑어보니, 전에 저와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것들이나 평소에 강조하던 것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제 생각이 그 속에 많이 드러났죠?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말했잖아요? 그런데 확실하게 방향을 잡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제가 미국의 DNI(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국가정보국)를 모델로 삼아 그 방향을 잡았어요.”
 
  ― DNI를 모델로 삼았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미국의 각종 정보기관은 10여 개에 달합니다. 9·11사태 후 미국이 그 사태의 원인을 조사하다 보니, 각 정보기관이 9·11을 예견할 수 있는 정보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처 간 공유(共有)가 안 되어서 사태를 막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정보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만든 것이 DNI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이 유용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바마 정부 때에는 주(州)정부까지 그런 모델들을 행정에 널리 적용하게 됐어요.
 
  이렇게 부처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다 볼 수 있게 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이렇게 공공(公共)데이터가 공개되면 그 바탕 위에 민간데이터가 올라가면서 데이터 산업,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기술·산업이 발전하게 됩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부처 간 칸막이가 심하죠.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에 자료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일을 할 수가 없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10년 늦었어요.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것은, 그걸 이제라도 시작하자는 것입니다.”
 
  안철수 전 위원장은 기자에게 할애한 인터뷰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이야기를 했다.
 
 
  “공무원들은 새 정부가 같이 일해야 할 동료들”
 
  ― 인수위 활동을 하면서 특히 신경 쓴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미 언론에 보도되긴 했지만, 제가 처음에 몇 가지 당부한 게 있어요.
 
  첫째, 우리는 점령군(占領軍)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공무원들은 현 정부(문재인 정부를 말함)의 말을 듣고 일을 했을 뿐이고, 새 정부가 같이 일해야 할 동료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야단치고 점령군처럼 굴면 안 되지요.
 
  둘째, 24명의 인수위원에게 합의된 의견이 아닌 개인적인 의견을 단독으로 언론에 인터뷰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제일 먼저 해촉(解囑)하겠다고 했습니다. 과거 인수위 사례를 보니 개인적 의견을 언론에 내보내 국민적 혼란을 일으키지 않은 적이 없더군요. 이번에는 그런 일이 안 생겼어요.”
 
  ― 그런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탁상에서만 하지 말고 현장에 가고 간담회를 많이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인수위들과는 달리 이번 인수위는 간담회를 참 많이 했습니다. 경제1분과는 아예 세종시에 내려가서 일을 했습니다. 공무원들을 부르지 말고 현장으로 가서 일을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다행히 모두 잘 따라줘서 큰 잡음 없이 이렇게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 인수위 활동을 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개인적인 목표 하나가 인수위에서 일하는 모든 분에게 밥을 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24명 인수위원과 국장급인 전문위원 모두에게 밥을 샀습니다. 과장급인 실무위원에게도 꼭 밥을 사고 싶었는데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 중간중간 시간이 날 때에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어쨌든 인수위에서 일한 모든 분을 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 밥값은 법카(법인카드)로 계산했습니까, 개카(개인카드)로 계산했습니까.
 
  “인수위원장 앞으로 업무용 카드가 있었는데, 얼마 안 되더라고요. 비서가 오더니 ‘한도 초과됐다는데요’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하하하.”
 
 
  검수완박 중재안 파기
 
  ― 인수위가 너무 조용해서 뭘 하는지도 모르겠더라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사실 다른 인수위와는 달리 이번에는 인수위가 둘로 나뉘어 있었어요. 인수위 말고도 당선인 비서실 소속으로 청와대 이전팀과 인사검증팀도 있었거든요. 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논란이 국회에서 터졌잖아요.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 와글와글했던 문제들은 거기와 관련된 것들이었지, 인수위는 조용히 해야 할 일들을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 인수위는 주로 정책적인 일들을 다루었고, 정무적인 문제들은 다루지 않은 셈이네요.
 
  “제가 했던 유일한 정치적 행위가 있는데, 그게 ‘검수완박’ 조정안 문제였습니다. 제가 부친상(父親喪)을 당한 사이에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與野)가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부친상을 마치고 돌아와, 제가 인수위원장으로서 정치적 역할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문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인수위 부대변인이 중재안을 존중한다고 기관으로서의 입장은 피력한 후여서 ‘인수위원장으로서가 아닌 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중재안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후 윤석열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 문제를 논의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결국 합의문을 번복했습니다.”
 
  ― 이번에 국민의힘과 결국 합당(合黨)을 했지만, 과거 민주당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을 때에는 뒤끝이 좋지 않았었죠.
 
  “그래서 친문(親文)의 정체를 확실하게 알게 된 거죠. 2014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나온 후 7년 내내, 지금의 국민의힘보다 더 독하게 싸웠습니다. 하하하.”
 
  ― 6월 1일 분당갑(甲)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로 돌아가게 되면 내년 7월 당권(黨權)에 도전할 생각입니까.
 
  “우선 당선돼야죠. 선거는 머리 들면 져요. 당연히 이기는 선거는 세상에 없습니다. 민주당 김병관 후보는 그 전에 당선됐던 적이 있는 분이고, 지난 총선 때 김은혜 후보와 표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았잖아요. 만만한 상대는 아니죠.”
 
  ― 당권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라고 하지만, 벌써부터 국민의힘 내의 기득권(旣得權) 세력들이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가 나오는 계양을에서 출마하라’느니, ‘꽃가마는 없다’느니 하면서 견제를 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내 기득권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절해나갈 생각입니까.
 
  “정치인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권자, 국민들이잖아요. 저는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弱者)를 따뜻하게 품지 않는 정당은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화(産業化), 민주화(民主化), 다음은 선진화(先進化)라고 하는데, 선진화란 선진국이 되는 거죠.”
 
  ― 그렇죠.
 
  “제가 생각하는 선진국은 1등 국가가 아니고 1류 국가입니다. 1류 국가는 민주주의도 더 공고하고, 산업화도 훨씬 더 고도화되어 국민들이 잘 먹고 잘살게 되고, 사회적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화국을 의미합니다. 그게 우리나라의 지향점이고, 그걸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믿지 않는 당내 기득권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緣故 없는 곳 가면 안 돼”
 
안철수연구소 시절의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 안랩은 가장 먼저 분당에 뿌리를 내린 IT기업 중 하나이다.
  이때 비서가 들어와서 분당갑 공천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 축하드립니다. 국민들이나 분당갑 유권자들에게 ‘내가 이래서 여기에 나오게 됐다’는 얘기를 해주시죠.
 
  “1990년대 말 정도로 기억하는데, 그때만 해도 정부가 IT단지들을 몇 번 시도했지만 다 실패했어요. 저는 위치, 생활편의, 교통 등을 고려할 때 분당은 IT단지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02년에 사옥(社屋)을 완공해서 들어갔지요. 안랩은 판교에 있는 IT 회사 중에서 제일 먼저 들어간 회사 중 하나고, 지금의 판교를 만드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 분당갑과의 연고(緣故)를 강조하는군요.
 
  “사실 정치에서 연고가 중요하다는 것은 기본상식 아닌가요? 왜 연고가 중요한가? 연고는 그 지역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고, 그 지역이 정말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진심과 애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연고가 없는 곳으로 가면 안 됩니다. 저는 고향이 부산이고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명분을 따지자면 저만큼 분당과 연고가 있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내 분당과 제일 연고가 많은 사람이 전혀 연고가 없는 곳으로 달아난 것은 옳지 않아요. 그렇게 피하는 사람은 거기서 당선되더라도 다음에 대통령 후보는 못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장동’의 大將”
 
  이재명(李在明)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5월 8일 인천 계양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온몸이 오물로 덕지덕지한 사람이 도둑 막아보겠다고 열심히 하다가 튕겨서 먼지 좀 묻었다고 나를 도둑놈으로 몰고 그러면 이게 상식적인 정치겠냐”라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기간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했던 것의 연장선이었다.
 
  ―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장동 몸통이고 자기는 ‘대장동’과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전 후보가) 대장(大將)이죠. ‘대장동’의 대장이죠. 하하하.”
 
  ― 문재인 정권이나 문 전 대통령 측근의 비리가 드러날 경우….
 
  ‘의법(依法) 처리해야 할까, 아니면 정치보복의 악순환(惡循環)을 끊기 위해 덮어줘야 할까’를 물어보려는 질문이었는데, 안 전 위원장은 앞머리를 듣자마자 바로 말을 받았다.
 
  “그러니까 정치보복과 ‘법은 만인(萬人)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잖아요. 저는 그걸 구분해서 봤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국민통합의 전제(前提) 조건입니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고 하니까 국민통합이 안 되는 것이잖아요.”
 
  ― 그렇다고 해도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 들겠지요.
 
  “명백한 증거가 있으면 누가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막판에 방역(防疫) 조치를 확 풀어버렸습니다. 이러다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 그 덤터기는 새 정부가 뒤집어쓸 텐데요.
 
  “그럼요. 새 정부가 뒤집어쓰겠죠. 그래서 제가 인수위 코로나특위 위원장으로 새 정부의 코로나100일 계획을 만들었어요. 전문가들을 모아서 나름대로 잘 정교하게 만들었습니다. ‘100일’이라는 것은 ‘가을 전(前)’까지라는 의미인데, 가을에 올 수도 있는 다른 유형의 변이(變異)에 대비한 전략입니다. 제가 실외 마스크 벗는 것은 5월 말 정도에 한 번 판단하자고 얘기했던 게 그래서였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꼭 자기 임기 내에 마스크를 벗고 싶었나 보죠? 그건 정말 비과학적인 거 아니에요?”
 
  문득 지성주의(知性主義)와 과학기술, 그리고 자유를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가 생각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전 위원장은 ‘가치(價値)’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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