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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후루카와 가쓰히사 前 유엔 대북제재委 전문가 패널

UN 對北제재 품목인 석유 환적 조사 요청에도 한국 정부는 은폐했다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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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핵의 자금원: 유엔수사 비록》을 펴내는 등 북한 정권의 ‘급소’를 겨냥해 와
⊙ 對北제재 위반 조사 UN 파견 한국 외교관이 오히려 방해하기도
⊙ 북한 밀수 루트에는 한국 기업도 관련돼 있다
⊙ “아프리카에도 체면 신경 쓰는 나라 있지만, (한국처럼) 조사 방해하지 않아 ”
⊙ 北이 밀수에 ‘첨병’으로 이용하는 ‘다롄글로벌社’의 실체
⊙ 北에 석유 실어 날랐다는 의심 산 ‘카트린호’는 왜 배 두 척에 둘러싸여 있나?
⊙ 日 정부, 우리 정부에 ‘석유 환적 의심된다’며 ‘제이호프호’의 조사 요청했지만…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1966년 싱가포르 출생 / 1990년 일본 게이오(慶應)대학 경제학부 졸업, 1998년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 정치·행정대학원(국제관계·안보정책) 석사 학위 취득 / 몬터레이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 주임연구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 전문가 패널(2011~2016) 역임
사진=조현호
  2017년 12월, 일본에서 《북한핵의 자금원: 유엔수사 비록(北朝鮮 核の資金源: 「国連捜査」 秘録)》이 출간됐다. 저자는 일본 내 북한전문가로 알려진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었던 그가 ‘북핵의 자금줄’, 즉 북한 정권의 급소를 끈질기게 조사한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어로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일본의 여성 언론인 나가노 도모코(長野智子) 씨는 책의 서평(書評)에서 “(내가) 놀란 것은 전문가 패널이 신변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현장을 찾아다녔다는 사실”이라며 “후루카와 씨는 휴가를 내 제 돈을 써가며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조사를 계속해왔다”고 극찬했다.
 
  당초 기자는 지난 4월 말 도쿄에 갈 일이 생겨 그곳에서 후루카와 씨를 인터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본 가기 2주 전쯤 후루카와 씨에게서 ‘한국에 올 일이 생겼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4월 23~24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주최하는 ‘아산 플래넘(Asan Plenum)’ 참석차 방한(訪韓)한다는 내용이었다.
 
  4월 22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첫인상에서 이웃집 형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눈동자만큼은 아주 예리해 보였다.
 
  후루카와 씨는 《월간조선》에 대해 제법 알고 있었다. 갑자기 “1990년대 《월간조선》 편집장이 하버드대학에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1997~98년 조갑제(趙甲濟) 당시 편집장(조갑제닷컴 대표)이 하버드대학 니먼 펠로(Nieman Fellow·중견 기자 연수 프로그램)에 있었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기억난다. 같이 수업도 들었다”고 했다.
 
  본론에 앞서 인터뷰의 목적을 다시 한 번 그에게 말했다.
 
  “핵심은 북한에 현물(現物)이나 자금(資金)을 댄 한국인(또는 한국 회사)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 사례 중 한국과 관련된 정보를 많이 알려주십시오. 최근 논란이 된 정제유 환적 의혹, 북한산 석탄 반입의 실체도 설명해주십시오.”
 
  후루카와 씨와의 인터뷰는 2시간30여 분간 이어졌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사보타주 공작요원’
 
후루카와 가쓰히사가 쓴 《北朝鮮 核の資金源: 「国連捜査」 秘録》
  ― 책을 쓴 동기는 뭔가요.
 
  “2006년부터 시작된 유엔의 대북제재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북제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엉뚱하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책을) 쓴 겁니다.”
 
  ― 당신이 소속돼 있던 유엔 ‘1718위원회’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1718은 아시다시피 대북제재 결의 번호입니다. 1718위원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대북제재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일종의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전문가 패널’이었습니다. 전문가 패널은 총 여덟 명인데,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합니다. 이들은 대북제재위원회를 떠받치는 핵심입니다.”
 
  ― 전문가 패널의 주 업무는 뭔가요.
 
  “한마디로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기업·개인을 감시하는 역할입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북제재를 위반한 기업 또는 개인을 찾아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안보리에 제언(提言)을 합니다.”
 
  후루카와 씨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로 재직할 당시,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 패널이 보여준 ‘대담한 직무유기’였다. 후루카와 씨는 그들을 ‘사보타주 공작요원’이라고 표현했다. 관련 내용을 그의 책에서 발췌한다.
 
  〈패널 안에는 제재 강화를 방해하기 위한 ‘사보타주 공작요원’이 있다. 부임 전에 나는 여러 방면에서 조언을 받았었다.
 
  “중국인 동료를 조심하라.”
 
  패널 동료인 중국인은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30대 초반이다. 성격은 온화하지만, 충고대로의 인물인 것을 금방 알았다. 패널 수사에 걸핏하면 제동을 건다. 중국 기업이 제재 위반을 저질렀다면 그 사실을 철저히 은폐하려 한다. 명백한 제재 위반이 있더라도, “위반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계속 말한다. 유엔 공식문서에, 중국 기업에 의한 위반 행위가 기술되지 않도록, 온갖 억지를 부리며 방해한다. 다른 동료의 동향(動向)을 감시하고, 중국 정부에 보고한다. 게다가 그는 국제회의 참가를 명목으로, 온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9시간 이상 비행이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마음대로 탄 것이다. (중략)
 
  러시아인 동료는 외무성에서 정년을 보낸 인물이었다. 일을 전혀 하지 않는 데다가, 그도 해외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뉴욕에 있어도 사무실에는 거의 없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택에서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사무실에 있을 때는, 상당한 시간을 전화에 소비하고 있었다. 러시아에 있는 가족에게 국제전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보다 못해 나는 다른 동료에게 물어봤다.
 
  “그 사람, 아무 일도 안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동료는 태연했다.
 
  “그에게는 모스크바도 전혀 기대하지 않아. 이걸로 딱 좋아…. 우수한 러시아인이 오면, 오히려 다루기 어려워.”〉

 
  ― 책을 보면 전문가 패널로 근무할 당시, 함께 근무했던 중국과 러시아 동료들에 대한 혹평이 눈에 띕니다. 그 당시 한국 관계자들도 이 두 나라와 다를 바 없었다고 책에 썼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말해주십시오. 그들의 실명을 공개해도 좋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름은 곤란합니다. 전문가 패널로 있을 당시 같이 근무한 한국인은 세 명이었습니다. 마지막에 같이 일했던 분은 매우 유능한 전문가였습니다. 당시 이들 모두 한국 외교부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같이 일했던 한국 전문가들은, 유엔 보고서에 제재 위반을 한 한국 기업이나 개인의 이름이 실리는 걸 곤란하다고 여겼습니다. 심지어 보고서에 한국 기업명이 실리지 않게끔 방해를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 그렇게 방해한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일종의 체면, 또는 프라이드(pride·자존심)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외교부도 자국(自國) 기업이 제재 위반을 했다고 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겁니다. 아프리카에도 체면을 신경 쓰는 나라가 있지만, 그렇다고 조사를 방해하지는 않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북한의 ‘密輸루트’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가 2018년 8월 30일(현지 기준) 러시아는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한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내용 일부에 동의할 수 없다며, 보고서 배포를 막는 행태를 보였다. 사진=뉴시스
  ― 패널 선발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한 번, 패널 구성 방식을 바꿔보려고도 했으나 당시 유엔 고위 관계자가 바꾸려 하지 않더군요. 유엔 전문가 패널이라고 하면 말 그대로 굉장한 전문가가 올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에는 매우 뛰어나고 우수한 전문가·저널리스트들이 많이 있음에도 그런 분들이 전문가 패널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조사보다도 방해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그 시기는 대략 언제였나요.
 
  “박근혜 정부 때인 걸로 압니다. 2013년이 박근혜 정권이었죠? 그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 책에 ‘유엔 대북제재위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건 중국’이라고 썼는데, 요즘도 그런가요.
 
  “네. 예전부터 중국이 가장 강했습니다만, 지금은 러시아도 미국에 대항할 정도는 됐다고 봅니다. 안보리에서 중국·러시아의 힘이 강해졌죠.”
 
  ―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김정일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김정은 정권과는 어떤가요.
 
  “중국과 러시아를 나눠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은이 정권을 잡은 뒤, 북한은 중국이 하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김정은에 대한 일종의 ‘불만’이 분명 있었습니다. 김정일 정권 때, 중국은 북한을 최대한 감쌌지만 김정은으로 바뀐 뒤에는 그런 모습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지금 중국은 김정은 정권을 감싸기보다는 중국 기업이 대북제재 위반을 했을 시 유엔에 지적받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자국 기업 지키는 데 열중하는 셈입니다. 북한에 있어 ‘메인 경제 파트너’는 중국이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나 물자를 (북한에) 조달하는 비중은 러시아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25일(현지 기준)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확대 정상회담 후 열린 연회에서 북한 김정은과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십시오.
 
  “최근 중국의 과학기술이 압도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중국의 상당한 기술이 최근 수년간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것은 틀림없습니다. 최근 2년간 미국 정부가 북·중(北·中) 간 거래에 대한 감시를 계속 강화했더니, 중국이 다소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중국 기업만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만 잘 챙기면 됐지만, 이젠 러시아도 잘 살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석탄을 판매하거나 석유를 수입하고 있으니까요.”
 
  ― 북한과 밀접하게 연계된 또 다른 나라는 어디입니까.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북한의 밀수(密輸) 루트에 있어 일본과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 외에도 다른 여러 국가를 거치고 있는 걸로 파악됩니다. 2006년 이전까지는 일본이 북한의 무역 거점이었습니다. 2006년, 대북제재가 시작되면서 북한과 거래했던 일본의 무역업자는 모두 중국으로 거점을 옮겼습니다.”
 
  ― 미국도 대북제재의 강도를 점차 높여나가는 양상입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2년간 북·중 무역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그랬더니 중국인들이 거꾸로 일본에 기업(페이퍼컴퍼니-기자 註)을 만들어, 일본과 한국, 중국, 러시아를 끌어들여 밀수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만든 기업은 사실상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회사인 셈이죠. 국가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적발이 어려워진 게 사실입니다.”
 
  ― 어떻게 해야 대북제재 위반 기업을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습니까.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는 걸 알아야 (적발이) 가능합니다. 북한은 밀수를 할 때, 자신들이 신뢰하는 무역업자하고만 계속 일을 합니다. 한 번 거래를 했던 사람들과 지금도 거래를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특히 대북제재 위반 품목의 밀수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온 관례죠.”
 
 
  다롄글로벌사와 B트랜스사의 實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조총련 본부. 사진=조선DB
  ― 부정 사치품 대북(對北) 수출 과정에서 한국 기업 ‘A로지스틱스(익명 처리-기자 註)’사(社)가 불법 중개에 가담했다고 책에 썼던데, 이 회사의 실체는 뭡니까.
 
  “일본에서 북한으로 벤츠(Mercedes-Benz) 차량이 부정 수출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2009년인가 2010년일 겁니다. 그때 A로지스틱스가 운송업자로 나서 일본에서 한국, 한국에서 북한으로 벤츠를 운송했습니다. 그에 대해 유엔이 조사를 시작한 게 2012년이었습니다. 부정 수출이 있은 지 2~3년 뒤에 발각돼 조사에 들어간 거죠. 확인해보니 서울 ○○구에 있는 회사였습니다.”
 
  ― 조사 결과 어떻게 됐나요. 그 회사가 제재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당시 한국인 동료가 조사를 방해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이러면 제재 위반 기업의 실체를 규명할 수 없게 돼 결국 북한의 ‘불법 위장 네트워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2018년)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해 수입한 한국 회사 서너 군데가 적발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정부 차원에서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그 같은 밀수 과정에 조총련의 역할도 있었습니까.
 
  “조총련이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론 모르겠습니다. 조총련과 관련 있는 무역업자들도 밀수에 개입하긴 할 겁니다.”
 
  ― 다롄(大連)글로벌사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기업이라고 하셨습니다.
 
  “A로지스틱스사와 함께 북한이 밀수에 이용하는 주범 격인 회사입니다. 미국 정부는 2017년 6월 29일 다롄글로벌을 제재 명단에 올렸습니다. 석탄 등 여러 반입 금지 물자를 북한으로 운송한 혐의를 받았죠. 일본 정부도 다롄글로벌을 제재했습니다. 그러자 다롄글로벌은 다른 이름을 빌려 제3국에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으로 화물선을 보내 북한과 거래를 하는 거죠. 제가 봤을 때 최소 15척의 화물선이 운항하고 있었습니다.”
 
  후루카와 씨는 ‘다롄글로벌사’에 대해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다.
 
  〈중국·일본·홍콩·한국·북한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사용해 수많은 부정 수출을 지휘하던 다롄글로벌사의 자사(自社) 홈페이지에 따르면, 주로 중국과 북한 간의 해상 수송을 주 업무로 하는 해운회사로 종업원 수는 242명이다. 사장은 ‘김광일(金光日)’이라는 인물이다.
 
  이 회사의 정보를 중국어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조선어 기사가 발견됐다. 2009년 11월에 쓰인 기사에는 사장이 ‘金光日’이라고 소개돼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조선계 중국인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예전에 니가타현(新潟県)의 나오에쓰시(直江津市)와 한국에도 지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다만, 일본의 지점은 2006년에 ‘폐업’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 다롄글로벌과 관계 있는 회사가 혹시 한국에도 있습니까.
 
  “한국에도 협력사가 있죠. B트랜스(익명 처리-기자 註)라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다른 사명(社名)으로 바꿨을 겁니다. B트랜스의 주소를 다른 해운회사가 사용하고 있더군요. 지금 이 주소의 해운회사와 B트랜스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선 한국의 기업등기부(企業登記簿)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 B트랜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B트랜스는 북한으로 물자가 반입되게끔 연결하는 일종의 ‘컬래버레이터’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탱크로리를 일본에서 불법 수입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죠. 이를 지휘했던 회사가 다롄글로벌사였습니다. 다롄글로벌사는 B트랜스 명의로 일본 세관에 신고를 했습니다.”
 
 
  혼자서 14개 기업을 좌지우지한 ‘에미야 하야토’
 
  후루카와 씨는 다롄글로벌사와 관계있는 한국 회사 몇 군데를 더 지목했다.
 
  “B트랜스뿐 아니라, C시핑(익명 처리-기자 註)과 D해운(익명 처리-기자 註)이란 회사가 있습니다. 다롄글로벌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불법 수출할 때, 홍콩의 D해운사의 명의를 빌렸습니다. D해운은 홍콩 기업이지만, 등기부를 확인해보면 한국인이 경영하는 회사입니다. D해운은 현재 부산에 있는 석유 탱크 회사의 주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D해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십시오.
 
  “D해운에서 일본으로 대량의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보도가 2014년 일본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 돈이 조총련 본부와 관련 있는 돈이었다는 취지였습니다. 마침 2014년은 일본 정부가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조인 해입니다. 그에 따라 조총련에 대한 증세도 강화됐죠. 결국 조총련의 재정이 어려워져 본부 건물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D해운에서 일본 조총련으로 흘러 들어간 1억 엔이 조총련의 ‘재정난 타개용’이었다는 얘깁니다. 참고로 D해운은 다롄글로벌사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북한이 다롄글로벌사를 통해 ‘파워셔블’을 수입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롄글로벌은 고급 차량이나 여러 사치품을 주로 수입했는데 그중에 파워셔블(광물 채굴에 쓰이는 중장비)이 있었습니다. 파워셔블이나 탱크로리의 경우,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관련이 있어 일본에서는 대북 수출 금지 품목입니다. 탱크로리는 석유를 옮기는 것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운반용 차량으로 개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원심분리기 반입은 없었나요. 핵실험 등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는 마모가 심해 소모품으로 분류, 그때그때 수입이 이뤄져야 하는 걸로 압니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수입하는 정황을 포착한 적이 있습니까.
 
  “‘남천강’이란 북한 회사가 그와 관련된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남천강은 유엔제재 대상 북한 기업으로, 사실상 핵개발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특히 핵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회사가 다른 기업을 통해서 우라늄 농축 관련 기자재를 대량 구입하고 있다고 유엔에 보고된 바 있습니다.”
 
  ― 책에는 에미야 하야토(衛宮準人)란 사람이 운영했던 한 일본 회사가 최소 여덟 척의 북한 관련 선박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써 있습니다. 에미야 하야토는 어떤 인물인가요.
 
  “에미야 하야토라는 이름은 가명(假名)입니다. 실명을 적으면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소송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 실명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
 
  “K라는 일본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 에미야 하야토(K)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의 아버지가 조총련 간부였습니다. 그가 소유한 배들은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시리아, 이집트, 태국, 앙골라, 중국 등에 기항해왔습니다. 이 선박들의 기항지에서 ‘선원 명단’을 확인해보면 모두 북한인이 고용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홍콩에 등기한 기업이 무려 14개나 됐습니다. 혼자서 14개 기업을 좌지우지한 겁니다.”
 
  ― 에미야 하야토가 운영한 여러 회사 중 하나는, 한국인과 재일동포도 관여돼 있는 걸로 압니다. 이 중 재일(在日)한국인은 ‘▲▲▲▲신용조합 전직 이사장’이라고 책에 기재돼 있지만, 한국인은 누구인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나요.
 
  “두 명인데 이○○, 신○○입니다. 신○○이 ▲▲▲▲신용조합의 간부였습니다. 이○○라는 사람은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한국에서는 불과 10년 전까지 북한과 거래를 하는 게 문제가 거의 없던 걸로 압니다. 이 사람들은 그때 활동했던 사람들입니다. 죽 북한과 거래를 해왔던 사람들이죠. 이러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제재 위반에 관련한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때문에 저희도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한국 정부의 문제입니다.”
 
 
  “다온로지스틱스와 F스타마린, 면밀히 조사해야”
 
‘루니스호’ 의혹을 다루는 채널A. 사진=채널A 캡처
  ― 최근 동중국해(東中國海)에서의 석유 환적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인가요. 일본 해상자위대가 동중국해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북한 탱크선과 한국 선박이 옆에 나란히 붙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석유 환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죠. 그때 의심을 받은 한국 선박이 바로 ‘제이호프(J-hope)호’고, 북한 선박은 ‘남산 8호’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후루카와 씨는 “잠시 방에 좀 다녀오겠다”며 자신의 호텔 방으로 향했다. 약 15분 후쯤, 그는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타났다. 후루카와 씨는 전 세계 배들의 운항을 검색할 수 있는 ‘마린 트래픽(marine traffic)’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마린 트래픽’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는 배들을 하나하나 지목해가며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 제이호프호를 소유한 회사에 대해 알고 있나요.
 
  “확인해보니 부산에 있는 E코퍼레이션(익명 처리-기자 註)이라는 회사더군요. 그때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석유 환적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서는 ‘환적은 없었다’는 답변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이호프호는 물론 E코퍼레이션도 제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왜 은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2018년 말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 광개토함과 일본 초계기와의 이른바 ‘레이더’ 파문을 기억하십니까. 당시 일본 초계기가 우리 측과 북한과의 불법 환적 장면을 포착했다는 설(說)이 나돌았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시 조난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박이 매우 작은 어선에 불과해 불법 환적과는 관계가 없었다고 봅니다.”
 
  ― 정제유 불법 환적에 연루된 ‘루니스호’와 ‘피파이어니어호’도 논란입니다. 한국의 ‘다온로지스틱스’란 회사가 피파이어니어호와 루니스호를 싱가포르 업체에 각각 용선(傭船·배와 선원을 운송용으로 빌리는 것), 재용선했음이 드러났습니다. 루니스호의 경우 싱가포르에 입항하려 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입항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나요.
 
  “정제유 불법 환적을 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정황입니다. 다온로지스틱스는 두 배의 소유주이고, 배의 운항은 F스타마린(익명 처리-기자 註)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규모가 아주 클 겁니다. 다온로지스틱스가 소유하고 있는 석유화학 탱커만 네 척이고, F스타마린은 총 여덟 척의 오일탱커를 운항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면밀히 조사해야 합니다.”
 
  ― 이 두 배 말고 의심 가는 배가 또 있습니까.
 
  “(마린 트래픽 홈페이지 화면을 가리키며) 여기 재미있는 배가 한 척 있습니다. 마셜제도(諸島)에 등록돼 있는 기업의 배인데, 저는 배를 소유한 기업명에서 한국 느낌을 받습니다. G시핑(익명 처리-기자 註)인데, 선명(船名)은 카트린호예요. 카트린호는 현재(4월 22일), 부산 앞바다에 계속 정박해 있으면서 다른 두 척의 배 사이에 끼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종에 구류(拘留)가 된 거죠.”
 
  ― 그건 뭘 의미하는 겁니까.
 
  “이 배는 석유 환적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배는 석유탱크선이거든요. 카트린호는 북한에 직접 석유를 가져다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 당국에 구류돼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다만 카트린호를 감싸고 있는 두 척의 배가 어떤 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아프리카 토고 국적의 배도 있던 걸로 압니다.
 
  “그게 카트린호와 DN5505호입니다. DN5505는 화물선입니다. 두 배에 걸린 깃발 때문에 토고 국적의 배로 알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깃발은 상관이 없죠. 실제 배를 소유하고 운항의 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의 소재지는 마셜제도입니다. 마셜제도의 기업은 아마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큽니다. 카르린호와 DN5505호 모두 G시핑사 소유입니다.”
 
 
  韓 정부, 배 소유주 認知했겠지만…
 
피파이어니어호. 사진=KBS 캡처
  ― DN5505는 이름을 ‘시앙진(Xiang Jin)’으로 바꾼 걸로 압니다만.
 
  “시앙진호에서 DN5505호로 바꾼 겁니다. 이 배는 일본과 한국에 자주 왔었습니다. 지금 DN5505호는 포항 부근에서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네요. 이 배도 (카트린호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구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이 배를 뒤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조사를 해야 합니다. 분명 한국 정부는 배의 소유주 등을 인지(認知)했을 테지만, 전혀 공표를 하지 않고 있죠. 이 점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공표해야 합니다.”
 
  ― 지난 3월 20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대만해협 북쪽에서 석유 환적이 일본에 포착된 적이 있습니다. 한국유조선 A호가 제3국 선박으로 석유 제품을 옮겨 실었고, 제3국 선박은 북한 선박으로 석유 제품을 환적했다는 게 요지입니다. 이를 일본 초계기가 촬영했다고도 합니다. 초계기가 촬영한 사진을 한국의 야당 국회의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 배에 정제유를 불법 환적하는 모습이 12회나 포착됐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네요. 3월 20일이죠? 이 정보가 맞을 수도 있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 지난해 한국에선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허위 밀반입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습니까.
 
  “북한 석탄을 한국으로 밀수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보면, 2017년경부터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R사인데, 북한산 석탄을 밀수해 작년 12월 검찰에 송치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두 회사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아무튼 이 회사들의 결산보고서를 보면 2017년부터 매출이 급증한 걸 알 수 있습니다. 2016~2017년부터 북한과 거래를 많이 증가했다는 증거죠.”
 
  후루카와 씨가 몸담고 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3월 12일(현지 기준)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 해상에서의 금수품(禁輸品) 밀거래, 무기수출 등 제재 위반 사례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해역에서 거래된 북한산 석탄의 최종 목적지가 한국이었다는 제재위원회의 지적에 주목했다. 보고서에는 대구지검이 지난해 12월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불법 반입한 혐의로 석탄 수입업자와 법인 등을 기소한 내용이 반영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국 내 몇몇 기업이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유엔보고서에 명시된 것은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제재 위반 사례가 점차 늘어난다면 한국 역시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후루카와 씨도 그 점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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