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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해부

라임 김봉현에게 1000억원 자금 댄 ‘사채시장 代父’ K씨

지하자금 1조원 굴리는 親與 성향, 586운동권 출신 ‘큰손’의 정체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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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명동 사채王’ 하수인에서 대부업계 1인자로
⊙ 김봉현은 馬, K씨는 馬主… “김봉현이 ‘스승’으로 모셨다”
⊙ ‘사채王’으로 알려졌던 최 회장보다 한 수 위… 최 회장 돈 ‘네다바이’로 사업 키웠다?
⊙ 시장 관계자, “K씨 라임뿐 아니라 옵티머스에도 투자… 코스닥 전체 교란”
⊙ 전교조 前身 창립멤버로 유력 與圈 인사와도 친분
⊙ 서초동 조국 집회 참석하기도… ‘추미애 라인’ 일부 검사들과 인연
⊙ 최초로 입 연 K씨… “김봉현과 10차례 걸쳐 1000억원 상당 거래했다”
2019년 10월 14일 원종준 당시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에 위치한 라임자산운용사에서 자사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러모로 극(極)에 달한 모양새다. 전방위적 사기 행각, 그 결과 초래된 1조6000억원대의 환매지연 사태. 가히 역대 최악의 금융사기라 불릴 만한 규모다. ‘한탕’을 위해 모인 사람도 부지기수다. 정·재계 인사, 기업사냥꾼, 연예인에 더해 룸살롱 마담, 조폭까지. 나올 만큼 다 나오니, 이젠 어쩐지 새로운 소식도 없다. 김봉현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정쟁(政爭)만 반복할 뿐. 수사가 사실상 ‘끝물’에 다다랐다고 보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여기가 바닥인 걸까. 그런데 그 어디쯤, 어스름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지하로 통하는 문이다.
 
 
  錢主로 알려진 김봉현의 진짜 돈줄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그간 지상(地上)에서 라임의 전주(錢主) 역은 김봉현이 맡았다. ‘라임 살릴 회장님’이라는 칭호까지 붙었다. 그 무렵, 지하 시장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시장에서 가장 밑바닥 일을 한 사람이에요. 여관 운영으로 치면 ‘조바’ 있죠? 방에다가 맥주, 땅콩 넣어주고 청소해주는…. 핫바지 중의 핫바지인데 전주는 무슨. ‘이 ×× 많이 컸네’ 했다니까요.”
 
  한때 김봉현이 다녀간 룸살롱 업주의 말이다.
 
  “이 바닥 사람들은 다 알아요. 김봉현의 ‘돈줄’이 K라는 거요. 그 사람 말고는 대줄 사람이 없어요. 그게 아니고서는 말단 중 말단 주제에 어떻게 상장사(上場社) 회장이 됩니까.”
 

  이곳에서는 김봉현을 ‘말(馬)’이라 불렀다. K씨는 ‘마주(馬主)’라고 했다. 김봉현을 움직인 주인이라는 뜻이다. 시장 관계자의 말이다.
 
  “김봉현은 K씨를 거의 신(神)으로 모셨죠. ‘스승님, 스승님’ 하면서요. 이 바닥에서는 돈 있는 자가 갑(甲)이에요. 계약서상 병(丙)으로 기재되거나 혹은 흔적이 없더라도요. 흔히 ‘자금지위를 이용해 불법 자금을 융통했다’고 하잖아요. ‘자금지위’를 가진 자, 그가 바로 K씨입니다.”
 
 
  사채업자와 세트로 움직인 김봉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1000억원대의 자금을 댄 사채업자 K씨.
  ‘찍기’라는 용어가 있다. 주로 사채시장에서 쓴다.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할 때, 투자금으로 가장해 입금했다가 바로 빼는 편법 행위다. 다른 말로 ‘가장(假裝)납입’. 주식을 사는 ‘척’만 한다. 그 때문에 회사 자금이 거짓으로 부풀려진다. 몇몇 시장 관계자들은 김봉현이 상장사를 인수할 때 ‘찍기’로 자금을 지원한 인물이 K씨라고 지목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봉현은 K씨의 돈으로 ‘회장’ 명함을 판 셈이다.
 
  김봉현은 이 명함을 들고 본격적으로 기업사냥에 나섰다. 2020년 3월 《한국경제》 기사의 일부다.
 
  “김 회장(김봉현)의 손을 거쳐 간 코스닥 기업은 화진, 크로바○○○, 럭슬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대부분 횡령 혐의가 발생해 상장폐지(상폐) 위기에 놓인 회사들이다. 한 코스닥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악덕 사채업자 K와 세트로 움직이곤 했다”며 “조폭 계좌를 동원하는 등 1990년대 방식의 무모한 횡령 수법을 자주 쓴다”고 전했다.”
 
  K씨의 존재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처럼 단신(短信)에만 잠깐씩 등장할 뿐이다. ‘세트로 움직인다’, 이는 무슨 뜻일까. 시장 관계자의 말이다.
 
  “K는 상장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자산운용사의 자금을 횡령하는 데 직접적인 관여는 안 해요. 김봉현과 같은 ‘말’을 전면에 세우고 자신은 베일에 가린 채 자금을 대주죠. 그 때문에 문서 어디에도 족적(足跡)을 남기지 않습니다.”
 
 
  흔적 없이 움직이는 K
 
  여러 증언을 통해 추적해본 결과, 둘 사이 연결고리는 이런 식이었다.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코스닥 기업 ‘크로바○○○’. 2018년 7월 김봉현은 이곳의 대주주사(社) 임원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스타모빌리티의 회장이자 명동 사채시장을 움직이는 엄청난 재력가인데, 너희한테 투자해주겠다.”
 
  그러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는 ‘티볼리○○○’라는 회사를 소개했다. ‘양사 간 협력으로 수익을 내보자’는 제안.
 
  이후 김봉현은 티볼리○○○의 전환사채(CB)를 크로바○○○에 발행하고 60억원을 빼돌렸다. 회사는 당연히 휘청거렸고, 김봉현은 고소를 당했다. 티볼리○○○와의 관계가 악화된 김봉현은 “횡령한 돈을 모두 상환하고 크로바○○○을 내가 인수하겠다”고 했다. 상장폐지 위기였던 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때 K씨가 등장한다. 크로바○○○ 관계자의 말이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주주연대를 설립하고 로펌을 선임했습니다. 그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K씨를 소개해주더군요.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재력가라면서요. 그런데 인터넷이나 뭐나, 어디에도 정보가 없는 사람이었어요. 로펌의, 그것도 대표변호사가 소개해주니 그저 믿을 만하겠지 했습니다. 복잡한 연유에서 끝내 인수가 무산되긴 했지만요.”
 
  여기서 나온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다. 이 전 위원장은 김봉현에게 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3년 형이 구형된 상태다. 업계 한 소식통은 “당시 K씨는 ‘회사를 살려주는 대신 김봉현을 대표로 앉히라’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돈 빌려준 게 왜 죄인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뉴시스
  K씨와 김봉현의 연결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김봉현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감 중이다.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에 걸쳐서다. 그즈음 김봉현이 ‘수원여객 인수 자금을 빌려달라’며 찾아간 이 또한 K씨였다. 실제로 기업인수에는 때때로 ‘큰손’의 지하자금이 들어간다. 이들은 주로 한계기업, 회생불가기업이다. 사채시장 관계자의 말이다.
 
  “폐업 직전의 기업이 있다고 칩시다. 구멍가게가 아니니까, 문 닫고 싶다고 그냥 닫질 못해요. 어떻게든 이어나가야 하는 거죠. 그런데 시중 은행은커녕 2금융, 3금융에서도 돈이 안 나와요. 대부업계 측에서도 리스크가 크니까요. 사채에도 급(級)이 있습니다. K씨는 하다 하다 안 되는 사람들이 벼랑 끝에서 찾는 업자예요”
 
  문제는 K씨가 철저히 기업사냥꾼들을 고객으로 둔다는 점이다. 김봉현뿐만 아니라 한때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모씨, 유모씨 또한 그의 우량고객이다.
 
  “주가조작으로 검찰 조사 중인 이재명 테마주 대성파인텍과 에이프런티어(옛 영인프런티어), 리드, 스타모빌리티, 에스모 등 라임 관련 기업도 다 얽혀 있어요. 생각해보세요. K씨 같은 사람이 없으면 주가조작하는 애들이 어떻게 돈놀이를 하겠습니까.”
 
  K씨는 이런 ‘말’들이 물어오는 기업들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준다. 이 과정에서 회사 성장성보다는 라임자산운용과 같은 곳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의 여부를 봤다. 사채금을 상환받을 나름의 장치인데, 이 대목에서 기업사냥꾼들의 횡령, 배임이 대부분 발생한다.
 
  물론 고리(高利)는 덤이다. 사채업계 관계자들은 “브로커가 가져가는 이자까지 포함하면 통상 월 10%(연 120%)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자본 기업사냥꾼‐사채업자‐자산운용사 투자‐상장기업 횡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되는 셈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기업사냥꾼들에게 고리의 사채를 빌려주지 않았다면 부실기업의 연쇄 상장폐지로 인한 라임 쇼크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코스닥 시장 교란의 주범?
 
  그런데 한번 관대하게 생각해보자. K씨는 다만 불법 사냥을 위한 총알을 장전해준 것에 불과하다. 과연 이것이 죄가 될까. 이때 만일 잡은 ‘꿩’을 나눠 먹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렌즈를 조금 멀찌감치 떼어본다. 시야를 넓히니, K씨에게는 김봉현 같은 ‘말’이 수십, 수백 마리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와 같은 사람을 코스닥 시장 전체를 교란시키는 주범이라고도 본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라임과 같은 금융사기를 권력형 비리에만 맞춰서 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점을 놓치고 말았다”고 입을 뗐다.
 
  “예컨대 라임은 ‘양면 사기극’입니다. 환매 불가능으로 입은 피해, 그 뒷면에는 무자본 기업사냥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있습니다. 이는 산정이 불가능할 만큼 규모가 큽니다. 언론에 언급된 기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최근 2년간 코스닥에서 상폐됐거나 상폐 직전에 놓인 기업 다수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런 기업을 식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CB를 얼마나 자주,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발행했으며, 전환한 이들이 주주로 명부에 남아 있는지, 아니면 즉시 팔았는지 확인하면 된다”면서 “이즈음 정체가 모호한 조합 또는 개인에게 발행한 CB가 라임과 관련됐는지 전방위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상장기업에는 늘 신규 임원 혹은 CB 발행 대상으로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특징은 경력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죠. 실제 이번 라임 관련 기업들의 등기부를 떼어보면 동일한 인물이 여러 기업에 공통적으로 나오죠. 전속 ‘대역배우’들인데, 이들은 ‘쿠션’이라는 기법으로 CB를 발행받자마자 거의 동시에 뒤에서 팔아넘깁니다. 라임이 직접 CB 발행 대상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대리인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라임 피해 기업’이라 명시할 근거는 찾기 힘들겠지만, 근 몇 년간 같은 방식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K씨가 별도의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로 K씨는 현재 몇 가지 송사(訟事)에 휘말려 있다. 그중 하나는 코스닥 기업 ‘디지탈○○’과 관련돼 있다. 몇몇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이곳의 사실상 최대주주다. K씨와 소송을 벌이고 있는 한 인사는 “그는 폐업 직전 기업에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그 회사 주식을 담보로 받는다”면서 “만일 돈을 제때 못 갚으면 담보로 받았던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데, 차명계좌에 돈만 받아놓고 정작 주식은 주지 않는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했다. 이 인사는 ‘디지탈○○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말에 K씨에게 돈을 입금했으나, 주주 변동은 없었다며 K씨를 고소한 상태다.
 
  이 인사는 이어 “그간 라임 사태는 수조원의 돈이 ‘사라졌다’고만 보도됐다”면서 “그러나 이 돈 중 일부는 K씨가 거느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상장사로 흘러갔고, 정황상 작전세력들과 함께 이익을 나눠 가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K씨는 라임 사태의 큰 수혜자 중 하나인 셈이다. 그는 또 “K씨는 옵티머스에도 잠깐 돈을 넣었다가 뺐다”면서 “그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사기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2020년 10월 14일 대신증권이 판매한 라임자산운용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 피해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배상을 위한 분쟁 조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선DB
  거대한 지하 세계. 그 속에서 살며 지상(地上)의 자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K씨. 그에 대한 정보를 캐는 건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 사람을 왜 묻는 건데요?” 무작정 찾아간 명동 사채시장. 이름 석 자를 대자, 일제히 돌아온 반응이다. 수소문 끝에 그를 안다는 몇몇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때 룸살롱을 운영했던 한 사업가의 말이다.
 
  “정말 악독한 사람이죠. 주가조작하는 애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원한 있는 사람에게 보복하는 것도 스스럼없거든요. 잠깐 살다 나오는 거 큰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하니까…. 지금까지 (구속이 안 되고) 밖에 돌아다니는 게 용하기도 해요.”
 
  한 업계 관계자는 업무상 그와의 마찰로 신변 위협까지 느꼈다고 했다.
 
  “전화를 걸어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을 10여 분간 쏟아내더군요. 태연한 척 대했지만,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또 다른 M&A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죠. 그는 ×같이 벌어서 ×같이 쓰는 사람입니다. 애초에 돈 버는 수법도 그렇고 번 돈은 룸살롱에서 많이 쓰죠. 마담하고 같이 살기도 하고 지금은 걸그룹 출신 S한테도 스폰을 대주고 있다죠.”
 
  전라도 조폭 출신의 한 사업가는 “K씨는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으로 이 바닥에서는 유명하다. 현금으로 한 번에 수천억원씩 굴린다”면서 “그는 ‘명동 사채왕’이라 불렸던 최모 회장의 후계자”라고 말했다.
 
 
  ‘명동 사채왕’ 최 회장보다 한 수 위
 
2000년대 초반의 명동 사채시장. 사진=조선DB
  ‘악(惡)의 피라미드, 그 정점에 있는 사람’ 최 회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그 또한 유명세에 비해 드러난 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이며, 개인 자산규모는 1500억원, 현금으로만 1000억원을 가진 자산가로만 알려졌다. 한 번에 융통 가능한 자금은 1조원에 달한다고 전해졌다.
 
  2012년 4월, 사기와 특수협박 등 13개 혐의로 징역 8년 확정을 받고 나서야 그의 존재가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현재 판결에 부과된 벌금을 내지 않아 만기 출소일이 지나고도 노역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는 오랜 내연녀가 있었다. 2011년까지 14년간 함께 살았던 한모씨다. 한씨는 최 회장의 비리를 낱낱이 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씨의 말이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사람이었어요. 다른 사람이 돈 가진 꼴을 못 봤습니다. 무조건 거덜을 내야 직성이 풀렸죠. 악독하기 그지없었어요. 돈으로 경찰을 포섭해 자기에게 방해되는 인물은 감옥에 넣어버릴 정도였죠.”
 
  징역을 보내는 방법은 이른바 ‘마약 던지기’. 타깃이 된 인물의 주머니 혹은 소지품에 몰래 마약을 넣어두고, 적당한 타이밍에 경찰이 출동하도록 했다. 그렇게 마약범 누명을 쓴 사람이 여럿이다.
 
  “최 회장은 원래 도박판에서 꽁지대출(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하던 사람이에요. 그러다 ‘꽃뱀’을 여럿 거느리면서 한 판에 몇억씩 하는 사기도박을 하루에 100판씩 하면서 재산을 1000억원대까지 불린 거죠.”
 
  그러면서 기업사냥꾼들에게 돈도 빌려줬다고 한다.
 
  “돈을 빌려주고, 고리와 더불어 주식을 담보로 받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차례 회사를 뺏기도 했습니다. 담보 받은 주식을 몰래 내다 팔아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이를 빌미로 반대매매를 쳐 하한가를 만들고, 바닥에 떨어진 회사를 거둬들인 거죠.”
 
  자본시장의 한 소식통은 최 회장을 “도둑의 장물을 빼앗아 먹는 악독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최 회장 밑에서 일을 배운 이가 바로 K씨다. 이 소식통은 “K는 그런 최 회장에게 못된 것만 배워 그보다 한 수 위의 경지에 올랐다”면서 “특히 최 회장이 징역을 사는 동안 그의 돈을 ‘네다바이’(사기)친 자금으로 사업을 굴리는 파렴치한 모습도 보여 둘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다”고 말했다.
 
 
  K씨의 사업자금은 최 회장 통장에서?
 
  그의 말이 맞는다면 K씨는 도둑의 장물을 뜯어낸 자의 장물을 또 뜯어낸 인물이라는 뜻이다. 정말일까. 최 회장 수하(手下)의 조폭 Y씨로부터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었다. Y씨는 수감 중인 최 회장과 나눈 대화내용을 들려줬다. 최 회장의 목소리는 매우 격앙돼 있었다.
 
  “그 ××(K씨) 내가 빵에 있는 걸 빤히 알면서! 내 동생들 마음고생시키고, (동생들) 돈 뜯어먹으면 안 되지!”
 
  이 같은 역정에 Y씨는 “그냥 죽여버리시죠?”라고 거들었다.
 
  둘 사이의 금전으로 인한 불화에 대해서 또 다른 이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한때 최 회장의 심복으로, 오랜 기간 사업을 같이 한 인물이다. 그는 K씨와도 여러 차례 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최 회장은 알아주는 큰손이었죠. 현금을 1조원까지 굴렸으니까요. 지금은 용이 됐지만, 그때만 해도 K씨는 명동 사채 바닥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는 미꾸라지였어요. 최 회장은 구치소에서 늘 ‘여기서 나가면 K를 죽이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금전적인 사고 때문입니다. 최 회장이 수감되고 그의 통장을 최 회장의 형이 관리했는데, K가 한동안 그 형과 일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에게 K씨의 사업 내용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 K씨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뭔가.
 
  “돈을 빌려주고 M&A도 한다. 최 회장이 하던 방식과 같다. 회사에 고리로 자금을 빌려준 다음 주식을 담보로 받고 주식으로 장난을 쳐 회사를 먹는다. 이후 각종 공시를 띄워서 주가를 올린다.”
 
  ― 불법 아닌가.
 
  “완전히 사기다. 언젠가 K가 사실상 지배했던 코스닥 기업이 공시 한번 띄우니까 4000원대던 게 며칠 내 1만원까지 뛰는 걸 봤다. 자기네끼리 사고 팔고 난리도 아니더라. 요즘은 보니까 외국인이 매수했다고 띄우던데, 그것도 알고 보면 외국인 통장을 구해서 자기네끼리 사고파는 거다. 그렇게 K가 관여하는 코스닥 업체가 상당히 많은 걸로 안다.”
 
  ― 많다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나.
 
  “상폐된 것까지 합하면… 500개까지는 안 되겠고, 300개? 확실한 건 최소 100개는 넘는다.”
 
 
  “‘추미애 라인’으로 알려진 검사들과 친분”
 
본지 취재 결과 사채업자 K씨가 대검찰청(사진) 고위 간부와 친분이 두텁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했다. K씨는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소문을 반박했다.
  이제 K씨의 혐의점이 다소 분명해 보인다. 검찰 또한 그를 소환해 조사한 적이 있다. 2020년 6월, 라임 관련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무혐의였다. 이에 룸살롱을 운영했던 사업가 A씨는 의문을 표했다. A씨의 형 역시 K씨와 똑같은 자금책으로 과거에 구속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형이 2013년경 어느 코스닥 상장사 인수에 60억원가량의 자금을 댔다. 인수하려던 상장사가 기업사냥꾼에 휘말려 상장폐지됐다”면서 “그 바람에 형이 공범(共犯)으로 몰려 6년간 실형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K도 라임 사건과 관련 있는 회사에 돈을 대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검찰 수사망을 피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K와 같은 사채업자들은 필연적으로 검찰과 경찰, 더 나아가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빈번하게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K와 검찰의 ‘유착설’이었다. 검찰 고위 인사, 다시 말해 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현직 고위 간부와 매우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내용이다. K의 과거 사업 파트너였던 한 인사는 이러한 정황을 꽤 상세히 알고 있었다.
 
  ― K씨와 친한 검찰 간부는 누군가.
 
  “소위 ‘추미애 라인’으로 일컬어지는 C검사 인데, 요즘 언론에 자주 나오는 바로 그 검사와 서로 친하다는 걸 확인했다.”
 
  ― 어떻게 확인한 건가.
 
  “둘이서 전화 통화하는 걸 내가 바로 옆에서 봤다. K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대검찰청의 C검사’라고 하더라. 그 순간 내가 살짝 휴대전화를 봤더니 그 검사 이름을 한글과 영문 이니셜로 조합해 저장하고 있었다.”
 
  ― 어떤 식으로.
 
  “가령 그 검사가 ‘홍길동’이면 ‘홍GD’ 이런 식으로.”
 
  ― 둘은 어떤 얘기를 나눴나.
 
  “두 사람이 함께 놀러 간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K가 ‘이번 주말에 강원도 가는데 같이 가실 거죠’ 이러니까 수화기 너머의 인물이 ‘어, 어 그래요’ 하더라. 정황상 가족 단위로 함께 움직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대화로 미뤄보아 둘은 자주 만난 것 같았다. 이 밖에 K는 C검사 외에도 서울중앙지검 고위직에 있는 검사와도 친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추미애 라인’의 또 다른 핵심 E 검사와도 친분?
 
  C검사의 이름 석 자는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들려왔다.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이 한창이던 2020년 7월, ‘제보자X’ 지모씨를 잘 안다는 어느 수감자가 《월간조선》에 편지 한 통을 보낸 적이 있다. 이 편지에도 문제의 C검사가 등장한다.
 
  편지를 쓴 수감자는 과거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에서 ‘검찰 정보원’ 노릇을 했던 이다. 그 과정에서 코스닥 상장사의 기업사냥꾼들에 관한 정보를 검찰 측에 건넨 이 중 한 명이다. 이 수감자는 그때 알게 된 한 기업사냥꾼이 C검사와 아주 친분이 깊다고 편지에 썼다.
 
  물론 이 수감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C검사가 문제의 편지에 이어 김봉현의 ‘돈줄’ K씨와의 관계에서도 언급된 건 분명 예삿일은 아니다.
 
  또 다른 검찰 인사도 등장했다. K씨와 현재까지도 친교(親交)하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는 K씨가 대검찰청 E부장검사와도 친분이 있다고 했다. E부장 역시 C검사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E부장은 K와 관계가 깊었던 최 회장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라고 말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K씨는 대검찰청 고위 간부 2명,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 1명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다.
 
  K씨의 ‘인적 네트워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한 소식통은 “여권 유력 인사 Y씨, 친여 성향 언론인 J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K는 586운동권 출신으로, 2019년 서초동 조국 집회에도 나가는 등 정치색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제 K씨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다.
 
 
  ‘큰손’과 마주하다
 
  철저히 베일에 싸인 인물. K씨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한 달간 10명 이상의 취재원을 만났다. 개중에는 그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사채업계 한 관계자는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가 보살인 사람을 만나서 뭣 하느냐”고 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알려주는 번호가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파악된 것만 총 3개. 그중 한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회의 중이니 문자를 보내달라’는 메시지가 왔다. 상황을 설명하고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하자, 그는 의외로 흔쾌히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2020년 12월 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큰손’의 일터라기에는 허름했다. 마른 체형의 그는 생각보다 정중한 모습이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기자는 처음이라고 했다. 경상도 억양이 다소 있었지만 중저음의 미성(美聲)이었다. 사채업자라는 느낌은 거의 풍기지 않았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김봉현과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
 
  “2018년 12월, 어느 상장회사를 운영하는 후배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상장회사 인터불스(스타모빌리티의 전신) 회장 직함이 적힌 명함을 건네더라.”
 
  ― 김봉현이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할 때 ‘찍기’로 자금을 지원했다고 들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시점상 그 이후에 알게 됐다.”
 
  ― 만났더니 김봉현이 뭐라고 하던가.
 
  “‘수원여객을 인수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원여객 전임 대표가 대략 백몇십억원을 가수금으로 사용해 그걸 메워놓으면 인수가 끝난다’고 하더라. 우리 회계팀을 통해 알아봤더니 수원여객이 상당한 우량 회사였다. 백 몇십억 빌려주는 건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 그 자금에 대한 담보는 뭐였나.
 
  “백몇십억을 대여하는 조건으로 ‘수원여객 주식 전체를 담보로 다 맡기라’고 했다. 2018년 12월 29일인가 30일, 백몇십억을 수원여객 계좌에 입금했다. 돈을 먼저 줘야 그쪽에서 주식을 주니 우리가 먼저 입금을 한 것이다. 그런데 김봉현 측에서 ‘대표이사와 소통을 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며 주식 담보 제공을 주저했다.”
 
  ― 시작부터 계약 위반의 소지가 보인 셈이네.
 
  “그래서 ‘그건 계약 위반이다. (2019년) 1월 1일 바로 자금을 인출하겠다’고 했다. ‘만약 1월 1일까지 주식을 갖고 오면 그대로 주식담보 대출을 실행하고 안 가져오면 기한일 상실로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했다.”
 
  ― 그 후에는.
 
  “그쪽에서 1월 8일인가 10일까지 조금 연장해달라고 했다. 연장해줬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주식을 안 가져왔다. 김봉현 측에 통보하고, 수표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그렇게 그 거래는 끝이 났다.”
 
 
  “김봉현과 열 번 정도 거래… 총액은 1000억원대”
 
  ― 설명대로라면 거래가 무산된 셈인데, 파악하기론 당국이 소환 조사를 한 걸로 안다.
 
  “2019년 10월경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1팀이 나를 소환했다. 그곳에서 두 번 조사를 받았다.”
 
  ― 경찰은 뭐라고 하던가.
 
  “처음엔 김봉현과 공범으로 보더라. ‘공범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경찰 측에서 김봉현과 거래한 수표에 대해 물었다. ‘그 수표를 추적해보니 K씨 측 통장에서 나왔다’고 해서 ‘우리는 채권을 회수한 게 다다’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 검찰 조사는 언제, 어떤 식으로 받았나.
 
  “날짜는 기억이 안 나는데 2020년 들어 수원지방검찰청에 소환됐다. 수원지검은 수원여객 관련해 우리를 압수수색도 했다. 그 사건으로 세 번 정도 검찰에 불려갔다. 그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라임 사건 관련해서도 검찰 조사를 받은 걸로 안다.
 
  “그 중간중간에 라임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됐다. 남부지검 형사6부에 불려갔다. 거기서도 세 번 정도 조사를 받았다. 조사 내용을 요약하면 ‘김봉현과 거래가 너무 빈번하다’였다. 검찰이 ‘그걸 다 해명할 수 있냐’고 묻더라. 해명 못 할 것도 없으니까 다 얘기를 했다.”
 
  ― ‘빈번하다’는 건 어느 정도?
 
  “여러 차례 거래를 했다는 얘기….”
 
  ― 여러 차례란 몇 회 정도를 말하나.
 
  “검찰에 기록이 있어 그걸 보면서 답을 했는데, 열 번 정도 되는 거 같다. 금액은 총 1000억 되는 것 같다.”
 
  ― 김봉현에게 돈을 빌려준 건 맞네.
 
  “맞다. 김봉현하고 1년 정도를 자주 만났다. 김봉현이 나더러 룸살롱으로 오라고 한 적도 수십 번 된다. 청와대 행정관이 있던 자리에 오라고 한 적도 있고.”
 
  ― 그 자리에 갔나.
 
  “안 갔다. 청와대 행정관 있는 자리에 뭐하러 가나. 그 행정관이 돈 빌려달라고 하는 거면 또 모를까. 그런 사람들은 의미가 없다.”
 
  ― 크로바○○○에 자금 지원을 고려할 당시, 사측에 김봉현을 대표이사로 앉히라는 제안을 했나.
 
  “그 또한 사실이 아니다.”
 
 
  “김봉현이 룸살롱, 靑 행정관 있는 자리에 자주 불렀다”
 
  ― 세간에서는 김봉현을 전주(錢主)라고 하는데.
 
  “김봉현은 미꾸라지고, 라임의 배후는 고사하고 라임의 이름을 팔아먹은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라임에 부실을 끼친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 그게 누구냐.
 
  “김영홍이다.”
 
  ― 김영홍을 본 적이 있나.
 
  “만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는데,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김영홍이 부탁한 일의 일부도 김봉현을 통해서 했다.”
 
  김영홍은 메트로폴리탄 회장이다. 배우 신은경의 전 남편인 김모 전 테트라 사장의 소개로 이종필 라임 부사장을 만나면서 법인을 설립했고, 라임 돈 약 3000억원이 이 회사의 관계사 14곳으로 흩어져 들어갔다. 그는 현재 필리핀 모처에 도피 중으로 알려져 있다.
 
  ― 그게 뭔가.
 
  “언론에서 보도된 재향군인회 상조회사 인수였다. 상조회사 최초 인수 자금이 김영홍 회사로 들어갔다. 법무법인 청담이 매각 주관사였고, 김영홍이 그 거래에 있어 ‘에스크로’를 해달라고 김봉현을 통해 내게 부탁해왔다. 그런데 거절했다.”
 
[註: 에스크로(escrow·결제대금예치)란 A와 B의 거래에서 제3자인 C가 등장해 주식과 거래대금을 맡아주고, 거래 조건이 모두 충족된 뒤에야 서로에게 거래대금과 주식을 넘겨주는 걸 말한다.]
 
  ― 그 거래 역시 성사되면 꽤나 큰돈을 만질 수 있었을 걸로 보이는데.
 
  “그 사람(김영홍)에 대한 평판이 너무 안 좋았다. 나는 돈 장사를 오래했기 때문에 감(感)이란 게 있다.”
 
  ― 리스크가 너무 커 보였다는 뜻인가.
 
  “그렇다.”
 
  ― 라임 투자처 중 한 곳이 캄보디아 리조트였는데, 거기에도 본인 돈이 들어갔나.
 
  “재향군인회 상조회사랑 마찬가지로 캄보디아 역시 무관하다.”
 
  ― 옵티머스자산운용에도 두 달가량 투자한 걸로 알고 있다.
 
  “옵티머스는 지금 수사 중이라 말하기 곤란하다. 검사들이 수사 중인 사항을 언론에 유출하는 걸 굉장히 꺼린다.”
 
 
  “나는 김봉현의 錢主 아닌 모든 사람의 錢主”
 
  ― 수원여객에 백몇십억 넣었을 때 이자는 얼마 받았나.
 
  “그건 예민한 부분이다. 참고로 법정 최고 이자율은 연 24%다.”
 
  ― ‘이자제한법’이 정한 한도(限度)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 그런데 통상적인 사례는 한다.”
 
  ― 사례란 구체적으로 뭘 말하나.
 
  “다음 거래를 위해서 식사비도 좀 주고…. 그런 밥값이 대강 1000만원 정도 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엔 어마어마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 정리하면 김봉현에게 돈을 대줬으니 본인이 ‘김봉현의 전주’라고 봐도 무방한 거 아닌가.
 
  “나는 김봉현의 전주라기보다는, 굳이 말한다면 모든 사람의 전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상장회사 인수와 매각 자금을 상당 부분 빌려줬다. 검찰에 불려가는 이유도 그거다. 만약 어떤 회사가 상장폐지가 되면 원인을 조사하잖나. 그럼 누가 인수했는지부터 살핀다. 결국 자금을 댄 내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찰과 검찰에) 자주 불려 간다.”
 
  K씨는 현재 송사에 휘말린 코스닥 기업 ‘디지털○○’ 및 불법 M&A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디지탈○○의 경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 번에 굴릴 수 있는 돈의 최대 규모가 대략 얼마 정도 되나.
 
  “많다. 정확히 말하기는 뭐하고….”
 
  ―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는 없지 않나.
 
  “언론에 한 줄 나가면 국세청이 탈탈 털러 온다.”
 
  ― 시장 관계자들을 통해 들은 규모가 있어서 그렇다.
 
  “그건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에 얼마라고 명시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 최 회장이 과거 굴렸던 돈의 액수(1조원)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나.
 
  “시대가 다르다. 최 회장은 10년 전에 활동했던 사람이고, 나는 그 10년 이후에 일을 했다. 그때보다 지금은 물가도 올랐고. 그보다 적진 않을 거다. 나와 거래하는 전주도 상당한 금액을 굴리기 때문에….”
 
  ― 거래하는 전주는 누굴 말하나.
 
  “그건 말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말해 내가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시간 안에 1000억원도 모을 수 있다”
 
  ― 일종의 자금 유치인 건가.
 
  “우리는 투자할 때 항상 전주들을 규합해 들어간다. 명동 사채시장의 다른 이들은 100억원을 규합하기도 상당히 힘들다. 근데 나는 500억, 1000억원 하는 돈도 한 시간 안에 모은다.”
 
  ― 규합은 몇 명이서 하나.
 
  “두세 사람만으로 1000억원을 모은다.”
 
  ― 그럼 도대체 그 ‘두세 사람’은 누군가.
 
  “그건 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 뭐, 그 정도로만 말한다.”
 
  ― 결국 사채시장 대부, 자금 곳간이라는 말은 맞다는 뜻?
 
  “….”
 
  ― 검찰 인맥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특히 ‘추미애 라인’으로 불리는 검사들과.
 
  “누가 그런 얘기를 하나.”
 
  K씨는 이때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秋 라인 검사 이력 줄줄 꿰면서도 “돈이 가장 큰 힘”
 
K씨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의 한 건물. 사진=다음 로드뷰
  ― 이야기 들어보니 상당히 신빙성이 있고 구체적이었다. 대검찰청의 C검사와 E부장,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인사 등이다.
 
  “친분이라기보다는…. 옛날부터 아는 사이라고 하는 게 맞다. 갑자기 형성된 건 아니다. 그 사람들이 고위직 됐다고 해서 딱 단절하고 ‘안 만나’ 뭐 이러는 건 아니니까. 무엇보다 돈이 가장 큰 힘인데 굳이 검사들과 친분 쌓을 이유가 뭐가 있겠나. 돈에 관해서는 내가 이 바닥에서 대통령만큼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부장검사들의 고향, 출신학교 등을 줄줄 꿰고 있었다.
 
  ― 거의 다 꿰고 있는 것 같은데. 그간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배경에 이러한 검찰 인맥이 작용했다고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나로서는 거리낄 게 없다.”
 
  ― 본인이 무결점이라고 자부하나.
 
  “그럼. 검찰의 ‘타깃 1호’지만,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일을 한다.”
 
  ― 여권(與圈) 유력인사 Y씨, 친여 성향 언론인 J씨와 친하다고 들었는데.
 
  “사적인 인간관계까지 말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명동 사채왕’ 최 회장과 어떻게 연(緣)이 닿았는지 역시 궁금한 대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 회장은 2012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돼 8년의 실형을 받고, 현재 출소를 앞두고 있다.
 
  K씨는 “2000년대 초 경기여객이란 회사에 투자하려고 했었다”며 “그때 모자란 자금을 최 회장으로부터 지원받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꽤나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최 회장이 구속된 후, 두 사람 사이에 불화설이 사채시장에 돌았다. ‘최 회장이 구속된 틈을 타 K씨가 자금을 마음대로 굴려 수감 중인 최 회장이 K씨를 벼르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한 K씨의 말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최 회장이 굴렸던 돈이 상당히 크고 많았다. 그걸 내가 굴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아들과 딸, 게다가 형제도 많은데 그 돈을 나한테 맡긴다는 건 앞뒤가 안 맞다.”
 
  K씨에게 ‘가장 최근에 최 회장 면회 간 게 언제냐’고 묻자 “3년 전”이라고 답했다. ‘원만한 사이인 동시에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면서 마지막 면회가 3년 전이란 건 이해가 안 간다’고 하자 이렇게 반박했다.
 
  “3년간 면회를 못 갔지만 그 사이사이에 최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갔다. 증인이 별도로 피고를 만나면 나중에 재판에서 증언할 때 신빙성에 문제가 생긴다. 그런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고자 면회를 삼갔던 거다.”
 
  K씨는 “아직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틀어졌다는 얘길 들으니 황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K씨의 김봉현씨 관련 주장과 관련해 김봉현씨 측 법률 대리인은 2020년 12월 13일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알려왔다.
 
 
  전교조 前身 창립 멤버로 활동
 
  K씨의 개인사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경북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 모 여고에서 물리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의 교직 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K씨는 “일하던 학교의 교장과 교감이 부정을 저지르는 걸 목격했다”며 “그에 불만을 품고 일종의 데모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K씨는 전교조의 전신(前身)인 ‘전국참교육실천연합’ 창립멤버로 참여한 적이 있다. 기성 교육계와 마찰을 빚고 결국 1990년 초 교직(敎職)을 떠났다.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사채업계에 발을 들여놨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정리하면 K씨는 1950년대생이자 1980년대 운동권 학번으로, 현재 60대다. 즉 ‘586운동권’인 셈이다.
 
  이날 K씨는 기사화할 수 없는 몇 가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주로 여권 인사들의 속사정이었다. 가깝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그의 의중(意中)은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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