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영구 분단’ 논란 자초한 정동영의 위험한 ‘남북 두 국가론’

“북한 붕괴 시 중·러에 내줘도 되느냐”(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thegoo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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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남북은 사실상 두 국가… 국제법적으로도 두 국가”
⊙ 위헌적인 ‘북한=국가’ 주장… 헌법 3조(영토)·4조(통일) 무력화 위험
⊙ “북한은 정통성 가진 국가 아니고 정부 참칭하는 반국가단체에 불과”(헌법재판소)
⊙ 남북기본합의서는 “잠정적 특수 관계” 정의… 유엔 동시 가입은 ‘북한 승인’ 근거 안 돼
⊙ 정부 공식 통일 방안에 없는 ‘국가연합’ 운운한 정동영… DJ 발상이 언제 ‘공식 방안’ 됐나
사진=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9월 2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南北)은 사실상의 두 국가이며, 국제법적으로도 두 국가 관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두 국가라는 것은 영구 분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유연하게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10년째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적게는 50~60%의 국민이 북한을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 달 18일 ‘2025 국제 한반도 포럼’ 개회사에서 “한반도에서 평화적 두 국가 실현은 하루아침에 등장한 과제는 아니다”라며 “그 고리는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 그리고 같은 해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1994년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도 있다”고 한 주장과 같은 취지다.
 
  정 장관은 며칠 뒤 또 ‘두 국가론’을 입에 올렸다. 그는 독일 방문 중 베를린자유대에서 열린 ‘2025 국제한반도포럼’ 기조연설에서 “평화적인 사실상의 두 국가 형태는 전례 없는 제안이 아니다. 우리 정부가 국제 규범, 남북 간 합의, 공식 통일 방안에서 30년 이상 일관되게 유지하고 지향해 온 과제”라며 “대한민국이 먼저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 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월 3일, 독일 통일 35주년 기념식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해 독일 정부,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에서 남북 간 적대적 현실을 극복하고, 평화를 향한 현상 변경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순되는 정동영 발언
 
1991년 12월 12일, 남북기본합의서가 타결된 뒤 정원식(좌측부터) 국무총리와 박준규 국회의장, 북한 총리 연형묵이 건배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이후 ‘반(反)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관, 통일관에 대한 의문도 증폭됐다.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 최고 규범인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야 하는 통일 정책의 최고 책임자다. 이런 자리에 있는 이가 헌법 정신에 반하는 듯한, 대한민국 영토 북반부를 참절(僭竊)하고 ‘정부(政府)’를 참칭(僭稱)하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취지의 주장을 스스럼없이 되풀이하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正體性)을 경시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한다는 비판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정권의 통일 의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정동영 장관은 ‘실용적’ ‘현실적’이라는 표현을 내세우고, 특정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했으나 이는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우선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이라는 그의 해명 자체가 분단의 고착화를 전제로 한 발언이다. 남북을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영구 분단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矛盾)이다. ‘두 국가’라는 인식 자체가 이미 영구 분단의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외국(外國)’인 일본이나 중국과 통일할 필요가 없듯,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그 ‘외국’과 우리가 통일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 논리라면 정 장관이 앉아 있는 ‘통일부 장관’이라는 자리도, 통일부라는 부처 자체도 존재 이유를 잃는다. 그야말로 자기부정의 극치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정 장관이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논거로서 부적절하다. 국민 일부가 북한을 ‘국가’로 인식한다는 것은 ‘헌법적 사실’이 아니라 일시적 정세와 분위기에 따른 사회심리적 반응에 불과하다. 예컨대 ‘북한 비핵화 사기극’이 한창이던 2018년 4월,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실시한 ‘북한 김정은 신뢰도’ 여론조사에서는 ‘매우 신뢰가 간다’가 17.1%, ‘대체로 신뢰가 간다’가 60.5%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김정은을 ‘신뢰한다’고 답한 국민이 77.6%에 달하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이 실제로 신뢰할 만한 인물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헌법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제3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또는 정치인의 규정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통일부 장관이 헌법 위에 올라서서 북한의 ‘국가성’을 규정하고, 국민 여론을 근거로 이를 정당화할 권한은 없다. 그럼에도 정 장관은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넘어 ‘평화적 두 국가론’을 내세웠다.
 
 
  ‘북한=국가’ 인정은 ‘위헌’
 
1991년 9월 24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제46차 유엔총회에서 남북한 동시 가입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놓고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사진=조선DB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은 통일 정책의 방향과 헌법 질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발언이다. 헌법 제3조 영토 조항과 제4조 평화통일 조항에 따르면 북한은 별개의 주권(主權) 국가가 될 수 없다. 한반도에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며 해당 조항에 따라 자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의 ‘반(反)국가단체’일 뿐이란 얘기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變亂)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結社)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 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건 위헌(違憲)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시 내용이다.
 
  〈북한은 현 군사분계선 이북의 대한민국 영토를 강점하여 대한민국의 통치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전복하기 위하여 무력 도발 행위를 계속하고 선전선동으로 대한민국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지속적으로 획책하고 있으므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해당된다.〉(대법원, 90도2607)
 
  남북한이 동격이라고 주장하거나,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자는 취지로 친북 인사들이 선동할 때 앞세우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년)를 채택한 뒤에도 대법원은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대법원, 2016도10912)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에 따르면 북한은 정통성을 가지는 국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시행되는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을 점령한 채 헌법의 기본질서를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에 불과하다.〉(헌법재판소, 2017헌가27)

 
  이럼에도 남북을 서로 다른 국가로 규정하는 순간, 북한은 헌법상 ‘불법 점거 집단’이 아니라 ‘별개의 합법적 주권 국가’로 격상되고, 이 즉시 대한민국의 통일 정책은 헌법적 근거를 잃는다. 통일은 더 이상 ‘헌법상 과제’가 아니라 ‘외교적 선택지’로 전락한다. 그 결과는 1948년 건국 이래 일관되게 유지해 온 단일 국가로서의 법통(法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체성의 훼손이다.
 
 
  북한이 ‘외국’이라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은 정치·외교적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전체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헌법 원칙을 명확히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두 국가론’이 남북 간 상호 국가 승인으로 오인될 경우, 남북 문제는 더 이상 국내 통일 과제나 민족 내부의 문제로 다뤄질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여느 분쟁 지역처럼 유엔 등 국제기구의 개입이 가능한 지역이 되고, 군사·인권·통일 문제까지도 국제적 분쟁 사안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대한민국은 ‘분단의 당사자’가 아니라 ‘분쟁의 한 축’으로 인식될 것이며,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상실할 위험이 커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건 똑같지 않으냐”고 반문하지만, 이런 인식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다. 북한이 무력 침공을 자행할 경우 유엔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정전(停戰) 협정의 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가 여전히 존속하고 1950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3호와 84호에 근거해 조직된 다국적 참전 체제가 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한미(韓美)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의 개입 또한 조약상 집단방위 의무 이행으로서 합법적 절차다. 이 같은 개입은 대한민국 헌법 질서 안에서 정전 협정 체제에 따라 이뤄지는 방어 행위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을 자초하는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통일 포기·영토 축소 위험
 
2000년 6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북한 김정일과 ‘6·15선언’을 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국가’란 주장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사진=조선DB
  정동영 장관은 남북 관계에 대해 “국제법적으로도 두 국가 관계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대한민국 헌법 질서의 기본 전제와 국제법 적용의 한계를 구분하지 못한 인식이라는 지적을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영토와 주민, 통치기구, 외교 활동의 외형을 갖추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국가에 준하는 실체로 대우하고, 여러 나라가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 형식적 기준을 들어 본다면 국제법상 국가의 요건을 충족하는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제법적 논리를 앞세워 한반도 전역에 단일한 주권을 갖는 국가는 대한민국뿐이라는 헌법 규정을 무력화(無力化)할 수는 없다. 이런 헌법 체계에서 “남북이 두 국가 관계”라는 발언은 우리 영토 범위를 축소하고, 통일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 장관이 언급한 국제법의 효력 범위는 헌법이 정한 한계를 초월하지 못한다. 헌법 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국제법이 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뜻이 아니라,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효력을 인정한다는 원리를 담고 있다.
 
  국제법은 헌법의 상위 규범이 아니다. 법제처는 《헌법주석서》를 통해 “조약이 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약이 헌법상 제 규정에 위반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158쪽)”고 명시했다. 또 “헌법 제107조 제1항에서는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에는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도 포함된다고 보았다(160쪽)”라고 설명했다.
 
 
  법적 무지 혹은 대국민 기만?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모든 조약과 국제법규는 헌법의 통제를 받으며, 이에 반하는 국제법의 효력은 인정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은 심판 대상을 ‘법률’로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서의 ‘법률’에는 ‘조약’이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조약은)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적 효력을 가지며, 그 효력의 정도는 법률에 준하는 효력이라고 이해된다.〉(헌법재판소, 2000헌바20)
 
  〈‘법률’이란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 및 그와 등등한 효력을 가지는 국제조약,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등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2004헌나1)

 
  일부 인사들은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을 근거로 “국제법상 이미 별개의 국가이며 서로 사실상 승인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최근 정동영 장관도 “평화적 두 국가 실현”을 운운하면서 ‘유엔 동시 가입’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의 절차를 헌법의 근본 원칙과 동등한 법리로 오해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유엔 가입은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국제기구의 행정적 행위일 뿐, 국가 간 상호 승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제법상 국가의 성립 여부는 1933년 몬테비데오 협약이 제시한 네 가지 요건(영토·국민·정부·대외 관계 능력)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이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의 국가’로 기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이 됐다. 하지만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우리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될 수 없다.
 
 
  ‘남북연합’은 국가연합 아니다!
 
헌법상 ‘북한 정권’은 국가가 아니므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 2단계의 ‘남북연합’은 ‘국가연합’이 아니라 민족공동체를 의미한다. 출처=통일부
  정동영 장관은 자신이 제시한 ‘평화적 두 국가론’이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 방안(이하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1994년 8월 15일,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 방안이다. 후임 정부들은 ‘속셈’은 다를지라도 표면적으로는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정 장관은 또 “2체제·2정부가 가능하다는 것이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 2단계의 ‘국가연합’ 단계”라고 주장하면서 “점진적, 평화적 통일에서 ‘두 국가’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헌법적·정치적·논리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는 주장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정식 명칭에서 살필 수 있듯이 ‘3단계’로 구성된다. 이 중 1단계는 남북한이 적대·불신·대립을 청산하고, 상호 신뢰 속에서 긴장 완화·화해를 정착해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하며 평화 공존을 하는 ‘화해·협력 단계’다. 2단계는 ▲남북 정상회의 ▲남북 각료회의 ▲남북평의회 ▲남북공동사무처를 추후 남북 합의에 따라 설치·운영하며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남북연합 단계(1민족·2정치실체·2체제·2정부)’다. 3단계는 남북연합 단계에서 제정한 통일 헌법에 따라 남북 자유총선거를 시행해 통일국회를 구성하고 ‘1민족·1국가’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통일국가 완성 단계’다.
 

  이 중 2단계의 ‘남북연합’이란,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법적 ‘국가연합(confederation)’이 아니다. 주권 국가 간 ‘연합체’가 아니란 얘기다. 북한을 별도의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 체계에서 ‘국가연합’이란 표현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헌법상 ‘북한 정권’은 국가가 아니므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 2단계의 ‘남북연합’은 일반적인 ‘국가연합’이 아니라 민족공동체(commonwealth)이자 통일 과정의 과도기적 제도를 의미한다.
 
 
  임종석의 돌변
 
‘통일운동가’를 자처하던 임씨는 2024년 9월 19일, “통일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통일부도 《통일문제 이해(2009년)》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남북연합(The Korean Commonwealth)’은 민족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간 과정으로 남과 북이 상호협력과 공존공영의 관계를 도모하면서 통일 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과도적 통일체제’다. (중략) 일반적으로 국가연합은 국제법상 주권의 독립성을 전제로 형성되는 국가 간 상호 작용의 형태를 말하며, 여기서 각 국가는 상호 대등한 국제법적 지위를 보유한다. 그러나 남북연합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간의 관계를 협의·조절하고 민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의미의 국가연합과 다르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에는 ‘국가연합’이란 개념이 없다. 정 장관이 얘기한 ‘국가연합’은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발상인 ‘3단계 통일론’의 1단계에 등장하는 개념일 뿐이다. 언제부터 DJ의 ‘생각’이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 방안이 됐다는 얘기인가. 참고로 DJ의 ‘3단계 통일론’은 ▲1단계: 남북연합(1연합·1민족·2국가·2체제·2독립정부) ▲2단계: 연방 단계(1민족·1국가·2체제·2지역자치정부) ▲3단계: 완전통일 단계(1민족·1국가·1체제·1중앙정부) 등으로 구성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은 사실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소위 ‘통일운동가’를 자처하던,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임종석씨는 북한 김정은이 2023년 12월 30일, 돌연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공교롭게도 “통일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2024년 9월 19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024년 9월 23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자’ ‘영토 조항을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임씨 같은 이들을 직격했다.
 
 
  “북한 지역을 중·러에 내줘도 되나”
 
  “지금까지 주사파(主思派), 종북(從北) 소리 들으면서 통일 주장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이 바뀌는 거야말로 이런 분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는 말이다. 이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저 주장대로라면 말이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서 갑자기 무너지면 거기에 중국이나 러시아가 동북공정식으로 북한을 차지하려 해도 우리가 그냥 중국이나 러시아와 동등한 원오브뎀 국가일 뿐이니 구경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통일은 감정적인 구호가 아니고 당위이고 목표이자 현실이다. 북한이 무너질 때 북한 지역을 중·러에 내줘도 되냐고 한번 국민들께 물어봐주십시오. 그러면 안 된다고 하시지 않겠나. 그러니 통일을 지향해야 하고, 우리 영토·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구호가 아니고 당위이자 현실이고 국민의 명령이다. 동북공정도 아니고 종북공정 하자는 얘기인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발상은 단순한 헌법 해석의 문제가 아니다. 정동영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이 헌법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데팍토(de facto·사실상의) 국가와 데주레(de jure·법적인) 국가 승인, 그건 공리공담(空理空談)”이라고 주장했지만, 지금까지 살핀 논점의 핵심은 추상적 법리 논쟁이 아니다. 국가의 생존과 미래, 국민의 삶과 직결된 현실적 위험에 관한 문제다.
 
  정 장관이 얘기한 ‘북한을 국가로 인식한다’는 50~60%의 국민에게 “북한이 무너질 때 북한 지역을 중·러에 내줘도 되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과연 어떤 답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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