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당정관계 메시지는 충실한 관리형 또는 상하 종속형 선호
⊙ 종속·밀월형 당정관계는 대통령이 위기 순간 맞이할 때 당대표가 힘 발휘하지 못해
⊙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이 당 장악해 의회를 지배하는 것은 유신 잔재”
⊙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예 ‘당·정·청 일체’ 강조
⊙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윤심은 없다’ ‘탈당은 없다’는 ‘절대 중립’ 선언”
⊙ 美, 거대한 중앙당, 원외 대표, 당론 강제 없어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명지대 특임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종속·밀월형 당정관계는 대통령이 위기 순간 맞이할 때 당대표가 힘 발휘하지 못해
⊙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당선 뒤 “대통령이 당 장악해 의회를 지배하는 것은 유신 잔재”
⊙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예 ‘당·정·청 일체’ 강조
⊙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윤심은 없다’ ‘탈당은 없다’는 ‘절대 중립’ 선언”
⊙ 美, 거대한 중앙당, 원외 대표, 당론 강제 없어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역임. 現 명지대 특임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 2022년 10월 25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3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환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조선DB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세 가지가 ‘없다’.
첫째, 현재 국민의힘 의원 중 윤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사람은 지난해 6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입성한 의원들을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이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이라는 말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적’”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윤 대통령은 지역 지지 기반이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PK,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TK라는 핵심 지역 기반을 갖고 있었다.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PK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런 핵심 지역 버팀목이 없기 때문에 집권 초기임에도 국정운영 지지도가 50%대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30~40%대에 머무르는 취약함을 보이는 것이다.
셋째, ‘윤석열 팬덤’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사모 등 열성 지지층을 갖고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달빛기사단’ ‘대깨문’과 같은 맹목적 강성 지지층인 팬덤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의 애칭은 “이니”였다. 문재인 정권 초기 이들 문재인 팬덤들은 ‘우리 이니 맘대로 해’를 부르짖으며 맹목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런 강성 팬덤이 없다 보니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의 규모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상당히 낮았다. 지난해 12월 디지털타임스·한국갤럽 조사(19~20일) 결과, “지난 대선 시 윤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금도 지지한다”는 윤석열 ‘절대 지지층’은 32%에 불과했다. 정치인 팬덤 구성의 핵심을 이루는 20대와 30대에서 그 규모가 겨우 14.8%와 18.0%였다. 반면 “지난 대선 시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절대 반대층’은 46%나 됐다. 이는 맹목적으로 야당과 야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팬덤이 얼마나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 머릿속의 여의도 정치는…
![]() |
| 2023년 2월 7일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함께 입장 발표를 가졌다. 이날 입장 발표에서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조선DB |
첫째, 국회에서 절대 의석을 갖고 부리는 의회 권력의 비토와 몽니는 행정 권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169석의 거대 야당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까지는 ‘임시 대통령’에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진정한 ‘윤석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을 것이다. 이런 중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정이 일치단결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확신이 서게 된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당대표 선거에 대통령이 과잉 대응하고 깊이 개입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함께하는 당대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추론은 대통령의 정당 개편 구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집권당을 총선 전에 해체하고 개편한 이력이 많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총선 전에 민자당을 신한국당으로 개편, 대쪽 이회창 전 총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이재오, 김문수 등 진보 인사들을 공천해 총선에서 승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를 해체하고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김민석, 이인영, 송영길 등 운동권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47명의 의원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2004년 총선에서 승리(152석)했다.
윤 대통령도 국민의힘 간판으로 내년 총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당 개편을 추진할 수도 있다. 아직 당내 절대 지지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처할 때 자신의 모든 정치 구상에 주저 없이 협조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국민의힘 새 대표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마지막 추론은 선당후사 없이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신념이다. 유승민, 이준석, 나경원, 안철수를 배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특히 양두구육과 같은 저주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하면서 대통령을 조롱하고 집권당을 향해 내부 총질하는 반윤 인사들과는 함께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자칫 잘못하면 자기부정에 빠지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별의 순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다음 자기에게 협조하지 않고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적이라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
관리형 대표의 맹점
![]() |
| 2월 14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왼쪽부터)국민의힘 안철수·황교안·김기현·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조선DB |
첫째, 당정일치에 따른 관리자형이다. 이 유형은 당대표가 비록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었어도 대통령실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움직이며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원만하게 당무를 이끈다. 결과적으로 당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사라지고 집권당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다.
통상 대통령은 관리형 대표에 대해 확실하게 보상하는 경향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 의장을 산자부 장관에 임명했다. 집권당을 잘 관리한 것에 대한 ‘보은 인사’의 성격이 강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새누리당은 2008년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 전 의원을 대통령 의중에 따라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후 박 대표는 당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잘 관리한 대가로 재보궐 선거에서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 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박 대표는 국회의장까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미애였다. 추미애는 당대표 퇴임 후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런 관리형 대표체제는 당정관계의 안정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은 집권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견제하지 못하면서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것도 이런 체제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대통령이 자신을 찬양만 하는 팬덤에 도취되어 실정에 대한 반성 없이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다가 결국 파멸의 길을 걸었다.

노무현의 후회
![]() |
| 2003년 11월 1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대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메시지를 대독하는 동안 화면에 자료그림이 나오고 있다. 사진=조선DB |
가령, 집권 초기 대북 송금 특검 법안을 놓고 청와대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 사이 적대관계가 형성됐다. 급기야 집권당 지도부가 제1야당과 손을 잡고 노 전 대통령 국회 탄핵 소추를 밀어붙였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2003년 11월 11일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런 ‘독립성 체제’가 갖는 위험성은 차기 유력 대권 후보가 당대표와 연대해서 임기 말에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2월 22일 노 전 대통령은 유력 대권 후보로 부상한 정동영 세력들의 압박으로 자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을 떠밀리듯 탈당했다. 대선이 무려 10개월이나 남은 시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탈당론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2006년 5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부터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6개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단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1월 여당 내 신당 창당 움직임에 “지역 기반 정당인 신당 창당에 반대한다”며 여당과 반대 노선을 걷겠다고 밝힌다.
계속된 선거 연패 행진에 당내 갈등은 극에 달했고, 친정동영 세력은 당 분열의 책임을 지지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노 전 대통령에게 돌렸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탈당 요구와 함께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2007년 2월 7일에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 등이 중심이 돼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했다. 이후 8월 5일에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고 열린우리당과 합당했다. 통합신당은 정동영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2007년 대선에 참여했지만 친노 이미지를 벗기 위한 명분 없는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불신감만 작용하여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30만 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 사례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섣부른 당정분리가 얼마나 위험한 정치실험인지를 잘 보여준다. 당정분리를 부르짖고 실천했던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당정분리, 저도 받아들였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만 재검토해봐야 한다”며 “대통령 따로 당 따로 누가 책임지나. 책임 없는 정치가 돼버렸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예 ‘당·정·청 일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멘토이자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안철수 의원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신 변호사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한국 정치 상황에서 ‘독립형 대표체제’에 대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매버릭형과 상하 종속형의 悲劇
![]() |
| 2016년 8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인왕실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이정현 신임 당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5개월 만에 치러진 2014년 7월 새누리당 당대표 선거에서 친박 서청원 대 비박 김무성 간 양강 구도가 구축됐다. 예상을 깨고 김 후보가 서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당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이 있던 현직 대통령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대표로 만들지 못한 사례였다.
이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김 대표와의 관계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며 찍어 내리자 당청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김무성 대표는 유력 대권 후보로 급부상했다. 김무성은 2015년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28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잘나갔다. 그러나 2016년 4월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집권당의 갈등은 급기야 옥쇄 파동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이것은 보수 몰락의 시작이 됐고 결국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겼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기현 후보는 “지금 당대표는 대선의 꿈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당이 깨질 수 있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탄핵 발언이 물의를 빚자 “현직 대통령 탄핵을 얘기한 게 아니라 아픈 과거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음 여당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춰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매버릭형 당대표 체제의 최대 약점은 대통령 따로, 당 따로가 되면서 당이 대통령을 흔들어 ‘책임 없는 정치’가 판을 칠 수 있다.
넷째, ‘절대 당정일치’에 기반한 상하 종속형이다. 대통령이 집권당 총재로서 당대표를 지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대표는 대통령의 특유의 판단과 친소관계에 따라 결정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었던 민정당 출신 이춘구 의원을 민자당 대표로 지명했다. 그 이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홍구 전 총리를 신한국당 대표로 임명했다. 그러나 1997년 1월 노동법 파동과 한보 사태가 터져 민심이 악화되자 고육책으로 3월에 이회창을 대표로 임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정치인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 총재를 새천년민주당 초대 대표로 임명했다.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중권, 동교동계 중진 한광옥, 한화갑을 지명했다. 당시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관계는 그야말로 상하관계였다. 당대표 임기는 없었고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수시로 교체했다. 과거와 같이 집권당 대표를 대통령이 지명하지는 않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됐지만 대통령과 당대표가 상하 종속적 관계로 비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6년 4월 총선에서 패배한 새누리당은 8월 전당대회를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 이정현 후보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그건 여당 소속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전 매버릭형 김무성 전 대표를 콕 집어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어떻게 보면 정치적 스승이자 어쨌든 본인이 오늘까지 오게 된 그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의리와 충성을 다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尹心은 상하 종속형 대표를 선호?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상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청관계가 지나치게 종속·밀월 관계로 가는 것의 치명적인 한계는 대통령이 결정적인 위기 순간을 맞이할 때 당대표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맞이했을 때 균형 감각이 마비된 채 오로지 박 전 대통령 방패 노력에 급급했던 이정현 대표는 정치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후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2017년 1월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 초반부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보여준 행태와 메시지는 당정분리에 기반한 매버릭형과 독립형 대표보다 당정일치에 충실한 관리형 또는 상하 종속형 대표를 선호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대표로 윤석열 정부와 보수의 운명이 달린 내년 총선에서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얼굴과 윤 대통령이 이뤄낸 성과로 치르게 될 것”이라면서 “당과 정부는 샴쌍둥이 같은 한 몸이 돼야 한다. 혼연일체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처럼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당무에 개입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대통령의 정권은 당으로부터 탄생한 것이라는 논리에 기반한 것 같다.
국민의힘 당헌 제8조(당과 대통령의 관계) ①항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당의 정강·정책을 충실히 국정에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②항에는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하여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당정분리 원칙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당정분리와 무관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책임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당정분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과 친윤 인사들은 ‘정당 민주주의와 책임 정치에 부합하는 당정관계는 당정분리가 아니라 당정일치’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정치 구조상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대통령의 일정 수준 당무 개입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 간의 상하 종속 관계에 따른 극단적 당정일치는 책임정치를 내세우지만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美, 원외 대표 없어
미국과 한국 정당 및 선거 정치를 비교 분석해 보자.
우선 미국에선 우리와 같이 국고보조금을 받는 비대화된 중앙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당대회 준비를 하는 소규모 전국위원회(National Committee)만 존재한다.
또한 미국에선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원외 정당 대표가 없다. 의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Floor leader)만 존재한다. 미국에선 1903년 위스콘신주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예비 경선 제도)를 주법으로 제정한 후 국민에게 공천권이 돌아갔다. 반면, 한국에선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미국에선 지구당 위원장은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오직 지구당 조직만 관리한다. 현역 의원은 지구당위원장이 될 수 없다. 한국에선 현역 국회의원이 과거 지구당 위원장과 같은 당협 위원장직을 맡아 당 조직을 관리한다. 따라서 원외 인사들은 공정 경쟁을 펼치기 힘든 구조다.
미국에선 한국처럼 당 지도부가 지시하고 통제하는 당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선 당론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공천 탈락과 같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미국 의원들은 당 지도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성을 갖고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 정당 의원이 제기한 법안에 투표하는 ‘크로스 보팅(cross voting)’이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일정 부분 당무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거는 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국의 경우, 의원들의 자율성이 없는 상황에서 ‘당정일치와 책임정치’라는 명분 아래 대통령의 뜻을 당이 무조건 당론으로 채택하고, 여당은 맹목적으로 정부를 지지하는 경우, 국정운영의 책임성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행정 독재의 길만 열리게 된다. 당정분리는 선이고 당정일치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된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개입은 불가피하지만 당대표를 자신에게 종속시키고 당을 하위 조직으로 보는 극단적인 당정일치는 피해야 한다. 반면, 차별성과 자율성이 지나쳐 안정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극단적 당정분리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이 조급하게 당정일치를 강조하면서 특정 후보 불가론을 제기하는 것은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모든 민주주의 선거에선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윤심은 없다” “탈당은 없다” “누가 돼도 대통령과 당대표는 하나다”를 강조하면서 ‘절대 중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