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포커스

집권 초 대통령과 與野관계

집권 6개월 내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만들어내야

  •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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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우, 與小野大 인정하고 야당과 協治하면서 지지율 회복
⊙ 김대중, 취임 직후 지방선거 승리로 與小野大 상황 극복 동력 얻어
⊙ 박근혜,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로 야당과 갈등 빚으면서 초기 50일 허송
⊙ 집권 초 선거연합 해체한 노무현은 지지율 하락, 선거연합 유지 성공한 김대중은 안정적 기반 확보
⊙ 여론조사 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집값 안정… 정치개혁·부패청산은 후순위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 윤석열 정부의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인준 등을 두고 대결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윤석열(尹錫悅) 정부가 5월 10일 공식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지만, 역대 최악의 정치·경제·안보 상황에서 출범했다. 국민이 반(半)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새 정부는 국회에서 절대 의석(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급격한 긴축 정책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고(高)물가, 고환율, 고유가’ 등 ‘신(新) 3고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4.8% 상승해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앞으로 5~6%대까지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 증시(證市)가 출렁이고 있다. 최근 경기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잇단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고 조만간 전술핵(戰術核) 실험(7차)도 단행할 조짐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선제 핵 타격”까지 언급했다.
 
 
  민주당의 대결정치
 
  이렇게 난제(難題)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5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관예우 의혹 등을 해소하지 못한 한덕수 후보자는 내각을 통솔할 총리로서 결격 사유가 차고 넘치는 인사임이 증명됐다”면서 부적격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지연·거부함으로써 새 정부는 총리와 주요 장관 없이 출범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 인준이 부결되면, 총리 없이 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정권 초반부터 민주당과의 대결 구도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윤 대통령은 한 번 결정하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직진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민주당이 대선(大選) 패배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에 허니문 기간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상궤(常軌)를 넘는 극단적 대결정치로 치닫고 있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 이재명 상임고문 계양을(乙) 텃밭 전략공천, 한덕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거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 국민의힘 배분 합의 파기 등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직전에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이례적인 것을 넘어 파행적(跛行的)이다. 국민의힘을 자극하면서 전략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위험신호
 
  우선, 현재의 국면이 나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윤석열 정부와의 향후 투쟁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 있다. 그 근저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낮고, 문재인(文在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과신(過信)이다.
 
  실제로 한국갤럽 5월 첫째 주(5월 3~4일) 조사 결과, 41%가 현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수치는 지난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얻은 득표율(48.6%)보다 훨씬 낮다. 더구나 4월 2주(4월 12~14일)와 비교해 긍정 평가는 9%포인트 하락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퇴임(退任)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45%)보다 낮았다는 점이다. 반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한 부정 평가는 48%였다.
 
  직무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공약 실천(13%), 결단력/추진력/뚝심(8%), 대통령집무실 이전(6%), 공정/정의/원칙, 인사(4%) 순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모름/응답 거절이 25%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한편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는 대통령집무실 이전(32%), 인사(15%), 공약 실천 미흡(10%), 독단적/일방적(7%), 소통 미흡(5%), 신중함 부족/성급함(3%) 등을 이유로 지적했다. 모름/응답 거절은 10%였다.
 
  윤 당선인 직무수행 지지도가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보다 낮고, 시간이 흐를수록 긍정 평가가 하락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중 그냥 막연하게 이유 없이 지지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2050세대에서는 부정 평가가 많고, 6070세대에서는 긍정 평가가 많은 ‘2050 대 6070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불안 요인이다.
 
  여야 정당 지지율도 특이하다. 대선 직후 실시된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3월 10~11일)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추락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5.8% 떨어진 38.1%, 부정 평가는 7.3%포인트 오른 58.8%를 기록했다. 정당 지지도에선 국민의힘이 4.1%포인트 오른 43.2%를 기록, 민주당은 5.4%포인트 떨어져 35.6%였다.
 
  그런데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에 민주당이 검수완박 등을 강행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도는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5월 첫째 주(5월 3~4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1%로 전주 대비 4%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40%로 변화가 없었다.
 
  대선 이후 20대와 6070세대는 국민의힘, 3050세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에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중추 세대인 30대와 40대에서 민주당 지지는 각각 45%와 62%로 국민의힘보다 14%포인트, 38%포인트 앞서면서 견고한 민주당 절대 지지층이 형성되고 있다.
 
 
  집단적 臣民주의
 
  둘째,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이재명을 왕(王)처럼 받들면서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집단적 신민(臣民)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익(國益)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오직 ‘문재인·이재명 구하기’에 매몰되어 있다.
 
  그 결과 민주당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절차적 정당성도 없으며, 힘없는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며, 국민이 반대하고, 국제적 우려가 있는 검수완박 법안을 위장 탈당(脫黨), 회기(回期) 쪼개기 등 각종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통과시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하면서 퇴임 후 안전보장을 위해 자기에 대한 비리 수사를 막아주는 ‘방탄법(防彈法)’을 공포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이재명 상임고문을 전략공천하고, 총괄 상임선대본부장으로 6·1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도록 했다. 이 고문이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정치적 연고가 없는 지역에 당선 가능성만 보고 출마한 것은 대장동과 성남FC 등 자신과 관련한 수사를 피하려는 ‘방탄 출마’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셋째,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不服) 정서다.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 향후 생존 전략으로 자성(自省)과 성찰(省察) 대신 투쟁과 발목 잡기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민주당 비상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인사들의 정치적 경륜이 부족하고, 당이 ‘처럼회’와 같은 당내 강경파들에 의해 끌려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개혁과 적폐청산
 
김영삼 정권은 임기 초에 하나회 숙정 등을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사진=조선DB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거야(巨野) 민주당을 상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결 정치에 직면할 것이다.
 
  통상 한국 정치에선 새 정부 출범 1년이 집권 5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다음 〈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집권 1년 차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집권 첫 6개월 동안 국정운영에서 가장 높은 국민 지지를 받은 대통령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80%대의 높은 지지를 기록했다. 이렇게 이례적(異例的)으로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개혁과 적폐청산 때문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자신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며 공직자 재산등록 공개 제도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1993년 9월 6일 헌정(憲政)사상 처음으로 입법·사법·행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의 1급 이상 공직자 1160여 명의 재산이 일괄 공개됐다. 군부(軍部) 사조직(私組織) 하나회를 척결했다. 취임 6개월에 즈음하여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 16호’를 발동, 금융실명제를 전격 시행했다. ‘촛불정권’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前) 정권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적폐청산을 추진했다.
 
 
  노무현·이명박, 취임 초 최저 지지율 기록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직을 걸고 쌀 개방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자 1993년 12월에 대(對)국민 사과를 하면서 지지율이 50%대로 급락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1년 차 4분기까지 70%에 가까운 지지를 유지했다.
 
  한편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과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은 집권 초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후 1분기에는 60%대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DJ정권 대북(對北)송금에 대한 특검(特檢)을 수용한 후,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주당을 탈당(脫黨)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호남과 정치적으로 결별했다. 그 결과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50%대의 지지율을 보였지만, 미국산 소고기 파동이 터지면서 2분기부터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다.
 
  한편 자민련과 공동정부로 출범한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집권 초기에 김영삼 정부 말년에 발생한 외환(外換)위기 사태를 극복해야 했다. IMF는 한국에 구제금융을 주는 반대급부로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국제 수준의 기업 투명성 강화와 부채(負債)비율 축소 정책을 추진하면서 금융·기업·노동·공공 4대 분야의 일대 개혁을 단행했다. IMF 사태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與小野大 속에서 協治 추구한 노태우
 
노태우 전 대통령은 與小野大 상황 속에서 야당과의 協治를 통해 정국 안정을 꾀했다. 사진=조선DB
  김대중 정부는 출범 당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이었지만 취임 4개월 만에 실시된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틀을 마련했다. 덕분에 집권 초기 1년 동안 50~60%대의 지지를 유지했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실시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이 과반수(過半數) 의석 확보에 실패, 헌정사상 최초의 여소야대 상황에 직면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야당과 진정성 있는 협치(協治)를 통해 초반의 낮은 지지율(29%)을 극복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석 달 후인 1988년 5월 28일 청와대에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종필(金鍾泌) 신민주공화당 총재 등 야권 3당 총재와 4자 회담을 열어 5공(共) 청산, 구속자 석방 등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을 발표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1년 차 2분기부터 지지율이 서서히 상승했다.
 
 
  박근혜,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로 50일간 표류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朴槿惠) 정권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큰 혼선을 겪었다. ‘정부조직법 개정’ 때문이었다.
 
  박근혜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3년 1월 16일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정부 출범일인 2월 25일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에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임 장관들이 임명되지 못했고, 결국 3·1절 행사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전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각료들이 참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해 3월 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결국 정부 출범 30여 일, 개정안 제출 52일 만인 3월 23일 여야 합의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결국 대통령의 취임 첫해에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첫 100일 중 절반 가까이를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로 허송했다. 협력 대신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민주당의 지나친 발목 잡기, 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조속한 타협을 통한 법안 처리 대신 원안(原案) 고수(固守) 입장을 보인 것이 취임 초기의 국정 대혼선을 빚는 원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 1분기 국정운영 지지도는 42%로 비슷한 시기의 역대 대통령들보다 낮았다. 하지만 그 이후 지지율은 서서히 상승해 50~60%대를 기록했다.
 
 
  새 정부 성공의 조건들
 
  역대 대통령들 집권 1년 차 국정운영을 분석해보면 의미 있는 점들이 발견된다.
 
  첫째, 국민의 높은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개혁 어젠다를 제시하면 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둘째, 한미FTA 체결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 협상을 진행한 것처럼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항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셋째,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집권하자마자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선거연합을 해체할 경우 정치적 지지 기반을 상실하면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반대로 DJ처럼 선거 때 약속한 공동정부 선거연합을 충실히 이행하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넷째, 집권 초기에 실시한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새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실증적 발견들이 윤석열 새 정부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가장 큰 교훈은 집권 6개월 내에 국민들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과제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國政)비전, 국가 목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비전으로는 공정과 상식의 회복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재건,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발전,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 제고, 국민통합이 포함됐다. 국정 목표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꼽았다. 인수위는 이러한 6가지 국정 목표하에 20가지 ‘국민과의 약속’을 내걸고,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약 209조원의 추가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런 정책 과제들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전폭적이고 즉각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국정과제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민생경제 대책·규제개혁 나서야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20여 일이 지난 시점에 발표한 특별담화에서 임기 5년간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일정표(신경제 5개년 계획)를 제시했다. 이를 심도 있게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최초의 100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상반기 중에 추진할 ‘신경제 100일 계획’을 7대 과제로 집약해 발표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뜻이 담겼다. 정치적으로는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민과 기업이 불안 속에서 자신감을 잃었을 때 문민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뿌리째 흔들어놓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경제 워룸(war room)’을 설치하고 ‘민생 경제 100일 계획’을 발표해 최대 현안인 물가 안정, 부동산 정상화 등에 대한 세심하고 일관된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초기 IMF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처럼 윤 대통령도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공공개혁을 통해 ‘한국 경제의 기저 질환’을 치유해야 한다. 핵심은 생산성을 제고(提高)시켜 빠른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지낸 김종석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는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한국 경제를 성장궤도에 올려놓는다면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더불어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는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기능을 확대·개편하고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는 행정규제기본법 제23조에 근거하여, 정부의 규제정책을 심의·조정하고 규제의 심사·정비 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설치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이다. 위원장은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고 있으며 20명 이상 25명 이하로 구성된다.
 
 
  ‘정치 과잉’에서 벗어나야
 
  최악의 통치 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하는 협치’에 나서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바심을 내면서 전 정권 적폐청산, 검수완박 법안 국민투표 제안 등과 같은 민감한 정치 어젠다에 비중을 두는 ‘정치 과잉’에서 벗어나야 한다. 눈앞의 정치적 계산 때문에 비리에 연루된 문재인 정권 사람들을 잡아넣으면 야당이 주장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 결국 거대 야당과 ‘강(强) 대(對) 강’ 대치 국면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민주당이 쳐놓은 ‘전략적 도발의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 좋든 싫든 2024년 총선 전까지는 ‘협치의 제도화’를 위해, 거대 야당이 횡포를 부리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아도 계속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특히 자신이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양식 있고 합리적인 의원들과 멋진 협치를 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민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5월 4~5일) 결과,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로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26.6%), 집값 안정 등 부동산 문제 해결(22.2%)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국민통합(14%), 정치개혁 및 부패청산(13%)은 후순위로 밀렸다.
 
  필요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 정치다. 집권 초기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 현실을 인정해 그 후 야당과의 대연정(大聯政)을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새 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선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 조사(5월 2~4일)에 따르면, 6·1 지방선거에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2%로, ‘새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39%)는 답변보다 13%포인트 높았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52%가 ‘잘못한 일’, 33%가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와 현재의 우호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재명 카드’를 들고나왔다.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으로 치르겠다는 복안(腹案)이다. 민주당 이재명(李在明) 고문은 지난 5월 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3월 10일 대선 선대위 해단식 이후 59일 만이다. 그는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면서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같은 날 경기 성남 분당갑(甲)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분당뿐 아니라 성남시와 경기도 나아가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통해, 새 정부 성공의 초석을 놓겠다는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심정으로 제 몸을 던지겠다”고 했다.
 
 
  최대 격전지 경기와 인천
 
이재명 전 민주당 大選 후보의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6·1지방선거 및 재보궐 선거는 ‘대선 연장전’이 됐다. 사진=조선DB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경기지사와 인천광역시장 선거다.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약 46만 표 차이(5.0%포인트)로 승리했다. 인천에서는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약 3만4000표(1.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경기지사 선거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의원이 격돌하면서 명심(明心)과 윤심(尹心)이 겨루는 ‘포스트 대선’ 구도가 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리얼미터·아시아경제(4월 27~28일)가 실시한 조사 결과 ‘차기 경기지사로 적합한 인물’로 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43.3%,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43.9%의 지지율을 얻었다. 기타 인물은 7.6%였고, ‘없음(3.0%)’과 ‘잘 모름(2.2%)’을 택한 부동층 비율은 5.2%였다.
 
  그런데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김동연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김은혜 후보보다 높았다. 20대(51.0%, 18~19세 포함), 30대(44.6%), 40대(54.0%), 50대(52.3%)에서는 김동연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고, 60세 이상(70.2%)에서는 김은혜 후보 지지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4월 29일~5월 1일)에서도 비슷했다. 김동연 후보(45.0%)와 김은혜 후보(41.0%)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接戰)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20~50대는 김동연 후보, 60~70대는 김은혜 후보 지지가 많았다. 직종별로 화이트칼라는 김동연 후보, 자영업자는 김은혜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대구도에서 김은혜 후보가 다소 열세(劣勢)이지만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여당 프리미엄이 작동되면 승부는 예측불허가 될 수 있다.
 
  MBN·리얼미터 조사(5월 2~3일) 결과, 경기도의 ‘가장 시급한 현안’에 대해 ‘광역교통망 확충’이 23.5%, ‘GTX노선 연장 및 추가 신설’이 17.0%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이어 ‘제1기 신도시 재건축 및 리모델링’이 13.5%, ‘수도권 접경지역 규제 완화’가 12.5%로 나타났다. 이런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야당 후보보다 집권당 후보가 유리하다. 여하튼 ‘인물론(김동연) 대 지역 발전론(김은혜)’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다.
 
  한편, 조선일보·TV조선 조사(4월 29일~5월 1일)에서, 인천시장 후보 지지도는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44.4%)가 박남춘 민주당 후보(38.3%)를 오차 범위 내(6.1%포인트)에서 앞서고 있는 가운데 제3후보인 이정미 정의당 후보의 지지는 4.0%였다. 지난 대선 때와 같이 민주당과 정의당이 분열하면 국민의힘에는 호재다.
 
  2018년에 이어 리턴매치로 치러지는 이번 인천시장 선거에서 박남춘·유정복 두 후보는 2030세대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40대는 박 후보, 50대 이상은 유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이재명 고문의 인천 등판으로 선거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가 최대 관심 포인트다.
 
 
  ‘진보의 몰락’ 시작되나
 
  여하튼 이번 6·1 지방선거 결과는 향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뿐만 아니라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민주당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완패(完敗)한다면 ‘진보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라는 책에서 촛불 정권을 자임했던 진보의 타락과 위선을 심도 높게 비판했다. 진보는 뻔뻔하고, 무능하고, 오만했기 때문에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월 9일 오후 마지막 퇴근길에 나서면서 청와대 앞에 운집한 수천 명의 지지자를 향해 “다시 출마할까요”라고 물으며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의식 속에 새 대통령의 성공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1993년 1월 후임자인 빌 클린턴의 성공을 기원하는 편지를 집무실 책상에 남겨놓고 퇴임한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는 대조적이다.
 
  이재명 후보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는 명분·책임·미래도 없는 사익(私益)추구형 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정치는 과학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으로 이런 유형의 정치인들과 다차원적(多次元的)으로 치열하게 싸워야 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싸움에서 승리하려면 새 정부 출범 100일 안에 국민의 지지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 ‘자유’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지지가 담보되지는 않는다. 과학과 실증 분석의 틀을 토대로 보다 체계적이고 정교한 국정운영 로드맵과 최악(最惡)의 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을 즉시 수립해야 한다. 만약 대선 승리에 도취되어 준비 없이 황금 같은 집권 초기 100일을 허비하면 다가오는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단언컨대, 정치는 정책이고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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