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한 6개국 가운데 기술적으로 우리의 요구에 가장 근접” (브라질 육상교통청 국장)
⊙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 간 510km를 시속 300km로 달리는 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 브라질, 2016년 올림픽 때 고속철도 개통 위해 올 5월에 사업자 선정 예정
⊙ 발주방식, 금융, 기술이전 등에서 한국에 유리한 국면
⊙ “브라질 정부와 철도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노쇠했고, 일본은 관료적인 반면
한국은 다이내믹”(鄭鍾煥 국토해양부 장관)
⊙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 간 510km를 시속 300km로 달리는 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 브라질, 2016년 올림픽 때 고속철도 개통 위해 올 5월에 사업자 선정 예정
⊙ 발주방식, 금융, 기술이전 등에서 한국에 유리한 국면
⊙ “브라질 정부와 철도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노쇠했고, 일본은 관료적인 반면
한국은 다이내믹”(鄭鍾煥 국토해양부 장관)
- 대기중인 KTX 차량. 한국의 고속철도가 브라질에 수출될 수 있을까.
지난해 말 한국표준형 원전(原電)의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이어 이번에는 ‘첨단기술의 상징’인 한국형 고속철도의 브라질 수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8일 브라질 육상교통청(ANTT)의 베르나르두 피게이레두 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코레일과 현대 로템, 철도시설공단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한 6개국 가운데 기술적으로 우리의 요구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계약 조건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브라질 TAV(Trem de Alta Velocidad)’라 불리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브라질의 핵심 도시이자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로 표기)에서 상파울루를 거쳐 캄피나스까지 510km 구간에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선로를 건설하여 이 지역을 두 시간 내 생활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 총 사업비는 한화(韓貨)로 약 22조~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브라질은 광대한 국토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자원과 식량 수출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브릭스(BRIC’s)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브라질을 ‘라틴아메리카의 거인’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광대한 국토를 연결하는 수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여 열악한 도로나 항공망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철도망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철도를 민영화하면서 수지가 맞지 않는 구간을 폐쇄하는 바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 2월 하순 현지를 다녀온 브라질고속철도 한국사업단(이하 한국사업단으로 표기)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상파울루~리우 구간의 경우 철도는 화물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을 뿐 여객 서비스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애는 바람에 현재 두 도시를 오가려면 버스·승용차나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국사업단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서울~부산 간과 비슷한 거리인 상파울루~리우 구간의 경우 2008년 총 수송인원은 연간 730만명이었는데, 이 중 441만명(60%)이 항공을 이용했고, 버스 168만명(23%), 나머지 120만명(17%)은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룰라 정권은 ‘브라질판 뉴딜정책’이라 불리는 ‘성장가속계획(PAC)’을 발표, 4만5300km의 도로 및 2518km의 철도, 12개의 항구와 20개의 공항 건설 등 낙후된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건설하여 연평균 5%의 성장률을 이루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이고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리우가 선정돼 국운 상승기를 맞고 있다.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리우 앞바다 상투스 만에서 발견된 투피 심해 유전과 초대형 천연가스전인 주피터 가스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본격 생산하고, 고속철도 개통 등을 연계하여 GDP 규모 세계 5위에 오른다는 것이 브라질 지도자들의 청사진이다.
韓中日 3국이 총력전 전개 중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철도는 첨단기술이 총 집약된 분야로서 전 세계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저탄소 녹색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분야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고속철도를 턴키 방식으로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TGV), 일본(신칸센·新幹線), 독일(ICE), 한국(KTX),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에 이어 브라질 고속철도마저 수주에 성공할 경우 국가적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의 승자는 전 세계에서 건설 움직임이 뜨겁게 일고 있는 고속철도 수주전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전 세계의 철도 메이저 기업들은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양근율(梁根律)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 부단장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KTX-2를, 일본은 신칸센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말 명실상부한 중국 고속철도인 우광선(우한~광저우) 개통 직후부터 뒤늦게 뛰어들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하순 현지를 다녀온 양근율 부단장은 “중국도 2월 하순에 300여 명의 전문가 팀을 브라질에 파견해 현지 조사와 로비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채일권 한국철도협회 해외사업팀장은 “브라질의 사업 제안 내용이 선로 인프라와 차량 등을 통합 발주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유럽 국가들은 거의 포기한 상태이며 한국을 비롯, 일본과 중국 등 3개국이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브라질 연방정부 육상교통청(ANTT)이 선로 건설은 물론, 신설된 선로 위를 운행하는 고속철도차량, 고속철도의 운영 및 기술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발주하는 방식(턴키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올 3월 중순 최종 입찰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를 발표했고, 5월 말까지 참여 희망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6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키로 했다. 브라질 정부가 고속철도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올 10월에 열리는 브라질 대선(大選)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정치적 배려 외에 2016년 리우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개막 전에 고속철도 개통식을 가지려는 계획 때문이다.
한국사업단 측의 설명에 의하면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1997년 브라질과 독일의 연합 컨소시엄인 트랜스코(TRANSCORP) RSC가 브라질 정부에 최초로 사업계획을 제안하면서 태동했다. 이어 2004년 독일 지멘스와 이탈리아의 이탈플랜(Italplan)사(社)가 사업계획을 제안했고, 2005년 4월 브라질 연방정부는 작업반을 구성하여 사업추진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2005년 7월 한국과 브라질 과학기술장관 회의에 참석했던 채남희(蔡南熙) 철도기술연구원장은 브라질 교통부 관계자와의 면담 과정에서 브라질이 고속철도를 건설한다는 정보를 인지하여 정부에 보고했다. 우리 정부는 사업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2006년 초부터 철도기술연구원과 현대로템을 중심으로 대응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고속철도와 관련, 한국이 안고 있는 강점과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한다. 양근율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 부단장의 설명.
“한국의 강점은 공사기간이 5년으로 비교적 짧아 돌관공사에 익숙한 한국에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고속철도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토착화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우리가 이런 노하우를 브라질에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어요. 또 차량 및 시스템 면에서의 가격경쟁력도 우리의 강점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 운영을 하면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도 경쟁력 중의 하나로 평가됐다고 한다. 코레일 측은 “한국은 기술도입국인 프랑스에 비해 날씨가 열악하고 지형도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KTX의 정시율(예정시각 5분이내 도착 및 출발 비율)이 95~96%에 이르고, 유지보수 관련기술, 배차간격 등의 실적이 프랑스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보다 먼저 TGV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중정비, 대정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가며 프랑스에 맡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모든 정비를 진행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 3월부터 KTX-2 현장 투입해 상업운행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KTX-2 차량의 상용운전 실적이 없다는 점이다. 최연혜(崔然惠) 한국철도대 총장의 설명.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차량 및 핵심 부분은 해외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제작하고, 노면은 우리가 건설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1992년 고속철도차량 선정 과정에서 TGV가 선택된 이유는 독일의 ICE가 상용화 실적이 모자란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하는 토목사업은 세계 수준에 올라와 있는 반면, 고속철도 차량은 프랑스 알스톰이 제작한 KTX-1이 상업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브라질에 수출하려는 모델이 KTX-2인데, KTX-2는 상업운행 실적이 없어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모델이라는 핸디캡이 있어요.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하여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철도공사 측은 서둘러 3월 2일부터 KTX-2 차량의 운행을 개시한 겁니다.”
또 한 가지 제기된 문제가 KTX-2의 차량시스템이 동력집중식 차량인 반면, 경쟁차종은 동력분산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동력집중식은 열차의 맨 앞뒤쪽 기관차에만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으로서 기관실이 고장날 경우 기차가 멈춰설 수밖에 없어 견인차가 와야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동력분산식은 동력이 각 객차에 분산되어 있어 기관실이 고장 나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중국 파격적인 지원책 제안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동력집중식은 장거리 노선, 그리고 열차 정류장이 띄엄띄엄 있는 경우 유리하고 소음이 적으며 유지보수가 비교적 간단한 것이 특징. 반면 동력분산식은 단거리를 운행하면서 비교적 자주 정차를 해야 할 때 유리하나 유지보수가 복잡한 단점이 있다고 한다.
양근율 박사는 “동력집중식은 10량, 20량 등 고정 편성되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반면, 동력분산식은 승객의 수요에 따라 5량, 8량, 15량 등으로 탄력성 있게 편성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속열차의 트렌드는 동력집중식에서 동력분산식으로 나가는 추세라 경쟁사들이 “KTX-2는 구형 모델”이라고 공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브라질 정부가 고속철도 입찰 과정에서 노면과 차량을 분리 발주할 경우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재원조달이었다. 대부분의 해외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자들이 재원을 조달하여 공사를 하고, 향후 운영과정에서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일본, 중국 등 경쟁국가에 비해 재원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브라질에 신칸센이 도입될 수 있도록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브라질에 고속철도 사업에 필요한 엔화 차관을 제공하고, 자국 기업 컨소시엄에도 융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자국(自國) 비용으로 고속철도를 건설해 주는 대가로 브라질 측에 광산 5개의 사용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양근율 부단장의 설명.
“제가 브라질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요. 일본, 중국으로부터 차관 제공이나 건설비와 자원의 교환 방식을 제안받은 브라질 고위층에서는 ‘우리는 고속철도 건설 예산이 충분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비용으로 최적의 고속철도를 건설해 브라질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라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한국 전문가 팀은 ‘노면과 차량의 통합 발주, 발주국 정부의 재원 조달’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전략을 마련, 2007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차기 브라질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고속철도 프로젝트 책임자인 딜마 정무장관(대통령 비서실장 겸직)을 비롯, 연방정부의 기획재정부장관, 교통부장관에게 한국팀의 제안 내용을 브리핑했다.
“한국에 유리하도록 판을 짜라”
2007년 7월에 딜마 장관을 만나 한국 측 제안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양근율 박사의 설명이다.
“당시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유치를 해 놓고 교통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딜마 장관에게 ‘월드컵 관전을 위해 전 세계인이 몰려들 텐데, 이때 고속철도를 개통하여 약동하는 브라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내에 계약을 끝낼 경우 월드컵 전에 개통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제안을 하여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들은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노면과 차량을 통합발주하자는 제안을 했고, 노선도 상파울루~리우 구간에서 상파울루~캄피나스 구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고속철도 노선이 캄피나스까지 연장될 경우 상파울루 국제공항을 캄피나스로 이전하고, 공항 부지를 물류 허브(hub)로 개발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딜마 장관을 비롯한 브라질 관계자들은 통합발주를 해야만 공기 단축에 유리하다는 한국 측 제안에 공감하여 이후 사업방향이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한국사업단 측의 설명이다. 재원조달 방안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수정됐다. 양근율 박사의 설명.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일반적인 민자사업과 달리 참여국 수출입은행이 제공하는 구매자차관(buyer’s credit·외국의 구매자에게 수출국의 수출입은행이 수입계약액을 신용보증해 주는 것)을 제외한 전체 사업비의 약 60%에 해당하는 14조원의 차입금을 브라질 정부가 직접 조달해 민간 컨소시엄에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한국처럼 금융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안자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됐죠.”
2008년 4월에는 딜마 장관이 한국 고속철도 현황을 시찰하기 위해 방한(訪韓), 천안아산 역사(驛舍)와 용산 역사를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정종환(鄭鍾煥) 국토해양부장관이 역세권 및 도시개발 사례를 비롯하여 고속철도에 관한 한국 측의 노하우를 강력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정종환 장관의 설명.
“딜마 장관과 대화를 해 보니 일본 신칸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두 시간에 걸쳐 딜마 장관에게 대만이 일본의 고속철도 차량을 들여다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기술이전을 해 주지 않아 큰 고생을 한 사례를 들며 고속철도의 핵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프랑스의 기술을 들여다 국산화하여 습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에 관한 한 한국이 가장 유리한 파트너라는 점을 설명했어요. 그것으로도 안심이 안돼 제가 직접 브라질로 출장을 가서 브라질 전문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설명했습니다.”
브라질, 고속철을 성장가속계획에 포함
이러한 한국 측의 제안 내용을 검토한 브라질 정부는 한국팀의 제안 내용을 토대로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성장가속계획(PAC)’에 포함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미 아소 다로 전(前) 일본 수상이 브라질을 방문하여 세일즈 외교를 펼쳤고, 2008년 11월 17일에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 룰라 대통령과 회담하여 고속철도 수주전 지원에 나섰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2008년 12월에 이어 2009년에도 브라질을 방문, 세일즈 외교 전면에 나서는 등 국가 총력전이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브라질 고속철도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신칸센 독자개발 능력과 오랜 고속철도 운영 경험, 글로벌 파이낸싱이 강점이다. 또 일본은 브라질 이민 역사가 150년에 이르고, 미쓰이 상사의 경우 브라질 진출 역사가 100년이나 될 정도로 양국 간의 유대가 깊다. 브라질 내의 일본계가 150만에 이를 정도로 발언권이 센 것도 일본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일본도 약점이 많다. 최연혜 한국철도대 총장은 “우리나라 고속철도 입찰 과정에서 일본 신칸센이 탈락한 이유는 기술이전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브라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술이전이기 때문에 일본은 크게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최근 들어 브라질과 자원외교를 비롯하여 국가적인 유대관계가 깊게 형성되어 있고, 저가(低價)전략으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철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연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채일건 한국철도협회 해외사업팀장은 “중국이 시속 390km 속도를 냈다고는 하나 300km를 달리기에 적당한 차량으로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가 수시로 고장이 나 정시성 등 운행 노하우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고속철도 신노선(新路線) 건설경험이 300여km에 불과하나 일본, 중국, 프랑스는 한국보다 몇 배나 긴 고속철도 신선(新線)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한국이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양근율 박사의 설명이다.
“한국이 브라질에서 승리하려면 경제성 있는 설계와 수익성 창출, 즉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수익은 많이 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해야 합니다. 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화를 많이 하고, 한국의 IT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UAE 원전 수출로 우리의 국가 이미지가 한껏 높아졌고, 세계적인 건설회사 CEO로서 전 세계에서 초대형 공사 수주 및 진행 경험이 풍부한 이명박 대통령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고, 또 10여 년을 철도 분야 CEO로 활동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주무장관으로서 지원을 해 주고 있어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고속철도 수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정종환 장관은 “최근 브라질 정부와 철도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노쇠했고, 일본은 관료적인 반면 한국은 다이내믹하다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경쟁국가들에 비해 사업비 절감, 기술이전, 공기단축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지난 2006년부터 15차례 이상 현지 노선조사를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선을 합리적으로 설계, 총사업비를 절감시켜 브라질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브라질 정부도 한국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습니다. 브라질은 노조가 강하고, 외환문제도 있습니다. 우리가 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40년 동안 운영을 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치밀한 계산을 통해 장래의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일본이 브라질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교민 숫자도 상대가 안됩니다. 중국도 저가정책으로 나올 수 있어 장담하기는 이릅니다.”
2006년부터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한국사업단의 서선덕 단장(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은 현지에서 수주전을 총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양근율 부단장을 중심으로 60여 명의 전문가가 사업제안서를 준비 중에 있다. 양근율 부단장의 설명이다.
“한국은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치밀한 준비를 해 온 것이 강점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엄청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고, 기술이전에 대한 입장도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국가가 앞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질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1월 2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투입될 8620억 달러의 재원 중 핵심 프로젝트로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13개 권역의 고속철도망 건설을 발표했다.
미국 고속철도 사업 참여 가능성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재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플로리다주 현지를 다녀온 한국철도협회의 송현정 과장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단계로 탬파~올랜도(136km), 2단계로 올랜도~마이애미(366km) 구간 등 총 502km로 사업비는 118억 달러, 사업기간은 7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2단계는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프로젝트는 올 9월경 사업제안서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고속철도는 1단계로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695km), 2단계로 샌디에이고 및 새크라멘토로 확장하여 총 1280km로 사업비는 45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고속철도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신칸센, 독일의 지멘스, 캐나다의 봄바디에, 프랑스의 알스톰,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과 록히드, 중국, 이탈리아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독자적인 고속철도 기술이 없기 때문에 브라질에서의 승자가 미국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19세기의 화두는 철도였다. 철도가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도시도 철도를 중심으로 발전을 했다. 철도는 또 회계학 등 학문의 발전도 견인했다. 서구 제국들은 철도를 통해 식민지를 확보하고 국력을 업그레이드하여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현재 한국은 아일랜드, 터키, 캐나다, 홍콩, 중국 등 전 세계 34개국의 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리비아 트리폴리 지하철공사에서 기술부문과 가격에서 1위 업체로 지정돼 수주 가능성이 큰 상황이 됐다. 또 중국에 고속철도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중국이 운행을 개시한 우광선 고속철도 300km 구간 기술감독을 우리 기술진이 맡았고, 하얼빈~다롄(大連) 간 고속철도 기술감독을 한국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세기’였던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철도가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한국이 20세기 말에 고속철도 시대를 열고 있을 때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철도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고속철도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최근 영국 교통부장관이 한국의 철도기술연구원을 방문, 고속철도 기술과 관련한 양국 협력을 제안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기술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제 선진국의 충분조건 중 하나가 고속철도가 됐다. 브라질에서의 승자가 세계 철도를 지배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과연 한국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까.⊙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8일 브라질 육상교통청(ANTT)의 베르나르두 피게이레두 국장이 기자회견에서 “코레일과 현대 로템, 철도시설공단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한 6개국 가운데 기술적으로 우리의 요구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계약 조건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브라질 TAV(Trem de Alta Velocidad)’라 불리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브라질의 핵심 도시이자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우로 표기)에서 상파울루를 거쳐 캄피나스까지 510km 구간에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선로를 건설하여 이 지역을 두 시간 내 생활권으로 연결한다는 계획. 총 사업비는 한화(韓貨)로 약 22조~23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브라질은 광대한 국토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자원과 식량 수출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브릭스(BRIC’s)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월스트리트 저널>은 브라질을 ‘라틴아메리카의 거인’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러나 광대한 국토를 연결하는 수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여 열악한 도로나 항공망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라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철도망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철도를 민영화하면서 수지가 맞지 않는 구간을 폐쇄하는 바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지난 2월 하순 현지를 다녀온 브라질고속철도 한국사업단(이하 한국사업단으로 표기)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상파울루~리우 구간의 경우 철도는 화물 서비스만 운영하고 있을 뿐 여객 서비스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애는 바람에 현재 두 도시를 오가려면 버스·승용차나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국사업단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서울~부산 간과 비슷한 거리인 상파울루~리우 구간의 경우 2008년 총 수송인원은 연간 730만명이었는데, 이 중 441만명(60%)이 항공을 이용했고, 버스 168만명(23%), 나머지 120만명(17%)은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룰라 정권은 ‘브라질판 뉴딜정책’이라 불리는 ‘성장가속계획(PAC)’을 발표, 4만5300km의 도로 및 2518km의 철도, 12개의 항구와 20개의 공항 건설 등 낙후된 교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건설하여 연평균 5%의 성장률을 이루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이고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리우가 선정돼 국운 상승기를 맞고 있다.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리우 앞바다 상투스 만에서 발견된 투피 심해 유전과 초대형 천연가스전인 주피터 가스전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본격 생산하고, 고속철도 개통 등을 연계하여 GDP 규모 세계 5위에 오른다는 것이 브라질 지도자들의 청사진이다.
| ▣ 브라질 고속철도 TAV(Trem de Alta Velocidad) 사업개요 ● 사업구간: 캄피나스~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간 510km(1단계 리우~상파울루, 2단계 상파울루~캄피나스) ● 발주처: 브라질 연방정부 육상교통청(ANTT) ● 사업추진방식: PPP(Private-Public Partnership. 정부 지원이 가미된 민자사업) ● 발주방식: 통합발주(토건, 엔지니어링&매니지먼트, 운영 및 기술이전 등) ● 사업기간: 건설 5년, 운영 40년 ● 시설규모: 정거장 9개, 차량기지 2개 ● 사업비: 한화 약 23조원 |
韓中日 3국이 총력전 전개 중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철도는 첨단기술이 총 집약된 분야로서 전 세계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저탄소 녹색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분야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고속철도를 턴키 방식으로 건설할 수 있는 나라는 프랑스(TGV), 일본(신칸센·新幹線), 독일(ICE), 한국(KTX), 중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에 이어 브라질 고속철도마저 수주에 성공할 경우 국가적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의 승자는 전 세계에서 건설 움직임이 뜨겁게 일고 있는 고속철도 수주전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전 세계의 철도 메이저 기업들은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양근율(梁根律)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 부단장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은 독자기술로 개발한 KTX-2를, 일본은 신칸센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말 명실상부한 중국 고속철도인 우광선(우한~광저우) 개통 직후부터 뒤늦게 뛰어들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하순 현지를 다녀온 양근율 부단장은 “중국도 2월 하순에 300여 명의 전문가 팀을 브라질에 파견해 현지 조사와 로비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채일권 한국철도협회 해외사업팀장은 “브라질의 사업 제안 내용이 선로 인프라와 차량 등을 통합 발주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유럽 국가들은 거의 포기한 상태이며 한국을 비롯, 일본과 중국 등 3개국이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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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고속철도는 2004년 운행을 개시한 이래 정시율 등 운영 측면에서 기술이전국인 프랑스를 앞서고 있다. |
브라질 정부는 올 3월 중순 최종 입찰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를 발표했고, 5월 말까지 참여 희망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은 뒤 6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키로 했다. 브라질 정부가 고속철도 사업을 서두르는 이유는 올 10월에 열리는 브라질 대선(大選)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정치적 배려 외에 2016년 리우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개막 전에 고속철도 개통식을 가지려는 계획 때문이다.
한국사업단 측의 설명에 의하면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1997년 브라질과 독일의 연합 컨소시엄인 트랜스코(TRANSCORP) RSC가 브라질 정부에 최초로 사업계획을 제안하면서 태동했다. 이어 2004년 독일 지멘스와 이탈리아의 이탈플랜(Italplan)사(社)가 사업계획을 제안했고, 2005년 4월 브라질 연방정부는 작업반을 구성하여 사업추진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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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4일 브라질리아의 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의 고속철도 관련 홍보행사가 열렸다. |
이 과정에서 고속철도와 관련, 한국이 안고 있는 강점과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한다. 양근율 브라질 고속철도 한국사업단 부단장의 설명.
“한국의 강점은 공사기간이 5년으로 비교적 짧아 돌관공사에 익숙한 한국에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고속철도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토착화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우리가 이런 노하우를 브라질에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어요. 또 차량 및 시스템 면에서의 가격경쟁력도 우리의 강점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5번째로 고속철도 운영을 하면서 쌓아온 운영 노하우도 경쟁력 중의 하나로 평가됐다고 한다. 코레일 측은 “한국은 기술도입국인 프랑스에 비해 날씨가 열악하고 지형도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KTX의 정시율(예정시각 5분이내 도착 및 출발 비율)이 95~96%에 이르고, 유지보수 관련기술, 배차간격 등의 실적이 프랑스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보다 먼저 TGV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스페인의 경우 중정비, 대정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가며 프랑스에 맡기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자체 기술로 모든 정비를 진행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한국형 고속철도 차량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 ▣ 브라질 고속철도 주요 경쟁국 [한국] 우리나라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을 위해 2009년 4월 ‘브라질 고속철도사업 한국사업단(단장 徐琁德 한양대 교수)’이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이 사업단에는 한국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차량 제작 회사인 현대로템, 선구엔지니어링을 비롯하여 건설사, 엔지니어링 및 철도 관련기업 20개사와 15개 협력사가 참여하고 있다. [일본] 일본은 미쓰이물산,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히타치 등 4개사를 비롯해 JR(일본철도)도카이와 JR히가시니혼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1964년 10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첫 운행을 시작한 신칸센은 전 세계 고속열차 중에서 운행 역사가 가장 오래됐으며, 다른 고속철도에 비해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특징. [중국] 중국은 현재 베이징(北京)~톈진(天津) 간 137km 구간에 시속 330km의 고속열차, 우한(武漢)~광저우(廣州) 간 1068km 구간에 고속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개통된 우한~광저우 노선은 시험운행 과정에서 평균시속 341km, 최고시속 391km를 기록,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철도로 기록됐다. 중국은 올 2월 6일에는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성도(省都)인 정저우(鄭州)에서 산시성(陝西省)의 성도인 시안(西安) 간 505km를 시속 350km로 1시간30분에 주파하는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그러나 철도차량이 독일과 일본 모델을 기본으로 한 조립 수준으로 알려져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3월부터 KTX-2 현장 투입해 상업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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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고속철도의 시발지가 될 리우데자네이루 역사(驛舍). 1990년대 철도를 민영화하면서 리우~상파울루 간 여객열차를 폐쇄하는 바람에 폐가처럼 변했다. |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차량 및 핵심 부분은 해외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제작하고, 노면은 우리가 건설한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1992년 고속철도차량 선정 과정에서 TGV가 선택된 이유는 독일의 ICE가 상용화 실적이 모자란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어요.”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노선을 건설하는 토목사업은 세계 수준에 올라와 있는 반면, 고속철도 차량은 프랑스 알스톰이 제작한 KTX-1이 상업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브라질에 수출하려는 모델이 KTX-2인데, KTX-2는 상업운행 실적이 없어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모델이라는 핸디캡이 있어요.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하여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철도공사 측은 서둘러 3월 2일부터 KTX-2 차량의 운행을 개시한 겁니다.”
또 한 가지 제기된 문제가 KTX-2의 차량시스템이 동력집중식 차량인 반면, 경쟁차종은 동력분산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의하면 동력집중식은 열차의 맨 앞뒤쪽 기관차에만 동력이 전달되는 방식으로서 기관실이 고장날 경우 기차가 멈춰설 수밖에 없어 견인차가 와야만 움직일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동력분산식은 동력이 각 객차에 분산되어 있어 기관실이 고장 나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 ▣ KTX-2 열차 KTX-2 열차는 3월 2일부터 경부선 서울~부산 구간과 호남선 용산~광주~목포 구간에 각각 1일 4회 운행되고 있다. 또 4월 1일부터 호남선 용산~광주 구간에 1일 4회 추가 운행되게 된다. 상업운행에 돌입한 KTX-2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국내 독자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고속열차로 G7 선도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시험차량(HSR-350x)의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기존의 KTX 열차에 비해 차체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 에너지 효율이 높고 동력전달방식과 제동방식을 개선하여 유지보수비를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일반실의 좌석 간 거리(시트피치)가 기존 930㎜에서 980㎜로 50㎜가량 늘어났고, 객차의 차폭이 2904㎜에서 2970㎜로 확대됐다. 모든 좌석이 회전 가능한 형태로 변경되어 역방향 좌석의 불편함이 사라졌다. 또 객실에 DMB 수신설비와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며 장애인 전용 좌석 및 화장실, 수유실 등 편의시설이 갖춰졌다. 또 KTX-2는 20량 고정편성인 기존의 KTX와 달리 10량 편성을 기본으로 하되 20량(10+10)까지 연결해 달릴 수 있어 승객 수에 따라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이 특징. |
일본, 중국 파격적인 지원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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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파울루 역이 들어설 예정지. 현재는 자가용 비행기들의 공항이 들어서 있다. |
양근율 박사는 “동력집중식은 10량, 20량 등 고정 편성되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반면, 동력분산식은 승객의 수요에 따라 5량, 8량, 15량 등으로 탄력성 있게 편성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속열차의 트렌드는 동력집중식에서 동력분산식으로 나가는 추세라 경쟁사들이 “KTX-2는 구형 모델”이라고 공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브라질 정부가 고속철도 입찰 과정에서 노면과 차량을 분리 발주할 경우 한국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재원조달이었다. 대부분의 해외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자들이 재원을 조달하여 공사를 하고, 향후 운영과정에서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일본, 중국 등 경쟁국가에 비해 재원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브라질에 신칸센이 도입될 수 있도록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브라질에 고속철도 사업에 필요한 엔화 차관을 제공하고, 자국 기업 컨소시엄에도 융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자국(自國) 비용으로 고속철도를 건설해 주는 대가로 브라질 측에 광산 5개의 사용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양근율 부단장의 설명.
“제가 브라질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요. 일본, 중국으로부터 차관 제공이나 건설비와 자원의 교환 방식을 제안받은 브라질 고위층에서는 ‘우리는 고속철도 건설 예산이 충분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비용으로 최적의 고속철도를 건설해 브라질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라면서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파악한 한국 전문가 팀은 ‘노면과 차량의 통합 발주, 발주국 정부의 재원 조달’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전략을 마련, 2007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차기 브라질의 유력 대선주자이자 고속철도 프로젝트 책임자인 딜마 정무장관(대통령 비서실장 겸직)을 비롯, 연방정부의 기획재정부장관, 교통부장관에게 한국팀의 제안 내용을 브리핑했다.
“한국에 유리하도록 판을 짜라”
2007년 7월에 딜마 장관을 만나 한국 측 제안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양근율 박사의 설명이다.
“당시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유치를 해 놓고 교통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딜마 장관에게 ‘월드컵 관전을 위해 전 세계인이 몰려들 텐데, 이때 고속철도를 개통하여 약동하는 브라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08년 내에 계약을 끝낼 경우 월드컵 전에 개통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제안을 하여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들은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노면과 차량을 통합발주하자는 제안을 했고, 노선도 상파울루~리우 구간에서 상파울루~캄피나스 구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고속철도 노선이 캄피나스까지 연장될 경우 상파울루 국제공항을 캄피나스로 이전하고, 공항 부지를 물류 허브(hub)로 개발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딜마 장관을 비롯한 브라질 관계자들은 통합발주를 해야만 공기 단축에 유리하다는 한국 측 제안에 공감하여 이후 사업방향이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한국사업단 측의 설명이다. 재원조달 방안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수정됐다. 양근율 박사의 설명.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은 일반적인 민자사업과 달리 참여국 수출입은행이 제공하는 구매자차관(buyer’s credit·외국의 구매자에게 수출국의 수출입은행이 수입계약액을 신용보증해 주는 것)을 제외한 전체 사업비의 약 60%에 해당하는 14조원의 차입금을 브라질 정부가 직접 조달해 민간 컨소시엄에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한국처럼 금융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안자에게는 유리한 상황이 됐죠.”
2008년 4월에는 딜마 장관이 한국 고속철도 현황을 시찰하기 위해 방한(訪韓), 천안아산 역사(驛舍)와 용산 역사를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정종환(鄭鍾煥) 국토해양부장관이 역세권 및 도시개발 사례를 비롯하여 고속철도에 관한 한국 측의 노하우를 강력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정종환 장관의 설명.
“딜마 장관과 대화를 해 보니 일본 신칸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두 시간에 걸쳐 딜마 장관에게 대만이 일본의 고속철도 차량을 들여다 운영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기술이전을 해 주지 않아 큰 고생을 한 사례를 들며 고속철도의 핵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프랑스의 기술을 들여다 국산화하여 습득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에 관한 한 한국이 가장 유리한 파트너라는 점을 설명했어요. 그것으로도 안심이 안돼 제가 직접 브라질로 출장을 가서 브라질 전문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설명했습니다.”
브라질, 고속철을 성장가속계획에 포함
이러한 한국 측의 제안 내용을 검토한 브라질 정부는 한국팀의 제안 내용을 토대로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성장가속계획(PAC)’에 포함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미 아소 다로 전(前) 일본 수상이 브라질을 방문하여 세일즈 외교를 펼쳤고, 2008년 11월 17일에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 룰라 대통령과 회담하여 고속철도 수주전 지원에 나섰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2008년 12월에 이어 2009년에도 브라질을 방문, 세일즈 외교 전면에 나서는 등 국가 총력전이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브라질 고속철도에서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신칸센 독자개발 능력과 오랜 고속철도 운영 경험, 글로벌 파이낸싱이 강점이다. 또 일본은 브라질 이민 역사가 150년에 이르고, 미쓰이 상사의 경우 브라질 진출 역사가 100년이나 될 정도로 양국 간의 유대가 깊다. 브라질 내의 일본계가 150만에 이를 정도로 발언권이 센 것도 일본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그러나 일본도 약점이 많다. 최연혜 한국철도대 총장은 “우리나라 고속철도 입찰 과정에서 일본 신칸센이 탈락한 이유는 기술이전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브라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술이전이기 때문에 일본은 크게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최근 들어 브라질과 자원외교를 비롯하여 국가적인 유대관계가 깊게 형성되어 있고, 저가(低價)전략으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철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과연 사업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채일건 한국철도협회 해외사업팀장은 “중국이 시속 390km 속도를 냈다고는 하나 300km를 달리기에 적당한 차량으로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데다가 수시로 고장이 나 정시성 등 운행 노하우 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고속철도 신노선(新路線) 건설경험이 300여km에 불과하나 일본, 중국, 프랑스는 한국보다 몇 배나 긴 고속철도 신선(新線)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한국이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양근율 박사의 설명이다.
“한국이 브라질에서 승리하려면 경제성 있는 설계와 수익성 창출, 즉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수익은 많이 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해야 합니다. 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지화를 많이 하고, 한국의 IT기술을 접목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UAE 원전 수출로 우리의 국가 이미지가 한껏 높아졌고, 세계적인 건설회사 CEO로서 전 세계에서 초대형 공사 수주 및 진행 경험이 풍부한 이명박 대통령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고, 또 10여 년을 철도 분야 CEO로 활동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주무장관으로서 지원을 해 주고 있어 최근 들어 어느 때보다 고속철도 수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정종환 장관은 “최근 브라질 정부와 철도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프랑스는 노쇠했고, 일본은 관료적인 반면 한국은 다이내믹하다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경쟁국가들에 비해 사업비 절감, 기술이전, 공기단축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지난 2006년부터 15차례 이상 현지 노선조사를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선을 합리적으로 설계, 총사업비를 절감시켜 브라질 정부의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브라질 정부도 한국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만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습니다. 브라질은 노조가 강하고, 외환문제도 있습니다. 우리가 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40년 동안 운영을 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치밀한 계산을 통해 장래의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일본이 브라질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교민 숫자도 상대가 안됩니다. 중국도 저가정책으로 나올 수 있어 장담하기는 이릅니다.”
2006년부터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한국사업단의 서선덕 단장(한양대 교통공학과 교수)은 현지에서 수주전을 총괄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양근율 부단장을 중심으로 60여 명의 전문가가 사업제안서를 준비 중에 있다. 양근율 부단장의 설명이다.
“한국은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어느 나라보다 치밀한 준비를 해 온 것이 강점입니다. 지난 5년간 우리는 엄청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고, 기술이전에 대한 입장도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브라질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국가가 앞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질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1월 28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투입될 8620억 달러의 재원 중 핵심 프로젝트로 미국 전역을 연결하는 13개 권역의 고속철도망 건설을 발표했다.
미국 고속철도 사업 참여 가능성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재 플로리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플로리다주 현지를 다녀온 한국철도협회의 송현정 과장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단계로 탬파~올랜도(136km), 2단계로 올랜도~마이애미(366km) 구간 등 총 502km로 사업비는 118억 달러, 사업기간은 7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2단계는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프로젝트는 올 9월경 사업제안서가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고속철도는 1단계로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695km), 2단계로 샌디에이고 및 새크라멘토로 확장하여 총 1280km로 사업비는 45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미국 고속철도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신칸센, 독일의 지멘스, 캐나다의 봄바디에, 프랑스의 알스톰,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과 록히드, 중국, 이탈리아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독자적인 고속철도 기술이 없기 때문에 브라질에서의 승자가 미국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다.
19세기의 화두는 철도였다. 철도가 산업혁명을 이끌었고, 도시도 철도를 중심으로 발전을 했다. 철도는 또 회계학 등 학문의 발전도 견인했다. 서구 제국들은 철도를 통해 식민지를 확보하고 국력을 업그레이드하여 선진국으로 발전했다.
현재 한국은 아일랜드, 터키, 캐나다, 홍콩, 중국 등 전 세계 34개국의 철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리비아 트리폴리 지하철공사에서 기술부문과 가격에서 1위 업체로 지정돼 수주 가능성이 큰 상황이 됐다. 또 중국에 고속철도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중국이 운행을 개시한 우광선 고속철도 300km 구간 기술감독을 우리 기술진이 맡았고, 하얼빈~다롄(大連) 간 고속철도 기술감독을 한국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의 세기’였던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철도가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 한국이 20세기 말에 고속철도 시대를 열고 있을 때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철도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고속철도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최근 영국 교통부장관이 한국의 철도기술연구원을 방문, 고속철도 기술과 관련한 양국 협력을 제안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기술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제 선진국의 충분조건 중 하나가 고속철도가 됐다. 브라질에서의 승자가 세계 철도를 지배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과연 한국은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