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젊은 기술인력 호주 취업시키는 프로그램 가동 중
⊙ 호주 기업들은 한국에 와인 수출 위해 시장조사 나서
⊙ 호주 기업들은 한국에 와인 수출 위해 시장조사 나서
- 브리즈번은 강(江)을 중심으로 발달한 도시로, 도시 어디나 수운(水運)으로 연결된다.
호주 퀸즐랜드주(州)의 주도(州都)인 브리즈번(Brisbane)은 ‘강(江)의 도시’였다.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브리즈번 강을 따라 시가지가 구성되어 도심 교통은 ‘시티 캣(city cat)’ ‘시티 페리(city ferry)’로 불리는 여객선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시내 어디나 시티 캣이나 시티 페리를 이용하면 20분 내에 연결되는 쾌적한 도시였다.
서울은 영하 12도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겨울이지만 브리즈번은 한낮 온도가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이 한창이었다. 무려 40여 도의 일교차 덕에 브리즈번 공항에 내리니 신체가 적응을 못한 탓에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2월 4일 오후 6시, 브리즈번의 사우스뱅크 기술대(大) 강당에서 퀸즐랜드 코리아 비즈니스 협의회(QKBC·Queensland Korea Business Council) 창립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QKBC 회장인 정재훈(鄭材薰) 퀸즐랜드주립대 교수를 비롯, 밥 애킨슨 퀸즐랜드주 경찰청장, 리처드 포더링햄 퀸즐랜드주립대 부총장,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화상으로 영어교육을 진행하는 국제유비쿼터스교육협회(IUC)의 데이비드 인그램 학장을 비롯한 브리즈번의 36개 사회단체 및 교육단체 대표, 퀸즐랜드주의 초·중·고교 가운데 한국어를 선택하여 가르치는 학교의 교장 및 교사, 김정원 퀸즐랜드주 한인회장 등 교민회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한국국제대학교(경남 진주 소재)의 고영진(高永珍) 총장, 장원재(張源宰)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이날 정재훈 교수는 “호주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호주의 두 번째 수출상대국이자, 중국보다 6배나 많은 무역흑자를 내고 있으며, 호주에 유학을 오는 학생 중 한국이 세 번째로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참모습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참모습을 알리려면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호주에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QKBC가 한국어를 선택하는 호주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및 호주 학생들의 한국 유학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주정부, 한국어를 4大 주요 언어로 지정
정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호주 정부는 한국이 주요 경제 파트너 국가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한국어를 4대 주요 언어로 책정하여 각 학교에 한국학 관련 과목 개설 및 한글 보급을 장려해 왔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현재 초·중·고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 등 4개국 언어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서 의무적으로 공부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 관련 기업에 취업하기 어렵고, 호주 사회에서 활용 빈도도 낮아 초·중·고 과정에서 일본어를 선택하는 학생이 약 70%, 중국어가 약 20%인 반면 한국어는 불과 0.8%만이 선택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 대학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한국어과가 여럿 개설되었으나 현재는 5개 대학에서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동안 퀸즐랜드대에서 언어 및 비교문화학을 가르치면서 한국학(韓國學) 보급에도 앞장서 온 정 교수가 한국과 호주와의 관계를 보다 더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 교민 사회와 퀸즐랜드주 지도층들을 설득하여 이날 QKBC 창립 행사를 갖게 된 것이다.
정 교수는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호주에서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진행 중인 호주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고, 교민회 및 한인단체도 이 행사의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정원 퀸즐랜드주 한인회장은 “교민회에서도 한국어 보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에서 영업하고 있는 50여 개의 한국 식당에서 ‘아이 러브 코리아 푸드’ 행사를 열어 행사 기간 중 음식값의 10%를 QKBC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한식(韓食)을 현지인들에게 홍보하고 호주의 청소년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친숙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학생은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통해
정재훈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호주로 많은 학생이 유학을 오고 있지만 호주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은 거의 없어 엄청난 교육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호주 유학을 오는 학생들의 10분의 1 정도라도 호주 학생들이 한국에 유학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QKBC가 조성한 장학금을 이용하여 호주 학생들이 한국에 유학을 갈 경우 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은 “올 4월 초, 경남 창원에서 퀸즐랜드 데이를 열어 호주산 쇠고기와 와인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QKBC에 기탁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퀸즐랜드 데이 행사 수익금은 한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 장학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호주 정부가 주관하는 이 행사가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이유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한국에 파견된 호주 선교사들이 주로 서부 경남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정원 퀸즐랜드주 한인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은 총 15만명 정도라고 한다. 퀸즐랜드주에는 2만여 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1만2000여 명이 브리즈번에 살고 있다고 한다. 브리즈번에서 <비전 매거진>이란 주간잡지를 발행하는 김동관 대표는 “호주의 이민사회는 1970년대에 월남 난민(難民)을 따라 호주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불법체류를 하다가 영주권을 획득한 것이 1세대이고,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투자 이민을 온 분들이 교민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동양계가 성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현지인들은 동양계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 학생이 새로 등록하면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동양 학생이 왔다”면서 반긴다고 한다.
호주의 韓流
호주에서는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 한식이 건강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숯불갈비가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음식점에 현지인들의 발길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지의 한인들은 최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기성용 선수가 브리즈번 출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기성용 선수는 초등학교 때 브리즈번으로 조기 유학을 와서 호주의 16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참여할 것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스코틀랜드로 이적하여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오르게 됐다고 한다.
퀸즐랜드주에 거주하는 교민 대부분은 한국 유학생 홈스테이, 한식당 경영, 관광업 등 한국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호주 환율로 걱정이 컸다. 2~3년 전만 해도 1호주달러에 700~800원 선이던 환율이 최근에는 1080원까지 치솟는 등 환율 상승으로 인해 호주를 찾는 한국인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퀸즐랜드 코리아 상공회의소장을 맡고 있는 황기철 사장(HHH 인터내셔널 칼리지 대표)은 “퀸즐랜드주에는 조기유학생으로 구성된 기러기 가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퀸즐랜드 코리아 상공회의소도 QKBC처럼 한국 문화를 현지에 알리기 위해 매년 겨울 콘서트를 열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악 연주를 비롯하여 한·호주 경제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사장은 ‘두 나라의 경제협력 관계가 급진전되기 위해서는 FTA 체결이 급선무”라면서 “FTA가 체결되면 호주의 치즈와 와인 등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사장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교민 사회가 지지 정당이나 후보자로 편이 갈려 반목과 갈등을 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본국 정부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것. 황 사장의 말이다.
“한국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국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각별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호주의 경우 시민권자는 참정의 의무, 국가와 사회가 위급할 때 국가를 위한 참여, 배심원 참여 등 3대 의무가 있습니다. 시민권자가 명백한 사유 없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80호주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호주에서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들은 본국에서 선거가 있는 날이면 적극 선거에 참여하여 본국의 발전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할 것입니다.”
마이스터 벽돌공은 의사·변호사와 연봉 같아
그는 또 호주의 교육 시스템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호주는 초중등 교육과정이 시민교육(to citizenship), 존재감 교육(to be), 지식교육(to know)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 인간의 인격적 완성을 지향하고, 또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고 한다. 이는 오로지 우수한 성적만을 추구하는 한국의 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브리즈번은 대전광역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각종 협력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대전시의 경우 브리즈번에 위치한 국제유비쿼터스교육협회(IUC)와의 협력하에 저소득층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한 화상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퀸즐랜드주는 경기도의 자매주이기도 하다. 2008년 퀸즐랜드주를 방문한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는 한국과 호주가 협력하여 한국의 청년실업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고, 양측 지방정부 차원에서 교육과 연계된 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즉 호주의 이민정책을 활용하여 호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한국 청년들의 호주 취업을 경기도가 앞장서서 도와주자는 프로그램이다.
정재훈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호주는 그동안 많은 부작용을 낳은 투자이민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청년들이 취업(就業)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비자를 내주고 있다고 한다. 정 교수의 설명이다.
“호주는 미국 본토만한 땅 넓이에 인구는 2200만명에 불과합니다. 사람이 모자라 큰 애를 먹고 있어요. 때문에 호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기능을 가진 한국 청년들은 머리를 잘 쓰면 호주에서 영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하여 18개월 정도 일을 하면 호주가 필요로 하는 직업군, 예를 들어 요리사나 IT 기술자, 자동차정비 인력 등 연간 4만~5만명 정도에게 영주권을 내줍니다. 호주는 벽돌공이라도 마이스터가 되면 의사나 변호사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나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백수 상태를 비관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호주의 이런 이민정책을 적극 활용하여 호주로 진출해 취업할 것을 권합니다. 저는 경기도와 힘을 합쳐 ‘한국인 100만명 정착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한국인 100만명이 호주에 정착하면 호주 인구의 5%를 차지하게 되므로 호주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정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호주 정부는 한국을 10대 기술유입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한국 젊은이들의 호주 진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쉬운 편이라고 한다. 특히 호주는 중국이 인해전술로 호주에 몰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한국이 이런 틈새를 잘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 안 들이고도 호주에 유학해서 취업할 수 있어
행사장에서 만난 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총장의 말이다.
“김문수 지사가 퀸즐랜드주를 방문하고 온 이후 경기도는 한국 청년들의 호주 취업을 위해 호주의 관련기관과 다양한 접촉을 가져 왔습니다.
우선 경기영어마을에서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호주에서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실용 영어를 교육시킬 예정입니다. 영어구사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호주 정부가 발급하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현지에서 인턴십으로 취업을 보장하고, 일정 기간 근무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물론 다른 기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저희는 경기도와 퀸즐랜드 주정부의 도움을 받아 고용의사와 능력이 확실한 현지의 우수 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 취업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은 “유학은 반드시 부모의 재력이 있어야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실정에 맞는 기술과 기능, 그리고 실무영어 능력만 있으면 거의 돈을 안 들이고도 해외에서 공부 및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이 많다”면서 “우리 학교 출신 학생들이 호주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이번에 호주를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즈번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빅토리아관광청과 QKBC의 후원사 중 하나인 스마트 라이프그룹의 안내로 멜버른을 방문했다.
이 회사는 호주 와인의 한국 판매를 준비 중인데, CEO인 스테판 일리지 씨는 브리즈번 경찰서의 아시아 책임자 출신으로, 현직에 있을 때 한국 교민을 담당하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태권도 4단, 쿵후 1단 등 무술이 뛰어나 클린턴·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경호를 담당했다고 한다. 한국 경찰청과 경찰대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한국 경찰들로부터 이수호(李秀虎)라는 한국 이름을 받았으며, 자녀에게도 민수, 진수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
스마트 라이프 그룹의 협력기업인 FH 그룹의 회장 존 포맨 씨는 멜버른 중심가에 위치한,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유레카 89’(89층, 높이 297m)의 대표이사이자 멜버른에서 37개의 고급 레스토랑 및 관광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다. 그와 함께 투어 헬기를 타고 멜버른 시내를 돌아보았다.
19세기 말 금광이 발견돼 골드 러시 때 형성된 멜버른은 고풍스런 전통의 모습과 파격적인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원의 도시’였다. 멜버른은 도심을 관통하는 야라 강(江)을 중심으로 고층빌딩이 들어선 다운타운이 조성되어 있었다.
남반구 가장 높은 곳에서의 만찬
다음날 저녁 존 포맨 회장은 ‘유레카 89’ 건물의 87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했다. 2006년 10월 준공된 남반구 최고 높이의 이 건물은 4년2개월의 공사기간, 11만t의 특수 레미콘, 5억 호주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됐다고 한다. 초당 9m 속도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88층 전망대인 스카이데크까지 오르는 데 35초가 걸렸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가운데 시작된 만찬은 비행기 기내(機內)에서의 식사를 제외하면 평생 가장 높은 고도에서 경험한 식사였다. 이날 존 포맨 씨는 자신의 회사가 한국 시장을 위해 새로 준비한 ‘블루 플라이어’(Blue flyer·포도를 먹고사는 거대한 암컷 캥거루의 이름)와 ‘보스’(Boss)라는 와인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1998년부터 ‘리버스 골드’(River’s Gold)라는 브랜드로 중국에 와인을 수출하여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수준이 높아 중국으로 수출되는 와인보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와인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날 저녁식사를 함께한 호주의 와인 전문가 밴 윌리엄 씨는 호주 와인의 역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호주에는 1788년 최초로 와인이 소개됐습니다. 이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대량으로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1854년에 최초로 6000리터의 와인을 해외에 수출한 이래 현재는 연간 8억 리터를 수출하고 있어요. 현재 호주에는 7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이 중 리버랜드, 리버리너, 미저로너 등 톱 3(Top 3) 와이너리가 호주 전체 와인의 55%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존 포맨 회장은 “와인은 음식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면서 “한식에는 마늘, 생강 등 향이 강한 재료가 많은 편이라서 이런 음식과 어울리려면 향이 강하지 않고 당도도 적당한 것이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한국 음식을 조사해 보니 불고기, 갈비, 김치 등 강한 맛 때문에 텁텁한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한식과는 부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한식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나는 품종을 선정했습니다. 저는 블루 플라이어 와인이 한식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정부와 기업의 엇박자
2월 8일 시드니에서 존 포맨 FH그룹 회장은 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총장,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 그리고 하종명 한국국제대 교수(한국관광식음료학회장)와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건 모두 한국의 젊은 인력들이 호주에 올 경우 FH그룹 산하 기업들에 우선 취업시켜 영어교육과 실무를 동시에 익힐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장원재 총장의 말이다.
“이번에 경기영어마을이 존 포맨 회장과 맺은 MOU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호주의 와이너리(winery)에서 와인 소믈리에(sommlier) 교육을 받은 뒤 호주의 와인 숍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루트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호주에서 취업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호주는 복 받은 나라다. 무궁무진한 철광석과 석탄 등 천연자원, 천혜의 관광자원과 온화한 기후, 완벽한 사회복지 시스템은 이 나라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이다. 한편에선 일천한 역사를 보완하기 위해 대중음악과 문화 예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멜 깁슨,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유명세를 탄 러셀 크로, 니콜 키드먼,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 등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했다. 또 그들은 디지털 편집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 영화 타이타닉 등 거의 모든 영화의 마지막 디지털 편집은 호주를 거쳐야 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과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로 그날 호주 연방정부는 비숙련 단순기술자들에 대한 영주권 발급정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2007년 9월 1일 이전 대학에서의 전공과 나이 등을 토대로 독립기술이민을 신청한 2만명에 대해 비자심사를 취소했다.
아울러 사설직업학교들이 주로 개설하고 있는 요리, 미용 등 과정을 부족직업군에서 배제하고 영주권 심사시 우대점수를 부여해 온 106개 부족직업군 자체를 폐지하는 등 이민 문호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로 인해 독립기술이민을 신청하고 한국에서 대기하던 사람들과 유학생, 호주 이민 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런 조치는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호주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과연 한국인 100만명 호주 정착은 가능할 것인가.⊙
[인터뷰] 밥 애킨슨 퀸즐랜드州 경찰청장
“한국인들, 다른 나라 사람보다 문화적으로 빨리 적응”
―최근 들어 많은 한국인이 호주로 유학이나 이민, 공부와 취업을 병행하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호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호주는 역사가 220여 년에 불과한 젊은 국가입니다. 한국인들은 호주에 와서 홍콩이나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문화적으로 적응하고 있고, 모범시민으로서 호주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많은 한국인이 호주를 찾고 있습니다만, 호주 시민들의 한국 방문은 그 숫자가 지극히 미미한 실정입니다.
“저도 아직 한국에 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TV 드라마나 한국 영화에 관심이 큽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호주는 한국에 쇠고기나 와인, 철광석과 석탄 등을 수출하고 있지만 한국은 뛰어난 가전제품이나 통신기기 등 기술적으로 앞선 제품들을 호주에 수출하고 있어요. 한국이 기술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호주인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청장이 QKBC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정재훈 교수가 하는 일이 두 나라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일이고, 또 호주 학생들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드는 등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도 QKBC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국인들이 한식(韓食)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한국 음식을 호주에 알리고 있는데, 저도 한식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호주에서는 한식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저는 한국 교민들에게 호주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은 반드시 지켜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호주는 다양한 민족이 더불어 사는 글로벌 공동체입니다. 한국인들이 고유의 문화를 유지 보존할 때 글로벌 공동체도 더욱 다양성을 띠며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호주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기회가 무궁무진한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은 우수하고, 근면하고, 적응력도 뛰어나며 영어에도 능통하게 때문에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호주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터뷰] 리처드 포더링햄 퀸즐랜드주립大 부총장
전체 유학생 중 한국 학생이 세 번째로 많아
호주는 지금까지 총 14개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중 문학상 1개를 제외하고 13개가 이공계 분야다. 학교 소개 자료를 보니 퀸즐랜드주립대 출신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 2개를 수상했다고 한다.
―퀸즐랜드주립대를 소개하여 주십시오.
“저희 대학은 글로벌 대학 경쟁력에서 늘 세계 50위권 내에 들고 있고, 언어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碩學)들이 재직하고 있어 언어학 분야가 강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카이스트와도 기술교육에 대한 교류를 준비하는 등 IT 분야,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QKBC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저희 퀸즐랜드대는 한국 문화교육의 중심지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재훈 교수를 고용했고, 우리는 정 교수를 통해 한국 문화교육을 더욱 확장하고 싶은 생각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저는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 왔습니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극단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완전히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호주에서 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영문학이 대단한 내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후로 호주에 소개되는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됐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까.
“아직은 없지만 올 5월에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을 방문하여 한국을 호주에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져올 계획입니다. 현재 호주를 찾는 한국인은 상당히 많지만 호주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주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리길 기대합니다.”
―퀸즐랜드대에도 한국 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주 전체 유학생 중 한국 유학생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관찰해 본 결과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보다 한국 학생들이 호주의 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호주에서 공부를 마치고 호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존 포맨 호주 FH그룹 회장
호주 와인은 정부 차원의 와인협회가 품질 보증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까.
“호주 정부가 발간한 와인 보고서를 통해 한국 와인 시장이 유망하다는 사실을 알고 2007년부터 한국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스테판 일리지 사장과 함께 한국 진출을 준비해 왔습니다.”
―한국에 귀사(貴社)의 와인을 어느 정도나 수출할 수 있다고 봅니까.
“1차 연도인 올해 월 7만5000병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을 봐 가면서 점차 수출량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와인 전문가들 설명을 들어보니 귀사가 준비한 ‘블루 플라이어’라는 와인이 ‘한식(韓食)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콘셉트인 것 같은데요.
“우리 와인은 한식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호주의 유명 5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블렌딩하여 한식과 가장 어울리는 맛과 향을 내도록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제품이 한식의 파트너가 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 상호 윈윈(win win)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통계를 보니 한국에서 전체 주류 소비량 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0.5%로 대단히 낮은 수준이더군요. 그런데 2007년까지 매년 와인 시장이 6.5%씩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수록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독한 위스키나 소주, 보드카보다 와인 소비량이 크게 늘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에는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칠레 등의 와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와인과 비교할 때 호주 와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어디나 와인 제조법, 포도 품종, 오크통이 비슷해서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긴 하지만 호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토질과 수질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관개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호주와인협회가 정부 차원에서 와인의 품질을 보장하는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품질보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서울은 영하 12도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겨울이지만 브리즈번은 한낮 온도가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이 한창이었다. 무려 40여 도의 일교차 덕에 브리즈번 공항에 내리니 신체가 적응을 못한 탓에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2월 4일 오후 6시, 브리즈번의 사우스뱅크 기술대(大) 강당에서 퀸즐랜드 코리아 비즈니스 협의회(QKBC·Queensland Korea Business Council) 창립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QKBC 회장인 정재훈(鄭材薰) 퀸즐랜드주립대 교수를 비롯, 밥 애킨슨 퀸즐랜드주 경찰청장, 리처드 포더링햄 퀸즐랜드주립대 부총장,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화상으로 영어교육을 진행하는 국제유비쿼터스교육협회(IUC)의 데이비드 인그램 학장을 비롯한 브리즈번의 36개 사회단체 및 교육단체 대표, 퀸즐랜드주의 초·중·고교 가운데 한국어를 선택하여 가르치는 학교의 교장 및 교사, 김정원 퀸즐랜드주 한인회장 등 교민회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한국국제대학교(경남 진주 소재)의 고영진(高永珍) 총장, 장원재(張源宰)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이날 정재훈 교수는 “호주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은 호주의 두 번째 수출상대국이자, 중국보다 6배나 많은 무역흑자를 내고 있으며, 호주에 유학을 오는 학생 중 한국이 세 번째로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참모습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참모습을 알리려면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호주에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QKBC가 한국어를 선택하는 호주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및 호주 학생들의 한국 유학운동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주정부, 한국어를 4大 주요 언어로 지정
정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호주 정부는 한국이 주요 경제 파트너 국가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한국어를 4대 주요 언어로 책정하여 각 학교에 한국학 관련 과목 개설 및 한글 보급을 장려해 왔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현재 초·중·고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일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 등 4개국 언어 가운데 한 과목을 선택해서 의무적으로 공부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 관련 기업에 취업하기 어렵고, 호주 사회에서 활용 빈도도 낮아 초·중·고 과정에서 일본어를 선택하는 학생이 약 70%, 중국어가 약 20%인 반면 한국어는 불과 0.8%만이 선택할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 대학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한국어과가 여럿 개설되었으나 현재는 5개 대학에서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동안 퀸즐랜드대에서 언어 및 비교문화학을 가르치면서 한국학(韓國學) 보급에도 앞장서 온 정 교수가 한국과 호주와의 관계를 보다 더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 교민 사회와 퀸즐랜드주 지도층들을 설득하여 이날 QKBC 창립 행사를 갖게 된 것이다.
정 교수는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호주에서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진행 중인 호주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고, 교민회 및 한인단체도 이 행사의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정원 퀸즐랜드주 한인회장은 “교민회에서도 한국어 보급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에서 영업하고 있는 50여 개의 한국 식당에서 ‘아이 러브 코리아 푸드’ 행사를 열어 행사 기간 중 음식값의 10%를 QKBC에 장학금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한식(韓食)을 현지인들에게 홍보하고 호주의 청소년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친숙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학생은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통해
 |
| 정재훈 퀸즐랜드주립대 교수(QKBC 회장)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퀸즐랜드주의 초중학교 대표들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은 “올 4월 초, 경남 창원에서 퀸즐랜드 데이를 열어 호주산 쇠고기와 와인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QKBC에 기탁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이 행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퀸즐랜드 데이 행사 수익금은 한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 장학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호주 정부가 주관하는 이 행사가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이유는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한국에 파견된 호주 선교사들이 주로 서부 경남에서 선교활동을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정원 퀸즐랜드주 한인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은 총 15만명 정도라고 한다. 퀸즐랜드주에는 2만여 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1만2000여 명이 브리즈번에 살고 있다고 한다. 브리즈번에서 <비전 매거진>이란 주간잡지를 발행하는 김동관 대표는 “호주의 이민사회는 1970년대에 월남 난민(難民)을 따라 호주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불법체류를 하다가 영주권을 획득한 것이 1세대이고,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투자 이민을 온 분들이 교민사회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동양계가 성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현지인들은 동양계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 학생이 새로 등록하면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동양 학생이 왔다”면서 반긴다고 한다.
호주의 韓流
호주에서는 드라마 ‘대장금’ 방영 이후 한식이 건강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숯불갈비가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 음식점에 현지인들의 발길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지의 한인들은 최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기성용 선수가 브리즈번 출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기성용 선수는 초등학교 때 브리즈번으로 조기 유학을 와서 호주의 16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참여할 것을 제의받았으나 거절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스코틀랜드로 이적하여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오르게 됐다고 한다.
퀸즐랜드주에 거주하는 교민 대부분은 한국 유학생 홈스테이, 한식당 경영, 관광업 등 한국과 관련된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있는데,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호주 환율로 걱정이 컸다. 2~3년 전만 해도 1호주달러에 700~800원 선이던 환율이 최근에는 1080원까지 치솟는 등 환율 상승으로 인해 호주를 찾는 한국인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퀸즐랜드 코리아 상공회의소장을 맡고 있는 황기철 사장(HHH 인터내셔널 칼리지 대표)은 “퀸즐랜드주에는 조기유학생으로 구성된 기러기 가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퀸즐랜드 코리아 상공회의소도 QKBC처럼 한국 문화를 현지에 알리기 위해 매년 겨울 콘서트를 열어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악 연주를 비롯하여 한·호주 경제협력 관계 증진을 위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사장은 ‘두 나라의 경제협력 관계가 급진전되기 위해서는 FTA 체결이 급선무”라면서 “FTA가 체결되면 호주의 치즈와 와인 등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사장은 재외국민의 참정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교민 사회가 지지 정당이나 후보자로 편이 갈려 반목과 갈등을 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지만 본국 정부의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것. 황 사장의 말이다.
“한국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한국에 대한 생각이 더욱 각별해지는 계기가 됐어요. 호주의 경우 시민권자는 참정의 의무, 국가와 사회가 위급할 때 국가를 위한 참여, 배심원 참여 등 3대 의무가 있습니다. 시민권자가 명백한 사유 없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80호주달러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호주에서 영주권을 가진 한국인들은 본국에서 선거가 있는 날이면 적극 선거에 참여하여 본국의 발전을 위해 한 표를 행사할 것입니다.”
마이스터 벽돌공은 의사·변호사와 연봉 같아
그는 또 호주의 교육 시스템이 한국과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호주는 초중등 교육과정이 시민교육(to citizenship), 존재감 교육(to be), 지식교육(to know)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 인간의 인격적 완성을 지향하고, 또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된다고 한다. 이는 오로지 우수한 성적만을 추구하는 한국의 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브리즈번은 대전광역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각종 협력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대전시의 경우 브리즈번에 위치한 국제유비쿼터스교육협회(IUC)와의 협력하에 저소득층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한 화상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퀸즐랜드주는 경기도의 자매주이기도 하다. 2008년 퀸즐랜드주를 방문한 김문수(金文洙) 경기도지사는 한국과 호주가 협력하여 한국의 청년실업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고, 양측 지방정부 차원에서 교육과 연계된 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즉 호주의 이민정책을 활용하여 호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한국 청년들의 호주 취업을 경기도가 앞장서서 도와주자는 프로그램이다.
정재훈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호주는 그동안 많은 부작용을 낳은 투자이민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청년들이 취업(就業)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비자를 내주고 있다고 한다. 정 교수의 설명이다.
“호주는 미국 본토만한 땅 넓이에 인구는 2200만명에 불과합니다. 사람이 모자라 큰 애를 먹고 있어요. 때문에 호주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기능을 가진 한국 청년들은 머리를 잘 쓰면 호주에서 영주권을 쉽게 취득할 수 있습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입국하여 18개월 정도 일을 하면 호주가 필요로 하는 직업군, 예를 들어 요리사나 IT 기술자, 자동차정비 인력 등 연간 4만~5만명 정도에게 영주권을 내줍니다. 호주는 벽돌공이라도 마이스터가 되면 의사나 변호사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 나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백수 상태를 비관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호주의 이런 이민정책을 적극 활용하여 호주로 진출해 취업할 것을 권합니다. 저는 경기도와 힘을 합쳐 ‘한국인 100만명 정착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한국인 100만명이 호주에 정착하면 호주 인구의 5%를 차지하게 되므로 호주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정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호주 정부는 한국을 10대 기술유입국으로 분류하고 있어 한국 젊은이들의 호주 진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쉬운 편이라고 한다. 특히 호주는 중국이 인해전술로 호주에 몰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한국이 이런 틈새를 잘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돈 안 들이고도 호주에 유학해서 취업할 수 있어
 |
| 블루 플라이어 와인을 설명하고 있는 스테판 일리지 스마트 라이프 그룹 사장. |
“김문수 지사가 퀸즐랜드주를 방문하고 온 이후 경기도는 한국 청년들의 호주 취업을 위해 호주의 관련기관과 다양한 접촉을 가져 왔습니다.
우선 경기영어마을에서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호주에서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실용 영어를 교육시킬 예정입니다. 영어구사 능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호주 정부가 발급하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현지에서 인턴십으로 취업을 보장하고, 일정 기간 근무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물론 다른 기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저희는 경기도와 퀸즐랜드 주정부의 도움을 받아 고용의사와 능력이 확실한 현지의 우수 기업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여 취업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은 “유학은 반드시 부모의 재력이 있어야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실정에 맞는 기술과 기능, 그리고 실무영어 능력만 있으면 거의 돈을 안 들이고도 해외에서 공부 및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이 많다”면서 “우리 학교 출신 학생들이 호주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이번에 호주를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즈번에서의 취재를 마치고 빅토리아관광청과 QKBC의 후원사 중 하나인 스마트 라이프그룹의 안내로 멜버른을 방문했다.
이 회사는 호주 와인의 한국 판매를 준비 중인데, CEO인 스테판 일리지 씨는 브리즈번 경찰서의 아시아 책임자 출신으로, 현직에 있을 때 한국 교민을 담당하면서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태권도 4단, 쿵후 1단 등 무술이 뛰어나 클린턴·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경호를 담당했다고 한다. 한국 경찰청과 경찰대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한국 경찰들로부터 이수호(李秀虎)라는 한국 이름을 받았으며, 자녀에게도 민수, 진수라는 한국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
스마트 라이프 그룹의 협력기업인 FH 그룹의 회장 존 포맨 씨는 멜버른 중심가에 위치한,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유레카 89’(89층, 높이 297m)의 대표이사이자 멜버른에서 37개의 고급 레스토랑 및 관광사업을 하는 기업인이다. 그와 함께 투어 헬기를 타고 멜버른 시내를 돌아보았다.
19세기 말 금광이 발견돼 골드 러시 때 형성된 멜버른은 고풍스런 전통의 모습과 파격적인 현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정원의 도시’였다. 멜버른은 도심을 관통하는 야라 강(江)을 중심으로 고층빌딩이 들어선 다운타운이 조성되어 있었다.
남반구 가장 높은 곳에서의 만찬
 |
| 멜버른 중심가에 위치한 유레카 89 빌딩. 높이가 297m로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
뉘엿뉘엿 해가 지는 가운데 시작된 만찬은 비행기 기내(機內)에서의 식사를 제외하면 평생 가장 높은 고도에서 경험한 식사였다. 이날 존 포맨 씨는 자신의 회사가 한국 시장을 위해 새로 준비한 ‘블루 플라이어’(Blue flyer·포도를 먹고사는 거대한 암컷 캥거루의 이름)와 ‘보스’(Boss)라는 와인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1998년부터 ‘리버스 골드’(River’s Gold)라는 브랜드로 중국에 와인을 수출하여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보다 훨씬 더 까다롭고 수준이 높아 중국으로 수출되는 와인보다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와인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날 저녁식사를 함께한 호주의 와인 전문가 밴 윌리엄 씨는 호주 와인의 역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호주에는 1788년 최초로 와인이 소개됐습니다. 이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대량으로 포도를 재배하여 와인을 제조하는 와이너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1854년에 최초로 6000리터의 와인을 해외에 수출한 이래 현재는 연간 8억 리터를 수출하고 있어요. 현재 호주에는 7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이 중 리버랜드, 리버리너, 미저로너 등 톱 3(Top 3) 와이너리가 호주 전체 와인의 55%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존 포맨 회장은 “와인은 음식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면서 “한식에는 마늘, 생강 등 향이 강한 재료가 많은 편이라서 이런 음식과 어울리려면 향이 강하지 않고 당도도 적당한 것이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한국 음식을 조사해 보니 불고기, 갈비, 김치 등 강한 맛 때문에 텁텁한 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한식과는 부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한식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나는 품종을 선정했습니다. 저는 블루 플라이어 와인이 한식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정부와 기업의 엇박자
 |
| 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왼쪽 두 번째)과 존 포맨 FH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이 한국 청년들의 호주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오른쪽 첫 번째는 정재훈 퀸즐랜드주립대 교수, 그 옆이 스테판 일리지 사장. |
“이번에 경기영어마을이 존 포맨 회장과 맺은 MOU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호주의 와이너리(winery)에서 와인 소믈리에(sommlier) 교육을 받은 뒤 호주의 와인 숍이나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루트를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호주에서 취업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호주는 복 받은 나라다. 무궁무진한 철광석과 석탄 등 천연자원, 천혜의 관광자원과 온화한 기후, 완벽한 사회복지 시스템은 이 나라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이다. 한편에선 일천한 역사를 보완하기 위해 대중음악과 문화 예술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여 멜 깁슨, 영화 ‘글래디에이터’로 유명세를 탄 러셀 크로, 니콜 키드먼,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 등 세계적인 스타를 배출했다. 또 그들은 디지털 편집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 영화 타이타닉 등 거의 모든 영화의 마지막 디지털 편집은 호주를 거쳐야 할 정도다.
그런데 한국과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로 그날 호주 연방정부는 비숙련 단순기술자들에 대한 영주권 발급정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2007년 9월 1일 이전 대학에서의 전공과 나이 등을 토대로 독립기술이민을 신청한 2만명에 대해 비자심사를 취소했다.
아울러 사설직업학교들이 주로 개설하고 있는 요리, 미용 등 과정을 부족직업군에서 배제하고 영주권 심사시 우대점수를 부여해 온 106개 부족직업군 자체를 폐지하는 등 이민 문호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로 인해 독립기술이민을 신청하고 한국에서 대기하던 사람들과 유학생, 호주 이민 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런 조치는 인력부족에 허덕이는 호주 기업인과 자영업자들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과연 한국인 100만명 호주 정착은 가능할 것인가.⊙
[인터뷰] 밥 애킨슨 퀸즐랜드州 경찰청장
“한국인들, 다른 나라 사람보다 문화적으로 빨리 적응”
―최근 들어 많은 한국인이 호주로 유학이나 이민, 공부와 취업을 병행하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호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십니까.“호주는 역사가 220여 년에 불과한 젊은 국가입니다. 한국인들은 호주에 와서 홍콩이나 중국, 일본 등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문화적으로 적응하고 있고, 모범시민으로서 호주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매년 많은 한국인이 호주를 찾고 있습니다만, 호주 시민들의 한국 방문은 그 숫자가 지극히 미미한 실정입니다.
“저도 아직 한국에 가 보지 못했습니다만, TV 드라마나 한국 영화에 관심이 큽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꼭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호주는 한국에 쇠고기나 와인, 철광석과 석탄 등을 수출하고 있지만 한국은 뛰어난 가전제품이나 통신기기 등 기술적으로 앞선 제품들을 호주에 수출하고 있어요. 한국이 기술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호주인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경찰청장이 QKBC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정재훈 교수가 하는 일이 두 나라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는 일이고, 또 호주 학생들이 한국을 이해하고, 한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드는 등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저도 QKBC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호주에 사는 한국인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한국인들이 한식(韓食)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한국 음식을 호주에 알리고 있는데, 저도 한식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호주에서는 한식이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저는 한국 교민들에게 호주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은 반드시 지켜 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호주는 다양한 민족이 더불어 사는 글로벌 공동체입니다. 한국인들이 고유의 문화를 유지 보존할 때 글로벌 공동체도 더욱 다양성을 띠며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호주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기회가 무궁무진한 나라입니다. 한국인들은 우수하고, 근면하고, 적응력도 뛰어나며 영어에도 능통하게 때문에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호주에서 그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터뷰] 리처드 포더링햄 퀸즐랜드주립大 부총장
전체 유학생 중 한국 학생이 세 번째로 많아
호주는 지금까지 총 14개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중 문학상 1개를 제외하고 13개가 이공계 분야다. 학교 소개 자료를 보니 퀸즐랜드주립대 출신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 2개를 수상했다고 한다.―퀸즐랜드주립대를 소개하여 주십시오.
“저희 대학은 글로벌 대학 경쟁력에서 늘 세계 50위권 내에 들고 있고, 언어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碩學)들이 재직하고 있어 언어학 분야가 강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카이스트와도 기술교육에 대한 교류를 준비하는 등 IT 분야, 물리학과 화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QKBC 행사에 참여한 이유는.
“저희 퀸즐랜드대는 한국 문화교육의 중심지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재훈 교수를 고용했고, 우리는 정 교수를 통해 한국 문화교육을 더욱 확장하고 싶은 생각에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까.
“저는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 왔습니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극단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완전히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호주에서 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영문학이 대단한 내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후로 호주에 소개되는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됐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습니까.
“아직은 없지만 올 5월에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을 방문하여 한국을 호주에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져올 계획입니다. 현재 호주를 찾는 한국인은 상당히 많지만 호주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주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리길 기대합니다.”
―퀸즐랜드대에도 한국 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주 전체 유학생 중 한국 유학생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관찰해 본 결과 중국이나 일본 학생들보다 한국 학생들이 호주의 문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 학생들이 호주에서 공부를 마치고 호주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존 포맨 호주 FH그룹 회장
호주 와인은 정부 차원의 와인협회가 품질 보증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까.“호주 정부가 발간한 와인 보고서를 통해 한국 와인 시장이 유망하다는 사실을 알고 2007년부터 한국에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스테판 일리지 사장과 함께 한국 진출을 준비해 왔습니다.”
―한국에 귀사(貴社)의 와인을 어느 정도나 수출할 수 있다고 봅니까.
“1차 연도인 올해 월 7만5000병 정도를 예상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을 봐 가면서 점차 수출량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와인 전문가들 설명을 들어보니 귀사가 준비한 ‘블루 플라이어’라는 와인이 ‘한식(韓食)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라는 콘셉트인 것 같은데요.
“우리 와인은 한식을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호주의 유명 5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블렌딩하여 한식과 가장 어울리는 맛과 향을 내도록 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제품이 한식의 파트너가 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 상호 윈윈(win win)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통계를 보니 한국에서 전체 주류 소비량 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0.5%로 대단히 낮은 수준이더군요. 그런데 2007년까지 매년 와인 시장이 6.5%씩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수록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독한 위스키나 소주, 보드카보다 와인 소비량이 크게 늘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에는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칠레 등의 와인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들 나라의 와인과 비교할 때 호주 와인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전 세계 어디나 와인 제조법, 포도 품종, 오크통이 비슷해서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긴 하지만 호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토질과 수질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관개기술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호주와인협회가 정부 차원에서 와인의 품질을 보장하는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철저하게 품질보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