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Camino), 800km 苦行의 길을 떠나는 법 : 월간조선

지난 2월 18일 나는 명동성당 앞 길게 늘어선 金壽煥(김수환) 추기경 추모행렬의 끝자락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이 침묵과 처연한 얼굴로 왜 이토록 긴 행렬을 이루며 서 있는지를 생각했다. ‘사랑과 존경의 힘’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모았을까? 그때 나는 이게 바로 ‘그리움의 힘’이란 걸 깨달았다.

돌이켜 보면 카미노는 나에게 있어 모든 그리움의 총체였다. 카미노. 도박장 이름 같기도 한 이 이름은 불과 2~3년 전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口傳(구전)되어 왔다. 정확한 명칭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을 줄여서 ‘카미노(Camino)’라 부른다. 그러니까 카미노는 영어의 road(길)에 해당되고 산티아고(Santiago)는 聖(성) 야고보(Saint Jacob)니까 결국 ‘성 야고보가 걸은 순례 길’을 이르는 말이다.

피레네산맥을 오르는 길에 있는 작은 마을.

순례자들이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은 메세타길을 걷고 있다.

살아 있는 전설 ‘카미노’

산티아고는 예수 열두 제자 중 성 야고보(큰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고 카미노의 전설은 바로 야고보로부터 탄생됐다. 야고보는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이베리아 반도, 지금의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까지 걸었다. 그러나 그의 복음 전파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겨우 일곱 명 정도를 개종시켰을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그는 헤롯 왕에 의해 순교당하게 된다. 그의 屍身(시신)은 돌로 만든 배에 실려 바다에 띄워졌는데 그 배가 산티아고 부근에 닿았고 야고보를 따르는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산티아고에 묻혔다. 그 후 잊혔던 이 전설은 수도승 페라요가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야고보의 무덤 위에 산티아고 대성당이 세워졌고 전 세계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야고보의 무덤을 참배하기 위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했는데, 목숨 걸고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사람들을 ‘펠레그리노(pelegrino, 순례자)’라 불렀다. 특히 밤에는 순례자들이 은하수를 따라 걸었다고 해서 ‘은하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은하수 길의 최종 목적지는 별들의 들판,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였다.

갈리시아의 숲길을 걷는 순례자들.

이 순례 길은 15세기까지 번성했다가 다시 잊어져 갔다.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산티아고를 방문함으로써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됐고, 1987년 유네스코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유럽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993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됨으로써 세계적인 각광을 받게 됐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카미노를 걸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순례를 다녀온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에 의해 조금씩 알려졌다. 2006년 73명이 다녀온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엔 333명의 한국인이 이 길을 걸었다. 이는 ‘생장 피 드 포르(생장)’의 순례자협회에서 나온 통계수치다. ‘생장’의 순례자 협회에 등록할 때 반드시 국적을 기재하게 되는데, 바로 이 순례자 협회 국적란에 적힌 ‘코리아노(한국인)’의 숫자를 종합한 것이다.

카미노 5대 風光(풍광)의 하나인 안개 자욱한 갈리시아의 숲.

다양한 형태의 카미노 표지판들.

떠나기 전에 걷는 연습을

“꿈을 이루려면 먼저 첫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면 전 우주가 그 꿈을 이루도록 돕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첫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그러면 시작되는 것이죠.” 코엘료의 이 말은 진실이다.

2008년 1월, 우리 일행 네 명은 ‘카미노 거사일(?)’을 2008년 4월 25일(금요일)로 확정 짓고 모든 계획은 그에 맞춰 실행에 옮겼다. 2월부터 4월 중순 떠나기 전까지 6차례에 걸쳐 합동 山行(산행)과 걷는 연습을 100km쯤 했다. 나머지 시간은 각자 자기 스케줄에 따라 걷기로 했다. 예컨대 2월 첫 모임은 일산 호수공원에서 만나 호수공원 두 바퀴를 돌고 난 후 정발산을 넘는가 하면 북한산, 안산, 관악산 등을 차례로 등반했다. 토요일엔 여의도에 모여 잠실 메인스타디움까지 20여km씩을 걸었다.

아이고라산을 넘어 1531m 고지에 있는 ‘크루즈 데 페로’의 철십자가 앞에 선 필자.

바람을 가르며 길을 걷는 순례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페르농 고개의 순례자 조각상.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장비들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나는 퇴근길엔 여의도 샛강을 걸어 대방동 지하 차도를 지나 신림동 집까지 10여km씩 걸어서 퇴근했고, 주말이면 여의도에서 잠실 메인 스타디움까지 가는 코스나 여의도에서 성산대교 쪽으로 걸어 안양천을 따라 문래동을 거쳐 신림동으로 가는 20km 코스를 걸었다. 해질 무렵 강바람에 숨을 죽이고 우는 안양천의 억새풀은 가슴을 시리게 했다. 서울도 때론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탄식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출발 전에 350km 정도를 소화했다. 걷는 연습은 반드시 실전처럼 8kg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한다. 빈 몸은 안 된다.

카미노는 분명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뭔가 더 갖길 원하는 욕심의 길이 아니라 더 많이 버리러 가는 평화의 길이요 행복의 길이요 아름다운 감동의 길이다.

스페인 3대 대성당 가운데 하나인 산티아고 대성당. 聖야고보의 무덤 위에 건축됐다.

카미노 순례자들이 출발 전 생장 피 드 포르의 순례자협회에서 등록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왜 카미노 800km를 걷는가?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다. 주요 루트로는 우리 일행 네 명이 걸은 프란세스(Frances)길을 비롯해서 레반테(Levante)길, 마드리드(Madrid)길, 노르테(Norte)길, 인글레시 마리티모(Inglesy Maritimo)길, 플라타(Plata)길 등이다. 이 여러 루트 가운데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걷는 길은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도시 생장 피 드 포르에서 출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프란세스길이다. 이 길은 전체 순례객 중 85%가 이용한다. 특히 6월에서 8월, 3개월 여름 동안 산티아고를 찾는 전체 순례객 60% 이상이 이 길을 걷는다.

그런데 왜 카미노를 걷는가?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없다. 나의 경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냥 걸었다. 그러나 친구 네 명과 함께 걸으면서도 인간은 영원히 홀로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카미노를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정말 다녀오길 잘했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인간에 대한 배려와 한없는 겸손, 그리고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법’을 터득했다. 카미노는 내 깨달음의 스승이자 그리움의 총체였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다. 그러나 생의 어느 한순간만이라도 정직하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을 걷고 싶었다. 65년을 살아오면서 겨우 한 달 남짓, 비록 짧지만 그 정직한 순간을 맛보았고 정말 행복했다.

카미노는 어떤 곳인가? 과연 안전한 길인가? 대답은 물론 100% 안전하다. 산길에서 山賊(산적)을 만날 일도, 길에서 노상강도를 당할 염려도 전혀 없다. 다만 친절한 유전인자를 타고난 스페인 사람들과 하늘을 나는 수많은 제비떼와 마을의 개와 양떼와 소떼, 말과 같은 가축을 만났다. 그밖에 세 마리의 파충류, 겨우 15cm 안팎의 귀여운 초록 도마뱀을 본 게 전부다.

카미노의 모든 길은 평화롭고 치안 상태는 세계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 카미노 여정에서 새벽길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안개와 비가 많은 갈리시아 지방을 걸을 때 간혹 길을 잃는 수가 있다. 이럴 때 대처 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길을 잃고 헤매는 자신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한 순례자가 카미노 표지판을 보고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

대도시를 빠져 나올 때나, 안개와 비가 많이 내리는 갈리시아 지방의 산골마을에서 순간적으로 카미노 표지판(노란 조가비나 노란 화살표)을 놓칠 때가 있다. 예컨대 100~200m 이상 걸었을 때, 또는 5분 이상 걸었는데도 카미노 표지판이 보이지 않을 경우 무조건 마지막 표지판을 본 지점으로 되돌아오면 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길을 잃었다는 의심이 들 땐 즉시 전진을 중단하고 마지막 표지판을 본 지점으로 돌아와 다시 관찰하면 된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 이것을 결코 잊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다만 카미노 순례가 끝난 후 마드리드 관광길에서, 주로 지하철 안에서 남녀 2인 1조로 순례객들에게 접근하는 집시 소매치기들에게 당하기 십상이다. 여권이나 비행기표와 현금을 앞에 불쑥 튀어나온 복대에 차고 다니는 것은 ‘여기에 중요한 것이 있으니 요령껏 빼 가라’는 것을 홍보하는 것과 같다. 반드시 재킷 안쪽에 넣어 두는 게 안전하다. 카미노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 귀국길에 여권이나 귀중품을 도난당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주의를 요한다.

카미노는 언제 어떻게 걸을 것인가?

우리나라에서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가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노선이 있다. 인천공항을 출발, 파리를 거쳐 프랑스 남부 생장 피 드 포르로 가는 길과 마드리드를 거쳐 역시 생장 피 드 포르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이용하기 쉬운 항공편은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에어프랑스가 있다. 두 항공사는 마일리지를 공유하므로 이점이 많다.

갈 때는 파리를 경유하고 올 때는 마드리드를 거쳐 오는 게 순례자에겐 편리하다. 왜냐면 카미노 여정이 끝나는 곳이 스페인 서북부 산티아고이기 때문에 마드리드를 경유하여 인천공항으로 오는 게 경제성이 있다. 나는 마일리지(7만 마일)를 이용하여 떠날 땐 파리를 거쳐 생장으로, 올 땐 마드리드를 거쳐 인천으로 들어왔다.

카미노는 겨울을 제외하고 3월부터 10월까지 봄, 여름, 가을 어느 계절이든 그 나름의 풍광과 독특한 매력이 있다. 다만 겨울엔 알베르게(순례자 전용 숙소)가 폐쇄되므로 피하는 게 좋다.

오 세브레이로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있는 산 로케에서 순례자 청동상 앞에 선 필자.

카미노를 걸을 때 평균 속도는 km당 15분이 적당하다. 시속 4km, 우리 일행은 카미노의 평균 속도로 걸었다. 이 정도 속도로 걸으면 무리가 없고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는다. 두세 시간씩 걷고 20~30분 휴식을 취하라. 이때 양말을 벋고 발마사지를 하고 바셀린을 발라 두면 물집 예방에 좋다. 시속 5km 이상의 빠른 걸음으로 하루 8시간씩, 일주일 이상 걸을 경우 반드시 발에 탈이 생긴다.

카미노는 걷기 시합 아니다. 페이스를 잃지 말고 느긋하게 걷기 바란다.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넷이든 떠날 때는 함께 떠나지만 결국 혼자 걷게 되는 길이다. 철저하게 절대고독을 즐기며 걷는 길이 카미노다. 우리 일행도 새벽 알베르게를 나설 땐 네 명이 함께 출발했지만 산티아고 도착할 때까지 똑같이 보조를 맞춰 가며 걸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결국 혼자 걷는 고독한 길이다.

하지만 좋은 말벗과의 동행은 걷고 난 후 알베르게나 혹은 바에서 여백의 시간을 함께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 게다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비상시에도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그리고 샛별을 보고 걷기를 권한다. 왜 새벽에 걷느냐? 우선 한국인들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아무래도 유럽 사람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열세다. 그들의 평균속도는 시속 5~6km인데 비해 우리는 평균 4km 안팎이니 그들보다는 적어도 한 시간쯤 일찍 서둘러야 목적지 알베르게에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정해진 알베르게, 제한된 침상이라면 빨리 도착해야 좋은 알베르게를 고를 수 있고 좋은 침상을 배정 받을 수 있다.

새벽길을 걷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마실 뿐 아니라, 해뜰 무렵 미명의 빛깔과 첫 햇살이 퍼질 때의 환희의 순간을 맛보는 행복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걸을 때는 걷는 것만 생각하고 걷기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고 누려야 한다. 그러려면 배낭을 가볍게 꾸리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느긋하게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자기 페이스대로 걷는다. 아무도 대신 걸어 주지 않고,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대신 아파해 줄 사람이 없다. 오로지 ‘걸을 수 있는 만큼 존재하는 인간’임을 깨닫고 한없이 자신의 두 다리와 두 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걸으면서 즐겨라

카미노에서 마주치게 되는 스페인의 ‘바르(bar·바)’는 가장 스페인다운 문화의 축소판이다. 바에 들어서면 안개처럼 짙게 피어오른 담배연기에 놀란다. 게다가 그 자욱한 연기 속에서 아이들이 나무 막대기로 축구게임을 하며 놀고 있는가 하면 배불뚝이 동네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왁자지껄 거의 고함이라도 지르듯이 모여서 생맥주나 포도주에 타파스를 안주 삼아 마시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타파스는 스페인의 전채 요리, 또는 가벼운 스낵을 말한다. 바게트 빵 위에 얹은 엔초비, 레몬을 뿌려 먹는 오징어 튀김, 삶아서 살짝 튀긴 감자에 마요네즈 케첩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몽(jamon)’으로, 돼지 넓적다리로 만든 햄이다. 약간 짠 듯하면서도 쫀득한데 포도주 안주로선 일품이다. 한국인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면 스페인 사람에게서는 하몽 냄새가 난다.

스페인에서는 아무리 조그만 동네라도 반드시 바가 있다. ‘집 밖의 집’인 ‘바’는 어린이에서부터 할아버지까지 남녀 구분 없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든 이에게 동네의 놀이터이자 안식처요 쉼터가 된다. 바의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하몽을 적포도주와 한번쯤 즐기기 바란다.

길에서 마주치는 인사는 간단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본 사람이 ‘올라(hola·안녕)’하면 ‘부엔 카미노(buen camino)’라고 화답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카미노에선 걱정할 게 없다. 모든 인사는 ‘올라’로 통한다. 아침에서 저녁까지 구분 없이 ‘올라’ 하면 다 통한다. 스페인어 몰라서 겪는 고통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길에서 처음 만나는 외국인에게 무슨 특별한 안부를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생리현상은 어떻게 해결하나?

카미노를 걸으며 오직 걷는 생각만 하더라도 이따금씩 고국에 두고 온 가족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알베르게엔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만 한국과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고장난 곳이 많을 뿐 아니라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 아니라 거의 달팽이 걸음 수준이다. 게다가 한글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인터넷으로 원고를 송고하려면 대도시(부르고스, 레온 등)에서 하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2유로 정도 넣으면 15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데, 차라리 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수신자 부담을 할 경우 900-99-0082를 누르면 교환원 목소리가 나오고 안내하는 대로 따르면 된다. 알베르게나 바의 경우 대개 공중전화가 비치돼 있다. 2~3유로를 넣으면 1~2분 정도 통화할 수 있다. 한꺼번에 3유로씩 넣지 말고 1유로씩 넣는 게 좋다. 간단한 안부 전화에 3유로씩 넣는 건 낭비다. ‘건강하게 잘 걷고 있다’가 전화통화의 핵심이다. 서울로 통화할 경우 0082-2-(전화번호), 휴대전화의 경우 0082-10(또는 11/16/18/19) 그리고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를 누르면 된다.

누군가 길을 걷다가 급한 생리현상은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다. 공중화장실이 전혀 없는 카미노에서 이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물론 알베르게마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지만 부족하다. 게다가 길을 걷다가 예기치 못한 생리현상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다. 남자들이야 숲속 적당한 곳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지만 여성들의 경우 바를 이용하면 된다. 알베르게를 출발하여 4~5km 정도, 아무리 멀어도 10km 정도 걸으면 바나 레스토랑이 나타나므로 이용이 가능하다.

간혹 바의 화장실 변기에 붙어 있는 거미 때문에 여성들이 기겁을 하고 뛰쳐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그림이다. 왜 징그러운 거미를 사실적으로 그려 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장난기치고는 좀 지나친 것 같다. 여하튼 최악의 경우에 직면하더라도 당황하거나 조급히 서둘 필요는 없다. 광활한 메세타 지역이 아닌 다음에야 몸 하나 적당히 숨길 나무나 작은 숲 등 은폐물이 있으므로 그곳을 활용하면 된다.

적어도 화장실 이용에 관한 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록 키 작은 나무나 숲을 만나더라도 여러분 자신의 배낭은 훌륭한 은폐물이자 자존심을 보호해 주는 ‘방패의 상징’이 될 수 있으니까. 다만 비상사태(?)에 대비해 출발 전 알베르게에서 필요한 만큼의 화장지를 미리 준비해서 휴대하는 것이 좋다.

카미노는 책을 통해 얻게 된 지식보다 두 발로 걸으며 체험한 생생한 교훈, 거기서 얻은 알 수 없는 작은 희열의 연속,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하고 때론 쓸쓸한 행복’을 은밀히 느낄 때 비로소 카미노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카미노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순례자들의 숙소 알베르게

순례자들이 피레네에서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숲길을 걸어내려가고 있다.

마더 테레사님의 말처럼 어쩌면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같은 여정이 우리 인생인지도 모른다. 카미노 800km 여정에 어디서 하룻밤을 묵고 가는가? 잠자리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카미노에서 잠은 매일 매일 ‘낯선 여인숙’ 같은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를 이용하는데 ‘크레덴시알(Credencial: 순례자 수첩)’을 보여주면 스탬프를 찍어 주고 대개 3~8유로를 받는다. ‘도나티보(donativo: 기부, 헌금)’의 경우에도 반드시 3유로 정도는 내야 한다.

거의 모든 알베르게에서는 침대와 베개만 제공되는데, 덤으로 담요를 주거나 서비스로 1회용 침대보와 베갯잇 정도가 제공되기도 한다. 알베르게엔 한 방에 여러 개의 침대를 놓아 두고 남녀 구분 없이 도착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해 주는 도미토리(domitory) 형식이 대부분이다. 많게는 800개(Monte do Gozo) 또는 100여 명이, 8인실, 6인실, 4인실, 적게는 2명(Azofra)이 한 방을 쓴다.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있고, 간단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딸려 있는 곳이 많다.

알베르게는 대부분 밤 10시에 불을 끄고 새벽 6시에 불을 켜므로 밤 10시 이후에는 무조건 자는 게 좋다. 코 고는 사람 때문에 귀막이를 준비해 온 사람도 있는데 여러 사람이 합창소리처럼 코를 고는 데엔 백약이 무효다. 처음 며칠간은 신경이 쓰이나 차츰 카미노에 익숙해지면 그것도 자장가처럼 들린다. 내 몸이 피곤한데 이웃의 코 고는 소리가 무슨 대순가?

새벽 5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리려면 작은 손전등이 필수품이다. 나는 작은 헤드 렌턴을 이용해 새벽에 배낭을 꾸렸고 새벽길을 걸을 때, 특히 카미노 표지판을 찾는 데 아주 유용했다.

거의 모든 알베르게는 예약이 되지 않고 남녀 구분 없이 순례객들에게 선착순으로 배정한다. 요금은 하룻밤에 3유로에서 비싼 곳은 8유로까지고, 조식을 포함하여 7유로를 받는 곳이 있는가 하면 저녁식사와 아침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 도네이션함이 비치돼 있는데 3유로가 적당하다. 그러나 침대 수가 20~30개 혹은 50~100여 개로 한정(‘코르쿠비옹’처럼 적은 곳은 14개, ‘몬테 도 고조’처럼 수백 개가 넘는 곳도 있다)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늦게 도착하면 침대를 구할 수 없다. 이 경우 호텔이나 호스텔, 펜션, 작은 마을일 경우 카사 루랄(Casa Rural)이라는 민박집을 이용할 수도 있다.

33일간 1000유로 소요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는 카미노 순례자들.

어떻게 하면 좋은 알베르게에서 묵을 수 있을까? 특별한 비법은 없다. 우선 독일인이 많이 보이면 틀림없이 괜찮은 알베르게다. 그들은 가장 최신 정보를 갖고 값싸고 편의시설이 좋은 알베르게를 고른다. 따라서 독일인이 많이 보이는 알베르게에 묵으면 거의 성공한다.

그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공 알베르게인 ‘무니시플 알베르게’(Municiple Albergue: 주로 성당 주변에 있음)를 이용하는 것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무니시플은 私設(사설) 알베르게보다 시설이 낙후되었으나 스페인 정부의 지원 아래 화장실을 비롯한 모든 편의시설이 개선됐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지리라고 본다. 값은 사설 알베르게의 거의 절반이다.

모든 알베르게가 순례자로 만원일 때는 다음 마을로 이동하거나 더 이상 걸을 수 없다면 호텔이나 호스텔 등을 이용해야 한다. 그 밖에 주로 작은 산간 마을에 있는 숙소로 그 지방에서 뿌리 내리고 오래 살아온 현지 원주민이 자신의 집을 개조해서 운영하는 카사 루랄 같은 곳은 운이 좋으면 저렴한 가격에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히 쉴 수 있다.

펜시온(Pension)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우리나라의 민박집 분위기가 나는 숙소인데 어떤 곳은 호스텔 수준을 능가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알베르게보다 값이 비싸다. 카미노엔 동네마다 크고 작은 수퍼가 한두 개쯤 있는데 그곳에서 빵과 요구르트, 바나나, 물 등을 미리 사두었다가 이튿날 간단하게 아침 끼니로 때울 수 있다.

점심은 걷는 도중 바에서 해결하고 저녁 식사는 알베르게의 사정에 따라 직접 해 먹거나 현지식인 ‘메뉴 델 디아(menu del dia.)’를 사먹는다. 우리말로 ‘오늘의 정식’인 메뉴 델 디아는 보통 8~10유로(비싼 곳은 12유로) 정도 받는데 세 개의 코스 요리가 나온다. 예컨대 레스토랑이 한 곳밖에 없는 작은 마을인 경우에는 그곳에서 순례자용 메뉴 델 디아를 먹을 수 있고, 레스토랑이 여러 곳일 경우엔 ‘Menu del Peregrino(순례자 메뉴)’ 안내판이 붙은 곳을 찾아가면 된다.

메뉴 델 디아의 구성은 세 개의 코스로 대동소이하다. 부엌이 딸린 알베르게엔 취사도구가 비치돼 있는데 동네 수퍼(쌀, 풋고추 등 온갖 야채와 식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에서 장을 봐다가 하몽과 감자, 온갖 야채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카미노식 부대찌개를 해 먹으면 일품이다. 그래서 카미노를 떠날 때 튜브식 고추장(60g)을 열 개쯤 가져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카미노에서 먹고 자고 걷는 데 드는 비용은 사람마다, 쓰임새에 따라 다르겠지만 800km를 매일 평균 25~30km씩 느긋하게 33일에 걸쳐 걸을 경우 알베르게(3~8유로) 평균비용 5.5유로, 아침과 점심으로 10유로, 저녁 10유로(‘메뉴 델 디아’의 경우 8~12유로)를 합쳐 25.5유로 정도다. 그러니까 하루 25~30유로, 33일 걷는다면 850~1000유로쯤 든다고 보면 된다. 그 밖에 필수 부대비용으로 왕복 항공권(150만~200만원 안팎)은 마일리지(KAL의 경우 7만 마일)를 사용하든가 아니면 더 값싼 항공권을 미리 구입하면 된다. 또 걷고 난 후 포르투갈과 스페인, 아니면 프랑스 관광을 한다면 이 비용은 별도다.

배낭 무게는 자기 체중의 10분의 1 이하가 적당

첫째, 배낭은 40L짜리면 적당하다. 배낭에 짐을 꾸렸을 때 총 무게는 자기 체중의 10분의 1 이하가 좋다. 자기 체중이 70kg라면 7kg 내외가 좋다. 배낭은 자체 무게만도 1~2kg 나가므로 가벼울수록 좋다.

배낭 안에는 판초 우의, 침낭(350g), 책 한 권, 양말, 바지, 스포츠 남방셔츠, 속내의 각 한 벌, 치약, 칫솔, 비누, 로션, 선 크림, 스포츠 타월 한 장, 손톱깎이와 손전등 또는 헤드렌턴 하나, 바셀린 한 통(100g), 안티프라민 한 통(30g), 그리고 약간의 비상약(지사제, 해열제, 소염진통제 등)과 빨래집게용 핀 다섯 개, 덤으로 컵라면 세 개를 알갱이와 수프를 따로 분리, 비닐에 싸 갖고 가면 유용하게 쓰인다. 7kg 이내로 한국인의 체형에 맞게 꾸리되 8kg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달 이상 걸어야 한다는 사실 명심하기 바란다.

카미노에서 만난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거의 독일 제품인 도이터 배낭을 메고 걸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밀레, 미국인들은 오스프리 배낭을 메고 있었다. 우리 일행 네 명 중 세 사람은 오스프리 배낭을, 한 사람은 레드페이스 배낭을 메고 걸었다. 오스프리 제품의 특성은 도이터보다 가볍고 등받이가 편안하다. 비 올 때 배낭 커버를 씌우는 것은 필수적이다. 배낭에 부착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이 경우,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의 형광이면 더욱 좋다.

배낭은 질기고 튼튼한 것보다 가볍고 등받이가 편안한 것으로 고르는 게 좋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5월이라 해도 새벽녘에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산골마을의 새벽 공기는 의외로 차서 스틱을 짚고 가는 손이 시려 입김을 호호 불며 가야 했다. 가볍고 따뜻한 보온장갑을 꼭 준비하길 권한다.

防風 재킷은 필수품

카미노 순례길에 지나치게 많은 짐을 휴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과도한 짐 때문에 고생하는 순례자를 그린 벽화 앞에 선 필자.

둘째, 신발은 발을 보호하고, 특히 복숭아뼈가 덮이는 게 좋다. 카미노 여정 중 절반 이상이 자갈길이다. 비가 오면 엉망진창이 돼버리는 진흙탕 길에서는 운동화나 목이 짧은 경등산화는 자칫 발목을 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통가죽으로 밑창은 비브람(Vibram)창으로 되어 있고 복숭아뼈를 보호할 수 있는 등산화를 추천한다.

나는 동대문 광희시장에서 이월상품으로 나온 통가죽 가몬트 제품을 9만원에 구입, 깔창을 ‘로드 러너(Road runners)’로 교체했다. 이 깔창은 남대문이나 동대문 등 등산용구 전문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준비한 신발을 신고 카미노 출발 전에 약 3개월간 350km 이상을 걸었다. 이 기간 동안 발이 충분히 신발에 적응한 탓인지 물집 하나 잡히지 않고 카미노를 별 탈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외국산이나 국산 등산용품은 품질이나 기능면에서 대동소이하다. 상표나 가격에 현혹되지 말기 바란다. 다만 신발의 경우 발가락 다섯 개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앞부분이 둥그렇고 목이 긴 통가죽 제품을 권한다. 비가 자주 오는 지방이라 천이나 기운 곳이 많은 신발의 경우 바느질한 틈이 많이 생기므로 비가 스밀 확률이 높다. 비브람 밑창은 미끄러운 경사면 자갈길에서 미끄러움을 방지해 준다.

셋째, 방수 방풍 겸용 재킷이 필수다. 그러나 바지와 속옷 양말 등을 고를 땐 지나치게 기능성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방수 방풍 겸용의 코오롱의 고어텍스 프로쉘 재킷을 입고 걸었다. 기능면에서 거의 완벽했다. 그러나 이른바 빨리 마르고 땀을 신속히 배출한다는 기능성 속옷들은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몇 만원씩 가격만 비쌌지 품질면에서 거의 오십보백보다. 차라리 투자를 하려면 방수와 방풍, 그리고 땀 배출이 잘되는 좋은 재킷에 투자하기 바란다.

순례객 중 국산 배낭을 멘 사람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재킷은 우리 제품이 우수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갈리시아 지방 110km 구간을 걸을 때 방수 재킷은 필수품이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거나, 길을 가다 갑자기 소나기나 폭우가 쏟아질 땐 판초 우의가 필요하지만 하루 종일 햇빛과 구름 사이에서 대여섯 시간씩 숨바꼭질하면서 비가 오락가락할 땐 방수 재킷의 효과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내려야 5mm 안팎의 보슬비 정도는 생활 방수가 잘되는 고어 텍스 방수 재킷 하나면 충분하다. 판초 우의는 무겁고 장시간 걸으면 답답함과 후텁지근한 불쾌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5월의 스페인 날씨, 특히 카미노를 걷는 새벽 6시 전후엔 10도 안팎으로 제법 쌀쌀한 편이나 한낮엔 25도 안팎까지 오른다. 걷다 보면 약간의 더위를 느끼게 된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빨래를 한다. 화창한 날 바람이라도 살랑살랑 불면 한두 시간이면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른다. 2만원짜리와 10만원짜리의 차이는 상표 값에 지나지 않을 뿐 같은 조건에서 빨래가 완전히 건조하는 데에는 10~20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제일 늦게 마르는 게 양말이고 속내의는 빛만 좋으면 한 시간 이내에 거의 다 마른다. 덜 마른 양말은 핀에 꽂아 배낭에 매달고 걸으면 잘 마른다.

카미노에서 패션쇼를 벌일 일은 없으므로 입고 있는 옷 외에 한 벌의 여벌이면 충분하다. 카미노에서 꼭 필요한 게 있다면 값싼 중국 가게(Chino bazar)에 들르면 된다. 빨랫비누, 양말, 속내의 등 1~2유로 정도면 생필품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약은 약간의 비상약으로 충분

넷째, 약을 많이 가져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물을 갈아먹을 때 생기는 배탈이나 설사에 대비해서 지사제 세 알 정도(닷새 이상 계속 설사를 하면 카미노를 중단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면 충분하다. 그 밖에 자주 오는 비, 그에 따른 체온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해열제 다섯 알 정도, 혼자 쓸 경우 바셀린 100g 정도 한 통이면 충분하다. 부족하면 현지 약국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걷다가 발에 이상이 생길 낌새가 있으면 지체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시원하게 말려 주고 바셀린을 바른 후 10여 분쯤 쉰 후 다시 걷는다. 발을 편하게 하면 몸이 편하다. 소화제, 영양제, 무슨 비타민, 무슨 무슨 약, 마치 이동 야전병원이라도 차린 듯 비상약을 잔뜩 배낭에 넣어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약 무게만 2kg씩이나 되어 걷는 도중 거의 모두 버리는 걸 보았다.

약은 글자 그대로 비상약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상비약으로 소염, 진통, 마사지 효과가 있는 유한양행의 안티프라민(30g) 한 통을 가져갔는데 아주 긴요하게 썼다. 그 밖에 물집이 생겼을 경우 사용하는 물집용 테이프 등은 카미노 현지 약국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 미리 겁먹고 잔뜩 준비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째, 스틱 두 개는 꼭 가져가되 수통은 절대 가져가지 말 것을 충고하고 싶다. 수통은 절대 준비해서는 안 된다. 수통은 웬만하면 자체 무게가 500g 정도 된다. 거기에다 물 0.5L를 채우면 금세 1kg쯤 된다.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0.5L짜리 물 한 통 사서 걸으면서 마시고, 그 빈 통은 버리지 말고 마을의 수도나 음용할 수 있는 물이라고 표시된 물을 받아 마시면 된다. 물은 구멍가게에서는 작은 것 한 병에 1유로 정도 하지만 수퍼에 가면 1.5L 큰 병이 45센트면 살 수 있다. 마시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비닐 물병을 꼭 활용하기 바란다.

꼭 갖춰야 할 것은 스틱이다. 급경사의 자갈길, 푹푹 빠지는 진흙탕 길을 헤쳐 나오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갈리시아 지방에서는 뜻밖의 복병인 개떼들과 맞닥뜨릴 때가 많다. 적게는 한두 마리, 많게는 10여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 때가 있는데, 이때 스틱은 중요한 방어 장비다. 스틱은 반드시 두 개를 준비하자. 두 개 한 쌍으로 5만~7만원 정도 투자하면 쓸 만하다.

쓸데없는 약과 수통만 가져가지 않아도 배낭 무게를 최소 1~2kg을 줄일 수 있다. 그 대신 평소 읽고 싶은 책이나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 한 권, 튜브식 고추장(60g) 열 개쯤을 꼭 준비하기 바란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입이 즐겁고 컨디션 조절에 도움이 된다. 그 밖에 창이 넓은 등산모자와 허리에 차는 웨스트 백(손톱깎이, 동전지갑, 크리덴시알 카메라 등을 넣는다)을 준비하는 게 좋다. 여자들은 속옷 안에 따로 얇은 복대를 준비하기도 한다.

카미노는 비우러 가는 길

여섯째, 돈을 많이 지니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카미노는 버리러 가는 수행의 길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우선 최소 비용으로 가급적 잔돈으로 500~600유로 정도 준비하고 나머지는 꼭 필요할 때 현금을 빼낼 수 있는 은행 신용카드 한 장을 준비하기 바란다. 카미노에서 일상 쓰는 돈은 알베르게에 내는 숙박비와 세 끼 식사비다.

모든 알베르게는 현찰만 받는다. 꼭 잔돈을 준비하기 바란다. 숙박과 아침 식사·점심·저녁 식사를 합쳐 하루 25~30유로면 충분하다. 한 달 기준으로 최소 725~900유로 정도 드는데 그중 500~600유로 정도는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급히 현금이 필요할 경우 마을의 은행(Telbanco)이나 자동금전출납기(ATM)에서 신용카드로 돈을 찾아 쓸 수 있다. ATM을 이용할 경우 오후 2시 이후에는 현금을 인출할 수 없는 곳이 많으므로 이 점 유의하기 바란다.

카미노에서 돈을 도난당할 염려는 없지만, 그렇다고 1000유로 이상 현금을 지니고 있으면 부담이 된다. 쓸 데 없는 곳에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쓴다는 자체가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 적게 가지고 적게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 진다.

코엘료도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여행에서 제일 먼저 깨닫는 건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전 우주의 진리이며 당연한 애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지구상의 모든 전쟁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일어난다. 욕심을 버리러 떠나는 길, 보다 더 많이 버리고 마음을 비우러 떠나는 카미노는 분명 평화의 길이다.

카미노를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부탁하건대 카미노는 버리러 가는 길이요, 비우러 가는 길이다. 카미노는 버릴수록 보다 즐겁고 행복해진다.

아스토르가 마을에 있는 팔라시오 에피스코팔.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으로 지금은 카미노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피레네 산맥, 10시간이면 완주 가능

지리산 종주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레네를 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적어도 서울에서 한 달에 두어 번 이상 북한산이나 도봉산, 관악산 등반을 한 사람이라면 걱정할 게 없다. 해발 163m인 생장에서 출발, 피레네 최고봉인 해발 1430m의 콜 데 레포델(Col de Lepoeder)을 넘어 스페인의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rs)까지는 27km, 빠른 걸음이라면 8시간, 보통 걸음이라면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9시간에서 10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다만 변화무쌍한 기상이 문제다.

바람은 주로 해발 650m에 위치한 오리슨(Orison. 알베르게가 있음) 고개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해발 1000여m 고지 확 트인 개활지에서 20~30분 만나게 된다. 어떤 이들은 피레네를 피해 아예 스페인령인 론세스바예스에서 카미노를 시작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배낭을 멘 채 차를 타고 피레네를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은 自國(자국)령인 론세스바예스에서 카미노를 시작해 산티아고까지 790km를 완주한다. 그러나 ‘프란세스길’(카미노의 85% 이상 이 코스를 이용함)의 백미인 피레네의 몽환적인 풍광을 포기한다는 건 평생 후회할 일이다.

지난해 3월이든가 ‘길에서 길을 묻는다’라는 카미노 특집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한 멋쟁이 방송사 후배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그는 자랑스럽게 “형님, 이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카미노를 걸은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카미노를 걷지 않은 사람들이지요.” 그러고는 껄껄 웃었다. 그땐 분위기에 뒤섞여 함께 따라 웃었지만 그 말의 참뜻을 알지 못했다. 걷고 난 후 이제야 그 후배가 한 말의 참뜻을 이해하게 됐다. 다녀와서 그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부류는 피레네를 넘어 산티아고까지 카미노를 걸은 사람과 아직도 그 길을 걷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말하자 이번엔 그가 전화기 속에서 따라 웃고 있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오리슨을 지나 피레네를 넘고 론세스바예스까진 화장실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5~7시간은 참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나무 뒤나 바위 뒤의 천연 화장실을 은밀하게 활용한다. 피레네를 넘을 때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정상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가는 3.6km 마지막 내리막길이다. 이 길 가운데 10여 분은 급경사에다 온통 자갈밭이다. 이 비탈길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카미노를 마친 순례자들은 산티아고대성당에서 카미노 인증서를 받는다.

카미노 최대의 難敵, 피레네를 넘는 법

피레네는 분명 유혹의 산이다. 누군가 지리산을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산’이라 했지만 피레네는 장엄하면서도 경쾌하고, 화려하면서도 질박한 산이다. 그가 포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자태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미노의 최대 난적은 역시 피레네를 넘는 일이다. 특히 산행 경험이 부족한 여성들이나 초보자, 연세가 많은 분들, 시차 적응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배낭을 론세스바예스로 부치는 게 좋다. 요금은 8유로, 피레네의 거의 모든 알베르게서 배낭 배달 서비스를 해준다. 배낭을 제외한 기본 장비, 예컨대 카메라(소형 디카)와 선글라스, 메모 수첩 등 개인 휴대품과 스틱 두 개, 물 한 통(0.5L)이면 27km를 걷는 데 지장이 없다. 배낭을 부치고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피크닉하듯 피레네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카미노가 고행의 길이긴 하지만 걷는 즐거움과 하루하루 걷고 난 후의 성취감, 자신만이 향유할 수 있는 행복감을 일부러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때 잘나가던 프로 골퍼가 긴 슬럼프에 빠졌다. 정상에 오르는 방법만 열심히 익힌 그녀는 정상에 오르고 난 후 거의 휴면상태의 긴 슬럼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녀의 고백처럼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인생은 열심히 사는 것만큼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카미노도 마찬가지다. 오직 800km 완주 그 자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고행의 길도 걸으면서 즐겨야 한다. 또 하나 피레네를 넘을 땐 물과 약간의 간식을 꼭 준비해야 한다. 만약 오리슨 알베르게에서 물을 보충하지 못했다면 두어 시간 뒤 론세스바예스를 넘어가기 전인 ‘로랑의 샘’에서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물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절대로 적게 가져가라. 카미노는 버릴수록 행복해진다.

피레네를 넘으면 이미 절반은 성공이다. 그때부터 한 달 남짓 푸른 하늘 아래 지평선을 이뤄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 사잇길을 걸으며 카미노 속으로 빠져 들기만 하면 된다.

카미노엔 아주 특이한 규칙이 하나 있다. 산티아고에서 크레덴시알에 받는 최종 스탬프와 증서다. 카미노 817km(생장~산티아고) 구간 중 갈리시아 지방(110km 구간)은 단 한 곳이라도 누락하면 증서를 주지 않는다. 이 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600km 이상씩이나 걷고도 비가 잦은 갈리시아 지방 몇 곳을 걷지 않고 버스나 택시로 이동할 경우 예외 없이 증서를 주지 않는다.

오 세브레이로에서 트리아카스텔라, 특히 사리아, 포르토마린(이곳만은 반드시 자신의 ‘땀’으로 배낭을 적시기 바란다) 등 갈리시아 지방의 주요 도시는 반드시 발품을 팔아야 한다. 특히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비가 오든 우박을 맞든 고통을 감내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걷기 바란다.

물론 이 증서를 받는 게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크레덴시알에 산티아고 대성당의 마지막 스탬프와 완주증서를 받는 그 순간의 가슴 울렁이던 감격을 어디에다 견주겠는가.

카미노의 5대 풍광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그 파란 하늘 아래 지평선을 이뤄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길, 이따금씩 비행기가 사라진 하늘 저편에 길게 쭉 뻗은 하얀 하늘길, 이름을 알 수 없는 들꽃들, 무려 네 시간 동안 외길로 쭉 뻗은 처절하리만큼 고독한 밀밭 사잇길을 걸어야 하는 풍광은 메세타지역(해발 800m 고원지대)이 아니고는 맛볼 수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어느 시인처럼 푸른 하늘에 우물을 파 그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이라도 적시고 싶은 길이다.

나는 서울에선 자주 눈에 눈곱이 낀 것처럼 침침하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푸른 하늘에 눈을 헹구고 나면 신기하게도 눈이 맑아지고 마음이 청명해져 카미노 내내 단 한 번도 눈이 침침한 걸 느낀 적이 없었다.

나에게 카미노의 5대 풍광을 꼽으라면 기꺼이 피레네의 몽환적인 절경을 첫 번째로 꼽겠다.

두 번째로 카리온에서 칼자디야로 가는 17.2km에 이르는 메세타길이다. 끝없는 밀밭이 지평선을 이루고 태양과 구름과 초록 밀밭길이 펼치는 환상적인 풍광, 연초록 밀밭이 분명한데 바람이 불 때마다 햇빛과 마주치며 빚어내는 금빛 물결과 넘실대는 은빛 물결의 파도.

세 번째로 ‘크루즈 데 페로’ 그 철십자가와 돌무덤에 돌을 올리고 저마다 한 가지 소원을 기원하고 산을 넘어 그림엽서처럼 생긴 작은 마을 아세보로 가는 두 시간여 동안의 들꽃 축제길이다. 순례객들은 저마다 철십자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돌무덤에 돌을 올려놓고 소원을 빌면서 20~30여 분씩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아세보로 내려가는 길 양 옆에 두어 시간 펼쳐지는 아름다운 들꽃길, 오월의 푸른 하늘 아래 앙증스런 들꽃들이 펼치는 경염 페스티벌은 넋을 빼 놓을 것이다.

네 번째,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로 가는 하늘길에서 듣는 수억만 년 전부터 불어 오던 그 적막한 ‘바람의 노래’와 1300m 정상에 펼쳐지는 풍경, 이 길은 파울로 코엘료가 그의 자전적 소설 <순례자>에서 이른바 ‘죽음의 길을 마치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그 길이다. 나는 사람의 그림자라곤 뵈지 않는 하늘로 뻥 뚫린 자전거 도로를 택해 처절한 고독과 황량한 적막이 맞닿아 있는 하늘길을 혼자 걸었다. 그때의 기분은 차라리 ‘쓸쓸한 행복의 만끽’이라고 할 것 같았다. 두어 시간을 걸어도 소름 끼치도록 적막강산이다.

사람도 외로움을 자급자족한다

숨을 몰아쉬고 오후 2시 무렵 정상을 한 시간 남짓 남겨둔 채 라구나(Laguna) 바에 도착하여 ‘카나 그란데’ (이곳에서는 생맥주 잔이 보통 200cc, 300cc이고 ‘그란데’ 라고 해야 500cc 잔으로 준다) 한 잔을 시켜 단숨에 마셨을 때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짜릿한 그 맛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오월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환상의 길’을 걸어 드디어 5월 22일 오후 3시3분 오 세이브레이로 해발 1300m라고 쓰인 정상 표지판 앞에 섰을 때의 그 환희, 작은 목숨 하나 이고서 외로움에 젖은 길을 혼자 걸었다. 그때 나는 아! 사람도 이따금 ‘무인등대가 햇빛을 자급자족하듯 외로움을 자급자족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섯 번째, 갈리시아 지방의 떡갈나무 숲과 안개를 카미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5대 명소로 추천하고 싶다. 물론 유독 비가 많은 갈리시아 지방의 ‘비에 젖은 길’은 쇠똥이 진창을 이루기도 하지만 안개가 떡갈나무 숲을 헤집고 들어와 뺨에 입맞춤을 하고 스쳐 지나갈 때 그 부드러운 촉감은 첫 키스보다 황홀하다. 지금도 눈 감으면 그 아름다운 카미노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카미노에서 가장 힘든 코스가 바로 갈리시아 지방이다. 왜냐면 삶에 있어 피할 수 없이 맞닿게 되는 죽음처럼 이 지방을 통과할 때 숙명적으로 만나는 게 비다. 갈리시아 지방에서 숙명적으로 만나는 비를 결코 피할 수는 없다.

카미노를 마친 순례자들은 옛날 스페인 사람들이 ‘땅끝’이라고 믿었던 무시아 바다를 찾아간다. 聖母(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이곳에는 성모발현기념비가 서 있다(오른쪽).

카미노를 다녀와서

피레네를 넘으며 아름다운 풍광에 젖고, 메세타를 걸으며 외로움에 젖고, 갈리시아 지방을 걸으며 비에 흠뻑 젖었다. 돌아온 지금 나는 그리움에 흠뻑 젖어 있다.

카미노는 누구나 걸을 수 있다. 걷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 걸을 수 있다는 확신, 걷고 말겠다는 각오만 있다면 누구든 걸을 수 있다.

일찍이 청마 유치환님은 ‘목숨’이란 시에서 “이 광대무변한 우주 가운데 오직 비길 수 없이 작은 나의 목숨이여/ 비길 데 없이 작은 목숨이기에 /아아 표표한 이 즐거움이여”라고 노래했다. 카미노에서 나는 비록 ‘비길 데 없이 작은 목숨이지만 때론 이 표표한 즐거움’ 하나를 깨닫고 돌아왔다.

나는 황토흙 자갈밭길과 수많은 강과 언덕과 산,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고개를 넘고 또 넘으며 황홀한 풍광을 보면서 걸었다. 안개와 비와 구름과 바람의 노래를 들었고 때론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밀밭길을 몇 시간씩 오월의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카미노의 모든 여정을 끝내고 서울에 온 나는 한 가지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고통과 고행을 수반하는 고독 뒤에 혼자만이 느끼게 되는 달콤한 행복, 그리고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긴 아름다운 풍광을 단지 ‘아름다웠다’는 언어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는 언어의 한계에 부딪혀 버린 것이다.

‘아름답다’는 건 과연 무엇인가? 나에게 있어 그것은 황홀한 기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표현할 수 없다.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감동이다. 이젠 다시 세속의 나날로 돌아와 한 잔의 술에 취해 반백의 머리카락 사이로 휘날리는 눈발을 본다. 그러나 문득 황혼의 창가에 서면 오월의 초록 밀밭길에서 불어 오는 바람 소리에 리스보아 선술집의 애잔한 파두가 오버랩되어 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걷게 해준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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