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錫俊은 方應模의 최측근으로 활약,
洪翼範은 美 컬럼비아大 석사 출신
鄭晉錫
1939년 경남 거창 출생. 중앙大 영문과 졸업. 런던大 정치경제대학 박사. 한국기자협회 편집실장, 관훈클럽 사무국장, 한국외국어大 사회과학대학장, 언론중재위원, 방송위원 역임. 現 LG상남언론재단 이사. 저서 「대한매일신보와 배설」, 「한국언론사」, 「인물 한국언론사」, 「역사와 언론인」, 「언론조선총독부」 등.
洪翼範은 美 컬럼비아大 석사 출신
鄭晉錫
1939년 경남 거창 출생. 중앙大 영문과 졸업. 런던大 정치경제대학 박사. 한국기자협회 편집실장, 관훈클럽 사무국장, 한국외국어大 사회과학대학장, 언론중재위원, 방송위원 역임. 現 LG상남언론재단 이사. 저서 「대한매일신보와 배설」, 「한국언론사」, 「인물 한국언론사」, 「역사와 언론인」, 「언론조선총독부」 등.
短波방송 청취사건
日帝(일제) 말기 방송국에 근무하던 직원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重慶(중경)의 임시정부에서 보낸 短波(단파)방송을 청취하여 戰況(전황)을 비밀리에 전파하다가 많은 사람이 投獄(투옥)된 사건이 있었다. 1943년의 「短波방송 청취사건」이다.
日帝의 엄혹한 언론·사상의 탄압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해외의 동정을 알 길이 없었던 때에 경성방송국 소속 조선인들은 李承晩(이승만) 박사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실어 보내는 국제정세와 重慶 임시정부의 金九 주석이 전해 주는 독립운동 소식을 몰래 들었다. 일본은 반드시 敗亡(패망)할 것이며, 조선은 독립될 것이라는 소문은 은밀히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
독립이 머지않았다는 「복음」을 전하다가 투옥된 사람 가운데는 방송국 기술 계통 관련자가 많았지만, 신문인·변호사·문인·의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朝鮮日報(조선일보)와 東亞日報(동아일보)는 1940년 8월10일에 강제 폐간되었으나, 朝鮮日報의 영업국장이었던 文錫俊(문석준)과 東亞日報 정치부 기자 洪翼範(홍익범)은 이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獄死(옥사)했다.
朝鮮日報와 東亞日報가 발행되지 못했던 시기, 日帝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직후의 긴장된 시기에 일어난 이 「時局(시국)사건」에 대해서 당시 유일한 조선어 신문이었던 「매일신보」는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수사도 비밀에 부쳐졌고,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상세한 진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朝鮮日報는 1964년에 「횃불은 흐른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경성방송국 短波방송 사건」(9월20일)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복잡한 사건의 개요만 전한 정도이고, 전모는 밝혀 내지 못했다.
잊혀진 언론인, 文錫俊과 洪翼範
원로 방송인 兪炳殷(유병은) 선생은 당시의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을 찾아내기 위해 정부문서보관소가 소장한 日帝시대의 자료들을 뒤지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국사편찬위원회에 소장된 방대한 분량의 사건기록을 발굴했다. 그가 칠십을 넘긴 고령이었던 1990년 무렵의 일이다. 선생은 자신이 찾아낸 수사기록을 토대로 증언을 듣는 등의 보충취재 끝에 1991년에 「短波방송연락운동」(KBS문화사업단)이라는 책을 펴냈다. 쓰가와 이즈미(津川泉)의 책 「JODK, 사라진 호출부호」(東京, 白水社, 1993)에도 「短波사건시말」이 독립된 한 章(장)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은 남아 있다. 兪炳殷 선생의 연구는 放送史(방송사)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는 한계 때문이다. 신문에 종사했던 언론계의 핵심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再조명하는 연구는 없었다. 신문은 폐간된 상태였으나 언론계의 중심인물로 여론형성의 사회적 지도급 인사였던 신문인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방송인들과 연계하여 국제정세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머지않아 조선이 독립할 것이라는 「희망」을 전파했다.
옥사한 두 언론인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朝鮮日報 영업국장을 지낸 文錫俊은 교육자이면서 사회주의 사상을 지닌 인물로 唯物史觀(유물사관)에 입각한 「조선역사」를 저술한 역사학자였다. 東亞日報 정치부 기자였던 洪翼範은 일본 와세다大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소지한 정치평론가였다.
日帝下에서 筆禍(필화)로 투옥된 언론인은 많았지만, 언론인의 「獄死」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言論史(언론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이 소속되었던 두 신문사의 社史(사사) 기록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300여 명이 체포, 조사 받아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경성방송국에 근무하던 成基錫(성기석·개성방송소 기술자. 이 사건으로 2년 징역), 李二德(이이덕·개성방송소장. 이 사건으로 1년 6개월 징역) 등은 1938년 무렵부터 「미국의 소리」 방송을 비밀리에 청취하고 있었다. 이들은 개성의 방송 중계소인 개성방송소로 전근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계속 短波방송을 몰래 들었다.
그들이 들은 短波방송은 李承晩 박사가 육성으로 전하는 국제 정세와 重慶 임시정부에서 金九 선생이 보내는 방송으로, 일본의 敗亡과 독립의 날이 머지않은 장래에 다가오고 있음을 전해 주면서 抗日(항일)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이었다. 소식은 국제 정세에 목말랐던 국내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비밀리에 전달되었고, 여러 입을 통해서 은밀히 퍼져 나갔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갈 수 없었다. 마침내 1942년 말 日帝 고등경찰에 탐지되어 대대적인 검거가 시작되었다. 日警(일경)은 방송국에 근무하던 현업 기술자를 중심으로 아나운서, 편성원, 조선방송협회 산하 사업부 소속 공사과·보수과·周知課(주지과) 직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고, 일반인들 가운데 방송 내용을 듣거나 퍼뜨린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1942년 12월27일부터 불어닥친 검거선풍으로 이듬해 초에 걸쳐 경성방송국 소속 조선인 기술계 직원을 비롯하여 아나운서, 편성원 등 약 40명이 체포됐다. 검거 선풍은 부산·이리 등 여러 지방 방송국까지 확대되어 150명 가까운 방송인이 검거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정객과 민간인으로 체포 또는 구속된 인원이 150여 명에 달해서 이를 합치면 300여 명이 사건에 관련되어 수난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보다 약 2개월 전인 1942년 10월1일부터는 조선어학회 회원에 대한 大검거가 시작되었다. 어학회사건 피의자들이 검사국에 송치되던 1943년 3월 무렵에는 短波방송 사건 연루자들이 꼬리를 물고 끌려 들어와서 혹독한 고문에 시달렸다. 1941년 12월8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지 1년 후의 삼엄한 상황이었다.
咸尙勳 朝鮮日報 편집국장 등 연루
日帝는 관련자를 수사하는 동안 방송은 직접 듣지 않았다 하더라도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샅샅이 색출했다. 방송인·언론인·변호사·문인·의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체포, 투옥되었다.
특히 폐간된 朝鮮日報와 東亞日報의 전직 간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咸尙勳(함상훈·前 朝鮮日報 편집국장), 白寬洙(백관수·前 東亞日報 사장), 菊泰一(국태일·前 東亞日報 영업국장)이 연루되었다. 東亞日報 취체역(이사)이었던 抗日변호사 許憲(허헌·이 사건으로 2년 징역), 돈암동 소재 민중의원 의사였던 景祺鉉(경기현·징역 1년 6개월), 아동문학가 宋南憲(송남헌·징역 8월)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소설가 韓雪野(한설야)는 피의자 또는 증인(供述人·공술인)으로 경찰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1943년 11월의 결심공판에서 34명이 징역형, 7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兪炳殷 선생은 그밖에 刑量(형량)을 알 수 없는 22명과, 자료를 찾을 수 없는 12명을 보태어 75명이 有罪판결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44년 1월22일 새벽 5시, 文錫俊이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하루 전에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실려 나와 사망했으니 고문에 의한 獄死였다. 「경성방송국 短波방송 수신사건」의 첫 희생자였다.
文錫俊이 체포되어 신문받기 시작한 것은 기록상 1943년 7월17일, 방송국 소속 관련자들이 1차로 체포되기 시작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경찰은 사건의 성격상 「증거물」을 거의 확보할 수 없었다. 방송 기술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短波 수신기 외에는 입을 통해 전파된 「유언비어」라는 형체가 없는 「범죄」였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들의 자백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같은 사실을 며칠 간격으로 되풀이해서 신문하는 동안에 조금씩 다른 내용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고문을 병행하기 때문에 피의자의 심리적·육체적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文錫俊은 혹심한 시련을 견디지 못하여 6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나이 50세.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불복해 上告(상고)하여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때였다.
日帝 사법경찰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작성한 방대한 수사기록에는 文錫俊의 경력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그의 생애를 구성해 본다.
朱寧河의 회고
朴贊勝(박찬승)의 논문 「日帝말기 文錫俊의 遺稿(유고) 『조선역사』와 『조선역사연구』」에 의하면, 文錫俊의 집안은 관북지방의 名族(명족)이었다고 한다. 1946년 3월에 발간된 「赤星(적성)」이라는 잡지에도 그의 약력이 실려 있다. 그의 아버지 文會運(문회운)은 漢學(한학)에 조예가 깊었으나 28세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文錫俊의 나이가 겨우 3세 때였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文錫俊은 1894년 8월2일 함경남도 함주군 삼평면 원상리 출생으로 고향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다가 17세이던 1911년 4월 함흥공립보통학교 4학년에 입학하여 1912년 3월에 졸업했다. 늦은 나이에 입학하여 1년 만에 4년제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경성공립고등보통학교 교원양성소에 입학하여 1915년 3월에 졸업한 후 4월부터 함경남도 利原(이원)공립보통학교를 거쳐 함흥제일공립보통학교 교사를 지내다가 1923년 1월에 사임하고 東京으로 건너갔다.
東京에서 1년 동안 입학시험을 준비하다가 1924년 4월 東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여 1928년 3월에 졸업했다. 귀국하여 4월부터 지금의 보성중·고등학교인 보성고등보통학교 敎諭(교유·당시 중등학교의 교원)로 재직했다. 수사기록은 文錫俊이 東京고등사범학교 당시부터 공산주의에 共鳴(공명)했고, 보성고보 재직 중에 학생들에게 이를 선전하는 등 교사로서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1931년 8월 퇴직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가 보성고보에서 퇴직한 사정은 광복 직후인 1945년 12월 함경남도 교육문화부가 발행한 文錫俊의 「조선역사」 序文(서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序文에 해당하는 「恩師(은사) 故 文錫俊 선생」에서 朱寧河(주영하·함남노력자정치학장)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를 회고하건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선생이 좌익선생으로 서울 보성중학에서 교편을 잡을 때 全鮮(전선) 각지의 동맹휴학사건으로 퇴학당한 좌익학생들은 선생을 따라 보성에 모이였던 것이다…1930년 晩春(만춘)의 節(절)에 동서남북으로 해산당한 우리들은 선생의 교훈을 받아 싸우고 또 싸웠다>
文錫俊, 方應模의 최측근 참모로 활약
1945년에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라면 1928년, 文錫俊이 보성고보에서 교사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때가 된다. 朱寧河는 1930년 12월 조선질소비료회사의 직공으로 좌익이론연구회를 조직했던 공산주의자였다. 그 후로도 공산주의 운동으로 1935년 이른바 평양적색노조사건으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
朱寧河는 광복 후 1945년 9월 원산市 인민위원회 위원장, 1946년 8월 북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및 정치위원, 1948년 3월 노동당 부위원장 및 정치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 교통상을 역임하고 같은 해 10월 駐蘇대사로 부임하였으나 1953년 8월 반당·종파분자혐의로 숙청되었다.
文錫俊의 「조선역사」 머리에는 文錫九(문석구)의 「恩師의 遺稿를 내면서」가 실려 있다. 文錫九는 함경남도 공산당 사건으로 1931년 7월 징역 4개월에 3년간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
이 무렵인 1932년 12월에는 평안북도 경찰부가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文錫俊의 체포를 의뢰한 사건이 있었다. 金燦(김찬)을 중심으로 조선공산당 재건을 획책하다가 전국 각지의 연루자가 체포된 사건에 文錫俊이 관련되었다고 매일신보는 보도했다. 그러나 文錫俊은 잠적한 상태여서 체포할 수 없었다(매일신보, 1932년 12월5일자, 「평북사건 관련 文錫俊 잠적, 동대문서에서 엄중 탐색 중, 재건 공산당 사건」). 文錫俊은 보성고보에서 퇴직한 후였는데, 이 사건으로 검거되었으나 뚜렷한 혐의가 없었던지 「훈계방면」으로 마무리되었다.
경찰수사에 대한 답변에서 文錫俊은 『1933년 2월부터 1937년 7월까지 朝鮮日報 영업국장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朝鮮日報 지면에 나오는 인사 辭令(사령)을 추적해 보면 1933년 2월12일자로 서무부장(총무부장)이 되었고, 그 후 판매부장·업무국 부국장·영업국장을 역임하다가 1936년 7월18일에 의원해임되었다. 文錫俊의 朝鮮日報 재직 기간은 方應模(방응모)가 경영난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시달리던 신문을 인수하여 공격적으로 社勢(사세)를 확장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方應模는 1933년 1월18일 새 주식회사 朝鮮日報의 창립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영업국장을 맡았다가 3월22일에는 정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이때 文錫俊은 서무부장으로 신문사 인수에 핵심 실무 역할을 맡았다.
方應模는 4월에 부사장 겸 전무취체역(전무이사)이 되었다가 7월10일 자본금 30만원은 불입하면서 사장에 취임했다. 9월14일에는 20만원을 증자하여 자본금 총액 50만원의 주식회사 법인등기를 마쳤다.
1934년에는 30만원을 투자하여 태평로 現 코리아나호텔 자리에 社屋(사옥)을 신축하기 시작하여 1935년 7월 6일에 내외귀빈 1000여 명이 모인 성대한 사옥 낙성식을 가졌는데, 영업국장 문석준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일보가 보도했다(조선중앙일보, 1935.7.7, 「동업 조선일보 사옥 낙성식」). 1935년 경기도 수원군 팔탄면 노하리에서 간척사업을 착수하는 한편, 함경남도 영흥군 선흥면 1만807정보에 造林(조림)사업을 착수했다.
같은 해 7월 출판부를 신설해 10월에 월간 「朝光(조광)」을 창간하고, 이듬해 6월 「여성」을 창간하였다. 장학사업을 시작하여 「以心會(이심회)」를 「序中會(서중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東京 유학생 등 72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文錫俊은 이처럼 方應模가 朝鮮日報를 인수하여 社勢를 비약적으로 확대하던 시기에 신문사의 영업을 총괄하는 요직에 있었다. 方應模가 맡았던 자리를 이어받았던 최측근 참모의 위치였다.
文錫俊, 許憲에게 들은 短波방송 내용 전파
1936년 7월, 또는 文錫俊의 말에 의하면 한 해 뒤에 신문사를 떠나 광산업을 시작하였다. 충청북도 단양군(丹陽郡) 대강면(大崗面) 소재 100만 평에 금 은 중석광의 광업권을 1941년 8월 28일에 설정한 것으로 1941년 9월 24일자 총독부 『관보』에 실려 있다. 방응모가 금광으로 돈을 모았던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1943년 체포되던 당시의 주소는 서울 성북동 195번지의 23호. 경찰 신문에서 그는 광산 경영의 수입과 장남 觀永(관영)이 조선운송주식회사 會計係(회계계)에 근무하면서 받는 월급 100엔으로 「생활 정도는 보통」이라고 말했으나, 당시 월급이 100엔이면 상당히 높은 액수였다. 당시 총독부 경무국의 조선인 직원들의 月 급여가 70~80엔 수준이던 시절이었다.
文錫俊은 1942년 12월 하순 서울 청진동에 있는 변호사 韓永煜(한영욱)의 사무실에서 許憲과 세 사람이 함께 술을 마셨다. 許憲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신문은 일본군이 大勝(대승)을 거두고 있는 것같이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李承晩이 미국에서 전하는 정확한 對日(대일) 방송에 의하면, 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임시정부를 조직하고 대통령이 되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미국을 위해 활동하는 동시에 미국의 적극적인 비호를 받고 있다. 이번 전쟁에 미국과 영국이 승리로 끝날 것은 틀림없으므로 조선 동포는 독립을 기대하고 일본의 전쟁수행에 협력하지 말 것이며 기회가 오면 궐기해야 한다』
抗日변호사로 명망이 높던 許憲은 1921년 9월부터 1924년 5월까지 東亞日報 감사, 1924년 5월부터 1930년 10월까지 東亞日報 취체역(이사), 1924년 4월부터 5월까지 사장 직무대리를 지냈다. 1927년 2월 新幹會(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과 보성전문학교 교장을 지냈다.
文錫俊은 함흥에서 「新聲閣(신성각)」이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소설가 韓雪野(한설야·본명은 秉道)에게 許憲으로부터 들은 말을 전하면서 『솔로몬 群島(군도)에서 美軍이 격렬한 반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장기전이 될 것인데, 물자가 풍부한 미국이 승리하고 李承晩이 방송하는 대로 조선의 독립은 실현될 것이며, 서울과 개성에서 방송에 근무하는 조선인들이 短波방송을 들었다』는 말을 들려 주었다.
韓雪野와 文錫俊의 집안은 世交(세교)가 있었고, 文錫俊이 함흥제일공립보통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때에 韓雪野는 6학년 학생이었다.
文錫俊이 朝鮮日報 서무부장이었던 1933년에는 함흥에 있던 韓雪野를 불러 올려 朝鮮日報 문화부장으로 취직하도록 알선했다. 韓雪野는 朝鮮日報에 1년 정도 근무하면서 학예면 편집 책임을 맡았다. 그보다 앞서 1928년에는 고향 함흥에서 朝鮮日報 지국을 운영했다.
文錫俊은 함흥에 사는 한창환·이증림 등에게도 같은 내용에다 시국의 변화에 따라 내용을 조금씩 더 보태어 말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출옥 하루 만에 사망
사이가 시치로(齋賀七郞) 警部(경부)의 지휘를 받은 경찰은 1943년 7월17일부터 文錫俊을 신문하기 시작하여 육군형법 제99조, 해군형법 100조, 조선임시보안령 제20조 위반으로 검사국에 송치했다. 신문 과정에서 文錫俊의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피의자 또는 증인으로 경찰의 혹독한 신문을 받았다.
10월4일 9시에 비공개로 (장남 文觀永, 2남 奎永, 며느리 貞淑, 딸 宗媛 4명만 방청 허용) 공판을 열었고, 10월11일 文錫俊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즉시 불복해 공소했으나 이미 고문의 후유증으로 생명이 위독한 중태였다. 해가 바뀌어 1944년 1월8일, 석방을 호소하는 「上申書(상신서)」를 경성覆審(복심)법원장에게 제출하였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1944년 1월20일 형무소 의무과 보건技師(기사)는 『현재의 구속상태를 계속한다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극히 곤란할 것』이라는 진단서를 검사에게 보냈다. 그는 『영양장애와 각기병, 빈혈로 안면과 다리에 부종이 있으며 전신이 쇠약하여 보행이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어지럽고 무력감에 빠졌다』고 증상을 적었다.
결국 1월21일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했으나, 文錫俊은 이튿날 새벽 5시에 사망했다. 사망 진단서에 의하면 발병은 12월2일이었는데 불과 50일 만에 50세의 나이로 非命(비명)에 죽었다. 진단서에는 「고문 후유증」이라는 말이 없었지만, 고문이나 옥고가 아니었다면 6개월 남짓한 옥살이에 죽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매일신보는 1944년 1월23일자 1면 「人事」란에 「朝鮮日報 영업국장이었던 文錫俊이 22일 오전 6시 성북동 자택에서 사망했으며 24일 오전 11시에 발인한다」는 사실만 설명 없이 보도했다.
文錫俊은 언론인의 경력도 있었고, 短波수신 사건에 연루되어 獄死했지만 언론의 역사에서 그의 이름은 잊혀졌다. 독립유공자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컬럼비아大 출신 석사기자 洪翼範
광복 후 북한에서는 제자들인 주영하와 문석구가 그의 유고를 책으로 출간하면서 그는 오히려 「역사학자」로 자리매김되었다. 그가 쓴 또 다른 저서로 「조선역사연구」도 있다고 하나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다. 「조선역사」는 겨우 53쪽의 얇은 책이다. 분량으로는 책이라기보다 논문에 가까운 편이다.
내용도 일차사료로 서술한 독창적인 저술이라기보다는, 기존연구에 기초하여 자신의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 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유물사관에 입각하여 한국사를 체계화한 통사로서 평가를 받기도 한다(박찬승, 앞의 논문).
그러나 文錫俊은 북한에서도 사라진 인물이다. 그의 책을 출판한 제자들이 북한에서 「종파분자」로 낙인 찍혀 숙청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短波방송 사건으로 獄死한 두 번째 희생자는 2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던 洪翼範이다. 1943년 3월26일에 체포되어 2년 징역형을 마치기 전인 1944년 12월19일에 죽었다.
洪翼範은 1897년 3월27일 함남 정평군 광덕면 용응리 51번지에서 洪映澤(홍영택)의 2男으로 태어났다. 16세이던 1912년 3월 고향에 있는 사립 도흥선통학교를 졸업했고, 1916년 4월 서울에 와서 경신학교 3학년에 입학, 1918년 3월 졸업했다. 1921년 4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大 전문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1924년 3월에 졸업했다.
그해 6월에는 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이에 앞서 2월4일자 東亞日報는 洪翼範이 미국 유학을 떠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그는 뉴욕에서 한동안 노동을 하다가 1928년 6월 컬럼비아大 정치경제과에 입학해서 1931년 6월 졸업한 후 그해 11월에 귀국했다. 洪翼範이 돌아온 후 東亞日報는 그가 미국 오하이오州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컬럼비아大 학사원(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여 MA학위를 받았다고 보도했다(東亞日報 1931년 11월26일자).
이후 그는 1933년 10월 東亞日報에 入社하여 1940년 8월 東亞日報가 폐간 될 때까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洪翼範은 입사 직후부터 「獨(독) 군축탈퇴와 佛-獨관계」(1933년 10월26일자)를 비롯하여 국제관계 해설기사를 여러 차례 기명으로 집필했다. 東亞日報가 폐간된 뒤에는 정치평론가로 월간 「조광」의 좌담회에 참석하여 국제 정세를 분석하거나 수필을 게재했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그는 東亞日報 폐간 후 취직이 여의치 않자 일본이 敗亡할 것으로 판단하고 불온한 언동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1941년 5월경부터 『中日전쟁이 장기전으로 간다면 일본은 패배할 것이다. 태평양전쟁도 미국이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개시된 緖戰(서전)에는 불리했지만, 미국은 물자가 풍부하고 실력이 있기 때문에 최후의 승리는 연합국 측에 있는 고로 앞으로 전쟁이 종식되면 조선은 독립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朝鮮日報 편집국장이었던 咸尙勳, 前 東亞日報 사장 白寬洙, 前 東亞日報 영업국장 菊泰一, 변호사 許憲, 민중병원 의사 景祺鉉 등에게 일본의 敗亡을 예측하는 국제 정세를 분석하면서, 자신이 미국 유학 시절에 李承晩을 만난 적이 있으며 조선이 완전 독립할 때에 정부 조직에 참가할 정치인을 물색 중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宋鎭禹 등에게 방송 내용 알려
洪翼範은 1943년 3월26일 첫 신문을 받았다. 文錫俊보다 먼저 체포되어 8월26일까지 무려 10회나 같은 내용의 신문을 받았다. 9월8일에는 검사의 신문을 받았다. 11월11일 공판이 열렸고, 18일에는 검사의 求刑(구형)대로 2년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洪翼範은 이튿날 불복하여 공소를 제기했으나 그 이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국가보훈처는 洪翼範이 수감 중인 1944년 12월19일 옥고로 죽은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47세의 장년이었다.
보훈처는 「洪翼範이 미국에 거주할 때에는 시카고동지회 회장으로 애국운동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국제문제에 해박한 전문기자로 경성방송국 편성과에 근무 중이던 楊濟賢(양제현)을 통하여 해외방송의 내용을 입수하여 민족지도자인 宋鎭禹(송진우)·金炳魯(김병로)·李仁(이인)·許憲 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조국광복에 대비케 하는 활동을 한 공적을 인정받아 1990년 8월15일 건국훈장 愛族章(애족장)이 추서되었다. 短波방송 수신사건의 핵심 인물인 성기석이 함께 훈장을 받았다.
방송인 가운데 개성송신소장이었던 李二德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폐결핵에 걸려 광복 직전 옥중에서 사망했다.
短波방송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사이가 시치로(齊賀七郞)는 경찰공로상을 받은 인물이었다. 수사과정에 혹독한 고문을 가했던 그는 8·15 광복 직후 고향인 일본 카가와(香川)로 돌아갔으나 무슨 이유였는지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가 중국에서 귀국한 의열단원 김모씨의 총에 맞아 서울 원남동 우체국 옆 노상에서 암살되었다.
원로 방송인들의 모임인 「放友會(방우회)」는 이 사건을 기리기 위해 1991년 9월9일 KBS 본관 건물 옆쪽에 「短波방송 해내외 연락운동 勿忘碑(물망비)」를 세웠다. 암울한 日帝 말기에 방송인들이 국외의 소식을 알려 독립운동에 이바지했던 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이었다.●
日帝의 엄혹한 언론·사상의 탄압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해외의 동정을 알 길이 없었던 때에 경성방송국 소속 조선인들은 李承晩(이승만) 박사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실어 보내는 국제정세와 重慶 임시정부의 金九 주석이 전해 주는 독립운동 소식을 몰래 들었다. 일본은 반드시 敗亡(패망)할 것이며, 조선은 독립될 것이라는 소문은 은밀히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갔다.
독립이 머지않았다는 「복음」을 전하다가 투옥된 사람 가운데는 방송국 기술 계통 관련자가 많았지만, 신문인·변호사·문인·의사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朝鮮日報(조선일보)와 東亞日報(동아일보)는 1940년 8월10일에 강제 폐간되었으나, 朝鮮日報의 영업국장이었던 文錫俊(문석준)과 東亞日報 정치부 기자 洪翼範(홍익범)은 이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獄死(옥사)했다.
朝鮮日報와 東亞日報가 발행되지 못했던 시기, 日帝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직후의 긴장된 시기에 일어난 이 「時局(시국)사건」에 대해서 당시 유일한 조선어 신문이었던 「매일신보」는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수사도 비밀에 부쳐졌고,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상세한 진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朝鮮日報는 1964년에 「횃불은 흐른다」라는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경성방송국 短波방송 사건」(9월20일)을 다룬 적이 있었다. 그러나 복잡한 사건의 개요만 전한 정도이고, 전모는 밝혀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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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석준(왼쪽)과 홍익범의 공판 조서. |
잊혀진 언론인, 文錫俊과 洪翼範
원로 방송인 兪炳殷(유병은) 선생은 당시의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을 찾아내기 위해 정부문서보관소가 소장한 日帝시대의 자료들을 뒤지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국사편찬위원회에 소장된 방대한 분량의 사건기록을 발굴했다. 그가 칠십을 넘긴 고령이었던 1990년 무렵의 일이다. 선생은 자신이 찾아낸 수사기록을 토대로 증언을 듣는 등의 보충취재 끝에 1991년에 「短波방송연락운동」(KBS문화사업단)이라는 책을 펴냈다. 쓰가와 이즈미(津川泉)의 책 「JODK, 사라진 호출부호」(東京, 白水社, 1993)에도 「短波사건시말」이 독립된 한 章(장)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은 남아 있다. 兪炳殷 선생의 연구는 放送史(방송사)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는 한계 때문이다. 신문에 종사했던 언론계의 핵심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再조명하는 연구는 없었다. 신문은 폐간된 상태였으나 언론계의 중심인물로 여론형성의 사회적 지도급 인사였던 신문인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방송인들과 연계하여 국제정세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머지않아 조선이 독립할 것이라는 「희망」을 전파했다.
옥사한 두 언론인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朝鮮日報 영업국장을 지낸 文錫俊은 교육자이면서 사회주의 사상을 지닌 인물로 唯物史觀(유물사관)에 입각한 「조선역사」를 저술한 역사학자였다. 東亞日報 정치부 기자였던 洪翼範은 일본 와세다大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소지한 정치평론가였다.
日帝下에서 筆禍(필화)로 투옥된 언론인은 많았지만, 언론인의 「獄死」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言論史(언론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이 소속되었던 두 신문사의 社史(사사) 기록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300여 명이 체포, 조사 받아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경성방송국에 근무하던 成基錫(성기석·개성방송소 기술자. 이 사건으로 2년 징역), 李二德(이이덕·개성방송소장. 이 사건으로 1년 6개월 징역) 등은 1938년 무렵부터 「미국의 소리」 방송을 비밀리에 청취하고 있었다. 이들은 개성의 방송 중계소인 개성방송소로 전근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도 계속 短波방송을 몰래 들었다.
그들이 들은 短波방송은 李承晩 박사가 육성으로 전하는 국제 정세와 重慶 임시정부에서 金九 선생이 보내는 방송으로, 일본의 敗亡과 독립의 날이 머지않은 장래에 다가오고 있음을 전해 주면서 抗日(항일)의식을 고취하는 내용이었다. 소식은 국제 정세에 목말랐던 국내의 지도층 인사들에게 비밀리에 전달되었고, 여러 입을 통해서 은밀히 퍼져 나갔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갈 수 없었다. 마침내 1942년 말 日帝 고등경찰에 탐지되어 대대적인 검거가 시작되었다. 日警(일경)은 방송국에 근무하던 현업 기술자를 중심으로 아나운서, 편성원, 조선방송협회 산하 사업부 소속 공사과·보수과·周知課(주지과) 직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고, 일반인들 가운데 방송 내용을 듣거나 퍼뜨린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1942년 12월27일부터 불어닥친 검거선풍으로 이듬해 초에 걸쳐 경성방송국 소속 조선인 기술계 직원을 비롯하여 아나운서, 편성원 등 약 40명이 체포됐다. 검거 선풍은 부산·이리 등 여러 지방 방송국까지 확대되어 150명 가까운 방송인이 검거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정객과 민간인으로 체포 또는 구속된 인원이 150여 명에 달해서 이를 합치면 300여 명이 사건에 관련되어 수난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보다 약 2개월 전인 1942년 10월1일부터는 조선어학회 회원에 대한 大검거가 시작되었다. 어학회사건 피의자들이 검사국에 송치되던 1943년 3월 무렵에는 短波방송 사건 연루자들이 꼬리를 물고 끌려 들어와서 혹독한 고문에 시달렸다. 1941년 12월8일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지 1년 후의 삼엄한 상황이었다.
咸尙勳 朝鮮日報 편집국장 등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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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錫俊의「조선역사」. |
특히 폐간된 朝鮮日報와 東亞日報의 전직 간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咸尙勳(함상훈·前 朝鮮日報 편집국장), 白寬洙(백관수·前 東亞日報 사장), 菊泰一(국태일·前 東亞日報 영업국장)이 연루되었다. 東亞日報 취체역(이사)이었던 抗日변호사 許憲(허헌·이 사건으로 2년 징역), 돈암동 소재 민중의원 의사였던 景祺鉉(경기현·징역 1년 6개월), 아동문학가 宋南憲(송남헌·징역 8월)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소설가 韓雪野(한설야)는 피의자 또는 증인(供述人·공술인)으로 경찰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1943년 11월의 결심공판에서 34명이 징역형, 7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兪炳殷 선생은 그밖에 刑量(형량)을 알 수 없는 22명과, 자료를 찾을 수 없는 12명을 보태어 75명이 有罪판결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44년 1월22일 새벽 5시, 文錫俊이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하루 전에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실려 나와 사망했으니 고문에 의한 獄死였다. 「경성방송국 短波방송 수신사건」의 첫 희생자였다.
文錫俊이 체포되어 신문받기 시작한 것은 기록상 1943년 7월17일, 방송국 소속 관련자들이 1차로 체포되기 시작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경찰은 사건의 성격상 「증거물」을 거의 확보할 수 없었다. 방송 기술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短波 수신기 외에는 입을 통해 전파된 「유언비어」라는 형체가 없는 「범죄」였다.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의자들의 자백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같은 사실을 며칠 간격으로 되풀이해서 신문하는 동안에 조금씩 다른 내용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고문을 병행하기 때문에 피의자의 심리적·육체적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文錫俊은 혹심한 시련을 견디지 못하여 6개월 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나이 50세.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불복해 上告(상고)하여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때였다.
日帝 사법경찰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작성한 방대한 수사기록에는 文錫俊의 경력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토대로 그의 생애를 구성해 본다.
朱寧河의 회고
朴贊勝(박찬승)의 논문 「日帝말기 文錫俊의 遺稿(유고) 『조선역사』와 『조선역사연구』」에 의하면, 文錫俊의 집안은 관북지방의 名族(명족)이었다고 한다. 1946년 3월에 발간된 「赤星(적성)」이라는 잡지에도 그의 약력이 실려 있다. 그의 아버지 文會運(문회운)은 漢學(한학)에 조예가 깊었으나 28세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文錫俊의 나이가 겨우 3세 때였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文錫俊은 1894년 8월2일 함경남도 함주군 삼평면 원상리 출생으로 고향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다가 17세이던 1911년 4월 함흥공립보통학교 4학년에 입학하여 1912년 3월에 졸업했다. 늦은 나이에 입학하여 1년 만에 4년제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경성공립고등보통학교 교원양성소에 입학하여 1915년 3월에 졸업한 후 4월부터 함경남도 利原(이원)공립보통학교를 거쳐 함흥제일공립보통학교 교사를 지내다가 1923년 1월에 사임하고 東京으로 건너갔다.
東京에서 1년 동안 입학시험을 준비하다가 1924년 4월 東京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여 1928년 3월에 졸업했다. 귀국하여 4월부터 지금의 보성중·고등학교인 보성고등보통학교 敎諭(교유·당시 중등학교의 교원)로 재직했다. 수사기록은 文錫俊이 東京고등사범학교 당시부터 공산주의에 共鳴(공명)했고, 보성고보 재직 중에 학생들에게 이를 선전하는 등 교사로서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1931년 8월 퇴직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가 보성고보에서 퇴직한 사정은 광복 직후인 1945년 12월 함경남도 교육문화부가 발행한 文錫俊의 「조선역사」 序文(서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序文에 해당하는 「恩師(은사) 故 文錫俊 선생」에서 朱寧河(주영하·함남노력자정치학장)는 이렇게 말했다.
<과거를 회고하건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선생이 좌익선생으로 서울 보성중학에서 교편을 잡을 때 全鮮(전선) 각지의 동맹휴학사건으로 퇴학당한 좌익학생들은 선생을 따라 보성에 모이였던 것이다…1930년 晩春(만춘)의 節(절)에 동서남북으로 해산당한 우리들은 선생의 교훈을 받아 싸우고 또 싸웠다>
文錫俊, 方應模의 최측근 참모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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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錫俊 잠적사실을 보도한1932년 12월5일자 매일신보. |
朱寧河는 광복 후 1945년 9월 원산市 인민위원회 위원장, 1946년 8월 북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 및 정치위원, 1948년 3월 노동당 부위원장 및 정치위원,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 교통상을 역임하고 같은 해 10월 駐蘇대사로 부임하였으나 1953년 8월 반당·종파분자혐의로 숙청되었다.
文錫俊의 「조선역사」 머리에는 文錫九(문석구)의 「恩師의 遺稿를 내면서」가 실려 있다. 文錫九는 함경남도 공산당 사건으로 1931년 7월 징역 4개월에 3년간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었다.
이 무렵인 1932년 12월에는 평안북도 경찰부가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文錫俊의 체포를 의뢰한 사건이 있었다. 金燦(김찬)을 중심으로 조선공산당 재건을 획책하다가 전국 각지의 연루자가 체포된 사건에 文錫俊이 관련되었다고 매일신보는 보도했다. 그러나 文錫俊은 잠적한 상태여서 체포할 수 없었다(매일신보, 1932년 12월5일자, 「평북사건 관련 文錫俊 잠적, 동대문서에서 엄중 탐색 중, 재건 공산당 사건」). 文錫俊은 보성고보에서 퇴직한 후였는데, 이 사건으로 검거되었으나 뚜렷한 혐의가 없었던지 「훈계방면」으로 마무리되었다.
경찰수사에 대한 답변에서 文錫俊은 『1933년 2월부터 1937년 7월까지 朝鮮日報 영업국장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朝鮮日報 지면에 나오는 인사 辭令(사령)을 추적해 보면 1933년 2월12일자로 서무부장(총무부장)이 되었고, 그 후 판매부장·업무국 부국장·영업국장을 역임하다가 1936년 7월18일에 의원해임되었다. 文錫俊의 朝鮮日報 재직 기간은 方應模(방응모)가 경영난과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 시달리던 신문을 인수하여 공격적으로 社勢(사세)를 확장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方應模는 1933년 1월18일 새 주식회사 朝鮮日報의 창립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영업국장을 맡았다가 3월22일에는 정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이때 文錫俊은 서무부장으로 신문사 인수에 핵심 실무 역할을 맡았다.
方應模는 4월에 부사장 겸 전무취체역(전무이사)이 되었다가 7월10일 자본금 30만원은 불입하면서 사장에 취임했다. 9월14일에는 20만원을 증자하여 자본금 총액 50만원의 주식회사 법인등기를 마쳤다.
1934년에는 30만원을 투자하여 태평로 現 코리아나호텔 자리에 社屋(사옥)을 신축하기 시작하여 1935년 7월 6일에 내외귀빈 1000여 명이 모인 성대한 사옥 낙성식을 가졌는데, 영업국장 문석준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일보가 보도했다(조선중앙일보, 1935.7.7, 「동업 조선일보 사옥 낙성식」). 1935년 경기도 수원군 팔탄면 노하리에서 간척사업을 착수하는 한편, 함경남도 영흥군 선흥면 1만807정보에 造林(조림)사업을 착수했다.
같은 해 7월 출판부를 신설해 10월에 월간 「朝光(조광)」을 창간하고, 이듬해 6월 「여성」을 창간하였다. 장학사업을 시작하여 「以心會(이심회)」를 「序中會(서중회)」로 확대 개편하면서 東京 유학생 등 72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文錫俊은 이처럼 方應模가 朝鮮日報를 인수하여 社勢를 비약적으로 확대하던 시기에 신문사의 영업을 총괄하는 요직에 있었다. 方應模가 맡았던 자리를 이어받았던 최측근 참모의 위치였다.
文錫俊, 許憲에게 들은 短波방송 내용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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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洪翼範이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사실을 보도한 1931년 11월26일자 東亞日報. |
1943년 체포되던 당시의 주소는 서울 성북동 195번지의 23호. 경찰 신문에서 그는 광산 경영의 수입과 장남 觀永(관영)이 조선운송주식회사 會計係(회계계)에 근무하면서 받는 월급 100엔으로 「생활 정도는 보통」이라고 말했으나, 당시 월급이 100엔이면 상당히 높은 액수였다. 당시 총독부 경무국의 조선인 직원들의 月 급여가 70~80엔 수준이던 시절이었다.
文錫俊은 1942년 12월 하순 서울 청진동에 있는 변호사 韓永煜(한영욱)의 사무실에서 許憲과 세 사람이 함께 술을 마셨다. 許憲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신문은 일본군이 大勝(대승)을 거두고 있는 것같이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 李承晩이 미국에서 전하는 정확한 對日(대일) 방송에 의하면, 그는 미국의 지원을 받아 임시정부를 조직하고 대통령이 되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미국을 위해 활동하는 동시에 미국의 적극적인 비호를 받고 있다. 이번 전쟁에 미국과 영국이 승리로 끝날 것은 틀림없으므로 조선 동포는 독립을 기대하고 일본의 전쟁수행에 협력하지 말 것이며 기회가 오면 궐기해야 한다』
抗日변호사로 명망이 높던 許憲은 1921년 9월부터 1924년 5월까지 東亞日報 감사, 1924년 5월부터 1930년 10월까지 東亞日報 취체역(이사), 1924년 4월부터 5월까지 사장 직무대리를 지냈다. 1927년 2월 新幹會(신간회) 중앙집행위원장과 보성전문학교 교장을 지냈다.
文錫俊은 함흥에서 「新聲閣(신성각)」이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소설가 韓雪野(한설야·본명은 秉道)에게 許憲으로부터 들은 말을 전하면서 『솔로몬 群島(군도)에서 美軍이 격렬한 반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장기전이 될 것인데, 물자가 풍부한 미국이 승리하고 李承晩이 방송하는 대로 조선의 독립은 실현될 것이며, 서울과 개성에서 방송에 근무하는 조선인들이 短波방송을 들었다』는 말을 들려 주었다.
韓雪野와 文錫俊의 집안은 世交(세교)가 있었고, 文錫俊이 함흥제일공립보통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때에 韓雪野는 6학년 학생이었다.
文錫俊이 朝鮮日報 서무부장이었던 1933년에는 함흥에 있던 韓雪野를 불러 올려 朝鮮日報 문화부장으로 취직하도록 알선했다. 韓雪野는 朝鮮日報에 1년 정도 근무하면서 학예면 편집 책임을 맡았다. 그보다 앞서 1928년에는 고향 함흥에서 朝鮮日報 지국을 운영했다.
文錫俊은 함흥에 사는 한창환·이증림 등에게도 같은 내용에다 시국의 변화에 따라 내용을 조금씩 더 보태어 말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출옥 하루 만에 사망
사이가 시치로(齋賀七郞) 警部(경부)의 지휘를 받은 경찰은 1943년 7월17일부터 文錫俊을 신문하기 시작하여 육군형법 제99조, 해군형법 100조, 조선임시보안령 제20조 위반으로 검사국에 송치했다. 신문 과정에서 文錫俊의 이야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피의자 또는 증인으로 경찰의 혹독한 신문을 받았다.
10월4일 9시에 비공개로 (장남 文觀永, 2남 奎永, 며느리 貞淑, 딸 宗媛 4명만 방청 허용) 공판을 열었고, 10월11일 文錫俊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즉시 불복해 공소했으나 이미 고문의 후유증으로 생명이 위독한 중태였다. 해가 바뀌어 1944년 1월8일, 석방을 호소하는 「上申書(상신서)」를 경성覆審(복심)법원장에게 제출하였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1944년 1월20일 형무소 의무과 보건技師(기사)는 『현재의 구속상태를 계속한다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극히 곤란할 것』이라는 진단서를 검사에게 보냈다. 그는 『영양장애와 각기병, 빈혈로 안면과 다리에 부종이 있으며 전신이 쇠약하여 보행이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어지럽고 무력감에 빠졌다』고 증상을 적었다.
결국 1월21일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했으나, 文錫俊은 이튿날 새벽 5시에 사망했다. 사망 진단서에 의하면 발병은 12월2일이었는데 불과 50일 만에 50세의 나이로 非命(비명)에 죽었다. 진단서에는 「고문 후유증」이라는 말이 없었지만, 고문이나 옥고가 아니었다면 6개월 남짓한 옥살이에 죽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매일신보는 1944년 1월23일자 1면 「人事」란에 「朝鮮日報 영업국장이었던 文錫俊이 22일 오전 6시 성북동 자택에서 사망했으며 24일 오전 11시에 발인한다」는 사실만 설명 없이 보도했다.
文錫俊은 언론인의 경력도 있었고, 短波수신 사건에 연루되어 獄死했지만 언론의 역사에서 그의 이름은 잊혀졌다. 독립유공자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컬럼비아大 출신 석사기자 洪翼範
광복 후 북한에서는 제자들인 주영하와 문석구가 그의 유고를 책으로 출간하면서 그는 오히려 「역사학자」로 자리매김되었다. 그가 쓴 또 다른 저서로 「조선역사연구」도 있다고 하나 아직 찾아보지는 못했다. 「조선역사」는 겨우 53쪽의 얇은 책이다. 분량으로는 책이라기보다 논문에 가까운 편이다.
내용도 일차사료로 서술한 독창적인 저술이라기보다는, 기존연구에 기초하여 자신의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 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유물사관에 입각하여 한국사를 체계화한 통사로서 평가를 받기도 한다(박찬승, 앞의 논문).
그러나 文錫俊은 북한에서도 사라진 인물이다. 그의 책을 출판한 제자들이 북한에서 「종파분자」로 낙인 찍혀 숙청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短波방송 사건으로 獄死한 두 번째 희생자는 2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던 洪翼範이다. 1943년 3월26일에 체포되어 2년 징역형을 마치기 전인 1944년 12월19일에 죽었다.
洪翼範은 1897년 3월27일 함남 정평군 광덕면 용응리 51번지에서 洪映澤(홍영택)의 2男으로 태어났다. 16세이던 1912년 3월 고향에 있는 사립 도흥선통학교를 졸업했고, 1916년 4월 서울에 와서 경신학교 3학년에 입학, 1918년 3월 졸업했다. 1921년 4월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大 전문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 1924년 3월에 졸업했다.
그해 6월에는 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이에 앞서 2월4일자 東亞日報는 洪翼範이 미국 유학을 떠날 것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그는 뉴욕에서 한동안 노동을 하다가 1928년 6월 컬럼비아大 정치경제과에 입학해서 1931년 6월 졸업한 후 그해 11월에 귀국했다. 洪翼範이 돌아온 후 東亞日報는 그가 미국 오하이오州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컬럼비아大 학사원(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여 MA학위를 받았다고 보도했다(東亞日報 1931년 11월26일자).
이후 그는 1933년 10월 東亞日報에 入社하여 1940년 8월 東亞日報가 폐간 될 때까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洪翼範은 입사 직후부터 「獨(독) 군축탈퇴와 佛-獨관계」(1933년 10월26일자)를 비롯하여 국제관계 해설기사를 여러 차례 기명으로 집필했다. 東亞日報가 폐간된 뒤에는 정치평론가로 월간 「조광」의 좌담회에 참석하여 국제 정세를 분석하거나 수필을 게재했다.
수사기록에 의하면, 그는 東亞日報 폐간 후 취직이 여의치 않자 일본이 敗亡할 것으로 판단하고 불온한 언동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1941년 5월경부터 『中日전쟁이 장기전으로 간다면 일본은 패배할 것이다. 태평양전쟁도 미국이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개시된 緖戰(서전)에는 불리했지만, 미국은 물자가 풍부하고 실력이 있기 때문에 최후의 승리는 연합국 측에 있는 고로 앞으로 전쟁이 종식되면 조선은 독립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朝鮮日報 편집국장이었던 咸尙勳, 前 東亞日報 사장 白寬洙, 前 東亞日報 영업국장 菊泰一, 변호사 許憲, 민중병원 의사 景祺鉉 등에게 일본의 敗亡을 예측하는 국제 정세를 분석하면서, 자신이 미국 유학 시절에 李承晩을 만난 적이 있으며 조선이 완전 독립할 때에 정부 조직에 참가할 정치인을 물색 중이라는 등의 말을 했다.
宋鎭禹 등에게 방송 내용 알려
洪翼範은 1943년 3월26일 첫 신문을 받았다. 文錫俊보다 먼저 체포되어 8월26일까지 무려 10회나 같은 내용의 신문을 받았다. 9월8일에는 검사의 신문을 받았다. 11월11일 공판이 열렸고, 18일에는 검사의 求刑(구형)대로 2년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洪翼範은 이튿날 불복하여 공소를 제기했으나 그 이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국가보훈처는 洪翼範이 수감 중인 1944년 12월19일 옥고로 죽은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47세의 장년이었다.
보훈처는 「洪翼範이 미국에 거주할 때에는 시카고동지회 회장으로 애국운동을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국제문제에 해박한 전문기자로 경성방송국 편성과에 근무 중이던 楊濟賢(양제현)을 통하여 해외방송의 내용을 입수하여 민족지도자인 宋鎭禹(송진우)·金炳魯(김병로)·李仁(이인)·許憲 등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조국광복에 대비케 하는 활동을 한 공적을 인정받아 1990년 8월15일 건국훈장 愛族章(애족장)이 추서되었다. 短波방송 수신사건의 핵심 인물인 성기석이 함께 훈장을 받았다.
방송인 가운데 개성송신소장이었던 李二德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폐결핵에 걸려 광복 직전 옥중에서 사망했다.
短波방송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사이가 시치로(齊賀七郞)는 경찰공로상을 받은 인물이었다. 수사과정에 혹독한 고문을 가했던 그는 8·15 광복 직후 고향인 일본 카가와(香川)로 돌아갔으나 무슨 이유였는지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가 중국에서 귀국한 의열단원 김모씨의 총에 맞아 서울 원남동 우체국 옆 노상에서 암살되었다.
원로 방송인들의 모임인 「放友會(방우회)」는 이 사건을 기리기 위해 1991년 9월9일 KBS 본관 건물 옆쪽에 「短波방송 해내외 연락운동 勿忘碑(물망비)」를 세웠다. 암울한 日帝 말기에 방송인들이 국외의 소식을 알려 독립운동에 이바지했던 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이었다.●
